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23
되게 뜬금없다.
“오백냥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은자는 아니겠죠?”
“금자.”
금자 오백냥이면 그 땅값 비싼 허도나 업에 장원을 하나 짓겠다.
난 어처구니가 없어 황당해하다가 물었다.
“금자 오백냥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옆집 개 이름이 백냥이라더라.”
시큰둥한 반응에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솔직히 금자 오백냥이야 내어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영이가 출산할 때 엄청 고생을 해 준 유 의원이다.
거기에 유 의원에게는 지울 수 없는 빚이 있었다.
바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나서서 우두 접종을 받았다는 것.
그런 사람의 부탁이니만큼 문제는 없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돈이 궁했으면 산양군이 아니라 허도에서 의원 노릇을 하면 될 사람이다.
충분히 능력도 좋은데다가 화타의 제자라는 이름도 있으니 어지간한 거부의 전문의가 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텐데.
“어디다가 쓰시려고… 혹시 새장가 가십니까?”
그런거라면 일단 뒷조사부터 해놔야할텐데?
진가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인만큼 이상한 여자에게 걸리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뭐? 아서라. 물론 내가 아침에도 불끈불끈 힘이 넘치기는 하지만 쓸데없는 짓을 할 사람은 아니다.”
“그럼요?”
그거 말고 유 의원이 돈 필요한 곳이 있나?
산양군의 관청에서 지원해주는 쌀이며 면포에 힘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인력도 보내준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유 의원도 꽤나 땅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궁금해하자 유 의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삼이 좀 필요해서.”
“…삼이요? 삼은 어디다가 쓰시려구요?”
“의원이 약재를 약 만드는데 쓰지 어디다가 쓰겠냐?”
“지금까지 비싼 약재 없이도 잘 쓰셨잖아요.”
“그거야 내가 몸을 비틀어가며 고생고생해서 만든 것이니까 그렇지. 사실 삼이 다 떨어졌다.”
“삼이 약 만드는데 그렇게 많이 들어갑니까?”
나도 나름대로 육초본기를 다 외운 몸.
어느정도의 의술 지식은 있었다.
그런만큼 약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약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데 삼은 그렇게 많은 곳에 쓰이는 약재가 아니었다.
“몇가지 만들어 둬야 할 약이 있는데 스승님께서 삼을 다 가져가셨다.”
“화타 어르신께서요? 뭐 하시려고…?”
“그야 모르지. 스승님께선 약 만드실 때는 이유같은 건 잘 설명해주시지 않으시거든. 다 된 후에 가르쳐주시지.”
“흐음…”
그런 것이라면 괜찮겠지.
“저녁에 관청으로 오시면 바로 드리겠습니다.”
“이야~ 이거 참. 돈 많은 권력자와 붙어 있으니 이런 것은 편하구나. 그래. 잘 부탁한다.”
유 의원은 내 어깨를 툭툭 쳐 주고 씩 웃었다.
계집질이나 노름하는데 쓰는 것도 아닌데 나쁠 것은 없다.
유 의원의 의방에 약이 충분히 있으면 비상시에 아버지에게도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그것 뿐입니까?”
“아. 그리고 이거나 좀 가져가라.”
“이건 뭡니까?”
“달래즙을 농축해서 환으로 만든거다. 예전에 영이가 부탁한 건데 이제야 주겠구나. 남자한테 참 좋다더라.”
“그…”
“쯧쯧.”
달래는 남자에게 좋은 보양식 중 하나다.
영이가 이걸 왜 만들어달라고 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영이는 자꾸 이런 거 만들어달라고 하는거냐?”
“큭… 그 뭐시냐. 힘이 남으면 한번 할 거 두번하니까?”
“젊은 놈이면 그냥 두번 해. 그렇게 힘이 없냐?”
반박할 말이 없네.
내가 입을 꾹 다물자 유 의원은 싱글거리며 요화를 보았다.
“그리고 연이가 너한테도 전해주라더라.”
“예!? 아니 저는 왜!?”
당황한 요화는 움찔거렸고 그를 향해 유 의원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요새 힘쓰는 것이 예전같지 않다던데?”
