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13
좌풍익에 있는 전원이 모였다.
하후패, 서황, 장합, 주령, 학소, 곽준, 저유는 이미 관청으로 모여 있고 마량과 마대가 지도를 들고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난 상석에서 입을 열었다.
“에… 이야기는 들었겠지?”
“예. 경조윤.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가가 공격을 당했다니요?”
마대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말일거다.
뜬금없이 마가가 당한 셈이니 말이다.
그가 당혹스러워하며 묻자 난 교사원에서 보내 온 문서를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장안에 마초가 와서 알렸다고 하더군. 아마 현재 마등은 한수에게 잡혔을 가능성이 커. 그리고…”
이걸 말해야하나.
머뭇거리다가 난 떨떠름한 어조로 마대에게 말했다.
“마휴와 마철은 죽었어. 아마 마가의 다른 가솔들 역시 무사하다고 보기는 어렵겠어.”
“그런…”
털썩 의자에 앉은 마대가 힘없이 중얼거리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이 당했다고 하는데 멀쩡할 수는 없겠지.
마량이 마대의 팔을 잡아주는 것을 본 후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떨떠름하기 그지 없는 얼굴이다.
그동안 마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양주쪽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만큼 이번 서량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다들 황당할 수 밖에 없겠지.
그리고 제일 황당해하는 것은 바로 저유였다.
“아니 그 미친 놈들이 왜?”
“음… 너희야 뭐. 농경에 긍정적이지만 농경에 대해서, 그리고 한의 문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은 아니야.”
저유가 이끄는 부족 같은 경우는 조상들이 남긴 문화를 존중하지만 그보다는 현재를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한의 문화에 쉽게 동화되고 농경과 목축업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저유와 그가 데려 온 다른 부족들 같은 경우도 그렇다.
자신들의 문화보다 더 나은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 문화와 자신들의 문화를 합쳐나가며 현재를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
그들은 쉽게 합류하며 능동적으로 살아가지만 당장 서쪽의 대평원과 사막에 있는 몇몇 부족들은 극렬히 우리를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다.
“환장하겠네. 제정신인가?”
저유의 투덜거림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각자 자신의 생각이 있는 거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줘야지.
“뭐. 말로 해서 들어먹지 않으면 힘을 쓰는 것이 속 편하지 않겠어? 자자. 아무튼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는 서량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어.”
“어째섭니까?!”
마대의 다급한 외침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서량 대회의에서 익주를 끌어들여 그들과 손을 잡았다는 정보가 있거든.”
“그게 사실입니까?”
“너의 사촌형인 마초가 준 정보다. 그런만큼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
“이런…”
마대가 힘없에 고개를 숙이자 난 가볍게 박수를 쳤다.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휘둘릴 필요는 없었다.
“음… 마량. 지도를 펼쳐봐.”
“예.”
양피지로 만든 커다란 지도를 벽에 건다.
난 그 지도를 가리키며 두곳을 찍었다.
좌풍익으로 들어올 수 있는 관도 두곳이다.
“검각과 양평관. 이 두곳의 관문은 각각 자동군과 한중에 이어져 있어. 결국 우리는 두곳에서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이거 골치아프게 되었군요.”
장합의 말에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휘봉으로 양평관의 관도를 건드렸다.
“하지만 일단 양평관 쪽은 안심할 수 있을거야.”
“상용에 의한 견제 때문입니까?”
“맞아. 하후패. 제대로 봤군. 상용에는 현재 정서장군이신 묘재 숙부님께서 머무르고 계신다. 그곳에 있는 병력도 상당하지. 당장 한중에서 좌풍익을 치기 위해 병력을 움직인다면 상용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그렇다면 어쩌면 이번이 한중 공략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래. 다만 문제는 우리가 허도에서 지원이 오기 전까지 익주에서 올라오는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지만.”
“좌풍익에도 성벽이 있기는 하지만… 그 성벽은 노후화되었고 수비에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수성전으로 이끄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황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동안 성벽 보수도 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농사짓고 목장 만드는게 좀 바빠야 말이지.
그리고 익주의 움직임이 좀 얌전해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것이 내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보수 정도는 해놨지만… 서 교위의 말대로야. 수성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나아. 당장 몇몇 구역은 허물어진 곳도 있는데 그곳은 그저 목책 정도로만 보수를 해놨으니까.”
학소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손을 들었다.
“좌풍익의 가장 바깥 쪽에 있는 진창현에는 과거 익주와 서량에서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폐성이 있습니다. 그 성을 보수하여 진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길목 자체를 막을 수 있으니 요격을 하기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학소의 제안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누굴 보낼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학소가 나서준다니.
그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그 성의 보수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지?”
“저라면 일주일이면 가능합니다.”
“일주일?”
“예. 다만…”
학소는 조금 머뭇거렸다.
“경조윤께서 수로를 만들 때 쓰셨던, 그 석회가 필요합니다만.”
“그것이라면 내어줄 수 있지. 좋아. 그 외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져가도록 해.”
“감사합니다!”
내년에 수로를 만들고 건물들을 증축, 그리고 좌풍익의 성벽을 보수하기 위해서 석회는 꽤 모아 둔 상태였다.
그런 만큼 학소에게 내어 줄 정도의 양은 있었다.
“그런데… 수성전의 경험은 있나?”
수성전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이런 경우는 길목을 막아내는 것이기에 적이 우회하는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내 질문에 학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 스승님과 순 대부께 기본은 배웠습니다만…”
이제 스물 남짓한 학소에게 경력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나.
그의 대답에 다들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경조윤. 괜찮으시다면 제가…”
장합이 나섰다.
그가 나서자 다른 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당연한 일이다.
