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47
00347 시간을 벌어야 할 때 =========================
“하아…”
내 품에 안겼던 조청이 천천히 떨어졌다.
그녀의 우울한 얼굴을 톡톡 쳐 준 나는 그녀가 머뭇거리자 입을 다물고 기다렸다.
“죄송합니다.”
“알면 술 좀 작작 마셔라.”
조청이 탓하는 이유는 술 때문이 아니었지만 난 그것을 탓했다.
그녀의 얼굴이 달아오르자 난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송글송글 맺혀 있던 땀방울을 닦아낸 후 몸을 돌렸다.
“아무튼 술은 깬, 아니 아직 취한 것 같지도 않으니까 들어가서 자라.”
“예에…”
아쉬워하는 그녀를 둔 채 난 방으로 돌아갔다.
조청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라.
딱히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방통도, 나도 그녀에게 이 일을 숨기려 했던 것은 이걸 듣게 되면 조청이 고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니까.
“쓸데없는 짓을…”
저런 걸 보고 사서 고생을 한다고 하는 건가?
난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아무튼 당분간은 한가해지겠네.”
그럼 그동안 뭘 해야하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방통은 고당항을 항구도시화 시키자고 말했지만 그의 말대로 고당항을 항구도시화 시키려면 해야 할 일도, 준비할 일도 많았다.
당장 여기서 장비를 정비하고 제작하기 위한 대장간도 만들어야 하고 백성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주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벽인데…”
진 몇개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평원에서 올 병력을 막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성벽이 필요한데.
성 하나 만드는게 보통 일이 아닌만큼 나로서도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콘크리트 밖에 없나.”
성벽인데 황토로 벽돌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지.
그렇다고 돌을 깍는 것도 힘들고.
근처에 석산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없으니 결국 콘크리트로 도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왕 만들거면…”
경작지도 만들고, 백성들도 살 지구도 만들고, 그리고 이왕이면 좀 더…
어차피 기주를 치기 위한 전진기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생활 전반을 위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했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괜찮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죽간을 펼치고 그 위에 당장 만들어야 할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지원은 엄청 받아야겠네.”
시멘트부터 시작해서 자금, 그리고 백성의 지원.
철과 나무등의 지원까지.
평원을 쳐서 평원쪽의 자원을 얻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연주 및 청주의 지원을 받는 수 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할 일은 많구만.”
“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대충 정리를 마치고 쉬기 위해서 편한 옷으로 전부 갈아입었을 때 방 밖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청이다.
얘는 가서 자라니까 왜 안자고 와서 이러냐.
내가 문을 열어주자 그녀는 작게 헛기침을 한 후 술병을 들어 올렸다.
“크흠. 한잔 더 하시지 않으시겠어요? 아까 저희는 마셨지만… 장군님은 제대로 즐기시지 못하셨잖아요.”
“술 한잔 더 하는 건 좋은데 어째 아까보다 술냄새가 더 나는 것 같다? 너 혼자 마셨니?”
취했으면 그냥 가서 자라.
아버님의 말씀대로 괜히 했다가 애 밸 생각하지 말고.
난 며칠 전에 조청이 월경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 얼마나 간을 졸였는지.
만약 얘가 임신했다면 원소고 나발이고 바로 결혼부터 했어야 했을테니까.
이왕 할거면 좀 안전일에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술 취하면 요망해지는 조청인만큼 경계를 해야 한다.
내가 경계하자 조청은 쓰게 웃었다.
“거, 걱정하시는 만큼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아까 나와 헤어지고 나서 또 마신 것 같다.
딱히 여자라고 술 마시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조청은 내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일도 제대로 사과드리고 싶고.”
“아니 사과를 받을 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어쨌든 들어와.”
오밤중에 세워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난 조청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방에 들어 온 그녀는 자리에 선 채 쭈뼛거리고 있었다.
“뭐해? 앉지 않고?”
“예에…”
아까 일 때문에 꽤나 주눅이 든 듯한 그녀는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그녀가 어쩔 줄 몰라하자 난 찻잔을 놓았다.
