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4
00074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
“그래. 이제 너도 아비가 되었으니 제대로 된 관직이 있는게 낫겠지.”
요화가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은 관 내에 금방 퍼졌다.
성격이 유한데다가 사람들을 잘 챙겨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그인만큼 그에 대한 축하 선물은 많이 들어왔다.
심지어 성격 더러운 인간들이 모여 있는 흑귀대에서도 축하한다며 아이용 꼬까옷을 보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요화인데 아버지는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요화의 딸 이름은 정.
바르게 자라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아버지를 거의 친아버지 이상으로 존경하며 따르는 요화는 그 이름에 매우 감사했었다.
태어난 아이가 일주일 정도 속앓이를 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큰 문제가 없는 듯 해서 요화의 얼굴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여기서 더 좋게 해주려고 아버지는 요화에게 선물 아닌 선물을 주기로 하셨다.
“아이고. 저는 그저 현장… 아니, 군수 어르신과 도련님을 모시는 것만으로도…”
“그래서야 곤란하지. 유하. 어떤 상이 좋겠느냐?”
“땅을 좀 주고 관직을 내렸으면 좋겠군요. 독우 정도면…”
그게 바로 관직.
한 군을 다스리는 군수인 만큼 작은 관직 정도는 연주목에게 허가를 받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아, 아이고! 도련님! 너무 높습니다!”
욕심도 없구만.
아버지와 내가 피식 웃자 요화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럼 현위 정도로 만족해야겠네. 더 높은 관직을 줄 수도 있지만 그토록 거절한다면야… 충분히 자격은 있는데 말이지.”
장합을 사사한 만큼 다른 곳에서 관직을 받으면 적어도 현령과 비슷한 수준의 무관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화는 현위직마저도 송구스러웠는지 쩔쩔매고 있었다.
“나중에 내가 현령으로 가야 하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현위의 업무를 배워둬. 다음달에 방통이 금야현의 현령으로 임명될거다. 물론 임시이기는 하지만 그때 방통을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창읍현에서 사흘 정도 말을 타고 가면 있는 금야현은 도적과 전 현령에게 하도 수탈당해 만여호가 넘어야 할 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팔천여 호에 불과했다.
부랑자들이나 유민들을 적당히 보내고 발전을 시켜야 하기에 믿을만한 방통을 보내는 것이다.
내 말에 요화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대답이 없다는 것은 하겠다는 것이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관직을 받은 요화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는 것을 본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제일 좋은 것은 현령의 자리를 제가 이어가는 것인데…”
“그렇지만 힘들겠지. 어쨌든 현령의 자리는 연주목의 허가를 받아야 하니까. 일단 너와 방통에게 각각 창읍현과 금야현 현령직을 맡긴다 했다. 창읍현은 내가 다스리는게 맞지만 아무래도 군사의 움직임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곳이니 둘로 나누는게 좋겠구나. 감녕과 여영기, 그리고 흑귀대는 너를 따를테니. 네가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 아이들도 너를 따라갈테니까 말이야.”
현재 산양군 최강의 부대는 역시 감녕이 이끄는 흑귀대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부대원까지 모집해서 총원이 팔백명으로 늘어난 흑귀대는 이제 산양군의 도적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명을 떨치고 있었다.
이번에 그 잔혹성을 완전히 드러냈으니 말이다.
허락해 준 아버지마저도 놀랄 정도로 그들은 잔인했다.
일단 잡히면 자질에 따라 부하가 되어 십년동안 흑귀대 생활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고 싫다고 하는 자는 무조건 눈을 빼고 혀를 자른 후 적에게 돌려보낸다.
잔혹성으로 적의 사기를 떨어트려버리고 단번에 몰아쳐 적의 항복을 받아낸 후 그 과정을 다시 한다.
재능이 있으면 십년간 흑귀대 생활, 재능이 없으면 흑귀대의 장난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버지를 따라 온 동아현의 병사들마저도 질려 할 정도로 그들은 강했고 잔인했다.
그 잔인함은 아무나 다룰 수 없는 것이다.
감녕과 서성이 절묘하게 그들의 잔혹성을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이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아마 그자도 흑귀대 대원이 되든가 눈이 뽑히든가 할거다.
“그들의 흉포함은 적절하게 풀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안된다면 처치곤란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래. 뭐 어쩔 수 없군. 네가 잘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
“맡겨주십시요.”
감녕과 서성 외에도 흑귀대는 그나마 내 명령은 잘 따르는 편이었다.
가끔씩은 아버지의 명령도 어기는 녀석들인 편제를 바꾸어 다른 곳으로 보내면 산양군에서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위험한 도적떼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난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음은… 조조에게서 누가 오느냔데…”
“그렇죠. 혹시 누가 온다는 이야기는 없던가요?”
