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96
00496 아주 좋아 =========================
진군이 원하는 수준으로 구품관인법이 시행되면 좋아할 사람은 한명 있다.
바로 황제.
명가들의 힘을 줄임과 동시에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인재들을 끌어모으기에는 제대로 시행되는 구품관인법은 무척이나 좋은 것이다.
벌써부터 스스로 명가가 아닌, 황제의 자리에 설 것을 생각하며 이런 제안을 좋게 보다니.
진짜 욕심이 대단하다.
조비가 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승상이나 왕 수준이 아니라 황제의 자리까지 노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하하하하!!”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하하… 이거 참.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알겠습니다. 진 군수께서는 일단 팽성군으로 복귀해주셨으면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거 오래간만에 뵈었는데 심려만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군요.”
“심려라니요. 저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씀 마시고 일단 제도를 좀 더 유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십시요. 진 군수께선 분명히 가능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진군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문이 열렸다.
“뭐야? 부르지 않… 응? 네가 왠 일이야?”
“영 아가씨가 점심 식사를 가져다 주라고 해서… 방해였나요?”
들어 온 것은 완이였다.
이제는 어린티를 완전히 벗은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은 후 찬합을 보여주었다.
혹시 빈 찬합은 아니겠지?
“오래간만에 솜씨를 부렸답니다.”
“영이는?”
“아가씨는 집에 계시구요.”
내 앞에 찬합을 올려 놓고 보자기를 푼 그녀는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집에서 점심을 위한 음식을 가져다 주곤 했었다.
그때마다 수고스러우니 할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영이나 완이가 여간 억척스러워야 말이지.
사나흘에 한번은 진동부로 점심을 가져다주는 그녀를 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잠깐 앉아봐.”
“예? 음. 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는 자리에 앉아 생글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세상사에 딱히 걱정이 없어보이는 그녀다.
“음… 유표와 좀 안좋은 관계가 되었어.”
“그런가요?”
“응. 그것 때문에 이래저래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흐음… 그렇군요. 그래서요?”
“이제 슬슬 좀 얘기를 해 볼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지. 지금까지는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차는 내가 타야겠다.
나와 완이를 위한 차를 준비한 후 물었다.
“우리 사이에 빙빙 돌리는 대화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 물어볼게. 너 나 좋아하냐?”
“네.”
즉답이네.
하긴.
얘가 내게 온 이유는 날 도우며 관의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도에 머무르게 되며 내 마누라들은 관의 일을 하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레 완이 역시도 진가에 머무르며 그저 집안일만 하고 있었다.
“당분간은 계속 허도, 아니면 업처럼 좀 큰 곳에서 움직일 것 같아. 물론 평생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예전처럼 산양군, 혹은 하비군처럼 내가 다스릴 수 있는 지역에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것이 아닌 이상 정식 관직이 없는 내 아내들에게 업무를 줄 수는 없었다.
물론 청이야 도위직이 있다지만.
“상관없는데… 그래도 조금 아쉽긴 하네요. 서주에 있을 때는 이런 저런 일을 많이해서 보람이 있었는데.”
“집안일이 싫은건가?”
“그런 건 아니랍니다. 다만… 조금 아쉽다는 정도지요.”
“그렇겠지.”
“진동부에 넣어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너도 알다시피 좀.”
“예. 중앙의 사람들이 조금 그렇죠.”
“여자가 함부로 나선다고 뭐라고 그럴 사람들이 많아. 나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은근히 널 공격하는 이들이 있을거야.”
“알고 있어요.”
완이는 생긋 웃은 후 답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으, 으응?”
“아뇨. 아무것도. 괜히 저때문에 장군님께서 고생하시는 것은 보고 싶지 않네요. 자.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가요? 그냥 의미없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것은 아니실테고.”
“형주를 공격하러 가야 해. 그때 좀 따라왔으면 싶네.”
“형주… 요? 유표를 치시려는 건가요?”
“응.”
“흐음…”
“아. 물론 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형주를 치신다는 것은… 그것 때문인가요?”
“그것이라면?”
“저, 저와 장군님의 결혼 때문에.”
“아, 뭐 그런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교공의 문제지. 아무래도 유표, 강남 연맹과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으니 교공이 좀 걱정되서 말이야. 거기에 네 고향이기도 하고.”
당장 사람을 보내서 교공을 데리고 오는 것도 좋겠지만 교가는 오랜 기간 그곳에서 살아오던 명가다.
가문의 묘역도 다 그 근처에 있을텐데 이주를 함부로 시키는 것도 곤란하다.
내 말에 완이는 깊게 생각을 하다가 답했다.
“제 입장에서야 나쁠 것은 없지만…”
“그럼?”
“장군님께서는 괜찮으신 건가요?”
나야 상관없는데.
쉬지 못한다는 것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미룰 수만도 없는 일이고.
“난 괜찮아. 그럼 일단 사람을 보내 교공을 산양군으로 모시는 것이 우선이겠군. 최악의 경우 네 부모님이라도 구해야하니까.”
거리상으로 따진다면 성현과 가장 가까운 곳이 산양군이다.
그곳에서 간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교완은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장군께서도 나름대로 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셨군요.”
“뭐야. 그럼 아니라고 생각했던거였어?”