“으…”
고개 숙인 나와 요화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 의원의 앞에서 아무런 말도 못했다.
관청으로 돌아 온 나는 마당에서 서황과 작은 막대기를 가볍게 부딪히고 있는 성이를 발견했다.
꽤나 움직이는게 좋다.
아장아장 움직이며 막대기를 휘두르던 성이가 귀엽게 기합성을 터트렸을 때 서황은 그것을 휙 피한 후 성이의 엉덩이를 톡 쳤다.
“씨이!? 또 피했어!?”
“기습은 좋지만 그렇게 소리를 내면서 공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성이가 서황을 향해 막대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서황은 자신의 막대기로 툭툭 그것을 쳐내다가 다시 성이의 엉덩이를 톡 쳤다.
계속 당하기만 한 것 때문인지 성이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소리를 지르며 막대기를 휘두른다.
“뭐해?”
“아. 오셨습니까.”
“아버지!!”
막대기를 놓고 성이는 후다닥 뛰어 내 품에 안겼다.
먼지와 땀으로 더럽혀져 있던 성이는 내 품에 안긴 채 훌쩍거렸다.
“공명 아저씨가 자꾸 피해요!”
“하하하… 그럼 당연히 피해야지.”
벌써부터 무술을 가르치는 건가?
하긴 남자아이라면 어느정도 자기 몸을 지킬 정도의 단련은 해두는 것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단련해 놓으면 나중에도 큰 도움이 될겁니다.”
“그렇겠지? 잘 부탁할게.”
가르치는 것이 서황이라면 믿을 수 있다.
내가 품에서 놓아주자 성이는 입술을 삐쭉거린 후 다시 막대기를 잡았다.
“다시 해!!”
“좋습니다.”
성이는 막대기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아비로서 뿌듯하다.
나중에 장군이 되려는 건가?
나와 영이의 아들 치고는 체력과 무에 대한 끈기가 꽤나 괜찮은 것에 감탄하고 있을 때 청이가 다가왔다.
“오셨어요?”
“응. 약 만든다면서? 벌써 다 만들었어?”
“예. 이제 말리는 일만 남았다고 해서… 그나저나 성이가 제법 하네요. 자세도 잘 잡혀 있고.”
“그래?”
“네. 자질은 있어요.”
오오.
뿌듯하다.
나는 처음에 자질 없다고 장합에게 까였었는데.
내 아들이 무예에 자질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풍족해졌다.
“그리고… 나중에 나이가 차면 율이랑 휘에게도 무술을 가르쳤으면 하는데요.”
“흠… 뭐 나쁘지 않겠지.”
“정말이세요?”
“위급시 여자도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 좋아.”
내 아이들을 조절처럼 규중 처녀로 키울 생각은 없었다.
제대로 된 스승을 붙여서 키울 생각이다.
잘만 자란다면 장군까지는 무리더라도 가문을 지키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나 율이 같은 경우는 더욱 기대가 되었다.
“후후. 고마워요.”
“응? 뭐가?”
“당신은 여자라고 해서 항상 얌전히 있어야 된다는 말은 안하잖아요?”
“하하… 뭐 개인의 차이가 있는데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재능이 있다면 쓰면 되는 것이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청이는 히죽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깍지까지 끼고 날 잡은 그녀를 향해 마주 웃었을 때 아버지가 조식과 등애, 낙통을 데리고 나왔다.
“어딜 갔다 오는게냐?”
“유 의원을 좀 만나고 왔습니다. 삼이 부족하다고 해서 지원금을 달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금 오백냥. 봉지에서 들어 오는 돈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 그나저나 그만큼이나 삼이 부족하다니… 그동안 약 쓸 곳이 별로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화타 어르신이 가져가셨다고 하더군요.”
“어르신이?”
아버지도 모르시는 건가?
우리의 모습에 등애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마 엄 군수를 위한 약을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지가 화타 어르신과 함께 약을 만들며 삼을 구하던 것을 봤습니다.”
“삼은 기혈을 돌봄과 동시에 양기를 충족시켜주는 약재이니… 위급시에는 좋지요. 서주에 있을 때 엄 군수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그랬나.”
