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81
00381 두개의 보물 =========================
경사가 났다.
평소 검소하신 아버지도 크게 기뻐하며 구휼미를 따로 뿌림과 동시에 성대한 잔치를 열어 줄 정도로 관의 창고를 열었다.
“더 보내! 더!”
산양군수의 손주, 그리고 진동장군인 나의 아들, 딸.
내 소중한 보물들이 무사히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축하해주러 왔다.
“음식 아직 멀었니!?”
“지, 지금 갑니다!”
창읍현의 노는 여인네들을 불러 잔치 음식을 장만했다.
거기에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면 만만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정도는 문제라고 볼 수 없었다.
“빨리 해! 사람들 몰려온다!”
잔치를 연 것만으로도 근처의 유랑민들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잔치의 음식과 구휼미를 원하며 산양군에 오기 시작한 유랑민들을 불러모음으로써 정착을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니 들인 비용 대비 효과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 잔치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잔치를 여는 내내 손님들에게 불려다녔다.
개중에는 덕담과 함께 향후 도움을 주겠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마냥 좋은 얘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쌍둥이는 옛부터 불길함의 상징! 그러니! 아이들을 위한 제를 지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맡겨만 주시면…!”
“뭐 임마!? 우리 애들이 뭐가 어쨌다고!? 요화! 이 자식 데리고 나가!”
유랑민들이 오면서 사기꾼들도 같이 와버리는게 문제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흉성이 있다며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도사부터 시작해서 굿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잡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앞날을 기원하며 작게 기도를 해주고 가는 도사나 무인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노골적으로 제사와 굿을 요구하는 이들의 수도 많아서 진짜 방심할 수 없었다.
아주 그냥 혓바닥에 꿀이라도 발라놨는지 열심히 썰을 푸는데, 하마터면 나도 넘어갈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쌍둥이가 뭐가 나쁜데? 흥!”
생각해 둔 것처럼 첫째는 휘, 둘째는 성.
아버지도 그렇고 장인어른도 그렇고 딱히 문제될 것 없다는 듯 보였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귀여운 내 아이들은 영이의 품이 아닌 장모님과 사마가의 시녀들이 돌보고 있었다.
“아이들을 제대로 안지도 못하는게 아쉽네요.”
“산후조리는 중요한거야. 푹 쉬어. 푹.”
“후후. 네.”
출산을 마치고 틀어진 골반이나 늘어진 살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서는 쉬는 것이 중요했다.
산파들도 그러거니와 유 의원까지 거듭 강조를 했으니까.
침상에 누워 있는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을 즐기던 그녀가 눈을 살짝 감자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입맞춰주었다.
“음음. 좋아.”
“뭐가요?”
“우리 가문은 손이 귀하거든. 그런데 떡하니 아들과 딸을… 정말 고마워. 아버지는 지금 입이 귀에 걸리시겠더라.”
세상에.
아버지가 그런 표정을 지을 줄이야.
휘와 성이를 볼 때마다 아버지는 세상에 다시 없을 팔불출 할아버지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손주가 재롱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재롱을 피우다니.
할아버지로서 체통을 좀 지켰으면 좋겠지만 너무 좋아하니 뭐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후후후. 좋아하셔서 다행이네요.”
“그래. 정말 다행이지. 그나저나 장인어른은 언제 오신다고 했지?”
“다음 달 정도에 오실 것 같아요. 당신은 못 보겠군요.”
“그러게…”
산양군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곧장 고당항으로 가서 방통과 교대를 해 준 후 원소를 잡을 계획을 세워야 했다.
아쉬워 죽겠네.
자꾸만 휘와 성이 눈에 밟혀서 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다녀오세요. 부디 무사히.”
“음… 응.”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원소가 하북의 막대한 물량을 비축하고 본격적으로 공격해들어오면, 그리고 남양에서의 패배를 복구한 유표가 유장과 협력하여 치고 들어온다면.
우리로서도 마냥 안심할 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마누라랑 새끼를 내 손으로 지키지 못하는게 아쉽네.”
