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27
00327 시작되는 전쟁 =========================
조조의 답장을 읽으며 원소는 피식 웃었다.
이각 토벌령으로 인해 중원 지방이 흉흉해졌으니 황가를 업으로 보내 안전을 도모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쓰여져 있지만 결국 진짜 내용은 간단했다.
‘꼬우면 덤벼.’
“어찌 생각들 하시나?”
비단으로 감싸져 있는 고급스러운 서찰을 가볍게 흔들며 원소는 무덤덤히 물었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었던 반응이였다.
그에 대한 대응은 모두 정해져 있었기에 원소는 여유가 있었고 심배는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지금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판이하게 다른 답변이 나왔다.
지금 당장 움직여서 단기결전을 펼치자는 심배.
조금 더 시간을 벌어 최대한 준비를 하자는 전풍.
모든 힘을 집중시켜 허도를 제압한 후 유표, 마등과 연계하여 사예주와 서주 일대를 정리하자는 곽도.
후방을 완전히 다진 후 오환족과 병주의 흑산적들을 정규병화 하여 청주 일대부터 치고 나가 연주와 서주를 동시에 공략하자는 전풍.
조조를 공략하자는 것은 동의하지만 방법은 달랐다.
“흐음…”
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것은 심배였지만 전풍의 계책이 지금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전풍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심배가 돌아 온 이후 많은 이들이 그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으니 함부로 선택하기도 애매했다.
“조조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최대한 준비를 하고 움직여도 모자랍니다.”
원소는 전풍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와 연주, 두개의 주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다짐과 동시에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각 주의 식량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막대한 식량, 그리고 서주 일대에서 생산되는 군마들.
그것들을 상대하려면 자신들 역시도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이각토벌령이 내려졌고 그로 인해서 조조가 장안을 손에 넣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각을 쓰러트리고 장안을 차지한 조조는 후에 량주와 연합하여 서량의 군마와 강족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장안, 낙양, 그리고 황제를 보유함으로서 사예주 일대의 명가들에게 명분을 얻어 그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아직까지는 사예주 내에서 원소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조조가 황가와 황제를 예우하는 탓에 그들이 점점 조조에게 끌리고 있었다.
황실을 따르는 신하들이 조조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들이 전부 넘어가기 전에 바로 치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유표, 원술과의 동맹은 어떻게 되었지?”
“곽도가 유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떠났고 서찰에 의하면 유표를 거의 구워 삶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술은…”
심배는 차분하게 말한 후 힐끔 전풍을 보았다.
그의 시선에 전풍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원술과는… 동맹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났군. 유표와 동맹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원술이 유표를 공격한다면 조조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뻔한 것 아니오? 그런 상황에서 장기전을 이야기하다니… 하다못해 청주라도 완벽하게 제압하여 서주로 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장기전을 노리는 것은 오히려 악수에 불과하오.”
원소의 배다른 동생이지만 이제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원술과도 동맹을 맺어야 했다.
원소가 북쪽에서 치고 내려 올 때 그에 맞추어 남쪽을 공략하게 하기 위해서.
심배는 비릿하게 웃었고 그 웃음을 노려보며 전풍은 책상 아래의 주먹을 꽉 쥐었다.
곱게 잘린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날 정도로 말이다.
“…무슨 일인지 원술에게 간 사자들이 행방불명이 되어버린지라.”
“전 군사께선 인망이 참 없으신가봅니다. 어찌 수하들이 험지라 하여 임무를 버리고 도망가버릴 수 있단 말이오?”
“큭.”
전풍이 벌인 일은 많았다.
당장 청주에서 원상을 지원하며 제군과 제남군수를 막아야 하는데다가 북방의 공손 일가를 움직여 오환족들을 끌어들이는 것 까지 해야했다.
제 아무리 전풍이라지만 그 모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원술과의 동맹 부분에서는 관심을 계속 쏟을 수는 없었고 그 결과 사신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것이었다.
‘저 자가 했겠지…’
아무리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충실한 부하들을 보낸 것이다.
