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46
“흠…”
탁자에 앉아 삶은 고기를 먹으며 마유주를 들이키던 사마의는 문흠이 들어오자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를 발견한 문흠이 자리에 앉자 사마의는 천천히 물었다.
“알아봤나?”
“예.”
“어디에 있지?”
“마등은 지금 관청에 잡혀 있다고 합니다.”
“그렇군… 용케 알아냈네?”
사마의의 칭찬에 문흠은 머쓱하니 웃었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등을 구하려던 이들을 일부러 끌어들이려고라도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를 구하려다 실패한 이들의 수급이 효시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면서 저항하는 이들을 잡아내려는 수를 쓴 것인가. 재밌네.”
“어떻게 할까요? 저들이 준비하고 있다면 잘못 움직였다간 저희가 당할 것 같은데. 관청 내부에는 정예들만이 있다고 합니다.”
“정예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가에서 빠진 것 때문에 혼란이 생길거다. 일단 기다려보자고. 자세한 정보를 내어 줄 사람이 곧 올테니까.”
사마의는 문흠에게 잔을 주었다.
마유주를 받은 문흠이 그것을 한두모금씩 홀짝이고 있을 때 안으로 거친 인상의 사내가 들어왔다.
“오! 여기 있었군!”
“어서와라. 아율.”
두리번거리던 사내가 한쪽으로 다가와 자리에 앉자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안았다.
한차례 강하게 안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 앉은 후 물었다.
“그쪽은 어떤가?”
“언제나와 같지.”
“흐음… 그보다 밀서는 받았어.”
주변을 살핀 후 아율은 조심스레 말했다.
“마등을 구하려고 한다고?”
“그래.”
“쉽지 않은 일일텐데… 계획은 있나?”
“일단은 기본적인 방법인 양동을 써볼까 해.”
“그건 무리야.”
“음? 왜 그러지?”
아율은 떨떠름한 얼굴로 사마의의 계략을 부정했다.
“비록 지금 이가 놈들이 빠졌다고 하지만… 한수나 성공영은 그리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거지. 지금까지 양동, 암도진창 등 이래저래 많은 방법으로 관청을 노린 이들이 많아.”
“그런데?”
“다 실패했지. 뭐… 나 역시도 마 가주께는 꽤 도움을 받아서 돕고 싶지만… 이건 뭐. 끌어들일 방법이 없으니.”
“하지만 양동 외에는 답이 없을텐데. 관청에 비밀통로라도 있나?”
“없습니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아율은 흠칫 놀랬다.
몸을 돌려 뒤를 본 그는 뒤에 서 있는 사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입을 쩍 벌렸다.
“마…”
“쉿.”
“아, 아아. 그, 그래야지.”
서량 전역에 현상수배가 걸려 있는 마초다.
그를 보고 어찌 놀랄 수 없겠나.
당황한 그는 머뭇거리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 분은…?”
“나를 도울 사람이다.”
“반갑습니다.”
“아… 그, 그래. 반갑소.”
주변의 눈이 있는만큼 크게 놀랄 수도 없다.
아율이 진정되자 사마의는 말을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관청의 상황은 어떻지?”
“지금 관청에 모여 있는 병사만 해도 천여명이 넘어. 그리고 병영에는 일만이 넘는 군이 있고. 거기에 현 내에 있는 이들까지 친다면…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못하겠군.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들어가지 못한다면 힘들거야.”
금성군에 수만의 병사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관청에 모두 모여 있을 수도 없고.
병영이나 근처 현에 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당장 관청을 치기 위한 움직임 자체는 가능했다.
“지금 내가 데려 온 이가 오백… 하지만 전부 들어갈 수는 없으니 바깥에서 대기한다고 치면 오십여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겠군. 아율. 내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나?”
“없어.”
냉정하게 잘라낸 아율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당장 나나 문화에게 빚이 있는 이들을 끌어들여도 백여명 정도 뿐 이야. 수로도 밀려.”
육백 대 천이라.
한수나 북궁가야가 만만한 상대도 아닌만큼 어지간하면 수를 좀 더 불리고 싶었는데.
사마의가 입맛을 다시자 아율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여기서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율은 마초의 눈치를 살폈다.
“그 사람을 구하는 것은 좀 뭐랄까. 미친 짓이랄까.”
“…..”
탁자 위에 올라와 있는 마초의 주먹이 쥐어지자 아율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이건 현실만 놓고 말하는 거라고.”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아. 뭐 그렇겠지.”
아율이 한숨을 내쉬자 사마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작전 개요를 설명하겠다. 다들 방으로 들어오도록.”
“엥? 이렇게 갑자기?”
당혹스러워하던 아율은 사마의를 잡았다.
“뭔 생각을 하는건데?”