“아직은. 하지만 예상은 가는구나. 산양군을 정리할때까지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지금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
“누구를 생각하고 계세요?”
“현재로서 조조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겠지. 아마… 조조의 첫째 아들인 조앙이 오지 않을까 싶구나.”
“…조앙이라.”
향후 완에서 조조를 지키다가 죽어버린 조조의 첫째아들.
만약 조앙이 살아남아 위왕이 된다면 천하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조앙의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리며 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아버지.”
“너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이냐?”
“네.”
보아하니 아버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하다.
조앙을 이용한다.
조앙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를 보호하게 만든다.
조조의 자식인 만큼 조조에 대한 발언권이 강할 것이고 그를 방패로 삼을 수 있다면 많은 것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할 수 있겠느냐? 물론 나 역시 그를 나름 중히 대할 것이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네가 걱정되는구나.”
아버지가 씁쓸한 얼굴로 묻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맡겨주세요.”
“그래. 아무튼 얼추 산양군의 일이 정리가 되는 듯 하니 사마가에 연통을 보내자꾸나. 네 아내를 데리러 가는 것이니 네가 직접 가도록 하거라.”
****
“여보~ 나 왔어!”
요새는 행복한 일 밖에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련님을 만난 날 이후로 행복밖에 없는 것 같았다.
동생이 물에 빠져 죽은 이후 나에게 가족은 없었다.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
하지만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살리는 도련님을 만난 순간 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삶, 생각, 그리고 힘.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마음.
마음의 스승이신 도련님 뿐만 아니라 도련님의 아버님인 진 현장, 아니 이제는 진 군수님 역시 존경해 마지 않는 분이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관리들과 다르게, 그리고 기주의 썩어빠진 관리들과 다르게 그 분들은 진짜였으니까.
그리고…
“헤헤.”
도련님이 마련해주신 집을 보자 마음이 뿌듯해졌다.
산양군 군수가 머무는, 동아현의 관아보다 훨씬 큰 관아에 집이 마련되었다.
사랑스러운 아내도 관아의 일을 돕는 하녀 인만큼 관아에 머무를 수 밖에 없겠지.
그리고 나도 군수님과 도련님을 지켜야 하니까 이곳에 머물러야 하고.
집의 크기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련님, 군수님.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내 딸이 머무는 곳이 곧 집이니까.
이것보다 큰 관아도 상관없고 이것보다 더 작은 관아도 상관없다.
“…방 도련님도 좋은 분이니까 뭐.”
도련님의 동문이며 도련님과 같은 수경원의 기재인 방 도련님은 좋은 사람이다.
좀 농담이 많고 장난을 잘 치지만 일하는 것을 보면 나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하신다.
그것 뿐인가?
현명하며 사려깊은데다가 사람들과 늘상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분이다.
훌륭하신 분이지.
물론 우리 진 도련님만 못하지만.
난 히죽 웃으며 손에 들려 있는 고깃덩이를 바라보았다.
“후후.”
딱히 관직을 원해서 군수님과 도련님을 도운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내게 있어서는 큰 형님과 같은 도련님을 지키고 도련님이 원하시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땅과 함께 관직까지 주시다니.
기쁠 뿐이다.
이 기쁜 일을 말해주면 아내가 얼마나 좋아할까?
장연히 환하게 웃을 것을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눈 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여…보?”
“정아… 정아.”
“여보! 왜 그래!”
“쉿.”
어제까지만 해도 힘차게 울어대던 딸이 유 의원님 품에 안겨 힘없이 잠들어 있는게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비록 두창의 자국 때문에 남들이 흉하다고 손가락질 할 지언정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장연이 눈물짓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늘 조언을 해주고 아내에게 보약을 주시며 관리를 해주신 유 의원님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이 보인다.
뭐지?
뭐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혀가 굴러가지 않는다.
“유… 의원님…?”
“자네는 잠깐 나오게.”
내 딸. 내 딸 정이에게 문제라도 있는 걸까?
방금 전까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한번에 무너져 내려간다.
*****
“뭐가 어쨌다구요?”
“귀신이 들었어.”
이게 뭔 개소리야.
유 의원과 그의 옆에서 멍하니 서서 흐느끼는 요화를 번갈아 바라 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읍현의 관아 뒷쪽에 있는 관전의 밭 한마지기 정도를 떼어 요화에게 주려고 땅문서를 들고 그의 집을 찾던 나는 유의원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요화를 발견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다.
“귀신이 들다뇨. 그게 무슨 소리에요. 좀 알아듣게 설명해주실래요?
“그게…훌쩍…도련님…흑흑… 우리 정이 어떡합니까… 우리 정이…흑흑… 도련님…흑…”
또다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나에게 달라붙는 그를 잡아 옆으로 휙 밀쳤다.
