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54
00354 누군가의 개입 =========================
많은 병력을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치중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아무리 여남군에서 산양군까지의 거리가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 길이 험하여 쉽게 이동할 수는 없었다.
숲과 늪지, 그리고 산지가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많은 생각을 하며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걸 할 수 없으니 난감하구만.”
빠르게 산양군을 제압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지원이 와 공격이 막힌다면 돌아가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원술은 이번 공격에 많은 것을 걸고 있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제장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검으로 긴 나무줄기를 잘라내며 유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함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다가 온 양홍은 땀을 닦아낸 후 대나무 물통을 넘겼다.
“고맙네.”
책사인 그도 병사들을 이끌고 길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수풀은 울창했다.
그가 다가와 물통을 건네자 그것을 받아 꿀꺽꿀꺽 삼킨 유훈은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시 휴식!!”
“오오!”
병사들이 투구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수풀을 뒤지는 것 때문에 다들 모기나 벌레들에게 쏘였다.
“꼭 이렇게 숲을 돌파해야 하는건가? 병사들이 많이 지쳤어. 수레를 이끄는 소나 말도 그렇고… 그리고 숲이라서 기병들이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
“하지만 산양군으로 가는 다른 길들은 지금 모두 막혔어. 낙석, 그리고 늪지. 거기에 통나무들까지… 적들이 전투를 피하려는 듯 그렇게 다 막아놨으니 이렇게 숲을 가로지를 수 밖에. 아니면 치중을 버리고 돌격하는 것이지만… 그건 미친 짓이지.”
적의 흔적을 쫓아보았지만 대군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은 이미 낙석으로 막힌 상태였다.
우회할 수 있는 길 역시도 나무나 함정으로 막혀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통할 수 밖에.
그나마 갈 수 있는 길은 숲을 통과하여 지나가는 것이었다.
삼만이나 되는 병력이 사용할 치중을 옮겨야 하는데 산길을 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차라리 돌이나 나무를 치우고 관도를 통해 지나가는 것이 낫지 않았겠는가?”
“병법에 의하면 하나의 함정을 내세우며 다른 함정을 까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더군. 티나게 만들어 놓은 함정 뒤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을 수 밖에 없어. 그리고 자네도 들었지 않는가. 그 관도는 매우 이상하다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많고 개중에는 함정도 있었어. 그 함정에 당하느니 차라리 이렇게 숲을 통과하는게 나아. 물론 화계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가…”
자신보다 머리가 좋은 양홍이니만큼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낫겠지.
더 이상 군소리하지 않고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양홍은 투구를 벗은 후 바람을 받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음? 무슨 소린가?”
“이길 수 있을까?”
이게 무슨 소린가.
군사인 양홍이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한다는 것에 유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행여나 병사들이 듣기라도 한다면 사기가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다.
다행히 다른 병사들은 휴식을 취하느라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이제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약한 소리는 하지 말게.”
“아니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럼?”
이번 전투의 이야기가 아니었던건가?
유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양홍은 입맛을 쩝쩝 다신 후 떨떠름히 말했다.
“근래의 일을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음?”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게 무슨 소린가?”
“너무 잘 맞아 떨어져. 마치 누군가가 꾸민 판 위에서 움직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머리 꼬리 자르면 양고기인지 개고기인지 알 수가 없지.”
“그러니까… 지금 조조와 원소의 상황을 말하는 걸세.”
“음?”
“유표와 유장이 손을 잡은 것도 그렇고… 계속해서 우리를 노리고 우리와 싸워왔던 유표가 단번에 우리와 정전협정을 맺은 것도 그렇고.”
“…..”
“원소야 장군을 끌어들이고 원가의 힘을 모두 쓸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일이니까.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을 좋게 여기겠지.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래서?”
“모두가 조조를 적대하고 있어. 이상할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가장 이상한 것은 바로 유표와 유장이지.”
“…..”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유표가 조조를 견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 만약 원소와 싸워서 조조가 승리한다면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테니까. 애초에 유표와 조조는 사이가 그리 좋지도 않았고.”
“그건…”
“조조가 황제를 구출했을 때 가장 먼저 불만을 표시한 것이 유표야.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때부터 조조를 견제하며 북쪽으로 군사를 이동시켰지. 조조가 조금의 실수를 하거나 틈만 보인다면 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게.”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들 아닌가? 애초에 유표는 조조보다 원소와 사이가 좋았어. 그렇다면 당연히 그러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문제는 유장이야.”
“그건…”
“유표와 유장의 사이가 무척 좋지 않다는 것은 자네도 알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그건 제갈근이라는…”
“세력과 세력의 관계는 한 사람이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렇지만 제갈근이라는 자가 한번 나선 것만으로 유장과 유표가 손을 잡게 되었지. 물론 그 사람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양홍은 떨떠름한 어조로 중얼거린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어쩌면 우리도… 그자의 손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너무 쉽게 유표와 정전협정을 맺었다는 것도 그렇고, 너무 쉽게 진격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렇고… 너무 쉽게 유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유표가 마치 우리가 산양군을 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는 것 같단 말이지…”
양홍은 또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자네는 너무 생각이 많아.”
“자네는 생각이 너무 없지.”
“뭐?”
“하하하! 그래… 그냥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일지도 모르지. 그럼 수고하게. 빨리 길을 뚫어야 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양홍이 부하들과 함께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보며 유훈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숲길을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나보군.”
“하지만 다른 길을 통과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정말 괜찮은 것인가?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원술의 말에 제장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불안함?
