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79
“묘재 숙부님이?”
하후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후연의 성격은 나도 잘 안다.
성격이 호방한데다가 시원시원하고, 또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답지 않게 좋고 싫음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다.
겪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그의 솔직한 성품은 다들 인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하후연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아들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빼버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하후연이 정말 싫어하는 것이라면 한직으로 빼버리는 것이 아니라 관직 자체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한직으로 빼는 경우는 적대적인 가문의 인재를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데.
자기 아들을 이렇게 한다?
뭔가 냄새가 난다.
“이해가 되질 않는군. 이유라도?”
“그게… 하후가의 일입니다.”
“나 역시도 하후가와 남이 아닌데…”
“후후후.”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하후패는 작게 웃었다.
하후가의 일이라.
그렇다면 하후씨들간에 생긴 문제라는 것일까?
하후돈도, 하후상도, 그리고 하후패도.
하후연과 하후패의 관계에 대해 물으면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한데. 묘재 숙부님께 여쭤보면 말씀해주시려나?”
“글쎄요…”
하후패는 입술을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린 후 빙긋 웃었다.
“아버님께서는 형님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니. 말씀해주실 것도 같습니다.”
“그래?”
“예. 가끔씩 아버님을 만나게 되면… 아버님께선 형님의 반만 따라가라고 몇번이나 말씀하시더군요.”
“하하하… 아니 뭐 나도 딱히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명가의 젊은이들 가운데에서 형님에 대한 것은 아주 유명합니다. 그리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세우신 업적이 대단하지요. 어떤 이는 동경, 또 어떤 이는 경애, 어떤 이는 질시와 질투, 그리고 어떤 이는 형님을 목표로 삼기도 한답니다.”
“이거 과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군. 안읍현의 현위로 있으면서 명가의 자제들과 어울리기는 했나보네?”
“제 직위가 어찌한들 제 성이 없어지는 것은, 그리고 제가 하후가의 사람이라는 것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후라는 성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후패가 비록 안읍현의 현위에 불과한 낮은 직책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하후가의 직계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건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후패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자.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지요. 즐겁게 마셔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하면 술맛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씩 웃으며 하후패는 다시 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으으으…”
나는 중간부터 사양을 했지만 하후패는 서황과 장합과 함께 계속 마셨다.
서황과 장합은 죽엽청과 화신주로 단련된 몸이다.
도수도 낮은싸구려 탁주만 마셔왔던 하후패보다 주량이 강한 것은 당연한 일.
그들을 따라 무리하게 마시던 하후패가 완전히 취해버린 채 신음을 하는 것을 보며 장합은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술이 약한 것 같은데… 어찌합니까?”
쟤가 약한게 아니라 너희가 강한거다.
난 옆에 놓여져 있는 술동이들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저걸 어떻게 다 마신거지?
난 바닥을 구르는 술덩이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불성이 되었는데 버리고 가긴 좀 그렇군. 데리고 가자고.”
하후가가 아닌 따로 마련한 숙소에서 머무른다고 했지만 그 숙소가 어딘지 내가 어떻게 아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서황은 주인에게 은전을 쥐어준 후 하후패를 가볍게 들쳐 업었다.
“정리를 좀 부탁하네. 늦게까지 마신 것 같아서 미안하구만.”
꾸벅꾸벅 졸고 있던 주인은 우리가 일어나자 졸린 눈을 비비며 손사레를 쳤다.
그래도 안받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구만.
은전을 챙긴 그가 문 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는 것을 본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이거 너무 늦게 가는 것 같구만. 그나저나… 장합. 넌 혹시 뭐 아는 것 없어?”
내 질문이 하후패에 대한 것은 장합도 눈치챘다.
나보다는 장군부와 더 많이 연결되는 그인만큼 뭔가 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장합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명가에서 함구하는 일들이라면 함부로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장군부에서도 하후가에 대한 일은 쉽게 떠들지 않는지라…”
“밝히려 하지 않는 비밀을 캐려는 것만으로도 그 가문과 적이 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장합의 대답에 맞추어 서황도 말을 첨가했다.