힘없이 밀려나 바닥에 쓰러진 그가 우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난 유 의원을 바라보았고 유 의원은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푹 토해내었다.
“아이들 중에 이런 아이들이 있지.”
“뭔 아이들이요.”
“갓 태어난 아이들 중에… 젖을 먹어도 그걸 소화하지 못하고 다 설사로 내보내는 아이가 있어. 건강해. 다른 문제도 없어. 그런데 젖을 못먹어. 먹는 족족 설사를 해버린단 말야.”
“……”
“사부님도, 나도, 그리고 내 사제들도 몇번이나 보았네. 아무런 문제 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젖을 먹지 못하고 결국은 죽어버리는 것을. 도무지 방법을 알 수 없어서…”
“이런 일이 흔한가요?”
“어미가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들 같은 경우면 흔하긴 하지만… 장연은 잘 먹었어. 동아현이 사람들 굶기고 그러는 현은 아니지 않은가.”
당연하다.
풍작만 몇번을 이뤄낸 현인데 먹을게 없겠는가.
다른 현의 시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먹는다.
그리고 임신을 한 이후로 요화가 끔찍하게 챙겨서 더 잘 먹었다.
살도 꽤 올라 있는 그녀가 영양 부족일리 없다고 생각한다.
유 의원의 말을 들으며 난 팔짱을 끼고 머리를 굴렸다.
아기.
일주일 정도 속앓이를 했다.
젖을 먹지 못한다.
먹는 족족 설사를 한다.
그렇게 영양이 부족해서 결국 아이가 죽고 만다.
“도련님…흑흑…도련님…”
“아. 나 좀 그만 찾아라.”
집중하는데 방해된다.
심정은 알겠지만 니 딸을 위한 거니까 좀 저기 가 있어주지 않을래?
“제발… 제발 제 딸을… 정이를 살려주세요… 도련님… 도련니임!!”
“나 의원 아니거든?”
내 신발을 핥을 기세로 내 앞에 엎드려서 엉엉 울며 사정하는 요화를 다시 뿌리친 후 유 의원에게 물었다.
“다른 병은 아니에요? 뭔가…”
“병은 아니야. 병은. 하지만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유 의원도 분한 모양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유복한 집안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고 한다.
“분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병이라면 어떻게든 고쳐 볼 텐데…”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린 유 의원은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는 요화의 어깨를 잡았다.
“미안하다.”
“왜… 왜 사과를 하십니까! 왜! 왜! 제발! 제바알!! 흑…으허어어엉!!”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흑귀대에 보급을 하기 위해 관아의 창고에서 나오던 감녕과 흑귀대원들은 나와 유 의원, 그리고 울고 있는 요화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들이 날 보며 묻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요화의 아기가 귀신이 들렸다네.”
“엑?”
“헉… 설마 우리 때문인가?”
지금까지 산양군을 토벌하며 자신들을 귀신이라 저주했던 이들이 많았고 그들에게 비웃음만 던졌던 흑귀대원들로써는 찝찝하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 의원과 나의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보니 양양에도 멀쩡하게 잘 태어난 아이가 얼마 못가 죽는 경우가 있었는데…”
“치료를 했던가?”
유 의원이 희망을 갖고 물었지만 감녕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발전된 양양의 의원마저도 방법이 없다고 한다.
화타마저도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 양양의 의원이라고 해서 방법이 있겠는가.
“정아아! 아아아아! 아! 나,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흑… 나 때문에 정이가!! 으아아아아아!! 내가… 내가 너무 많은 이들을 죽여서…!! 으아아아아!!”
반 실성 상태로 비명을 지르는 요화를 잡아 그의 뺨을 후려쳤다.
“너 미쳤냐? 니 마누라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도련님…흑…도련님!! 도련님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요? 도련님. 도련님…제발… 제발 우리 정이를 살려주세요…도련님…흑흑…으윽…흑…”
“얘 이러다가 쓰러지겠다. 감녕. 얘 좀 데리고 가서 진정시켜.”
“아, 알겠수다.”
모두에게 친절하며 상냥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기 좋아하는 요화다.
감녕도 요화를 꽤나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던 만큼 그는 요화를 부축해 떠나갔고 유 의원은 안타까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 탓이다… 내가 더 연구를 했어야 했는데…”
“…..”
“일단… 스승님께 연통을 넣어보마. 뭔가 이것에 방도가 있는지.”
“네. 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 의원이 힘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번 해볼까.”
내가 가진 이유하의 지식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지.
나는 터벅터벅 주방으로 향했고 주방에서 하녀들을 지휘하던 유모는 날 발견하자 웃으며 다가왔다.
“어머? 도련님. 왠일이세요?”
“콩 좀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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