등애와 낙통이 답하자 난 조식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빙긋 웃었다.
“저는 몰랐습니다.”
“왜? 너도 당지와 친한 것 아니었냐?”
“그렇기는 하지만… 제가 서주에서 집중한 것은 다른 것이라서…”
“뭐에 집중했는데?”
“엄 군수께서 만약 돌아가시게 된다면 생길 일들…”
“음?”
우리가 의아해하자 조식은 볼을 긁적거리며 머뭇거렸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의 판단이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식견도 낮고 경험도 적은지라…”
“한번 말해보겠어?”
“예. 아마… 당지나 화타 어르신께서 약을 만들어 계속 보내고 있는데도 엄 군수의 병이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말은 엄 군수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강동 부근에는 이미 오의 손길이 많이 뻗어져 있습니다. 강동 일대의 호족들이나 명가에 있는 이들을 손가에서 포섭하고 있지요. 백성들의 대부분은 엄 군수를 따르는 것이지 저희 위국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그런만큼 엄 군수가 운명하기라도 한다면 강동 일대는 오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임은 이미 명확해진 것입니다.”
그것은 방통의 평과 비슷했다.
조식은 나뭇가지를 들어 빠르게 지도를 그렸다.
“하지만 강동을 빼앗긴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합비 때문인가?”
“예.”
고개를 끄덕인 조식은 나뭇가지를 꺽었다.
잘게 자른 나뭇가지들을 지도 위에 틈틈히 올려 놓으며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는 장강 일대를 주름잡으며 많은 수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수적들과의 전투가 잦았기 때문에 수군이 강하지요.”
“흠…”
“손가가 강동을 손에 넣게 되면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서주, 그리고 합비. 그리고 오의 입장에서는 합비를 차지하기를 가장 원하겠지요.”
조식의 말에 아버지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합비를 손에 넣는 순간 회수 일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가?”
“그렇습니다.회수를 손에 넣으면 그 순간 황하와 이어지게 되는 비수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수춘을 공략하기 편해지고…”
“연주 일대에 손가의 수군이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겠군.”
“그렇습니다. 또한 연주 뿐만 아니라 서주 일대를 공격하고… 아무튼 위협적인 공격로를 그들이 손에 넣게 되지요.”
“흐음…”
“아직까지는 강동 일대를 손에 넣지 못해서 합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엄 군수가 죽게 된다면 오는 바로 강동을 차지하려고 할 터.”
“이미 그것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강동의 호족과 명가들은 오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강동은 거의 넘어간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빠르게 합비 일대를 안정화시키고 매서와 같은 반란군들을 흡수하든, 아니면 그들을 끌어들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식의 식견은 꽤나 정확했다.
조조 역시도 그것을 생각하고 유복에게 합비성을 만들라고 해 놓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난 턱을 쓰다듬으며 조식이 그린 지도를 보았다.
“좋아.”
“예?”
“아버지. 부탁이 있습니다만.”
“음? 무엇이냐?”
“조식과 등애, 낙통을 데리고 서주에 잠시 다녀왔으면 싶습니다.”
“허어…? 갑자기 왜?”
“사실 제가 산양군에 오며 몇가지 맡은 임무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동 일대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곳에 좀 다녀왔으면 싶습니다.”
아버지는 쓰게 웃으며 셋을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 치고는 잘도 데려간다고 하는구나.”
“아차!”
내가 당황하자 아버지는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어쩔 수 없지. 그래. 내가 좀 더 고생을 하면 되겠구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을 때 안채에서 영이와 견희, 완이가 걸어나왔다.
이제 좀 괜찮은건가?
영이의 뒤를 따르던 여인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인 나는 영이에게 물었다.
“약은 다 만들었어?”
“네. 음… 그건 그렇고.”
영이는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서주에 가야 한다고 했죠?”
“어. 응.”
“그리고 저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고.”
“으음…”
영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 인상을 찌푸려도 예쁘냐.
예쁘게 눈썹을 꿈틀거리던 영이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알겠어요.”
“뭘?”
“저와 완이, 그리고 견희가 이곳에 남도록 할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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