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34
말릉으로 가는 길은 서주에 갈 때와는 준비부터 달랐다.
“갑옷을 잘 챙겨라!”
“예!”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방심은 이곳에 두고 간다! 철저하게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서주의 정예병들이 모두 나선다.
수는 오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적어도 주요 인물들이 몸을 뺄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틸 수 있는 병력이다.
“장 군수까지 올 필요는 없는데.”
“서주목께서 말씀하시기도 했고… 거기에 강동의 분위기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꽤 오래간만에 보는 장패는 몸이 더 커져 있었다.
갑옷의 끈을 잡아 당겨 제대로 몸에 맞춘 그는 씩 웃으며 무기를 잡았다.
“이게 그 철로 만든 무기입니까?”
“그래.”
서주의 정예병들에게 우선적으로 나눠진 신장비들을 보며 장패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요 근래 싸움보다는 내정에 집중했었는데… 잘하면 손 맛을 볼 수도 있겠군요.”
한때 산적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지던 태산장의 장주였던 장패다.
청주 쪽의 공략 외에는 큰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던 그인만큼 그는 이번 강동행에 꽤나 기대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소리는 하지 마세요.”
“하하하! 싸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거짓말.
청이의 말에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의 눈에 담겨 있는 전의는 나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기회만 되면 싸우려고 하겠지.
“도련님. 정말 저는 가지 않아도 됩니까?”
“음. 너는 서주에 있다가 우리가 복귀하지 않으면 서주병을 이끌고 와줬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요화도 데려갈까 싶었지만 만약의 경우 지원이 애매하다.
그렇기에 요화는 일단 하비에서 대기를 시켜 놓는다.
“부디 무사하길 빌겠습니다.”
“음.”
서주에서 새로 만든 장비를 나도 착용해보았다.
확실히 좋은 갑옷이라고 생각된다.
내구성이나 경도는 전의 갑옷과 별 차이가 없지만 무게가 확실히 줄었다.
각반을 찬 후 방패를 들어보인 나는 청이에게 물었다.
“청아. 새로운 창은 어때?”
“아주 좋은데요?”
빙글 창을 돌려보이며 청이는 밝게 웃었다.
그녀 역시 새로운 갑옷과 무기를 착용했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이번 강동행에 참가하는 장수급 인물은 나, 청이, 그리고 태사자와 장패였다.
장수의 수가 적다는 것이 장패는 꽤나 아쉬운 듯 보였다.
“쩝. 다른 녀석들도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당장 낭야군을 버려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장패는 태산장에 있던 자신의 부하들을 대부분 끌어들여 낭야군을 다스리는 관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만큼 손발이 잘 맞는 부장이겠지만…
군수와 군승, 병조까지 다 와버리면 낭야군은 누가 다스리겠냐.
장패는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등애의 등을 팡 쳤다.
“뭘 그리 겁내는 것이냐!?”
“으… 장 군수님.”
“전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몇번이나 말해줬을 텐데? 도적 토벌에도 참가해보지 않았더냐.”
“그렇긴 하지만.”
이번에는 등애 뿐만 아니라 태학에서 나온 이들 중 일부도 부장으로 참전한다.
태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성현의 말씀만이 아니었다.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까지 가르치는 것이기에 장패는 가끔씩 태학에 와서 전투법에 대한 강습을 해주곤 했었다.
그때 장패가 등애에게 꽤나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백성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싸울 줄 안다는 것은 남자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지. 봐라. 시중 어르신을.”
날 왜 봐?”
내가 의아해하자 장패는 껄껄 웃으며 청이를 가리켰다.
“시중 어르신 정도 되니까 자신의 아내를 전장에 참여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남자라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킬 정도의 힘은 갖춰야 하는 것 아니겠냐!”
“….”
어째서 저런 무시무시한 오해를!?
난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청이는 능글맞게 웃으며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헤헤헤~ 지켜주실건가요?”
“날 지켜줘.”
“후후후~ 알겠어요~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제 옆에 꼭 붙어 계세요? 아이 귀여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청이와 싸우면 난 진다.
그것도 십할의 확률로.
수경원에 있을 때 무술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장합이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무술의 재능은 진짜 없었다.
이만큼 올린 것도 노력의 산물일 뿐이다.
노력하는 범재는 노력하는 천재들을 이길 수 없다.
하물며 나는 무술에 있어서만큼은 범재는 커녕 둔재에 가까웠으니 더 할 말이 없지.
몇번이나 청이와 대련을 해봤지만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만큼 난 청이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다.
내 볼을 만지작거리며 싱글거리는 청이를 힐끔 본 장패는 껄껄 웃으며 외쳤다.
“하하하!! 저것이 남자라는 것이다!”
못 들었나보네.
장패의 말에 등애가 날 존경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본다.
괜히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진 시중께서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냐면 말이지!”
“거 그만 하지?”
이정도면 거의 놀리는 것 아닌가?
내가 인상을 쓰며 말하자 장패는 능글맞게 웃은 후 등애의 등을 크게 한번 때려 준 후 병사들에게 향했다.
“하아…”
전장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그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적당히 풀어주는게 낫겠군.
“너무 겁내지 말라고.”
“음. 네.”
