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47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마등을 구하기 위해 관청에 들어갔다가 실패했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관청 주변을 한바퀴 돈 후 숙소로 돌아 온 사마의는 빠르게 그림을 그렸다.
단 한번 돌아 힐끔 본 것과 마초의 이야기만으로 관청의 단면도를 쉽게 그려낸 그는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군.”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두곳.
원래대로라면 이가와 한가, 북궁가가 연계하여 두곳의 입구와 지하감옥을 막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유하가 임강현을 건드려준 덕분에 이가는 빠지게 되었다.
거기에 이만이나 되는 군이 나가게 되며 혼란이 생기고 경계에 틈이 만들어졌다.
“아무리 늦어도 시간은 이틀 뿐.”
이가에서 임강현을 구원하기 위해 출정했다고 하여 금성군의 병력이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십만이나 팔만이나 오백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최대한 교전을 줄이고 마등을 구출한 후 바로 탈출해야 한다.
“양동을 쓴다면 이렇게가 낫겠군.”
목탄으로 동쪽과 서쪽의 입구에 쓱쓱 진입 방법을 그려 넣으며 머리를 굴리던 사마의는 대략적인 준비가 끝나자 목탄을 휙 던졌다.
“문제는 넌데.”
사마의의 말에 아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왜?”
“여기서 적어도 이각 이상은 시간을 끌어줘야 하는데. 가능하겠나?”
“흥. 날 뭘로보고. 내가 여포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꿈 깨라. 난 이제 그저 배 나온 아저씨에 불과하니까.”
“그런가.”
병력이라도 적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만큼 너무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사마의는 아쉬움에 짧게 혀를 찼다.
“그렇다면 교전을 피하며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밖에 없는 건가…”
“그보다. 진짜 하려고?”
“그럼? 시간이 없어. 이가가 빠지며 만들어진 혼란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긴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의 감수 측면을 생각한다면…”
“일단 병영에서 병사들이 몰려오지 않게 하기 위한 준비는 어느정도는 끝냈어.”
“어떻게?”
“매수를 했지.”
“아… 그러셔?”
사마의를 가소롭다는 듯 쳐다 본 아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쪽에 있는 말장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굿간을 불태워 혼란을 야기. 그리고 병영에 있는 병사들이 그 혼란을 잠재우려는 동안 우리가 진입한다. 아율. 너는 동쪽에서 적들의 주의를 끌어라.”
“알았어.”
꽤 무리한 요구였지만 아율은 무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후나 사마의나 원래부터 무리한 요구를 하던 놈들이었다.
예전에는 더한 일도 했었던 것을 떠올리며 아율이 일어나자 사마의는 문흠과 마초를 보았다.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알겠지?”
“마등을 구하고 바로 튀는 것 아닙니까?”
“쉽게 말하면 그렇지. 하지만 쉽지는 않을거야. 자신 있나?”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자신감도 없이 이런 일을 어찌 하겠습니까?”
문흠은 가볍게 검을 잡았다.
사마의는 마초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초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마초가 왜 저런 표정인가.
사마의가 궁금해하자 마초는 머뭇거렸다.
“한명을 더 구하고 싶습니다.”
“뭐? 이런 뻔뻔한…”
문흠은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마등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명을 더 구해야겠다고?
그가 멱살을 잡으려 하자 마초는 사마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좌풍익. 제 목숨을 달라고 하신다면 드리겠습니다.”
“….”
“방덕을. 제 친우를 구해주십시요.”
“방덕… 그러고보니 그도 잡혀 있었지.”
마등이야 서량의 안정화 및 그곳을 이끌어내기 위한 패로 쓰면 된다지만 방덕에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방덕이라면 마초와 더불어 서량 일대에서 뛰어난 전사였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전사인 방덕.
하지만 그를 구하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일까?
사마의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자 마초는 머리를 바닥에 가져다 대었다.
“부디! 그는 강한 자입니다! 좌풍익께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한 장수인 방덕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었다.
개인의 무에는 한계가 있다.
옛날 천하최강이라 불리던 여포가 패배한 이후 시대의 흐름은 군사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강자라고 하더라도 백명을, 천명을 당해낼 수는 없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방덕이 있는 위치조차 알 수 없다만…”
“의심가는 곳이 있습니다.”
“흐음…”
“좌풍익. 한명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흠은 부정적이었다.
그의 말에 아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가는 곳이지 확실한 위치는 아니잖아. 당장 마등이 있는 곳이 알려진 것과 다를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아율마저도 부정적으로 말하자 마초는 절망한 표정으로 사마의를 보았다.
그의 시선을 마주하던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회는 단 한번. 만약 네가 예상한 곳에 방덕이 없다면 그를 구하지 않겠다. 그를 찾겠다고 시간을 날리다간 우리 모두가 죽는다. 방덕이 마등이 있는 지하감옥이나 그리고 네가 예상한 곳에 없다면 바로 탈출하겠다.”
