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98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조조는 고민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가차없이 내다 버렸겠지.
하지만 순욱은 이야기가 다르다.
거의 하후돈과 같은 수준으로 그를 믿고 있었다.
“그래. 뭐 그렇게 해야겠지…”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린 조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비틀거리는 듯 하자 난 담담히 말했다.
“많이 드신 것 같은데 오늘은 이곳에서 쉬십시요.”
“하하하! 괜찮겠나?”
“저는 부인들과 자면 됩니다. 영이나 청이도 오늘은 저를 기다릴 겁니다. 가줘야지요.”
이만큼 음식을 해줬는데 오늘 같이 안자면 엄청 삐질거다.
그냥 오늘 같이 자는게 속 편하다.
내가 내 방을 내어준다 말하자 조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밥은 밖에서 먹더라도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자네가 부인들과 즐겁게 보내는 것을 보니 나도 내 아내들이 보고 싶어졌어.”
씩 웃은 조조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장합. 관평.”
“예.”
“승상을 댁까지 모셔다드려.”
“아닐세. 괜찮아. 호위가 있으니…”
“그런 소리마십시요. 아니. 그냥 저도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늦은 밤이다.
습격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면 호위를 하는게 맞지.
진가의 호위를 위해 일어나 있는 흑귀대원들이 숙소에서 자고 있는 다른 흑귀대원들을 불렀다.
그들이 무장을 하고 나오자 조조는 킬킬 웃었다.
“이것 참. 도적으로 시작한 이들이 이렇게 훌륭해졌는데 말이지.”
“아이 참~ 도적이라니요~”
“의협이라 불러주십시요. 의협이라.”
예전에는 진동부에 놀러와 흑귀대의 술을 빼앗아 먹던 조조다.
그런만큼 흑귀대와는 꽤나 허물없이 지냈던 조조였기에 그는 웃으며 농을 건냈고 흑귀대원들 역시 웃으며 답했다.
그들을 향해 키득거린 조조는 장합의 부축을 받으며 말했다.
“오히려 이런 것이 나을지도 몰랐겠어…”
“그런 말씀 마십시요. 야야. 너네는 놀지말고 저 대나무 쪼개서 준비 좀 해놔.”
“뭔 준비?”
장삼은 대나무를 들어 올리며 물었고 난 그에게 바구니를 만들 정도로 대나무를 쪼개 놓으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 우리가 누군데 그런 걸…”
“전직 도적.”
“아! 거! 도적 아니라니까! 의협이라니까!”
“그래. 전직 의협. 부탁한다.”
“쳇! 그럼 술 마시면서 해두 되우?”
쟤들은 술 마시지 말라고 해도 마실 놈들이다.
어떻게 보면 잔업이고, 또 호위를 서는 만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환호성을 터트리며 창고로 향했다.
“하하하! 재밌어!”
“저에게는 저들이 마음을 놓을 사람들입니다. 승상께도 저런 사람이 있겠지요.”
“하하… 그래. 그렇지. 암. 그렇고 말고. 보는 것은 다르지만… 마음을 놓을 만한 사람이 있지.”
힘들어하는 건가.
조조가 마차에 타자 난 장합과 함께 마부석에 올랐다.
“천천히 가자.”
“예.”
조조가 데리고 온 호위병들과 흑귀대원들, 거기에 장합과 관평이 있으니 괜찮을거다.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인지 사람 하나 보기 힘든 거리를 지나 조가에 도착한 나는 조가의 문을 두드렸다.
“이 늦은 밤에… 어? 장군님!”
“승상께서 많이 취하셨다.”
“아니 왜…”
“으음. 많이 안 취했네. 흐흐. 그럼 자네는 이만 들어가보게.”
“예. 아. 그리고 충이는 내일 데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너무 오래 조가에 머무르게 하면 곤란하다.
슬슬 조충을 산양군으로 보내야겠다 생각한 내가 말하자 조조는 씩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오셨습니까. 어머? 자네가 무슨 일인가?”
“아. 어머님. 승상께서 많이 취하셔서… 제가 모시고 왔습니다.”
“이 사람도 참… 자네에게 폐를 끼쳤구나.”
“여보오~”
“어머? 어머? 많이 취하셨습니다. 후후. 어서 들어가세요. 뭐하는가? 승상을 모시지 않고.”
