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51
이게 손권인가?
손권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난 손권과 손권을 따르는 꽤나 많은 사람들을 쭉 흝어 본 후 천천히 말했고 그는 나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손책은 한번 본 적이 있지만 손가의 사람을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확실히 손책과 조금 닮아 있군.
하지만 그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분위기가 다르다.
손책에게서 전의를 빼고 그 전의 대신 침착함을 넣어둔다면 손권이 될 것 같군.
나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인 그를 내려다보며 난 천천히 말했다.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저음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
그렇기에 더욱 경계심이 돈다.
“일단 고인께 인사나 드리고 오지 그래?”
“예.”
손권을 따라 꽤 많은 이들이 그를 뒤따른다.
그 중 한 사람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꽤나 잘 생겼는데?
나 만큼은 아니지만.
하후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잘생긴 청년이 나에게 살짝 목례한다.
그도 손권을 따라 들어가자 난 다시 자리에 앉아 아까 먹다 남은 사과를 씹었다.
“시중.”
“음?”
“저 청년이 바로 육손입니다.”
“어? 진짜?”
한때 유요의 밑에서 일했던 태사자다.
그런만큼 아까 있었던 이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아는 듯 보였다.
내가 놀라자 태사자는 떨떠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뿐만이 아니군요. 오의사성 가문의 사람들이 다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너무 빠르잖아? 정리 좀 하자고.”
내가 태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불쑥 노숙이 끼어들었다.
“다른 가문의 사람들은 제가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어… 그래.”
노숙이 나서서 소개를 해주겠다고 하니 일단 기다릴만한 건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인물인 육손에 대해서는 확인을 했으니 됐다.
나는 반쯤 남은 사과를 빠르게 먹어 치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가 끝나면 들이도록.”
오군 군수 집무실에서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루하게 혼자 놀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청이가 들어왔다.
“여보오오~”
“어이구~ 마누라~”
얘는 갑자기 왜 이런데?
타박거리며 달려 온 청이가 내 품에 안긴다.
“왜?”
“그냥요. 엄 군수가 죽은 것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
“원래 상갓집 분위기가 이렇지. 너무 그러지 말라고.”
“네에…”
작게 볼을 부풀린 청이가 내 가슴에 얼굴을 가져와 부비기 시작했다.
에구 귀여워라.
난 그녀의 볼을 콕콕 찌르다가 물었다.
“그래서? 왜 온 거야?”
“장 군수가 당신의 곁에 있으라고 했어요.”
“그래?”
“네. 제가 있으면 그나마 안전할 거라고…”
“하하. 그렇지.”
장패가 머리를 잘 썼는데?
손권이 여기까지 와서 나를 만나지 않고 갈리는 없었다.
결국 나와 대화를 청할 것이고 그 대화는 독대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 동석할 수 있을 정도의 관직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시중과 주목의 만남이니까.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지금 이곳에 있는 내 부하 중에는 그 사이에 낄 만한 이가 없었다.
하지만 청이는 달랐다.
일단 위왕의 딸인 동시에 내 아내가 된다.
비록 관직은 아직 정북부 소속의 도위에 불과하지만 다른 위치를 봐서도 충분히 나와 손권이 대화하는 것을 들을 자격이 있었다.
손권도 청이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함부로 나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만약을 대비하려는 장패의 수에 난 감탄했다.
청이가 있으면 손권이 갑자기 미쳐 날뛰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테니까.
그럼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되나?
“이제 서주에서도 슬슬 병력이 올 것 같은데.”
“연락이 왔어요. 오늘 밤 쯤이면 도착할 것 같다고. 서주의 정예병이 약 일만 오천 정도고 이끄는 것은 서주목이 직접 온다고 했어요.”
“그래? 그럼 안심할 수 있겠군. 그나저나 잠깐 시간이 좀 남는것 같은데… 자. 이리 와봐.”
“에헤~”
밝게 웃으며 청이가 품에 꼭 안기가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를 응시하던 내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려고 할 때 태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중. 육가의 임시 가주가 시중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힝…”
시무룩해하는 청이를 떼어놓고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맞춰주었다.
“하하하. 항상 이렇게 공교로운 일만 발생하는군.”
“우우…”
“실망하지마.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청이가 떨어지고 잠시 후 아까의 그 잘생긴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숙였다.
“육가의 백언이 시중을 뵙습니다.”
“음. 어서 오게나. 자. 앉지. 청아. 차를 좀 타줘.”
“네.”
방금 전까지 나에게 애교를 부리던 귀여운 고양이가 순식간에 날카로운 분위기의 표범이 된다.
그녀의 기세에 놀란 듯한 육손은 잠시 머뭇거렸고 난 차분히 말했다.
“서 있지 말고 앉아.”
“예.”
육손이 자리에 앉는다.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나는 청이가 타준 차를 홀짝거리며 물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엄 군수에게 들었어. 엄 군수와 육가는 꽤 좋은 관계였다고 하더군.”