“알겠습니다.”
사마의의 차가운 제안에 마초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결행은 자정에 시작된다.
마침 달이 뜨지 않는 날이라 야습을 하기에는 좋은 시간이었다.
입고왔던 가죽옷을 벗고 교사원에서나 쓸 법한 야행복으로 갈아입은 모두는 어둠을 틈타 관청으로 향했다.
야습을 경계한 것일까?
관청의 여기저기에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응시하던 사마의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럼… 뒤는 맡기지. 딱 이각 뿐이다.”
“음.”
이각 안에 모든 것을 해소해야 한다.
아율은 사마의가 건넨 기름이 담긴 대나무통과 연막통이 담긴 가방을 들고 떠났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사마의는 두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가려지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문흠과 마초, 흑귀대는 자신들의 무기를 뽑아 재를 발랐다.
비반사처리까지 그들이 끝냈을 때 관청이 소란스러워졌다.
아율이 움직인 것인가?
사마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빠른데…”
“어찌할까요?”
“움직인다.”
원하는 것은 저들의 혼란이다.
어쨌든 원하던 것이 발생했으니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한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자 흑귀대원들은 단궁을 들었다.
서쪽의 입구에 있는 여섯의 전사들에게 활을 겨눈 그들이 시위를 놓았을 때 문흠과 마초가 빠르게 튀어나갔다.
“컥!!”
“누…윽!”
화살에 맞은 이들이 쓰러지며 비명을 내지르기 전에 그들을 죽인다.
빠르게 적들을 베어넘긴 문흠과 마초가 손짓하자 사마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 가자. 시간이 없다.”
동쪽 입구에 도착한 아율은 쩍 입을 벌렸다.
아니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뭔 괴물이라도 지나갔나…?”
동쪽 입구에 있던 이들이 처참하게 죽어 있다.
그리고 안쪽에서 교전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끔찍한 비명, 그리고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아율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날로 먹었군.”
계획 변경이다.
부하들과 함께 슬그머니 다가가 안쪽을 본 아율은 기겁했다.
홍안에 검은 수염을 단 사내가 장창을 휘두를 때마다 서, 너명의 전사들이 목숨을 잃는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까지.
하나하나가 일반 전사 수준을 넘어섰다.
그들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관청에 있는 전사들을 베어넘겼다.
순식간에 관청 입구에 있던 적들을 도륙한 그들은 망설임없이 한쪽으로 향했다.
‘저긴…’
관청의 중심.
지하감옥이 있는 곳이다.
그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에 아율은 인상을 구겼다.
‘내 대신 혼란을 만들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괜히 겹칠 가능성이 있겠군.’
아율은 단궁으로 무장한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그의 명령에 그들이 건물 위의 지붕으로 올라간다.
‘댁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용해주지.’
일직선으로 파고들며 만나는 적들을 모두 도살하는 그를 보며 아율은 싸늘히 웃었다.
“후우…”
창을 늘어트리며 관우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부하의 첩보에 의하면 관청의 동쪽은 북궁가가 관리하고 있었다.
달려드는 북궁가의 전사의 목을 창으로 찔러 그를 제거한 관우는 전투를 마친 부하들에게 말했다.
“단숨에 중앙을 돌파한다. 적의 수장을 쳐낸 후 그들의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이용해 너희들은 구한 백성들을 데리고 빠지도록..”
“북궁가야를 제거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겠지. 북궁가야와 그의 정예들은 우리가 막으며 시간을 벌테니 걱정은 말도록. 전에 했던 거잖아?”
진홍곡에 잡혀 있던 이들을 구할때도 비슷한 작전이었다.
빠르게 진홍곡의 수뇌부들을 치고 정예들을 끌어내 혼란을 유발시킨 후 그 혼란을 틈타 백성들을 구한다.
그리고 그들이 안전해질때까지 전투조가 적과 싸운다.
늘 하던 일이다.
다만 그 상대가 이번에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지.
관우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구출조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동료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
자신과 함께 북방에서 백전(百戰)을 치룬 이들이다.
고작해야 백여명에 불과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오십은 노예로 잡혀 있는 이들을 구출한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작전이다.
“무리…지 않겠습니까? 저희들만으로는…”
“진홍곡을 상대할때보다는 쉽다.”
“하하하… 너무하시는군요. 그때도 쉽지 않았는데…”
“시끄럽다.”
가볍게 몸을 돌리며 걷는 그를 본 관우의 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말대로 진홍곡과 싸울때보다는 나았지.
평원에서 열배가 넘는 적들과 군략도 쓰지 못한 채 정면대결을 펼쳐야 했으니까.
그때에 비하면.
“쉽네.”
가볍게 창을 꼬나잡은 그는 관우의 뒤를 쫓으며 중얼거렸다.
“하긴, 군신(軍神)과 함께 하는데 뭐가 무섭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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