“알겠습니다.”
정 부인은 웃으며 조조를 안으로 보낸 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오시고 나서 무척이나 힘들어하셨네. 그래도 자네 덕분에 꽤 좋아보이시는구만. 정말 부녀가 항상 자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내 몸 둘바를 모르겠어.”
“하하하! 그럼 다음에 올 때 씨암닭이나 잡아주십시요.”
“씨암닭뿐인가?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는데. 언제든지 찾아오게. 내 솜씨를 발휘할테니까.”
하얀 팔을 드러내며 정 부인은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고 조가의 문이 닫히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게 뭐하는 짓인지. 야야. 다들 복귀하자.”
진가로 복귀한 나는 흑귀대원들이 준비해 놓은 대나무를 들고 안채로 향했다.
아직까지 자지 않고 날 기다리던 영이는 내가 대나무와 칼을 들고 오자 보던 책을 내려 놓은 후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게 뭐에요?”
“영아. 나 좀 도와줘.”
“후훗. 당신이 도와달라고 하는 건 오래간만인것 같네요. 뭔데요?”
“대나무로 바구니를 좀 만들었으면 하는데.”
“바구니요? 바구니는 창고에 많이 있는데? 가져다 줄까요?”
“그런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어때? 가능하겠어?”
바닥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바구니의 모양을 말해주자 영이는 신기해하며 물었다.
“이런 걸 뭐하러 만들어요?”
“좀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오래걸려?”
내 설명을 들은 영이는 잠시 생각한 후 베시시 웃었다.
“이정도면 금방 만들죠. 그럼 당신은 뭐 할건데요?”
“당신이 만드는거 구경할래.”
나도 바구니는 만들 줄 안다.
동아현에 있을 때 유모가 만드는 것을 많이 봤었거든.
그리고 수경원에서 채 사저도 꽤 만들었었고.
나는 딱히 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다.
수경상점에서 써야 할 바구니를 만들 때도 채 사저는 내가 만든 바구니를 그냥 수경원에서 살림할 때 쓸 정도로만 생각했고 상품으로 내놓지는 않았었다.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옆에 앉자 영이는 내 볼에 입맞춰 준 후 한쪽 눈을 깜빡였다.
“후후후~ 그래요. 그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영이는 능숙한 솜씨로 대나무 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이는 사마가라는 명가 출신의 여인이다.
그런데도 영이는 일반 백성처럼 이런 일을 무척이나 잘했다.
이정도 솜씨면 거의 채 사저 밑에서 일하던 숙련된 공인 수준인데.
옷도 잘 만들고, 수도 잘 놓고, 살림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도대체 영이가 못하는건 뭘까?
“영아.”
“네?”
대나무를 엮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영이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살짝 입맞춰 준 나는 그녀의 옆에서 살그머니 손을 뻗었다.
내 손길이 그녀의 옷 사이로 들어가자 그녀는 싫어하는 기색 없이 꺄르륵 웃으며 몸을 살짝 떨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기분 좋다.
“아이 참. 방해하지 말아요.”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간지러웠나보다.
영이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만 움직여 내 볼에 입맞춰 주었다.
“응. 알았어. 그냥 손만대고 있을게.”
“후후. 정말이지. 못말린다니까.”
“그런데 넌 이런 건 어떻게 배운거야?”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다 싶었죠.”
“엥?”
왜 이런 걸 쓸 일이 있겠다 싶었던거지?
내가 궁금해하자 영이는 바구니를 뒤집어 천천히 벽 부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짜 빠르다.
만들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바닥을 끝낸거지?
“이정도 크기면 되는건가요?”
“응. 이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동그랗게 만들어진 바닥을 보여 준 그녀는 씩 웃으며 다시 벽 부분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저렇게 벽을 만들고 나서 바닥과 연결하고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려는 걸까?
빠르게 벽의 기준선을 만들어낸 그녀는 바닥과 벽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당신에 대해서 알았던 것은 당신이 명가의 사람도 아니고, 거부도 아니었어요.”
“아아. 그렇지.”
“아버님께서는 동아현의 현장이셨지요? 현령도 아닌 현장. 녹봉은 삼백석 정도… 그나마도 받은 것으로 백성들을 돌보시느라 사람을 쓸 여유가 없었잖아요?”
가볍게 손을 비튼 그녀는 빠르게 바구니를 엮어나갔다.
