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04
00504 선생께서 보내셨습니다. =========================
당황한 견희는 완이와 함께 여인네들에게 향했다.
여영기까지 껴서 여인들끼리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그들이 앞서 걷는 것을 보던 나는 안내하던 병사가 자리를 권하자 그곳을 보았다.
적당히 그늘도 있고 바로 앞에 흐르는 강도 있다.
진짜 좋은 자리네.
“도축을 할 수 있는 곳은 저쪽에 있습니다. 그럼 장군님. 편히 쉬십시요.”
“어휴. 좋은 자리 안내해줬는데 그냥 보내기는 좀 그렇지. 자자. 이걸로 일 끝나면 동료들과 술이나 한잔 사먹으라고.”
그의 손에 은전 몇개를 찔러주었다.
그것을 받은 그는 당황하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난 억지로 그것을 그의 소매에 넣어주었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이. 나도 무관인데. 병사들 생태는 잘 알아. 이렇게라도 좀 챙겨야지. 이따가 내 부하들이 올텐데 걔들 안내나 좀 잘 해줘.”
“어휴.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병사들 잘 알아주시기로 소문난 진동장군님이시군요. 하하하.”
입은 싫다고 하면서도 몸은 솔직하구나!
얼굴 가득 짓고 있는 웃음에 난 마주 웃어주었다.
병사들이 받는 월봉이래봐야 얼마나 되겠냐.
이런 식으로라도 좀 받아가야지 다른 사람들 삥 안뜯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렇게 챙겨주면 좀 더 우리가 노는데 편의를 봐주겠지.
그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과 관리를 위한 사람들이 주변으로 찾아왔다.
행여나 낙엽이나 쓰레기가 있지 않을까 둘러 본 그들이 나에게 웃어보인 후 떠나가자 요화는 쓰게 웃었다.
“확실히 뇌물만큼 좋은게 없군요.”
“뇌물이라니. 성의표시라고 해라. 이렇게 해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들이 편하게 쉴 수 있으면 더 좋은거지.”
“하하하… 그렇겠지요. 그럼 도련님. 저는…”
“그래. 부탁할게.”
유정이 도축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옆에서 도와 줄 사람은 필요했다.
요화도 산양군에서 꽤나 고기를 잡았던 몸.
그가 유정을 돕기 위해 도축장 근처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야! 너희들은 벌써 자리 까냐?”
“으흐흐! 고기도 굽고!”
“생선도 굽고!”
“다 구워먹어버리겠다!”
신났네.
낚시대를 챙겨 온 흑귀대원둘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냇가 근처로 향했다.
잽싸게 낚시바늘을 던지고 강태공 흉내를 내면서 벌써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흑귀대원들을 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한 휴식은 좋지.
“여보~”
“어서 오세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빨리요~”
꽃같은 미녀 넷이 부르는데 어째서 오한이 드는걸까?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판자 위에 깔린 돗자리.
그 위에 놓여지기 시작한 찬합들까지.
짧은 시간에 많이도 준비했네.
“이따가 고기를 구우면 먹어야 하니까 조금만 드세요.”
“뭐 이리 많이 가져왔어?”
“사람들도 많잖아요. 장삼. 장삼 것도 있으니까 하인들이랑 같이 먹어.”
“오오오~! 역시 아가씨가 최고구만!”
수레에서 술동이를 가지고 온 장삼과 흑귀대원들은 영이가 가리킨 찬합을 보며 신나했다.
그들이 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는 것을 보던 청이는 근처에서 머뭇거리는 아이들을 보았다.
“저… 언니.”
“응? 쟤들에게도 주고 싶어? 괜찮으니까 가져다 줘.”
작은 아이의 오빠로 보이는 꼬질꼬질한 소년에게 웃어보인 청이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찬합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어차피 우리야 고기를 먹으면 되니까.
영이가 만든 나물과 육전이 담긴 찬합을 받은 소년이 환하게 웃자 청이는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천천히 먹으렴.”
“네! 감사합니다! 아가씨!! 복 받으실 거에요! 천지신명께서 아가씨를 축복하시길!!”