전장에 나서면 기본적으로 모두 불안감을 갖춘다.
특히나 그 상대가 교활한 진유하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니 더욱 그렇다.
비록 적의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방심할 수는 없다.
제장들의 얼굴을 천천히 흝어보며 원술은 차분히 말했다.
“화계에 주의하도록 하게. 그럼 조금만 더 수고하도록.”
“주군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밤이라고 하지만 쉴 여유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숲을 통과해야 했다.
원술의 말대로 화계에라도 걸리면 정말 큰일이 날테니까.
“나도 돕겠다.”
“장군께서 그렇게까지…”
“날 지키기 위해서 병사들이 멈추고 있지 않는가. 최대한 빨리 치고 나가는 것이 옳아.”
원술을 보호하기 위해 본대는 경계만 하고 있을 뿐 이었다.
하지만 그들까지 모두 동원하여 길을 뚫는다면 작업은 빨라질 것이다.
“완전히 길을 뚫을 필요는 없고 적당한 정도의 길만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 너무 과하게 하지는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작업은 계속되었다.
많은 병사들이 사용하기 위한 물자를 실은 수레를 이동시키기 위한 길이다.
밤이 되어도 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수레를 끄는 소와 말들이 신음성을 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레를 뒤에서 밀고, 선두의 병사들은 길을 만들고.
그렇게 힘겨운 행군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그들은 숲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장군님!”
숲을 빠져나왔으니 이제 남은 것은 산양군까지 들어가는 길이다.
그것에 기뻐하던 장훈은 선두의 병사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이런 빌어먹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철제 무기에서 반사되는 빛이다.
그것을 본 장훈은 다급히 외쳤다.
“적습이다!”
적이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은 치중이 문제가 아니다.
선두에서 군을 이끄는 장훈의 외침에 유훈은 피곤한 몸을 이끌며 외쳤다.
“전투 준비를 하라! 치중은 지금 신경쓰지 말고!”
수레를 끄느라 피곤하겠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유훈이 무기를 뽑으며 병사들에게 외치자 병사들은 긴장하며 각자의 창을 들었다.
“빨리 숲에서 나가야 하네!”
“하지만 지금…!”
“적들이 숲에 불이라도 지른다면!? 치중이 모두 날아가게 될거야!”
“빌어먹을.”
양홍은 다급하게 외쳤다.
삼만의 병력이 쓸 치중이다.
그것을 모두 태워먹을 수는 없었다.
양홍이 자신의 말도 듣지 않고 병사들을 움직이기 위해 소리치는 것을 들은 유훈은 선두를 보았다.
이미 많은 병사들이 선두를 지원하기 위해 치중도 내팽개치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남은 것은 행군과 길을 만드는 작업에 지쳐 있는 병사들 뿐.
저들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자네는 날 돕게!”
“알았네!”
치중을 빼서 선두로 보내야 한다.
혹시 모를 습격과 화계를 대비하기 위해서 병사들의 일부를 주변으로 확산시킨 유훈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하필이면 지금…!”
말에 올라탄 채 원술은 멀리 보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적들도 횃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늘어나는 횃불.
그리고 보이기 시작한 적의 수.
“적은 많지 않다. 역시 기만책에 불과했군.”
시간을 벌기 위한 수에 불과했던 것인가?
이 평원만 지나면 바로 산양군이니만큼 최후의 저지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술은 싸늘히 웃으며 적의 수를 확인했다.
일렁이는 횃불빛 사이로 보이는 적의 수를 빠르게 파악한 원술은 이풍과 진란, 뇌박에게 말했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원술이 검을 뽑고 적에게 향하자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아군이 모두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전군! 돌격하라!”
평원이다.
적의 수는 고작해야 칠천여 남짓.
비록 숲을 뚫고 오느라 체력이 소모되긴 했지만 숲에서 나올 아군을 생각하면 충분히 싸울만 하다.
“가라!”
기병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 적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병만이라도 이끌어야 한다.
부하들이 달려나가는 모습을 본 원술은 힐끔 고개를 돌렸다.
적습이라는 것 때문에 아껴두던 체력을 모두 써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병사들이 치중을 끌고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소 대신 병사들이 수레를 잡고 밀기도 했고 기병으로 활용을 하기 위해 말을 풀어 말에 안장을 올리는 이도 있었다.
다들 지쳐보이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된다.
숲에서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적들을 분쇄한다.
그리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었던 원술은 앞서 나가던 부대에서 들려 오는 끔찍한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으아악!”
“무슨!?”
적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그것에 놀란 원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둠이 내리 앉은 곳에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습격인가! 모두 대비해라!!”
멀리 보이는 적을 잡기 위해 돌격하던 이들이 쓰러져 나간다.
화살이다.
검은색으로 칠한 화살들이 아군에게 꽂힌다.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화살들.
“젠장! 저게 다가 아니었단 말인가!!?”
저만큼 많은 화살을 쏠 수 있다면, 그리고 양쪽에서 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화살을 쏘는 적의 수는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었다.
첩보가 틀린 것인가?
원술은 이를 갈았다.
“방패를 들어 막아!!”
병사들을 이끄는 장수들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 덕분에 화살비를 막을 수 있었지만 쏟아지는 화살비 속에서 움직일 여유는 없었다.
그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막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원술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첩보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은 적어도 수천 이상.
그것이 두 무리이니 적군은 일만이 넘는 병력을 지니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병사들이 모이는대로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적들을 잡으러 가야한다.
그리 생각하며 원술은 초조한 어조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