그녀의 볼을 꼬집어주며 난 웃었다.
“이만큼 날 위해서 일해주고, 날 위해서 고생해줬는데 그 보답도 하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는… 응?”
“하악….”
“…저기. 얘야. 왜 이러니?”
볼을 꼬집어 준 것 때문일까?
난 얼른 손을 떼었다.
살짝 붉어진 볼을 만지작거리며 교완은 뜨거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후후… 좋네요.”
뭐가?
“그, 그러니? 그럼 다행이고. 아무튼 도시락은 잘 먹을게. 출정을 할 때 끼려면 남장을 해야 하는게 좋으니까 영이에게 배워둬.”
청이야 꾸준히 전장에서 살아온데다가 개인의 무력도 강하니 괜찮지만 완이는 아무래도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영이보다야 강하다고 치지만 그래도 나보다 조금 강하거나 비슷한 정도다.
잘못하면 험한 꼴 당할 수 있기에 난 그녀에게 남장에 대해서 배워두라 말했다.
영이의 분장술을 배워둔다면 크게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후후후… 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보렴.”
“예. 식사 맛있게 하십시요.”
아직까지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 있는 완이가 밖으로 나가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일단 교공에게 서찰부터 보내야겠구만.”
완이가 돌아가고 적당히 일을 마친 뒤 퇴근하려고 할 때였다.
“장군.”
“뭐야?”
꼭 퇴근하려고 하면 일 생기더라.
요화의 부름에 난 인상을 구겼다.
쓸데없는 일이면 혼내야지.
라고 생각하던 나는 벌컥 문이 열리자 화들짝 놀랬다.
“으하하하!! 내가 왔다!”
“저도 왔어요!”
“뭐야!? 너네가 왜 와!?”
감녕과 여영기였다.
이제 막 온 것인지 복장은 갑옷차림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쭉 달려 온 모양인지 꼬질꼬질한 그들이 나를 안으려 하자 난 손사레를 쳤다.
“아오! 이것들은 왜 갑자기 와서!”
“으헤헤~ 오래간만이우~”
“보고 싶었습니다~”
“저리 안가!?”
냄새난다.
내가 성질을 내자 낄낄 웃은 감녕은 허리춤에서 꿩 한마리를 들어 보여주었다.
“빈손으로 오긴 뭐해서 선물. 오다가 잡았수. 이 꿩 꽁지 좀 보소. 아름답지 않수?”
“좋은 꿩이긴 한데 갑자기 왜 온 거냐? 연락도 없이.”
“왜긴. 남피를 점령했으니까 굳이 우리가 있을 필요는 없다고 서 도련님이 가라던데?”
“원상을 잡았습니다. 나머지는 그 잔당의 처리 뿐이라서… 조 도위와 견 도위, 여 도위 등 다른 이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더군요.”
감녕과 여영기가 허도로 복귀했다.
원소의 잔당을 끝장내기 위해서 남겨 둔 그들이다.
그들이 내게 복귀했다는 것은 더 이상 북쪽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 없다는 것.
“으음… 그래?”
“그렇수. 이야~ 세상에. 진동부 교위인데 진동부는 처음 와보네. 여기가 도련님 집무실이우?”
“으으… 난 씻고 싶은데. 장군님. 여긴 목욕탕 없습니까?”
“목욕탕은 무슨. 아무튼 잘 왔다. 바로 진가로 가자.”
“그럽시다!”
“그래요! 저도 영 언니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우리 새끼들~ 얼른 보고 싶구나~”
왜 내 새끼가 니 새끼냐?
거의 가족과 같은 수준이 되었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만.
내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좋아하던 여영기가 나가자 난 감녕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올거면 연락이나 하고 올 것이지. 그래서. 어떻게 됐냐?”
“뭐가?”
“했냐?”
“후후후… 음하하하하! 당연하지. 내년에 결혼할거요. 북방에 계신 아버님께 서찰은 보내놨으니까.”
“그래? 그런 너에게 한마디 조언을 하자면 너무 빠른 임신공격은 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하마터면 나도 조조에게 크게 당할 뻔 했다.
나야 바로 허락을 받고 바로 결혼을 할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여포가 언제 북방에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덜컥 여영기가 임신이라도 해버리면…
생각만해도 끔찍하군.
“걱정마쇼. 하하. 영기가 아주. 되게 부끄러워하던게 엄청 사랑스럽더라고.”
“그러냐.”
“아무튼 갑시다. 어휴 배고파. 오늘 안에 들어오려고 엄청 달렸더니 피곤해 죽겠나. 아. 분홍이는 진동부에서 맡겨도 되겠수?”
“여기도 마굿간 있으니까.”
자랑스럽게 말하던 감녕이 밖으로 나갔을 때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장합과 서황은 감녕을 보며 웃었다.
“이게 누구야! 흥패 아니야!?”
“무사했구만!!”
“오오오~ 형제들! 오래간만이야!”
감녕이 팔을 벌리고 다가가자 서황과 장합은 웃으며 그를 반겼다.
산양군에 있을 때부터 시작하면 꽤나 오래된 전우다.
“흠…”
감녕과 여영기라.
이거 남쪽으로 가는 일도 어렵지 않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