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68
00568 쉽게 허락할 수는 없다 =========================
산양군에서 허도까지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꾸준히 왔다갔다 한 상단도 있고, 거기에 서주에서 보내는 화신주와 식량, 그 외의 비단 등을 보내는 병력이 산양군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수송대를 이끄는 대장인 조홍은 싱글벙글 웃으며 율이를 안았다.
“어이구~ 우리 손주~”
“고생 많으셨습니다. 보급은 이쪽에서 끝내놓겠습니다.”
오자마자 율이를 끌어 안은 조홍은 재롱을 피웠다.
뭔가 바뀐 것 같은데.
“형님!”
“오. 너도 왔니?”
“예. 오래간만에 집에 가보고 싶어서요.”
“서주에서 공부하고 있다면서?”
“예!”
조충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
이제 여섯살이 된 조충은 불과 일년여만에 더욱 총명해져 있었다.
역시 자질이 있기는 한걸까?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헤실거리며 웃은 조충은 조홍의 품에 안겨 있던 율이에게 손을 뻗었다.
“숙부님! 저도 안아보고 싶습니다!”
“그래. 그래. 조심해야 한다.”
“네!”
조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군.
조충이 율이를 안아드는 것을 보던 조홍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표를 잡는데 성공했다면서? 고생이 많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쯧. 그런데 왜 아직까지 진동장군인지. 내가 승상께 직접 고해볼까?”
“하하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나저나 서주목께서는…?”
“잘 지내시지. 다만 문제는 좀 있어.”
문제?
무슨 일이 있나?
조홍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허유가 자꾸 서주 일대에 관심을 두더군.”
“허유가…”
전부터 서주목이 되기를 원하던 허유였다.
하지만 원소 토벌에 대한 논공행상에서 그저 관직 하나만 받을 수 밖에 없었던 허유다.
그런만큼 서주쪽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벌써 이렇게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관심이라면 어떤 식으로?”
“음… 뭐라고 해야하나. 자네가 형주쪽으로 출정한 사이 이루어진 조회에서 서주에 대한 일을 가지고 시시콜콜 따지더군. 세수가 줄었니 묘재 형님은 무인이자 관리자가 아니라서 더욱 발전시킬 수 없니…”
“어이가 없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기는 뭐 얼마나 잘한다고.
서주는 원래 비옥한 땅이었고 거기에 내가 기반을 전부 마련해 놓은 곳이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발전할 곳인데 거기서 뭘 더하겠다는 거야?
내 말에 조홍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야. 묘재 형님도 좀 답답해하더군. 워낙 전장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라 그런지. 차라리 원양 형님이라면 더 잘할 것 같지만 말야.”
“그렇습니까…”
“그래서 이번 유표 토벌에 대한 논공행상 때 아마 자리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할지도 몰라.”
“그렇습니까…”
그럼 서주목으로 누가 가는거지?
누가 됐든 좀 일 잘하는 사람이 갔으면 좋겠는데.
서주목이 될 만한 사람을 이리저리 생각을 해봤지만 마땅한 재목이 없었다.
“왜 이런 말이 있잖은가.”
“무슨 말이요?”
“떡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
아니 그건 아니지.
내가 서주목이 되면 오히려 손해다.
난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자리는 제가 고사하겠습니다. 해야 할 일도 있고.”
“해야 할 일? 뭐 있나?”
“북쪽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유주에 대한 정벌은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까요.”
“아아… 그렇군. 그거 참 아쉽네. 그럼 서주목으로 누굴 추천해야 하는게 좋으려나…”
심각한 표정으로 조홍이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급을 하는 일은 자주 있었는지 병사들은 벌써 보급을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쩝. 뭐, 그 부분은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니지. 자네도 추천할 사람이 있으면 승상부에 좀 말해두게. 허유. 그 자가 서주목이 되는 것은 막고 싶어. 괘씸해서라도 말야.”
허유 말고도 서주목의 재목은 많았다.
당장 양 사형도 있고, 아니면 진군도 있고.
오랜 시간 서주에서 일해 온 진등과 진규도 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서주목이 될 만한 사람은 있으니 거기는 더 이상 신경쓰지 말자.
“충아. 율이를 다오.”
“우…”
율이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는 조충은 아쉬워하며 율이를 나에게 주었다.
내 품에 들어오자 방긋방긋 웃는 율이를 보며 조홍은 피식 웃었다.
“자네와 청이, 그리고 율이까지 오니 승상께서도 무척이나 좋아하시겠구만.”
“더 좋아하실텐데요. 이제 곧 채 사저의 산달이니까요.”
“아아. 그렇지. 이거 참… 남자 아이였으면 좋겠는데 말야.”
나야 아들이든 딸이든 구분말고 잘 낳고 잘 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시대에서는 무조건 남자아이가 우선이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그렇기에 다들 사내아이를 낳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거 여아가 나오면 다들 실망하겠군요.”
“응?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사내가…”
“하하하.”
그런게 아니기는.
만약 사저가 출산하는 아이가 여아이고, 그것 때문에 갈구기만 해봐라.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다.
허도까지 가는 길에 문제는 없었다.
인원도 많은데다가 일행에 나와 조홍이 있기 때문에 뇌물을 원하는 이도 없었고.
순조롭게 허도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쩝. 오늘은 조금 늦게까지 이동해서 허도에서 쉬려고 했건만.”