장합은 전투 경력 뿐만 아니라 많은 병사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지장이다.
그런 장합이 나선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라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생각했고 학소 역시도 긍정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 장합을 뺄 수는 없지.
현재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은 이만 정도 된다.
그 중 오천은 기존 좌풍익의 병력과 새로 유입된 저족 전사들 정도다.
즉 당장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기 어렵다면 좌풍익 내에서 이 일을 해결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익주에서 고작 몇천명만 데리고 올라올 리 없잖은가.
병사들을 징병하고 그들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 훈련을 위해서라도 장합은 이곳에 남아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난 장합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장합, 서황은 나와 할 일이 있어. 관평, 네가 학소를 지원하도록. 마량. 너도 같이 가고.”
“어… 괜찮으시겠습니까?”
마량, 관평, 학소.
셋 모두 이십대 초중반의 젊은 사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중임을 맡긴다는 것에 서황은 당황하며 물었다.
“괜찮아.”
젊다고 해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평은 장합과 서황 뿐만 아니라 장료, 감녕 등 뛰어난 무장들을 사사했을 뿐만 아니라 관우와의 일 이후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리고 마량은 내가 인정하고, 또 방통 역시도 인정해 줄 정도의 기재.
마지막으로 학소는 그 만총이 재능에 반해 자신의 제자로 삼은 이다.
비록 경험은 적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곽준. 너도 가라.”
“알겠습니다.”
수성전에 있어서는 곽준 역시도 꽤나 실력이 있었다.
이정도면 불안감은 좀 줄일 수 있겠지?
“그럼 저희는 무엇을 합니까?”
“장합, 서황. 너희들은 나와 함께 좌풍익을 돌며 병사를 징집, 그들에 대한 훈련을 준비하고 요격 계획을 세운다. 주령. 너는 미안하지만 이곳에 있어줬으면 하는데. 저유와 함께 좌풍익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기마.”
“주군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좌풍익께서 말씀하신다면 당연히 해야지요.”
저유가 이끄는 기병대를 쓸까도 생각해봤지만 아직까지는 저들의 충성심을 확신할 수 없었다.
당장 배신을 하고 말고를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이득.
좌풍익에 있는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미친듯이 싸울지도 모르지만 적군을 요격하는 움직임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내, 후년 쯤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좀 그렇겠지?”
“흐흐. 저희를 뭘로 보시고. 저희 그런 사람 아닙니다. 당장 말씀만 하시면 익주의 쓰레기들을 다 치워버리겠습니다.”
“아니. 됐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부족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니 네가 남는게 낫겠군. 주령.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청이나 영이에게 도와달라고 해. 걔들이라면 분명 힘이 되어줄테니까.”
“명을 따르겠습니다.”
영이는 지휘관 뿐만 아니라 책사로서의 재주도 대단했다. 그런만큼 청이까지 있다면 주령과 함께 행여나 우회해 들어올지도 모르는 적을 맞이해서 싸울 수 있겠지.
“자… 그럼 나머지 문제인데.”
난 마대를 보았다.
“넌 어쩔 생각이냐?”
“경조윤을 따르겠습니다.”
“지금 나는 솔직히 양주에 신경을 쓸 수 없어. 지금 경조를 다스리고 있는 사마의가 출진한다고 하니, 양주 쪽의 문제는 사마의가 담당할거야. 아,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놈은 보통 놈이 아니고 그 밑에 있는 이들도 보통 사람은 아니니까. 반드시 서량의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마등의 목숨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
내가 뒷말을 잇지 않았음에도 마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지금 저는 경조윤을 따르는 몸. 그런만큼… 이곳의 위기를 그냥 보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 됐어. 하후패. 너에게도 명령을 내리겠다. 지금 즉시 마대와 함께 상용으로 가라.”
“상용이라면…?”
“정서장군과 합류하여 한중을 공략할 준비를 하도록. 아니, 공략하지 않아도 좋아. 한중에서 좌풍익으로 병사를 보내지 못하게 군사적 시위만 해도 괜찮아. 정서장군이라면 분명 내 요청을 받아주실 것이다.”
“…..”
하후연을 만나야 하는 일을 명령받았기 때문일까?
하후패의 표정이 어둡다.
“힘들면 다른 이에게…”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군. 지금 사람 빼기 힘들었거든. 여유있는 사람이 너 뿐인지라. 마대 하나 보낸다고 해도 그쪽에서 신뢰를 할지 안할지 의문이고 그 검증에 대한 시간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네가 가주는 것이 편할 것 같아.”
그래도 자신의 아들이니만큼 검증 작업 따위는 필요 없이 바로 말을 들어주겠지.
“그럼 지금 즉시 자신에게 맡은 임무를 수행하도록. 학소. 날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미안하지만 병사는 ”
“반드시 적들을 막아내겠습니다!”
“좌풍익 내에서 병사들의 징집이 끝나는 즉시 지원을 보내주겠다. 지금 당장은 삼천여 정도의 병력만 줄 수 있는데… 괜찮나?”
“그정도면 충분합니다. 진창현의 백성들 역시 경조윤께 은혜를 입은 이들. 그들을 징집하여 싸우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참 믿음직스럽네.”
학소의 말에 나는 그나마 안도감을 느꼈다.
삼국지에서는 약 천여명의 병사만으로 몇만이 넘는 그 제갈량의 군대를 완전히 막아내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의 시기와 지금의 시기를 비교한다면 학소의 경험이 일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의 옆에 관평, 마량. 그리고 실제 수성전에 있어서는 능력이 검증된 곽준까지 붙는다.
그렇다면 제갈량이 없는 익주군 정도라면 막아낼 수 있겠지?
부디 그러기를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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