바닥과는 다르게 촘촘하게 엮여가던 바구니의 벽을 보던 그녀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바닥과 만들어 놓은 벽을 한번 더 연결하고 천천히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당신에게 시집가면 아무래도 고생을 좀 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런 저런 집안일에 대해서 공부했죠. 그리고 산양군에서도 많이 공부하고. 저 애도 받을 줄 알아요.”
“우와. 진짜?”
“예~ 유 의원님께 칭찬도 받았는데요? 숙련된 산파보다 잘한다고.”
진짜 대단하다.
내가 감탄하자 영이는 싱글거리며 내 입술에 입맞췄다.
“더 칭찬해줘요. 당신 때문에 배운거니까.”
“음… 그렇지만 넌 명가의 사람이었잖아. 그리고 내가 듣기로 오랜 시간 사마가의 비고에서 살아가고, 또 거기서 평생을 살아가며 중달의 그림자가 되기로 했던 것 아니었어?”
“그렇죠.”
“그런데…”
“자. 어때요?”
“음… 괜찮네.”
역시라고 해야하나.
손재주가 무척이나 좋은 영이었다.
빠르게 바구니의 틀을 만들어낸 그녀는 천천히 바구니를 엮어나가기 시작했다.
“장식은 필요 없나요?”
“응. 콩을 키울 거라서. 아니 아무튼.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다는 것은 중달 수준으로 공부를 해야 했던 것 아니었어?”
“네.”
“그런데 거기서 이렇게 다른 공부를 했다는 것은… 좀 아깝지 않아? 그간 공부한게.”
“저에게는 필요 없는 거였으니까요.”
“무슨 소리야?”
영이는 베시시 웃으며 내 입술에 쪽 입맞춰 주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영이는 바구니를 놓은 후 내 볼을 잡고 쭉쭉 늘렸다.
“이봐요. 정북장군님. 음… 제가 원한 것은 정북장군도 아니고, 대의를 따르는 위대한 신하도 아니에요. 그저 진유하. 당신을 원한거라구요.”
“으음…”
“당신의 상황이 그랬으니까요. 그것을 얻기 위해서 필요 없는 것을 버렸을 뿐이죠. 당신은 당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아깝다는 이유로 가지고 다니는 사람인가요?”
“그건 아니지.”
“사람은 대부분 비슷해요.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새로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하지요.”
“그게 자신에게 무척이나 소중했던 것일지라도?”
내 볼을 늘리던 영이는 잠시 머뭇거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얻어야 하는 것이 더욱 소중한 것이라면. 아쉬움 따위는 없어요.”
영이는 내 입술을 핥은 후 좀 더 깊은 입맞춤을 했다.
타액과 타액이 엮이며 만들어진 은색 실을 본 영이는 혀를 날름거려 그것마저도 꿀꺽 삼켰다.
“뭐 때문에 그런 걸 묻는거에요?”
“으음… 사실은.”
영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것을 전부 들은 영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승상께서도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순 승상부주… 그는 제가 알기로 오래전부터 승상과 함께 해 온 사람인데…”
“마음이 많이 아프실거야.”
“승상은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그 선택을 하겠지요.”
영이는 다시 바구니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빠르게 바구니를 엮어내 하나의 바구니를 뚝딱 만들어낸 그녀는 그것을 탁자 위에 올려 놓은 후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달콤한 영이의 향기에 취할 것 같다.
“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거에요. 그것을 굳이 당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저기 영아? 말하면서 옷 벗기는 건 좀 참아줄래?”
“후후. 바구니까지 만들어줬는데 이럴거에요? 그런데 저건 왜 만들라고 한거에요?”
“콩을 키워보려고.”
“콩?”
“응.”
“여기도 콩이 있는데.”
“응기잇!?”
내 상의를 벗긴 영이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다가 내 유두를 살짝 핥은 후 베시시 웃었다.
“이 콩도 키우면 안될까요?”
“….”
“잘 키울 자신 있는데.”
“호엣!”
영이의 혀가 빙글 돌아 내 유두를 자극했다.
금방 커져버린 유두를 쪽 빤 그녀는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때요? 잘 컸죠?”
“으, 으응.”
요염하게 웃은 영이는 내 목을 꽉 끌어안은 후 귓가에 속삭였다.
“제 콩도… 키워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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