“예. 숙조부님 때부터 연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거 참. 이렇게 말하려니 안타까운 일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대화가 끊긴다.
육손도, 나도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했다.
잠시 이어지던 침묵을 깬 것은 바로 육손이었다.
“혹시 방 사원을 알고 계십니까?”
“사원? 아아. 방통을 말하는 거군. 알지. 수경원 동문이니까. 왜?”
“방 사원. 방 형님과 육가는 과거부터 좋은 연을 맺고 있었습니다. 혹시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숙조부님께서…”
“여강을 탈출할 때 방통이 힘을 썼다면서? 알고 있어. 흑염단이라고 했던가.”
“검은 수염이 인상적인 분이었지요.”
작명하는 꼬라지 하고는.
아마 관우를 내세운 것 때문에 그런 이름을 쓴 것 같은데.
한심하기 그지 없다.
“형님께는 크게 신세를 졌습니다.”
“방통을 형님으로 모실 정도라면 나를 형님으로 모시는 것이 맞겠지. 배분상 그게 옳지 않나?”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어라?
왜 이렇게 고분고분하지?
사실 육손을 끌어들이는 일이 좀 골치아플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방통을 매개로 친분을 다진 후 허도로 땡기려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쉽게 받아들여줘서 고맙구만.”
“그… 송구스럽지만 형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관직을 부탁하는 정도라면 내 선에서 줄 수 있는 관직이 있지. 시중부에…”
“그것도 좋습니다만…”
육손은 머뭇거렸다.
뭔 얘기를 하려고?
그는 한숨을 내쉰 후 천천히 말했다.
“육가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자세하게 말해봐.”
“손가와 육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노숙의 말에 의하면 손가와 육가가 화해를 하고 옛날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려고 한다던데.
뭔가 내가 모르는 뒷배경이 있는건가?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육손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손가에 의해서 호숙현이 포위되고 손가가 육가를 흡수하려고 한다는 것.
오의 사성을 한데 모아 강동 뿐만 아니라 강남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
그 외의 이야기들.
지금 거의 육가가 잡힌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한 육손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요.”
“흐음… 이미 손가가 나서서 죄를 자청하고 그에 대한 사죄를 하고, 또 용서를 빌며 다시 과거의 연을 되돌리자 청한 상황이야.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예… 최악의 경우 육가의 모든 명예가 무너져내릴 수 있겠지요.”
스스로 나서 잘못했다고 하고, 과거 육강이 다스렸던 여강을 돌려줌과 동시에 혼인을 통해 다시 연을 되돌리자고까지 했다.
가문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의 사죄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명가에게는 수치가 될 수 있었다.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가끔씩 그것을 잊는다.
“솔직히 진가가 그런 일을 당했으면 난 뒤도 안돌아보고 그냥 가버리겠지만… 이렇게 손가와 함께 온 것을 보니 그건 힘들 것이고.”
육손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얘도 참 피곤하게 산다.
명가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건가?
“명가로서의 이름은 지키고 싶지만 손가의 힘이 되고 싶지는 않다라…”
“손가는 반드시 육가를 좋을대로 이용하겠지요. 그리고 육가는… 그 손가에 눌리게 될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삼국지에 의하면 육손은 손권의 말년 삽질에 의해 분사한다.
그리고 육손의 아들인 육항 역시 손호의 의심을 사다가 결국 병사하게 되고.
그걸 생각하면 육손의 행동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흐으음…”
뭔가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
내가 고민하자 육손은 머뭇거렸다.
“…시중을 형님이라 생각하고… 염치 없는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일단 해봐. 뭔데?”
들어나보자.
사실 방통과 연을 맺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부탁 정도는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람에 대해 잘 못 보는 나라고 하더라도 육손같은 사람에 대해서는 안다.
원한을 반드시 기억하는 만큼 그 은혜 역시 반드시 기억하는 자다.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이라면 도움을 주는 것이 낫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육손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서주로 유학을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주로…? 태학을 말하는 건가?”
“예.”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노숙은 육손을 써먹기 위해서 육가 전체를 끌어들였다.
육손은 육가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런만큼 육가를 위해서라면 싫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육손이 내 도움을 받아 유학을 명분으로 서주로 가버린다면?
노숙은 육손을 쓰고 싶어도 함부로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가를 빌미로 협박도 할 수 없다.
서주는 조조군의 영역.
만약 육가가 위험에 쳐해진다면 육손은 곧장 내 밑으로 들어와 손가를 향해 이를 드러낼테니까.
육손의 재능을 눈치채고 그를 끌어들이려고 한 것이니 만큼 그가 대항하는 것은 그들로서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손가는 육손이 아닌 육가에 사죄를 청했고 용서를 빌었다.
그 대가로 여강을 돌려줌과 동시에 육가의 부흥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육가는 명예와 더불어 실리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육손이 서주에 머물게 됨으로써 자신의 안전과 함께 손가의 영향에 있는 육가의 안전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좋은 방법이다.
