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56
관평과 삼천여명의 흑귀대원들만 데리고 가정성에서 빠져나왔다.
지형을 보며 괜찮은 산 중턱을 찾은 나는 주변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여기 정도면 괜찮겠는데 말이지…”
한눈에 전장을 내려다 볼 수 있음과 동시에 가정성이 공격 당하면 빠르게 치고 내려갈 수 있는 위치다.
다만 여기를 거점으로 삼으려면 꽤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근처에 적이 있는만큼 제대로 산성을 구축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적당히 나무 베고 위장을 하자고. 옷 갈아입어.”
끌고 온 삼천여의 흑귀대원들은 늘 입고다니는 검은색 갑옷이 아닌 짙은 녹의로 옷을 갈아입었다.
검댕을 얼굴에 바른 후 몸 여기저기에 나뭇가지나 나무잎을 옷에 끼운 이들을 보았다.
이런 산이나 숲에서 움직일 경우 눈이 좋은 이들은 옷이나 갑옷의 색으로 은폐를 눈치챈다.
그런만큼 이런 식으로 녹색에 풀과 나뭇가지로 위장을 하는 것이다.
이정도라면 근처에 오지 않는 이상은 쉽게 발견하기 힘들거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삽을 들었다.
땅을 파내서 참호를 만들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올려 놓는다.
근처에서 베어 온 나무와 돌들로 주변을 정리했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때 쯤 작업을 마쳤다.
다들 피로해하지만 그래도 삼천여명이 숨을 수 있을 정도의 참호는 만들었다는 것에 안도했을 때다.
밑의 길에서 불빛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달빛에 의지해 적들의 수를 살핀다.
불빛만 본다면 약 이만 정도 된.
“오는구만.”
“적의 대장은 누굴까요?”
참호에서 육포를 씹고 있던 관평이 나오며 물었다.
하지만 나도 지금 상태로는 적들의 상세한 상태를 알 수 없었다.
난 망원경으로 적들의 상태를 살폈다.
“에… 공성병기는 없는 듯 하구만.”
적들이 가진 장비는 사다리 정도 뿐이다.
정란이나 충차는 없다.
저 상태로 가정성을 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진짜 자살 공격이나… 혹은 식량이 부족해서 병사의 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 아니면 요격을 바라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저희가 공격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닐텐데…”
“일단 기다려보자.”
지금 습격을 할 수는 없었다.
습격을 하는 것은 전투가 종료되었을 때.
지금 가정성 내에는 철갑기마대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거다.
하후상에게 오늘의 작전에 대해서 말을 해 놓은만큼 내가 움직이면 그들을 이끌고 나올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좀 쉬고 있자.”
참호를 만드느라 피로해 있는 이들에게 휴식명령을 내렸다.
내 명령에 관평이 다른 이들을 쉬게 하는 것을 본 후 난 침을 꿀꺽 삼켰다.
꽤 열정적으로 적들이 가정성으로 접근한다.
그것을 지켜보며 난 숨을 죽였다.
설마 저정도만으로 가정성이 함락되지는 않을 것 같고.
해야 할 일은 대기다.
행여나 가정성이 함락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불안감을 억누르며 적들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성에 근접했습니다. 이제 교전이 시작되려는 듯 한데…”
적들이 움직이는 틈을 노려야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적의 틈을 노리려는 것은 이미 아군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곽혁은 그래도 곽가의 아들이다.
그런만큼 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려는 것인지는 알 수 있겠지.
거기에 곽회까지 있으니 문제는 없다.
하후상에게 준비를 하라고 해두었으니 그들이 잘 해놨겠지.
“일단은 단순 공격인가…”
공성장비가 없이 공성전을 하게 될 경우 할 수 있는 공격법은 두가지 뿐이다.
활로 공격, 그리고 사다라로 공격.
내부에서 내통하여 성문을 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적장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공격은 활로 성벽을 공격하여 성벽 위에 있는 아군이 사다리를 설치하려는 이들을 지키는 정도 뿐
적들의 움직임을 망원경으로 확인하고 있을 때 관평이 다가왔다.
“공격으로 피로가 쌓였을 때를 치는 겁니까?”
“음. 그게 가장 좋은 것이니까. 그나저나 넌 쉬라고 했는데 왜 안쉬냐?”
전투가 시작되면 관평이 선봉을 맡아야 한다.
그런만큼 체력 보존이 중요한데.
내가 뚱한 눈으로 바라보자 관평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잠이 잘 오지 않는군요.”
“왜?”
“…조금 기대가 됩니다.”
그러고보니 진창성에서의 인연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관평 역시도 진창성에서 익주군과 악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 역시 흥분과 기대로 가슴이 뛰어 쉽게 쉬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참아.”
“알겠습니다.”
지금 흥분된다고 끼어봤자 별 의미는 없었다.
지금 가정 성에 있는 이들이라면 분명 저정도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믿자.
난 수풀 속에 숨어서 전투의 진행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가정성은 진창성보다 더 큰 성이지만 주변에 산이 많고 대군이 공격하는 방향이 한 방향으로 강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성이지만 거의 관문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당연히 공격의 방향은 단조로울 수 밖에 없었다.
“흠…”
우회는 하지 않는건가?
하긴.
산길이 험한데다가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금세 발견될 수 있는만큼 쉽게 통과하기는 어려울거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잘 싸우네.”
나에게 요격하여 적을 무찌르자고 말한 것 치고는 곽회와 곽혁은 생각보다 적의 공세를 잘 막아내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침착하게 병사들을 운용하면서도 적의 공세에 밀리지 않는다.