청이에게 음식을 받은 소년은 소녀와 함께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빙긋 웃은 청이는 내 곁으로 와서 말했다.
“허도라고 하더라도 아직 굶주리는 이들이 많은가보네요.”
“승상께서 제대로 정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구할 수 있고 누군가는 구할 수 없지.”
“그에 대한 문제를 좀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서주와 산양군에서는 어떻게든 했었잖아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두가지야. 첫번째. 나라의 재산을 따로 빼돌리는 자가 없다는 것. 두번째. 생산량이 극대화되어야 한다는 것. 그 두가지가 실행되지 않으면 저런 애들을 모두 구할 수는 없어.”
육전을 씹으며 차분히 말했다.
산양군과 서주에서 부랑자들이나 고아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지방의 경우 어느정도는 자치권이 주어진다.
정책을 시행할 때 군수나 주목의 권한으로 그것을 결정할 수 있었고 할당된 세금만 내면 나머지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결국 그곳의 관리자의 문제였다.
아버지나 나는 백성의 소중함을 안다.
거렁뱅이나 저런 고아들은 훌륭한 노동력이 될 수 있고, 또 군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을 보는 즉시 교화시설로 보내거나 아니면 관의 노동력으로 삼아 제대로 먹인 후 일자리를 주었다.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누구도 굶고 싶어하지 않고 누구도 찬데서 자고 싶어하지 않는다.
등 따숩고 배부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그것을 들어줌으로써 생산량을 늘리고 군역을 치루는 이들을 확장시킨다.
기본적인 이해와 논리를 가지고 백성을 대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도는 그게 힘들지. 예산이 모이더라도 그것을 집행하는데는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니까.”
“으음…”
“결국 개개인의 욕심일 뿐이야. 서주와 산양군이 좀 특별한 거니까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앙이 오라버니가.”
“응?”
“앙이 오라버니가 아버님의 후계자가 된다면 좀 나아질까요?”
율이를 안아 든 채 청이는 씁쓸히 말했다.
그녀의 질문에 난 웃었다.
순진한 질문이다.
영이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청이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불가능할걸”
“그, 그래요?”
“응. 정책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묶여 있는거야. 한 사람의 지배자가 바뀐다고 해서 그것이 한번에 바뀌느냐! 그건 또 아니지.”
“골치아프네요.”
“정치라는게, 정책이라는게 다 그래. 개인의 욕심과 이상의 절충안을 찾아내는 거야.”
나도 아직까지 정치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은 자신의 욕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나만해도 그렇다.
내가 이렇게 다른 욕심 없이 움직이면서 공적을 열심히 쌓아가고, 또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 역시 차후 태사의 자리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들 모두 개개인의 욕심이 있었다.
어떤 이는 부.
어떤 이는 명예.
또 어떤 이는 당장의 권력.
많은 욕심이 모이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고 그곳에서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무척이나 복잡하다.
하지만 한가지 모두에게 동일한 것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타인의 욕심을 잘라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정치판에 끼어든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은 한정되어 있지.”
“강력한 군주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완이의 질문에 난 웃으며 말했다.
“가능은 하지. 가능은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새로운 동탁이 만들어지겠지요.”
영이의 대답에 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의 욕심을 무시하고,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며 자신의 욕망대로 움직이면 결국 동탁이 된다.
자신의 힘과 권력, 그리고 욕망을 위해서 움직인 동탁과 백성들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 남을 탄압하는 정치가.
결국 같은 것이다.
“복잡하네요.”
“복잡하지. 쉬운 길이 아니야.”
“후후후. 항상 고생이 많아요.”
“아니 뭐. 난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자. 이리 와요. 머리 쓰다듬어 줄게.”
영이는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이거 기분이 묘하네.
“항상 노력하는 당신을 위한 선물이니까요. 자. 아~”
“앙~”
영이가 넘겨 준 육전을 입에 머금었다.
다음은 청이.
그 다음은 견희.
완이까지 나에게 뭔가를 먹여주고 있다.
“에이! 이거 남자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쓰겠나!”
실실 웃으며 다가 온 여영기는 양 손에 고기를 들고 있었다.
