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08
00508 오늘은 부디 무사히 =========================
마당에 쪼그려 앉은 채 이사 준비를 하는 꼬맹이들을 보았다.
잘도 움직이네.
남자 아이나, 여자아이나.
둘 모두 짐을 들어 바깥에 준비된 수레에 실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눈 밑이 거뭇거뭇한게.”
“의무방어전이라는게 원래 이런거지. 너도 결혼하면 알게 될거야.”
힘들었다.
망할 영감탱이가 수호신인지 뭔지 하는 큼지막한 잉어를 잡아 그냥 줘버리고 이당지가 남자에게 진짜 좋은 약을 줘서.
어젯밤은 진짜 환상적인 밤이었다.
영이를 만족시켜주고 청이까지 만족시켜줬으니까.
도대체 약 성분이 뭐였을까?
“으음…”
오늘 아침에 날 본 이당지가 웃으며 처방해 준 원기 회복약을 들이마신 후 짐을 옮기는 소년에게 말했다.
“낙통. 정말 회계로 갈거냐?”
“예.”
소년.
이름은 낙통이란다.
낙통이라면 내가 알기로 오의 문관으로 이로운 의견을 많이 냈지만 연의에서는 그저 제갈량에게 털리는 문관 1로 등장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여기에 있었을 줄이야.
“네 어머니께서 화 시랑과 재가를 올렸다고… 그래서 떠난다는 건 좀 말이 안되지 않냐?”
얼마 전에 화흠이 새로 첩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꽤나 절색인데다가 현숙하기까지 하고, 또 미망인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아줌마가 그렇게 좋은 건가.
난 좀 이해가 안됐지만 취향은 존중하라고 있는 것이니 뭐.
“어머님께서 새로운 삶을 사시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첩으로 들어가신 것인데 저희들이 남아 있으면 오히려 어머님께 폐가 됩니다.”
“흐음…”
이걸 효자라고 볼 수 있을까?
묵묵히 짐을 옮기는 그를 보며 난 쓰게 웃었다.
“회계로 갈 거라고 했지?”
“예. 제가 아는 분이 거기 계셔서…”
“꼭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산양군에 머무르는 건 어때?”
“하지만 저는…”
“너의 아버지이신 낙 군수님은 나도 존경하던 분이야. 비록 상황이 여의치 않아 돕지 못했다만… 그래도 원술을 비롯한 원술의 부하들을 내 아버지께서 처형하셨어. 그렇게 따지면 네 원수를 갚아 준 분이 우리 아버지라는 거지.”
낙통에게 듣기론 원술이 광증에 걸린 이후 세가 약해졌고 그 약해진 세를 보충하기 위해서 진군의 군수인 낙준에게 병량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낙적은 그것을 거절했고 결국 원술의 부하인 유훈이 보낸 암살자에 의해서 낙적이 죽었다고 한다.
유훈은 결국 아버지의 손에 의해서 처형당했으니 결국 그 원수를 갚은 것은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거다.
“네 손으로 원수를 갚지 못한 것은 아쉽게 됐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렇게 된거라고.”
“…..”
“그리고 너에게 있어서도 손해는 아닐텐데. 회계로 돌아간다면 네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지금 강남은 좀… 뭐랄까. 굉장히 복잡스러운데다가 더 복잡스러워질거야.”
“장군님께서 형주 정벌을 가시는 것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래. 아마 전란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그것을 생각한다면… 내 아버지라서 하는 말이 아니지만 우리 아버지는 아주 대단하신 분이라고. 네가 회계로 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어때?”
내가 형주로 가게 되면 본격적으로 전쟁이 벌어질거다.
어쩌면 유표가 우리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노리고 강남 연맹에서 형주로 치고 들어갈지도 모르지.
그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강남에 간다면 군역으로 징집당하든, 아니면 탈영병들로 이루어진 도적들에 의해서 험한 꼴을 당하든 할거다.
“….”