사다리, 그리고 화살 공격을 적절히 막아내고 성벽 위에서 돌이나 뜨거운 물을 퍼붓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 싶다.
“흐음…”
정말 나라의 동량이라고 할 수 있겠군.
나이가 있고 경험이 많은 곽준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학소, 곽혁, 곽회는 아직 경험도, 연륜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적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꽤나 숙련된 장수일것이다.
아무리 공성과 수성에서 수성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면 저들의 재능은 인정할 만했다.
조금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재능이 없는 편에 속한다.
천재와 범재 중에 가까운 쪽을 따지라면 범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내가 방통이나 서복, 사마의 같은 천재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이유하의 기억 덕분이다.
그렇기에 가끔씩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질투하게 된다.
“이런.”
나도 모르게 안좋은 생각이 들었군.
난 고개를 저은 후 상황을 지켜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아… 그래.”
내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을 본 관평이 내 어깨를 잡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에게 애써 웃은 후 난 검을 잡았다.
“너는 신경쓰지 말고 쉬도록 해. 전투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는 즉히 바로 공격할 것이니까.”
“전투가 마무리가 된다면…입니까?”
“음. 적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정석대로 공격을 하는군. 그런만큼 변칙적인 공격에는 약할 터. 공성전이 끝나고 적들이 본대로 복귀하려고 할 때 적의 우익을 공격한다.”
“우익… 입니까? 왜 하필?”
“후방의 본진을 치기에는 지금 있는 병력도, 지휘관도 적어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말을 알지? 지금 우리는 그저 계란일 뿐이야. 한번의 공격으로 적의 부대를 양분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오히려 당할 수 있다.”
사실 지휘관이 있을 법한 후방의 본대를 치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은 흑귀대와 노병들 뿐.
적이 공성전으로 약해졌다 하여 만만히 볼만한 수는 아니었다.
“야간 작전 대비한 전투준비해놔. 기습의 묘를 살려야하니까.”
슬슬 전투가 마무리 되는 듯 보인다.
계속될 것 처럼 이어지던 적들의 공세가 차츰 줄어들고 사다리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죽거나, 혹은 사다리가 박살난 것이 보인다.
“망원경을 좀 더 좋은 걸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정성의 불빛과 적들이 가지고 있는 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야간망원경?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당장 배율 높은 망원경 만드는 것도 힘든데 그건 무리겠지.
“으…”
투명한 유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어떻게든 망원경을 위한 렌즈를 만들텐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망원경은 수정을 갈아서 만든 렌즈라그런지 선명도도 물론이거니와 배율도 그리 좋지 않았다.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망원경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한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장비의 아쉬움에 투덜거릴 때 쯤 적들이 가정성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저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성에서 나와 요격하는 것을 걱정하는 듯 뒤로 빠지기 시작한 적들을 보며 난 입맛을 다셨다.
“준비해둬.”
“예.”
숲 속에 몸을 숨기기 위한 녹색의 옷을 벗고 검은색 옷과 갑옷으로 갈아입은 이들이 전투를 준비한다.
공성전이 진행되는 동안 쉰 덕분인지 전의는 나쁘지 않다.
“다 됐냐?”
“맡겨만주슈.”
“하… 이거 참. 적이 몇이라고? 이만? 아무리 전투가 끝나 피로해 있을 적이라지만 이거 잘하면 이번에 죽을지도 모르겠네.
“낙오하면 버리고 간다.”
투덜거리면서도 갑옷과 무기를 확인한 흑귀대원들이 이를 드러내며 잠시 후 있을 전투의 고양감을 다진다.
그것을 보며 내가 말하자 흑귀대원들은 가볍게 손사레를 쳤다.
“낙오하는 놈들은 우리부터가 버리고 갈거요. 그리고 우리 흑귀대에 고작 그정도 임무를 수행하며 낙오할 약해빠진 놈들은 없어.”
“하하…”
오랫동안 나와 함께한 정예들이다.
그런만큼 문제는 없겠지.
그들이 준비를 마쳤을 때 관평이 걸어왔다.
커다란 참마도를 쥐고 있던 관평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아쉬운 것이 말이 없다는 게…”
“말 없이 해야지.”
이런 식의 전투를 할 때는 말이 있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진지공사를 하려고 온 탓이라 그런지 짐마차를 끌기 위한 말 몇마리 외에는 없었다.
있는 말은 고작해야 쉰여마리 뿐.
그정도의 기병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경조윤께서는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말은 나도 말에 탈 수 없다는 거다.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자 난 웃었다.
“괜찮아. 어떻게든 낙오하지 않고 버텨낼테니까 걱정말라고.”
“하아… 야진, 가수. 경조윤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 알았나?”
관평의 서슬퍼런 명령에 흑귀대원 둘이 씩 웃었다.
흑귀대의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여유롭게 답하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가자.”
이곳까지 올라오며 확인한 길을 통해 움직여 전장의 근처에 도착했을 때 쯤 적들이 물러가는 것이 보인다.
“친다.”
가볍게 수신호를 보내며 명령을 내렸다.
공성전을 마치고 본대로 후퇴하려는 적들의 옆에 노와 활을 쥐고 있던 흑귀대원들은 그들에게 겨눈 후 곧장 발사했다
천여발의 화살이 날아가는 것으로 기습이 시작된다.
“으아아아악!”
“기습이다!”
어둠을 틈타 공격을 함으로써 적들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다.아니, 적들 뿐만 아니라 아군 역시도 눈치챘을 것이다.
“가자!”
“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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