그런 그들이 도망갔다?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심배의 암살자에 의해서 그들이 모두 죽었을 것이다.
전풍은 심배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차라리 거기서 죽어버리지. 왜 살아서 돌아와서 날 방해하는거냐.’
조조의 군사인 곽가에게 사로잡혔다가 원담에 의해서 구출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미끼로 써먹었던 원담이 오히려 진유하와 곽가, 조조의 눈을 피해 심배와 봉기까지 구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풍은 뒤통수에 큰 충격이 오는 것을 느꼈었다.
‘원담이 그정도로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결국 원담이 심배와 봉기를 구출할 수 있었던 것은 곽가와 진유하의 수작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심배가 모를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배는 자신들을 원소의 적자이며 차후에도 큰 업적을 세우는 것이 당연할 원담이 구출했다고 떠들었고 원담의 몰락으로 원상과 전풍에게 눌려 있던 이들은 기회다 싶어 잽싸게 원담에게 붙어버렸다.
겨우 원상에게 후계자 구도를 맞출 수 있었던 전풍에게는 치명적인 수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진유하… 곽가. 이 개자식들.’
그들의 수는 눈에 뻔히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풍은 심배와 원담을 욕하며 그들을 내리 깔 수 없었다.
원담을 중심으로 심배와 곽도, 봉기, 그리고 신비가 똘똘 뭉쳐져 자신의 정책을 방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저수라도 도왔다면…’
저수는 정치적인 싸움에 질려 북방으로 떠나버렸다.
그가 도왔다면 이렇게까지 밀리지는 않았을 텐데.
전풍은 이를 갈며 심배를 노려보았고 그 시선을 여유있게 받으며 심배는 원소에게 말했다.
“전 군사께선 청주 쪽에나 신경쓰게 하시지요. 원공께서 직접 군을 이끌고 나서신다면 고작 조조따위가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허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장연은…”
“봉기가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흑산적을 이끄는 장연이라는 위험한 이가 있으니 그를 견제할 이를 놔둬야 한다는 전풍의 말에 심배는 싱글벙글 웃었다.
“봉기가 장연을 설득하러 떠났습니다. 그는 장연과 친분이 있는 자. 그런만큼 장연을 설득하는 것은…”
“다녀왔습니다.”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봉기가 들어왔다.
꽤나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제가 누굴 데리고 왔는지 보십시요!”
“오오! 장 장군아니오!?”
“원공께 인사드립니다! 오늘부터 원공의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장연을 설득하여 원소의 부하로 진짜 끌어들일 줄이야.
탐욕스럽고 흉폭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싸움 실력만은 안량, 문추와 비교해서 밀린다고 보기 어려운 장연이 합류했다는 것은 병주쪽도 손에 넣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
장연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서쪽에 대한 안정을 공고히함과 동시에 장연이 보유하고 있는 흑산적을 병력으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문제는 장연이 유우를 죽인 도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백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던 황족 유우를 죽인 장연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원소의 인망을 크게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장연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제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전풍은 인상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심배 저자가 그것을 모를리 없는데…’
장연은 독이다.
독은 써야지 마실 만한 것이 아닌데도 그를 포섭하여 끌어들였다는 것은…
전풍은 심배를 노려보았지만 그의 시선을 심배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장 장군이 저희와 함께 하며 병력의 문제는 꽤나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주에서 움직여 곧장 연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다면 전선을 늘릴 수 있지요. 다만… 문제는 청주인데.”
“……”
“전 군사께서 청주쪽을 관리하기로 하셨지요. 어떻습니까? 군사께서 직접 청주쪽에서 움직이시는 것은?”
“청주를 차지하고 서주를 공격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예. 전 군사라면 가능하신 것 아닙니까?”
“그럼 심 군사께선…?”
“저는 원공을 모시고 연주를 공략해 볼 생각입니다.”
전풍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전선을 둘로 나누어서 연주와 청주를 동시에 공략해 들어간다?
말이 쉽지.