“애초에 이게 고민거리가 되는지 조차 의문인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고급인력이라면 나도 놓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잡일따위 시키지는 않는다. 아버지라면 널 반드시 중임할거야.”
“으음…”
“그리고 잘하면 관직에도 오를 수 있어. 현명하게 생각해라. 기회는 항상 오는게 아니니까.”
고민을 하는 그의 모습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너 뭔가 굉장히 위험한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금 연주쪽은 치안이 굉장히 좋아서 도시 내에서 엄한 짓을 못하는 거지만 호위도 없이 어린애, 그것도 저런 여아를 데리고 다니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냐?”
“….”
“동생을 생각해라.”
“저는…”
“고민의 이유가 없다니까? 회계로 가봤자 네가 아는 분? 네가 아는 분이 얼마나 잘난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나나 내 아버지만큼 너를 키워 줄 수 있을 것 같아? 아니야. 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내 아버지가 누군데. 그리고 산양군이 어떤 곳인데. 여기서 줄만 잘 타면 탄탄대로라니까? 너도 남자고, 또 글을 읽고 쓸 줄 알 정도라면 어느정도 관직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내 제안은 여기까지. 대답은?”
“….”
잠시 고민하던 낙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음하하하핫!
신난다!
아무리 잘났다고 해봤자 아직은 어린애!
그렇다면 내 설득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지.
훌륭한 노동력을 손에 넣었다.
앞으로 개처럼 일해다오.
속마음을 숨긴 채 난 뿌듯하게 웃었다.
“좋아. 현명하군. 그럼 너는 이제부터 산양군에서 일할 노동력…”
“….”
“아니 예비 관리이니까 쓸데없이 힘쓸 생각하지말고 저기 이당지와 함께 가서 쉬고 있어.”
“저… 바, 방금 노동력? 뭐라고 하시려고 한겁니까?”
“쓸데없는 말꼬투리 잡지 마라. 이제는 내가 너의 상급자이며 주군이기도 할텐데.”
“죄, 죄송합니다!”
당황한 낙통은 허둥거리며 동생과 함께 이당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난 안도했다.
하마터면 본심을 밝힐 뻔했네.
어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귀한 노동력이다.
저런 노동력을 엄한데 쓸 수는 없지.
체격이라도 좀 좋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닌데 짐 옮기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사람 없는 산양군에 치명타가 된다.
좋은 노동자를 얻었으면 아껴줘야 하는 법이지.
“아이고 신나라. 좋은 노예를 얻었다.”
이유하의 기억 속에 있는 삼국지 내에서 낙통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현명한 의견만을 제시할 정도로 바른 사람이라고 했다.
현명하고, 또 상황에 맞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그가 높은 관직에 있다면 말이다.
“도련님. 또 한명 잡았습니까?”
“응. 이거 어째 나는 거지들이나 협객들과 인연이 좀 맞나봐. 안 그래? 첫째 거지.”
“거지라니요. 하하.”
“에이~ 원래 거지였는데. 벌써 잊어먹은 건 아니지?”
내가 웃으며 바라보자 요화는 머쓱하니 볼을 긁적거리다가 웃어버렸다.
“부정할 수 없는게 매우 슬픕니다. 하하… 하긴. 그때 도련님이 아니었으면 저도 그냥 낙통처럼 거지꼴로 살다가 죽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그저 도적이 되어… 도련님께 토벌당했을 수도 있고.”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는 법이지. 어쨌든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솔직히 그때 그냥 죽여버릴까도 생각했거든.”
민이, 아니 이제는 전예지.
전예형을 구하고 나서 그 기술을 보고 감탄해 내 부하가 되고 싶다며 찾아왔던 요화다.
과거를 떠올리며 우리는 서로를 향해 씩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때 받아주셔서.”
“뭐. 굳이 그렇게까지 감사할 필요는 없고. 내일 바로 갈건가?”
“예. 그럴 생각입니다.”
“부탁한다.”
요화의 어깨를 잡았다.