벌써 도축한 걸까?
“저희 왔습니다. 하하.”
여영기의 옆에 있는 것은 우금이었다.
고기를 사가지고 왔나보군.
그들이 가지고 온 고기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꽤 좋은 고기인가보네?”
“예. 아주 신선한 놈으로 구해왔습죠. 지금 흑귀대원들이 소를 잡고 있습니다. 금방 잘라서 가져올테니까 먼저 이것부터 굽도록 하겠습니다.”
진가에서 챙긴 넓은 철판을 올렸다.
우리 말고도 이 근처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이들은 많았나보다.
우금과 함께 온 조화원의 관리병들은 허겁지겁 움직이며 우리가 고기를 구울 수 있도록 숯을 깔아주었다.
불까지 피워서 준비를 해주는 그들을 보며 우금은 나에게 물었다.
“쟤들 왜 저럽니까? 저건 쟤들이 할 일이 아닌데?”
“주머니를 좀 채워줬지.”
“아하. 가장 쉬운 방법을… 하하하. 어쩐지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정성을 다하는 것 같군요.”
“그렇지?”
돈 몇푼 찔러 준 것만으로도 이정도로 대접받을 수 있으면 찔러 줄 만 하다.
난 뇌물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종의 성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쓸데없이 뇌물 주는 것은 싫어하지만.
“맛있게 드십시요!”
“좀 있다가 저쪽 도축 끝나면 고기 좀 챙겨줄테니까 가져가서 먹게나.”
“어휴! 아닙니다! 챙겨주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받아 둬. 고기가 모자르면 모르겠지만… 뭣하면 뼈도 좀 챙겨주지. 가죽은 거기 도축장에 넘겨주라고 했으니까 말야.”
“이거 참… 역시 진동장군님이십니다. 다른 분들이랑은 다르게 병사들을 이렇게 챙겨주시고.”
“뭘. 있는 사람이 베푸는 건 당연한거지. 너희들도 저기… 조화원에 들어오는 거지들을 괄시하지 말고 좀 베풀어줘. 혹시 아냐? 걔들 중에 능력 있는 놈이 있어서 너희들의 상관이 될지?”
“알겠습니다. 장군님의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그들이 돌아가자 우금은 피식 웃었다.
“뭐랄까. 사람들 환심을 사는 것은 도련님을 따라 올 사람이 없는 듯 합니다. 예전에 사마가에서도 그랬었지요?”
“응.”
“사마가에서? 아아. 소를 사서 병사들에게 줬었죠?”
“무슨 이야기입니까?”
영이는 알겠지.
청이와 견희, 그리고 완이가 궁금해하자 영이는 어딘지 모르게 뿌듯해하며 그녀들에게 그때의 일을 말해주었다.
사마가의 병사들에게 소를 잡아와 선물해주고, 그것으로 병사들의 충성을 간단하게 샀다는 것.
그것을 들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작 소 한마리로요?”
“결국 상대적인거야. 우리에게 있어서는 고작 소 한마리에 불과하지만 병사들에게 있어서는 아니거든. 그들이 돌아갈 때 가족들에게 고기 한덩이를 가져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가족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기억해둬. 나에게 있어서 작은 것이 타인에게 있어서 큰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특히 청이 너는 더 기억해둬. 병사들을 지휘하려면 병사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거야.”
“음… 알겠습니다.”
영이야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청이나 완이는 모를거다.
그녀들은 내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님께서는…”
“음? 왜?”
“높은 곳에 있으나 오히려 낮은 곳을 바라보시는 분 같군요.”
“왜. 문제라도?”
“아뇨. 훌륭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것을 아는 자는 많으나 시행하는 자는 적은데. 대단하십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칭찬을 하니 좀 부끄럽네.
난 볼을 긁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야야! 빨리 고기 구워!”
“후후.”
“어?”
방금 뭐지?
난 휙 고개를 돌렸으나 견희는 다시 새침하게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와! 네가 웃는 건 처음보는데?”
“예쁘네요.”
“으음… 지, 질투가.”
또 나만 못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