제군을 차지한 제군 군수 서복과 제남군의 군수이며 청주 도독인 방통은 나이는 어리지만 진유하와 동급, 아니. 군략에 있어서는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이었다.
지금 북해와 동래군을 방비하며 그들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그들을 쓰러트리고 청주를 제압하라니.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국에 연주 쪽까지 동시에 공략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아직 오환쪽의 병력을 더 받지 못했을 뿐더러…”
“그동안 도대체 뭘 하신 겁니까?”
심배의 비웃음에 전풍은 이를 갈았다.
군사를 모으고 힘을 비축하는 것을 방해한 것이 바로 원담과 심배였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북방의 병력을 청주로 이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담이 홀로 적진에 침입해 들어가 심배와 봉기를 구출하는 기염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무식한 군인들은 그에게 큰 호감을 보였다.
군인, 그리고 무인의 귀감을 보였다는 이상할 정도의 선전이 펼쳐지며 그의 인기는 급상승했고 결국 군관들은 원담을 따르기로 해버렸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심배와 곽도의 뒷공작이겠지.
전풍은 빠득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거 된통 당했군.’
청주로 가야 할 병사들이 업성과 평원에 머무르며 연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결국 지원 없이 청주를 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쉽지 않습니다.”
“이것도 쉽지 않다. 저것도 쉽지 않다. 군사께선 도대체 하실 수 있는 일이 뭡니까?”
손발 다 묶어두고 사냥을 하라고 하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움직임을 모두 막은 것이 심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전풍으로서는 그를 욕할 수 없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이 그것임을 알기 때문에.
전풍의 시선을 받으며 심배는 씩 웃었고 군사들의 격한 다툼을 말없이 지켜보던 원소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일갈했다.
“그만!! 적과 싸우기도 전에 내분부터 일으킬 생각인가!”
“죄송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심배와 전풍의 싸움을 말린 원소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진림! 조조에게 보낼 격문을 작성하도록 하라! 그리고 전풍! 그대는 청주로 가서 제군과 제남군을 함락할 준비를 하도록! 안량과 고람, 순우경을 보내줄테니 그들과 함께 움직이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모자르긴 하지만 그들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과거 공손찬을 따르던 장수들과 병사들까지 끌고 내려온다면 제군에 대한 공략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저수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던 전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청주를 차지한다면?
그 다음은 어쩔 생각인가.
서주의 낭야군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낭야군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은 과거 청주에서 살고 있던 막강한 도적들이다.
비록 그들이 이제는 단순한 백성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들은 농기구를 버리고 무기를 잡을 이들이다.
삼만이 넘는 대병력이 포진하고 있는데다가 그들을 잡는다하여 끝이 아니다.
낭야군 뒤에 있는 동해군이 있다.
동해군 뒤에는 하비가 있고 하비의 뒤에는 강동의 덕왕이라는 엄백호가 있었다.
청주를 장악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전풍은 원소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지만 자신이 원술과의 동맹에 실패했다는 것 때문에 원소는 심배의 손을 들어버렸다.
자신의 책략이 성공해 원소가 힘을 실어줬던 것처럼 자신이 실패하자 원소는 심배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하아… 알겠습니다.”
절대 단기 결전으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자신들과 다르게 조조는 아직까지 큰 전쟁을 치루지 않았다.
공손찬과 유우를 동시에 상대하면서 자원의 손길이 심했던 원소에 비해서 조조는 서주를 너무나도 쉽게 얻어냈을 뿐만 아니라 청주일대도 큰 피해 없이 손에 넣었다.
하북이라는 큰 땅을 얻었지만 그곳에서 생산되는 식량과 물자, 그리고 병력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쟁을 치루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적어도 1년. 길게는 3년 정도 자원을 모아야 조조의 물량을 이길 수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가장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인 장기전을 버리고 단기결전을 택하는 원소에게 슬쩍 원망의 시선을 보낸 전풍은 회의가 종료되어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모두가 나간 상황에서 전풍은 입술을 우물거렸다.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술에 향을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 의문이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