내 첫번째 부하이면서도 어찌보면 내 형제와 같은 사람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날 가장 오랫동안 알았던 녀석인 만큼 분명 잘해줄거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도련님의 가족을 지켜내겠습니다.”
“너도 내 가족이니까 네 목숨도 잘 지켜.”
“예!”
밤이 되었다.
내일이면 진가의 가솔들은 산양군으로 떠난다.
“혼자 괜찮겠어요?”
오늘밤은 같이 자고 싶다는 영이와 청이의 말에 난 두려웠지만 참았다.
어제 열심히 했으니까 됐겠지.
영이를 만족시켜주고 기다리던 청이까지 만족시켜줬으니.
“응.”
내 양 옆에 누워 있는 미녀들.
한쪽은 늘씬하고 아름다운 미소녀.
한쪽은 크고 농염하면서도 야생마같은 건강미인.
누가보면 복이라지만 지금 상황에서 나는 좀 무서울 뿐이다.
“저기 청아? 그만 만지지 않을래?”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제 많이 했잖니.
오늘은 좀 쉬자.
아무리 내가 젊고 정력이 강하다지만 이틀 연속은 좀.
청이가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지그시 바라보던 영이의 손길이 내 하물로 들어왔다.
“경쟁하지 말아주지 않을래? 부탁입니다.”
“흥.”
“입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몸은 솔직하네요.”
“…생리적인 현상을 가지고 나무라지 말아주렴.”
나도 남자다.
두 미녀가 만지는데 안서면 그게 남자냐?
고자지.
혈기 왕성한 이십대 남성으로서 당연히 흥분되지만 참았다.
참아야 하느니라.
“왜 참아요?”
“내일은 좀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많거든.”
“여자는 아닐테고… 누굴 상대하시려구요?”
“음… 순욱과 순유, 그리고 승상.”
“뭐 하시게요?”
“아버님과는 왜…?”
“선전포고문 만들어야 해.”
선전포고는 중요한 것이다.
황제라는 거대한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명분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우리 역시도 움직일때 상대의 틈을 잡아야 한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잘못된 선전포고문을 만들시 조조가 동탁이나 이각과 비슷한 놈이 되어버린다.
그리 되면 적들은 황제를 등에 업고 미쳐 날뛴다는 소리를 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명분에 입각할 뿐만 아니라 유표를 병신 취급하는 선전포고문을 만들어야 한다.
“두 노인 덕분에 유표의 흠을 잡았으니까. 그가 보낸 비방문을 토대로 만들어야 하거든. 아주 정성스럽고, 예의바르면서도 상대방이 완전 열받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려면 좀 힘들거야.”
“으음… 그런 거라면야.”
“아쉽네요.”
“다음에. 응? 다음에 많이 해줄테니까 오늘은 제발 자자꾸나. 이쁜 것들아.”
영이와 청이의 입술에 입맞춰 주었다.
혀가 들어올 때는 솔직히 흔들렸다.
아오.
돌아버리겠네.
“완이는 남는 건가요?”
“응.”
“아쉽네요. 저도 남고 싶은데.”
“저도…”
“마음은 알겠지만 너희가 있으면 내가 불편해. 알잖아. 사실 완이도 별로 데려가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자기 고향을 찾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문제들도 생각하면 완이는 데려가는게 나아.”
영이와 청이가 옆에 있으면?
나야 좋지.
성적인 처리를 떠나서 영이는 훌륭한 책사이고 청이 역시 훌륭한 지휘관이다.
그들이 참전하는 것만으로도 쓸 수 있는 전략은 늘어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아무리 공정하려고 하더라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영이나 청이가 위험한 일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망설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지휘관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는 것 쯤은 안다.
그녀들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좀 봐줘.”
“음… 알았어요.”
“용서해드리겠습니다.”
둘은 빙긋 웃은 후 내 볼을 핥았다.
용서해준다면서…
이렇게 유혹하지 마라. 제발 좀.
“으음…”
“후후후.”
“귀여우셔라.”
“…자자.”
“네~”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