육가에게는 말이지.
그것을 잠자코 들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결국 네 방법대로 한다면 이득을 보는 것은 육가 뿐이겠군.”
“그래서… 염치없는 부탁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확실히.
어지간히 뻔뻔하지 않으면 이런 부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육손의 책략은 오직 육가만을 생각하는 것에 불과하니까.
“아주 뻔뻔하고, 야비해.”
내 말에 육손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것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 오로지 육가만을 생각하는 그 수라니. 결국 손가는 육가를 부흥시키겠지만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오의사성을 돌봤다는 명예 정도겠군. 그나마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얻을 것에 불과하고.”
“..그렇습니다.”
“그에 반에 육가는 여강을 되찾음과 동시에 다시 가문을 부흥시킬 수 있겠군. 네가 서주에 있는 이상 손가가 함부로 육가를 건드릴 수 없을테니까.”
“…죄송합니다. 초면에 이런 부탁을…”
“하지만.”
천천히 고개를 드는 육손을 향해 난 손을 내밀었다.
“마음에 드는군.”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뎀다!
손상향도 등장…! 했네요.
히히
아… 오늘 좀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몸이 후끈거리는게 어째 몸이 안좋을 것 같은 예감이 깊이 드네용
ㄷㄷ
바로 대댓글 쓰고 자야겠습니다1
에오스에오 // 발암ㅋ
Russellunt // 진짜 말년에 마가 제대로 꼈는지…ㅠㅠ
LimitZero // 나름 보스급입니닼ㅋㅋ
안돼임마 // 손가의 다른 장수들은 참 좋은데… 손권도 말년이 좀 고생이었죠ㅠㅠ 흑흑 사실 친정한 전투도 캐발린게 문제긴 하지만….
천공의행검 // ㅋㅋㅋ 글쎄요 한 2/3정도? 신기록은 세울듯… ㄷㄷ
돔페리뇽 // 아듀!!
황녀아리샤 // 으잌ㅋㅋ 역시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까는 손제리 ㅋㅋㅋ
신지영 // 선대의 업적을 후대가 다 까먹…ㅠㅠ
트릭스타 // 호구왕이지만 한번 당했으니 안당하겠다! 이네요 ㅎㅎ
현실과소설 // 발암캐릭터 ㅋㅋㅋ
Annaka // 형주 하나 먹겠다고 이래저래 머리 굴리다가 결국 분노 폭발… ㄷㄷ 그래도 먹긴 먹었죠 ㅋㅋ
dlefina // 만났습니다! 과연 청이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InQq // 그 조조도 손권이 말년에 개판칠줄은 몰랐겠죠ㅠㅠ
지나가는사람1 // 진짜 말년이 흠…ㅠㅠ
John_Doe // 으잌ㅋㅋ 근데 뭐 대체적으로 정치계열 캐릭은 다 이런지라 ㅋㅋ
silentrabbit // 감사합니다~
백발마인 // 항상 감사드려요~
암천회류 // 감사혀요!
Bobbylow // 출근 일찍하시네요 ㄷㄷㄷ 님두 꼬리뼈 잘챙기시길!
Zenecis // 미래 예지!!
새벽산책 // ㅋㅋㅋ보였다!
철의노래 // 과연 어찌될 것인가!
나물 // 항상 감사드려요~ ㅎㅎㅎ
Pandemonic // 아 이건 좀 나중에 풀려고 한건데 이유는 있습니다. 손가에서 자신들의 시조로 내세우는게 손무인데 손무가 오나라에서 일했었죠… 그것을 내세우는 척 하지만 실상은 강동은 우리거니까 엄한 놈들 건드리지 마라 라고 하는 경계나 다름없습니다.
엄백호는 차마 건드릴 수 없으니 엄백호 사후 엄한 가문들이 나서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죵
이 부분은 나중에 다루려고 합니당
순수몰 // 드아아아아!1
하르시아 // 오오ㅠ 고생하셨습니다!
광성 // 그래서 지금 육적이 한번 흔들렸다가 급 후회중…ㅠㅠ
허니앙쥬 // 아직 경험없는 애라서 그럼다 ㅋㅋ
자유의노래 // 어쨌든 실무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효자니까요 ㅋㅋ
건필하십쇼! // 그래서 육손이 빅엿을 준비!
Guaaaaak // 뭐 별 내용 없어요 ㅋㅋㅋ
휴리어벨 // ㅋㅋㅋㅋ육가가 그렇죠. 육손 아들인 육항도 군권 다 가지고 있었는데도 손호가 갈구고 괴롭히니까 반란 일으키지 않고 그냥 얌전히 쭈구리… 충신이 이래서 슬픕니다ㅠ
마스터칼솔럼 // 톰만 나오면 되겠네요 촤하하하!
바이러스 // 다음편 왔슴당!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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