투덜거리는 조홍을 향해 난 쓰게 웃었다.
며칠 전 비가 많이 와서 하천에 놓여져 있던 나무 다리가 무너
져 내렸다고 한다.
이곳 현령의 말로는 오늘이나 내일 정도면 새롭게 다리를 지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군데군데 있는 작은 하천들을 건널 만한 다리를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 듯 싶었다.
돌을 깍아서 다리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황하를 건널만한 다리는 힘들더라도 이정도 하천의 다리를 만들어 두는 것만으로도 수송이 무척이나 편해질텐데.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적어도 십년에서 이십년은 버틸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석회가 있어야 시멘트를 이용해서 다리를 만들든 뭘 하든 할텐데.
석회 광산만 찾아내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니.
그저 아쉬운 일이다.
좋은 지식이 있어도 재료가 없고, 또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지식이 없으니 결국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수송을 위해 오가며 본 나무 다리들만 해도 수십은 넘었다.
그것을 전부 시멘트를 이용한 다리로 만드는 것만 해도 꽤 이득을 볼 수 있을텐데…
내가 시멘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홍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이거 괜히 미안하네. 혹시 늦지는 않겠지?”
“하루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계산보다 좀 일찍 도착했어요. 음… 그래도 도적이 나타나지 않은 게 어딥니까. 전투가 있을 것을 예상했는데 그게 없어서 오히려 빨라졌습니다.”
“이정도로 병력을 이끌고 다니는데 도적이 나타날리 없지.”
“방심은 금물입니다.”
아무리 연주 일대를 정비하고, 그 과정에서 도적들을 소탕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도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탕 제대로만 하면 일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덤벼들만하겠지.
하지만 인원도 인원이거니와 관도를 정비하고 각 군에 나와 조홍이 있다는 것을 알린 덕분인지 이번 수송길은 무척이나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상인들도 데리고 다닙니까?”
“음? 응. 상인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도 합류하곤 하지. 물론 비용을 받기는 하지만 말야.”
수송대라고 하지만 서주의 정예병이 포함된 병력들이다.
그런 그들을 움직이는 것이니 당연히 비용은 많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양 군수가 그러더군. 잘하는 일은 공짜로 해주지 말라고. 아무리 우리가 필요에 따라 수송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병력을 빼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힘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편의를 제공할 이유는 없지.”
“그렇죠.”
역시 양 사형 답구만.
조홍은 육포를 씹으며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집어 던졌다.
“당지야!”
“부르셨습니까.”
“너도 그만하고 와서 쉬거라.”
“예.”
약초를 확인하던 이당지가 자리에 앉았다.
이당지를 왜 데려가는지 궁금했지만 화타에게 제대로 배우며 의술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아는 것도 많았는데 화타에게 제대로 배우니 더욱 능력있어지는 것은 당연한 법.
거기에 내 소개도 있었기 때문에 관에서 지원도 해줘서 서주의 관의가 된 그였다.
“뭘 그리 캐고 있었던 거냐?”
“아. 임산부에게 좋은 약초들이 많더군요.”
“그래?”
해가 지고 있는 중이지만 사람이 많아서 안심하고 약초를 캐온 이당지는 옆구리에 끼워 넣은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불빛에 비추어 약초를 확인했다.
“그건 육초본기잖아?”
“예. 장군님께서도 가지고 계시지요?”
“응. 한권 더 만드셨나보군.”
“총 네권을 더 만드셨습니다. 화타 어르신도 아직까지 육초본기를 완성하지 못하셨다고… 저에게 완성을 명하셨습니다.”
“그래?”
앵속, 그리고 천연두의 연구에 몰두하느라 약초나 약재들에 대한 연구는 조금 미뤄두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당지에게 육초본기의 완성을 맡긴 건가.
“잘 배워둬. 분명 도움이 될테니까.”
“예.”
화타도 나이가 꽤 된다.
나름대로 몸관리를 하고 있는 화타라고 하지만 세월은 이기지 못한다.
그도 사람인 이상 결국 언젠가는 죽을 터.
그의 의술을 이어받는 이로 이당지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요새 뭐 힘든 것은 없고?”
“힘든 것은 없는데… 누이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걱정입니다.”
“그래… 뭐 잘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네!”
해맑게 웃은 이당지는 다시 육초본기에 시선을 두었다.
이번에 채집한 약초를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홍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꽤나 재주가 좋아. 서주에서 많은 병자들을 돌보고 그들을 치료했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채 사저를 위해서 이당지를 보낸건가?
아직 어리지만 화타가 인정했다면 믿을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지 이당지는 뻘쭘해하며 웃었다.
“아직 스승님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무섭게 치고 올라간다면서? 번아나 오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들었는데?”
“그 정도는 아닙니다. 침술에 있어서는 번 사형을 따르지 못하고 약학에 있어서는 오 사형의 방대한 지식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뭐야. 그럼?”
“그, 그래도 약을 달이거나 고약을 만드는 것은 제가 더 잘합니다.”
“그럼 다행이네.”
내가 실망한 듯 하자 이당지는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그런 그를 향해 조홍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번아나 오보는 화 선생의 밑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이다. 당연히 이길 수 없겠지. 허나 그들로 인해 좌절감을 겪었으니 너는 사나이로서 더욱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