장군부의 수장에 교사원주가 바로 하후돈이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하후가에 대한 것을 입에 담기도 힘들겠지.
그들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입맛을 다셨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한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군.”
이런 비밀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하후가가 괜히 약점을 잡혀 위험한 다리를 건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떤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하후가가 조가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위험한 것은 위험한 일아닌가.
위험한 다리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다리를 잘라내고 안전한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직접 물어봐라… 인가.”
경조윤으로 부임하게 되면 지금 상용에 자리잡고 있는 하후연과 만나는 일이 쉬워진다.
나는 조가의 사람이며, 또한 하후가와도 깊은 연이 있으니 괜한 상처를 후벼팔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상처를 봉합하기 위한 제안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뭔 일인지는 대충이라도 알아야 하고.
장안에 가게 되면 나중에라도 하후연에게 한번 물어봐두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책사란 것들은 남의 상처도 가열차게 후벼팔 줄 아는 놈들이니 말이야.”
“뭐 그렇지요.”
장합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후가의 비밀이 치명적인 것이라면 그에 따른 대책 정도는 세워둬야 한다는 태도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을때 서황의 등에 엎혀 있던 하후패가 작게 중얼거렸다.
“으… 으으…”
“힘든가보군. 가면 술 깨는 약이라도 좀 먹어야겠어.”
“하하하… 하지만 확실히 하후가의 핏줄답군요. 저 녀석의 형인 백권 녀석도 말술이던데, 탁주를 세 동이나 마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중에 죽엽청이나 잔뜩 먹여보고 싶구만. 현위 정도라면 죽엽청은 입에도 대지 못해봤을테니까.”
오늘 처음 만나는 녀석이지만 미워하기 힘든 녀석이다.
친근하게 대하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하후연의 쾌활함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일까?
그를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으… 누이..”
“누이?”
하후가에 여자가 있었나?
잠꼬대인지, 아니면 취했기 때문인지 하후패는 신음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나는 장합을 보았지만 장합도 아는 것은 없어보였다.
“누이라…”
“뭐, 임지에서 헤어진 이 아니겠습니까? 현위정도라면 백성들이나 지방 호족들과 자주 연을 맺을 터. 만나는 여인 한두명 정도는 있겠지요.”
“글쎄…”
단순히 그런 것이라면 좋겠지만.
하후패의 말에 나는 조금 걸리는 것이 생각났다.
삼국지에 따르면 하후연은 연주와 예주 지역에 대란이 일어났을 때 기근으로 인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잃고 하후가의 방계, 자신에게 있어서 조카뻘에 해당하는 어린 여아를 데려와 자신의 수양딸로 삼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수양딸은 차후 장비와 결혼을 하게 되고.
하지만 지금은 이미 삼국지와는 흐름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일단 그리고 삼국지와 다르게 연주와 예주 지역에는 여포의 배신으로 인한 대란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기근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었다.
산양군, 그리고 우리와 함께 비슷한 농법을 시행한 정욱의 동평군, 조조의 명령에 따라 우리의 농법을 따라한 초군까지.
세개의 군에서는 다른 군에서 기근이 일어나던 것과 다르게 대풍을 몇번이나 이뤄내었고 넘치는 식량을 연주 전역에 보급할 수 있었다.
물론 굶는 이도 있겠지만 기근 때문에 명가의 자식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만큼 삼국지와 다르게 조카딸이 하후연에게 보호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그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나도 여포, 그리고 유비 때문에 정신없어서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못했었고.
“정말 그런 것이면 좋겠군.”
아직 명확한 것은 없다.
괜히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난 어깨를 으쓱였다.
집에 도착하자 늦은 시간이었지만 자지 않고 기다린 영이가 나를 반겼다.
술냄새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녀는 곧 하후패에게 방을 내어준 후 내 방으로 들어오며 부드럽게 웃었다.
늦은 것 때문에 혼날 줄 알았는데.
생글거리며 팔을 벌린 영이를 안아주고 달랜 후에야 그녀는 내 볼을 쭉쭉 늘리며 물었다.