술잔이 없으니 이걸로 때워야지.
“나 화 안났으니까 그러지마라.”
“그렇지만…”
“화내는거 아니라니까.”
애초에 화내고 자시고가 있나?
난 두려워하는 조청을 잡아 당겼다.
그녀가 머뭇거리자 난 피식 웃었다.
술에 취하면 무서울 정도로 달라붙는 주제에 이럴때는 또 약한 모습이네.
난 그녀가 들고 온 술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으악! 야. 너 왜 이걸…”
죽엽청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신주다.
독한 술냄새가 확 올라오는 술병을 내밀며 그녀에게 묻자 조청은 볼을 긁적거렸다.
“죽엽청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래도 그렇지…”
이런 위험한건 치워두자.
술병을 옆으로 돌려 놓은 나는 조청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날 생각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는 잘 알아. 그리고 이제와서 내 목표를 위해서 널 버릴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라고. 시작은 아버님이었지만 끝을 내는 것은 나와 너다. 고작 이런 것으로 널 버리지 않을거니까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
“정말요…?”
“몇번이나 말했잖아.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예에…”
머뭇거리는 그녀를 향해 난 피식 웃었다.
내 미소를 보고 나서야 조청은 마음이 놓인 모양이다.
그녀가 베시시 웃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자. 그럼 들어가서 자라. 술은 나중에 먹자고.”
“네…”
자리에서 일어난 조청은 차분히 걸었다.
문쪽이 아닌 침상 쪽으로.
“…방금 가서 자라고 하지 않았나?”
“네. 그래서 자려고…”
“아니. 네 방에 가서 자라고.”
“서방님이 있는 곳이 곧 제 방입니다.”
“…..”
작정하고 왔구나.
그래도 전처럼 술에 완전히 취해서 이성을 잃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버님 말씀 기억나지?”
“네.”
“알지?”
“아, 알고 있습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조청은 힘없이 소리쳤다.
자신없구만.
난 피식 웃었다.
“나도 남자다. 비록 내가 너보다 나이도 어리고 힘도 약하다지만 그래도 옆에 미녀가 있는데 안할 거라는 보장은 하지 말라고.”
“미, 미녀. 으음.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같이 자고 싶습니다만. 안됩니까?”
“딱히 안될 건 없지만서도…”
내가 방통처럼 풍류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 마누라 있는데 다른 여자 건드릴 정도도 아니다.
그렇기에 저번에 조청과 한 이후로 한번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은 적도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조청과는 공인된 사이이기도 했고 이미 한번 한 경험도 있었다.
처음이 힘들지 두번째부터는 쉽다.
옆에 미녀가, 그것도 내 마누라나 다름없는 여자가 옆에 있는데 그냥 잘 정도로 색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난 딱히 자제심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고.”
침상에 걸터 앉으며 손가락을 음흉히 꿈틀거렸지만 조청은 못들은 척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쭈?
귓볼까지 붉게 물들어 있는 주제에 버티려는 그녀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진짜 여기서 자려고?”
“네.”
“뭐가 널 이렇게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해라.”
나갈 생각은 없나보다.
난 조청이 마련해 준 옆 자리에 앉아버렸고 그녀는 히죽 웃었다.
“그래도 피하시지는 않으시네요.”
“내가 왜 피해?”
“그렇지만…”
“그것보다 안 잘거면 얘기나 좀 더 하다가 자자. 너 취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취한 것이라면 좀 무섭지만 이런 상태의 조청은 내 밥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웃으며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조청은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럼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해야 할 일은 어차피 정해져 있어. 고당항의 관리자가 되었으니 여기를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맞지. 아. 볼래?”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전에 정리해 놓은 죽간을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조청 역시도 따라와 내가 깔아 놓은 죽간을 천천히 읽었다.
그것을 전부 읽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성벽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가능하시겠습니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야. 임제항 알지? 거기 항구 만들던 것처럼 하면 될테니까.”
“향후에는 다리까지 만드신다고요…?”