“아버님도 계시고… 또 요화도, 장 현령과 한 군승도 있으니까요. 너무 걱정마세요.”
아직 산양군에 남아 있는 원술군 잔당이 마음에 걸렸다.
여기저기 소규모로 퍼져 있는지라 잡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들에 대한 토벌은 서주에서도 지원을 해준다고 하시니까요.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알겠어.”
잡고 있던 영이의 손을 놓기가 어렵다.
내 손에 착 감겨 온 영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내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 문이 열렸다.
“젖 먹여야지.”
“아. 네.”
장모님이 성이를, 그리고 사마가의 시녀가 휘를 안고 들어왔다.
역시 남자아이라 저렇게 챙기시는구나.
“둘 모두 생각보다 얌전하구나. 누굴 닮은 건지.”
“…..”
최소한 나는 아니겠군.
예전에 유모 얘기를 들었을 때 어렸을 때 식탐이 대단했다고 했으니까.
“흐에에엥~”
“우웅…”
“어서 주세요.”
성이가 칭얼거리는 것을 들은 영이는 손을 뻗었다.
그녀의 품 안에 들어가자마자 칭얼거리는 것이 멎었다.
아직 어려보여도 역시 애엄마!
영이는 서툴게 성이를 안아들고 하얀 가슴을 내밀었다.
모유를 수유하기 위해서일까?
조금 작다고 할 수 있었던 영이의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으음.
좀 부럽다.
“휘는 주세요.”
“안아볼텐가?”
“예.”
내 딸내미.
하얀 포대기에 감싸져 있는 아기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보더니 생긋 웃었다.
으아~!
귀엽다!
누구 딸이냐!
“휘도 주세요.”
휘의 검은 눈동자에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어느새 성이에게 젖을 다 먹인 영이는 내게 휘를 받아 휘에게도 젖을 모두 먹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장모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바빠지겠구만.”
“으음… 뭐 어쩔 수 없죠.”
영이가 임신한 것은 조조의 세력에 있는 명가와 명사들에게 큰 관심거리였다.
어쨌든 나는 조조의 세력에서 떠오르는 신성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아들이면 사윗감으로
딸이면 며느릿감으로
어떻게든 진가와 연을 맺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신날만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아들인지 딸인지 몰라서 정혼장부터 시작해 사제 관계 등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아마 허도로 복귀하면 난리를 칠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고생하게나. 유모는 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니 보내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장모님.”
“감사는 무슨. 그러고보니 사돈께서 자네를 찾더만. 가보게나.”
“예. 영아.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휘를 안고 따뜻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으아.
못참겠다! 영아!
“빨리 가게!”
영이와 내 새끼들을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결국 장모님은 내 등을 한번 세게 때렸고 난 시무룩히 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했다.
“언제 갈 생각이냐?”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이야기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가야지.
가긴 가야되는데.
“내일 당장 가거라.”
“예!? 내일이요?”
“그래. 슬슬 잔치도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니까. 이정도면 유민들도 많이 불러 모았으니 말이다.”
“예에…”
가기 싫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던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너도 이제 아비가 되었으니 행실을 바르게 하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욕심을 자제하고 억누르며 네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어줘야지. 네 처와 아이들이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렇죠.”
“그러니 내일 가거라.”
“하아…”
영이가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영이는 웃으며 물었다.
“내일 가라고 하시던가요?”
“어떻게 알았어?”
“어제 아버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그, 그래?”
“네. 뭐 어쩔 수 없죠.”
예전의 영이가 아니다!
전에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시무룩했던 영이였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되어서 그런지 꽤나 강인해보였다.
전혀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내가 풀이 죽자 그녀는 웃으며 날 끌어안았다.
“그러지 말아요. 성이 아버지. 휘랑 성이를 지켜줘야지요?”
“으응. 알았어.”
“부디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오늘은 같이 자자.”
“그래요.”
아직까지 몸이 낫지 않았으니 엄한 짓은 못하겠지만 그냥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내가 영이의 옆에 눕자 영이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요. 이런 행복을 안겨주어서…”
“내가 더 고맙지.”