“오래간만에 술을 마신 것 같네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패 녀석이 술을 사겠다고 하더군. 처음 만난 것인데도 꽤나 넉살 좋게 다가오더라고.”
“패… 묘재 숙부님의 차남이었죠?”
“응. 묘하게 밝은 녀석이라 마음에 들어. 이야기를 좀 해봤는데 아직 어린데도 식견이 깊고. 현위로 꽤 오래 근무를 한 모양이더라고. 밑바닥에서부터 실전으로 배운 덕분인지 현실에 가까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옆에 앉은 영이는 살며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당신이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응?”
“가끔씩은 집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헐… 뭐야? 내가 집에 신경을 안쓰는 사람처럼 말하다니!”
“에헤~ 뭐 그런 건 아니지만요~”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지으며 영이는 내 볼에 입맞춘 후 작게 말했다.
“완이랑 희아가 몸이 안 좋아 보이더라구요”
“그래? 왜? 고뿔이라도 걸린건가?”
“그런 건 아닌데… 산양군에서부터 그랬거든요.”
희아도, 완이도.
산양군에서 떠날 때부터 꽤 피로해하는 듯 보였었다.
“약을 만드는 일이 조금 힘들었나봐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그런건가… 괜히 미안해지네요.”
“신기한 일이네. 걔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보기 힘들었잖아.”
“당신과 떨어져 있었던 것 때문일까요?”
내 볼을 콕 찌른 영이가 부드럽게 웃었다.
걔들이 그렇게 섬세했었나?
떨어져 지낸 적은 꽤 많았는데.
영이는 상냥하게 웃은 후 내게 차를 따라준 후 말했다.
“내일은 의원님을 좀 모셔보려고 해요.”
“어. 그럼 어의를 모셔다줄게.”
“어의까지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리 내가 시중의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황실의 관리들과 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라고.”
왕충, 한빈, 그리고 황제.
그 외에 황제를 따르던 신료들을 꺽어 놓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황실측 관리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어의 같은 경우는 화타 어르신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한 만큼… 내 편의를 좀 봐줄거야. 내일 아침에 바로 부탁해야겠네.”
“후후후. 당신은 정말…”
“왜?”
“그렇게나 가족들이 소중한건가요? 황실의 어의를 개인사로 이렇게 부려먹으려 하다니. 남들이 알면 욕해요.”
내 볼을 쭉쭉 늘리며 영이가 말하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것 아닌가.
가족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냐.
“뭐… 진가가 명가도 아니니까. 이런 일로 황가의 어의를 초빙하면 사람들이 욕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알게 뭐야. 돌팔이에게 맡겼다가 완이나 희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놀림을 받는 것이 낫지.”
남자가 체신머리없이 아내들의 몸이 안좋다고 어의를 부르니 마니 하면 치맛폭에 감싸져 있다고 욕할 수도 있었다.
뭐, 욕을 하고 싶으면 하라지.
보는 곳에서만 안하면 된다.
“후후후. 이래서 당신이 좋아요.”
“어? 갑자기 뭐야.”
“뭐에요. 싫어요? 명예보다는 실리를 원한다는 것은 사마가의 가훈과도 같은 거니까.”
애초에 진가는 가문의 명예도 없을 뿐더러 중요한 것은 가족의 행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만큼 이런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지금까지 꾸준이 이렇게 해왔는데.
영이는 빙글빙글 웃으며 내 볼을 콕콕 찌르고 장난을 쳤다.
“이런 모습 때문에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뭐가?”
“가문의 명예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는다는 점이요. 후후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네.
싱글거리며 말한 영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편히 쉬어요.”
“어? 오늘은 같이 자잔 소리 안하네?”
“완이랑 희아가 걱정되니까. 오늘은 옆에 있어줘야 할 것 같네요.”
왠지 모르게 아쉽네.
진가의 맏며느리가 되고 영이는 내 부인들의 맏언니처럼 행동했다.
그런 모습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나보다 다른 아내들을 생각하는게 조금 더 깊은 것 같기도 하다.
“외로워도 울지 말고?”
“내가 앤가. 알았어.”
내 볼에 입맞춰 준 영이가 나가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문의 명예…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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