“뭐 먼 훗날의 일이지만.”
여범과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주와 청주를 있는 다리를 만든다.
이건 진짜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딱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유하의 지식에 다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기초적인 공사 방법은 있었으니까.
콘크리트가 있으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황하의 폭이 넓기는 하지만 다리만 제대로 만들어 놓는다면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이 굉장할 것이다.
배는 항상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도 맞춰야 하고 배값도 꽤 비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항구를 완전히 없애고 배를 치워버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리가 만들어짐으로써 물자와 병력의 유통이 손쉬워질테니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만드는 것이 옳았다.
“가능할까요? 쉽지 않을텐데.”
강물에 지지대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를 향해 난 쓰게 웃었다.
당연히 쉽지 않겠지.
하지만 그래도 해두는게 나았다.
“이런 식으로 강에 말뚝을 박은 다음에 나무로 물을 막고… 물을 퍼낸 다음에 땅을 파서 지반을 찾고 거기에…”
내 설명을 차분히 듣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강의 신이 노하시는 것 아닐까요?”
“에이~ 그럼 제사 한번 지내지. 뭐.”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조청은 농담처럼 맥빠진 어조로 말했고 나 역시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끙… 비용도 굉장히 들어가겠군요.”
“결국은 기주를 우리가 차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거지. 그리고 그 외에 몇가지 더 만들어 보고 싶은게 있어.”
여범과 이야기하며 구상만 해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조청은 전장에 있는 무장이지만 그녀 역시도 조조의 딸이었다.
나름 정치적인 감각이 있는지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고 그것은 계획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호오… 이정도면 괜찮겠는데? 다만 비용이 장난 아니게 들겠군.”
“물론 제 생각이 맞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부님도 서방님을 굉장히 좋게 생각하시니까… 비용은 조부님이 어떻게든 해결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내가 전에 조숭을 구했지.
조숭이 보유하고 있던 보물을 받아와 그것을 돈으로 바꾼다면 공사를 하는 것도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청은 밝게 웃었다.
“조부님은 제가 설득하겠어요. 예전에 만나뵈었을 때 그… 지, 지참금을 많이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오호.”
미리 땡겨받을 수 없나?
조청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이거 내가 돈 때문에 너랑 결혼하는 것 같네.”
“정치적인 이유로 결혼하시는 거잖아요. 비슷하죠. 뭐.”
살짝 토라진 듯 고개를 돌려버린 조청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감 도위와 여 도위가 부럽습니다. 그들은 그저… 서로 좋아하니까 그런 사이가 된 것이지만… 저와 서방님은 뭔가 다른 이유가 껴서…”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괜찮잖아. 그런 거 신경쓰지 말라고. 이거나 봐봐. 주민 이주 계획인데…”
또 시무룩해진다.
난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여유있게 말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조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내 말에 그녀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주민이주라… 허도에 몰리고 있는 유민들을 보내면 될까요?”
“응. 허도에 일자리를 찾아서 오는 이들이라면 이곳에 와도 괜찮겠지. 물론 그 이주 비용이 문제기는 하지만 그정도는 청주 쪽을 확보하면서 얻은 물자가 있으니까 그걸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거야.”
전풍이 병력을 데리고 가며 놓고 간 물자들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꽤 많다고 하니 좀 받을 수 있겠지.
서복과 방통이라면 군소리하지 않고 내어 줄 것이므로 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고 조청은 내 말에 부드럽게 웃었다.
“역시 서방님은 대단하신 분이네요.”
“응? 뭐가?”
“아직 굉장히 어리시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가끔씩 생각할 때면 정말이지 보통 분이 아니라니까요. 서방님을 따르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대단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고…”
“하하하… 뭐 이정도 가지고.”
뜨끔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하의 기억이 컸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사상.
그리고 삼국지에 이름이 알려져 있는 사람들.
그것을 쓸 수 있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기에 난 애써 웃으며 말했고 조청은 날 따뜻한 눈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마치 서방님은… 아버님께 주어진 하늘의 선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