**************
얼굴 가득한 산적 수염.
그리고 두터운 양 팔.
산적들이나 쓸 법한 대감도를 옆에 놓은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를 마주하며 심배는 시큰둥하기 그지 없었다.
당장이라도 대감도를 휘두를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는 누런 이를 드러내고 피식 웃었다.
“지금 장난하냐?”
“장난으로 들렸소?”
“그럼? 고작해야 중랑장이라니. 내가 지금 데리고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 줄 아나?”
“오만 정도잖소. 고작 그정도로 무슨.”
“하. 고작? 어이. 심 군사 나으리. 미쳤어?”
“지극히 제정신인데.”
“하하핫…!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그가 대감도를 잡으려는 순간 한자루 검이 그의 목에 닿았다.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목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에 움찔한 장연은 상대를 노려보았다.
“뭘 보나.”
무뚝뚝한 어조였다.
한마디만 잘못한다면 바로 그의 목을 꿰뚫어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이거 안치우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네 목이 날아가겠지.”
“바깥에 있는 내 부하들이 네놈들을 도륙을 낼 것이다!”
“그래서?”
“뭐?”
“통제되지 않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너다. 차라리 여기서 목숨을 버리고 네놈의 목을 날려버린다면 그것이 오히려 원공께 도움이 되겠지. 건방진 도적 따위가 감히.”
“…이봐. 문추!! 진짜 해보자는거야?”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문추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이 까딱였다.
그 손길에 놀란 장연은 움찔하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네깟 놈. 원공께선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필요가 있어서 살려둔 것에 불과한 놈인데 항명한다면…”
“아, 알았다! 알았어!”
문추의 눈에 담겨 있는 진심을 눈치챈 장연은 결국 항복선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문추는 검을 놓지 않았다.
“후장군은 좀 그렇다면… 좌장군은 어떻겠소? 그리고 공을 세운다면 내 원공께 고해 더 직위를 올려드리리다.”
“….”
“낙양, 그리고 장안을 공략해주시오.”
“허도가 아니라?”
“지금은 허도를 칠 여유가 없으니까. 유표에 의한 공격 때문에 허도에 병력이 모여버렸으니…”
일반적으로 공성을 하는데는 수성을 위한 병력의 세배가 필요했다.
전이라면 모를까 유표의 공격 때문에 각지에서 모아 온 의용병들로 허도의 방비가 강해진 만큼 함부로 그곳을 칠 수 없었다.
그리고 도적과 흉족이 주축이 된 장연의 군세다.
그들이 제대로 된 공성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심배는 그에게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 두곳을 공략해주시구려.”
“크흠… 알겠다.”
“그리고… 한가지 이야기하겠는데.”
빙긋 웃은 심배는 천천히 얼굴을 가져가며 말했다.
“당신이 당신의 모든 부하들의 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마시오.”
“그게 무슨… 소리지?”
“글쎄? 한번 잘 생각해보시구려. 문 장군님. 갑시다.”
심배의 말에 문추는 검을 당겨 자신의 검집에 넣었다.
문추와 심배가 나가자 장연은 손을 들어 목을 만져보았다.
살짝 나 있는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내 부하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라…”
말을 타고 복귀하면서 문추는 심배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심 군사. 위험했소. 그 놈은 산적이요. 도의도, 대의도 모르는 잡졸이나 다름없는 놈이란 말이오. 그런 놈에게 협박을 하라니… 자칫 잘못했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거요.”
“죽지 않았잖습니까.”
“그게 그런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장연이 움직이지 않고 저렇게 버티고만 있으면 오히려 우리에게 해가 됩니다. 그가 움직이게 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너무 막무가내였다.
사전에 심배와 모의한대로 장연을 협박하기는 했지만 과연 그것이 잘한 일일까?
문추가 입을 다물자 심배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보다 전투의 준비는 잘 되었겠지요?”
“아. 물론. 다른 이들도 준비를 마쳤소. 우리가 복귀하면 곧장 시작할 수 있을거요.”
문추의 말에 심배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