“기회는 얼마 없어. 이가가 빠짐으로서 만들어진 경계의 틈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관청에서 마등을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사마의는 냉정히 말한 후 고개를 저었다.
“힘들겠지만 해봐야지. 일단은 양동으로 간다. 매수가 불가능하다면 그 수 밖에 없겠지.”
“그래…. 그런데 왜 날 보지? 설마 그거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 아니겠지?”
“부탁한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자신에게 미끼 역을 제안하는 사마의를 향해 아율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아아… 젠장. 이거 죽을지도 모르겠군.”
아율이 절망하는 것을 보며 사마의는 피식 웃었다.
“문화와 함께 다닐때도 매일이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면서?”
“진짜 운수 사나운 놈들이라니까… 빌어먹을. 이번 일이 끝나면 나도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겠군.”
빠득 이를 간 아율에게 사마의는 여유롭게 말했다.
“위국으로 온다면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뭣하면 병주로 가도 되고.”
“병주에 뭐가 있는데?”
“문화가 병주목이 되었다.”
“뭐? 이야~ 그놈. 출세했네? 좌풍익에 병주목이라… 잘하면 고깃조각이나 얻어먹을 수 있을지 몰라.”
“고깃조각?”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사마의는 2층으로 걸어올라갔다.
“고깃조각 따위가 아닌 더 큰 것을 주마.”
“하하… 그런 것이라면 한번 걸어 볼…까?”
이가가 떠나고 반나절이 지나 슬슬 해가 지려고 할 때.
지루함에 고통스러워하던 병사는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자 창을 잡았다.
서량 대회의에 합류하려는 이들인가?
늑대 가죽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이들이 걸어오는 것을 본 병사는 창을 그들에게 겨누며 말했다.
“정지. 어디서 온 이들인가?”
붉은 얼굴에 검은 수염을 단 사내는 뒤쪽에 있는 이백의 전사들을 가리킨 후 입을 열었다.
“삭주 진홍곡에서 왔소.”
“진홍곡? 혹시 그 진홍곡을 말하는거요? 한족 노예거래로 유명했던?”
“맞소.”
“아… 그렇구만. 혹시 신분을 보일 만한 것은 없나?”
“진홍곡주의 패면 되나? 곡주께서 북궁 가주께 힘을 보태라고 하시더군. 이번 전쟁에서 서량이 이기면 한족의 거래를 더 쉽게 할 수 있으니…”
“북궁가? 하… 북궁가 말고 한가에 들어오시는 것은 어떻소? 어차피 같은 서량인데.”
아까 낮에 들어왔던 이들보다 훨씬 강해보이는 이들이다.
거기에 진홍곡이라면 삭주에서도 꽤나 유명한 이들 아닌가.
한족 노예들의 거래로 꽤나 영향력이 강한 곳이 바로 진홍곡이다.
그곳에서 한수를 돕는다면 삭주에서도 한을 공격할 수 있기에 그는 웃으며 제안했고 그의 질문에 붉은 얼굴의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곡주께서 결정하실 일.”
“쳇… 알았수. 들어가시구려.”
패를 돌려받은 사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병사는 그에게 물었다.
“아. 그런데 이름이 무엇이오?”
“이름…”
사내는 자신의 검은 수염을 쓰다듬은 후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냥 흑염이라 부르시오.”
무사히 안으로 들어 온 홍안의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살벌하기 그지 없는 인상의 전사들이 서로를 경계하며 기싸움을 하는 것이 보인다.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흑염에게도 기싸움을 하려는 듯 그를 노려보는 이들을 몇 있었지만 흑염은 그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적당히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한 그는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진홍곡에서 발견한 거래 문서를 보면… 이곳에도 병주의 백성들이 거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흩어져서 정보를 찾아오도록.”
“거… 관 대장.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금성군은 지금 서량 대회의 때문에 난린데… 좀 나중에 찾는 것이.”
걱정하는 부하를 향해 흑염은 작게 웃었다.
“진홍곡을 칠 때도 우리의 수는 적었다. 두려움은 움직임에 방해되는 적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가 두려워하는 동안 백성들이 고통받는다.”
“하아… 하긴 그때도 미친 짓 같았지. 아무튼 어디부터 찾아보는것이 좋으려나?”
그의 질문에 검은 수염의 사내는 관청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지금 북궁가가 머무는 곳이 관청이라고 하더군. 관청부터 뒤지도록 하자.”
“차라리 북궁가가 있는 무위에 먼저 가는게 낫지 않겠수?”
“한족의 노예는 저들에게 있어서 사치품이 된다. 서량 대회의가 열리게 된다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노예들을 데려왔을 터. 관청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에휴… 알겠수다.”
그의 명령에 사내들이 천천히 흩어진다.
홀로 남게 된 검은 수염의 사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중얼거렸다.
“정말 끝이 없는 고난의 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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