“관리가 된다면 문관이라고 하더라도 전장에 참여하는 경우는 꽤나 있어. 나 같은 경우도 그렇지. 나는 문관이지만 경력의 대부분이 장군직이야. 또 서주목일때도 직접 나서서 도적 토벌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
“그렇군요…”
“기억해둬라. 한가지만 할 줄 안다는 것은 너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등애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갑옷을 입은 조식과 낙통이 달려왔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뭐 하느라 이제 온 것이냐?”
“몇가지 준비할 것이 있었습니다.”
조식과 낙통 역시 갑옷을 입고 있었다.
등애에 비하면 무재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번 출정은 꽤나 도움이 될 것이다.
문관이라고 하더라도 전쟁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무관들이 전장에 나서서 얼마나 개고생하는지 알아둬야 나중에 높은 자리에 가더라도 무관과 반목하는 일이 줄어든다.
자신만 힘든 줄 아는 놈은 반드시 편협해지기 마련이지.
그것 때문에 조식과 낙통도 참가시킨 나는 장패에게 혼이 나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장 군수. 그쯤 해둬. 조식. 너는 일단 군사 역을 맡는다. 하지만 전투에도 참전해야 해.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군사 역시도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낙통. 너는 청이의 부장으로 들어가고. 기본적인 전투법 정도는 다들 익혀뒀겠지?”
“예.”
만약을 대비해서 태학에서 실시하는 전투법의 강의를 한번 보았다.
조가의 정예병들이 수련하는 것과 비슷한 수련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단계적으로 수련시키는 만큼 일, 이년만 제대로 배운다면 어지간한 병사들 수준의 무력은 갖출 수 있어보였다.
그렇기에 안심하고 전투부대에 그들을 배속시켰다.
조식과 등애, 낙통 외에도 전투부대에 배속된 태학의 원생들이 몇명 있었다.
채옹과 정현이 꼭 집어서 보낸 이들이다.
그들을 보낸 이유는 알만했다.
한번 굴려보라는 것이겠지.
내 시선을 마주하던 그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런데 장군님은…? 부관이 따로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내 부관자리를 탐내는 이들은 많았다.
태학의 원생들 중에는 군부에 속한 가문의 자제도 있는 만큼 내 소문을 들은 이들도 있었고 이번 기회에 연을 맺고자 하는 이들 역시 상당수가 있었다.
태사형과 같은 부류라고 볼 수 있었다.
내 업적을 동경하여 내 밑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강동행은 꽤나 중요한데다가 위험할 수 있었다.
내 부관이 된다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아직 경험도 없는 애송이를 받아들이기는 좀 부담이 있지.
“나는 태사자가 있으니 괜찮아. 자. 그럼 이제 가볼까?”
이럴 줄 알았으면 주령을 데리고 올 것을 그랬나?
아버지를 돕는 것과 더불어 산양군에 남은 내 아내들과 아이들을 호위하기 위해서 주령을 놓고 온 것이 조금 아쉽다.
“하. 헛생각은 그만하자.”
마갑을 씌운 말에 올랐다.
확실히 서주가 양마의 생산에도 좋군.
두터운 마갑을 씌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은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새로운 철기 때문인가?
서주의 정예병들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해줬다는 것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서주목. 그럼.”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하하하… 싸우러 가는 것 아닙니다.”
분위기만 보면 전쟁하러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진군은 씁쓸해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리고 합비에도 연락을 해놨습니다. 지금 합비에는 정 대사농이 있다고 하더군요. 만약의 경우에 합비에서 시상을 공격할 것입니다.”
“괜히 나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군사의 움직임이 보이면 오에서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하겠지요. 시상에는 노가와 손가가 있으니까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엄백호가 다스리는 말릉에 가는 것은 나로서도 처음이다.
서주목일 때 강동의 문제는 내가 아닌 방통이 해결했었으니까.
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청이는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강동 쪽은 굉장히 살기 좋다고 하던데.”
“그래?”
“네. 시녀가 말해주더라구요. 사람들의 마음이 좋다고. 말릉과 회계 일대에는 이민족과 한족을 가리지 않고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하네요.”
“엄 군수가 덕으로 통치한 덕분인가?”
“그렇다고 해요.”
확실히 기대가 된다.
엄백호가 정치를 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한때 그가 서주나 다른 지역의 군수직을 맡아줬으면 해서 불러 본 적이 있지만 그는 말릉과 오, 회계 일대의 백성들을 다스려야 하는 것 때문에 그것을 고사했었다.
딱히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금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남는 돈을 백성들을 위해서 베품과 동시에 이민족과 도적들을 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만큼 그가 이런 상황에 처해졌다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그가 너무 잘해준데다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서 맡겨만 둔 것이 문제일 수도 있었다.
“아쉽네.”
그가 조금 더 오래 살아줬으면 싶다.
난 내 옆에서 말을 타고 있는 화타에게 물었다.
“정말 방법이 없습니까?”
“병명조차 나도 모르겠다. 혹시 네가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너무 기대는 마시죠.”
의술에 대해서는 화타가 나보다 훨씬 낫다.
이유하의 지식을 동원하더라도 말이다.
어중간한 돌팔이들이라면 내가 더 괜찮겠지만 화타 앞에서 내가 뭔 말을 하겠냐.
그렇게 우리는 강동으로 향하는 길목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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