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06
“…하여 기곡을 내어 주신 것 아닙니까!”
“거 참.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입이 삐뚫어졌어도 말은 제대로 해야지. 기곡을 내어줘? 기곡에 지어지고 있는 관문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나?”
“하지만 기곡으로 침입을 허용하셨잖습니까! 그들이 기곡으로 들어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승상복야께서 틈을 내어주셨기 때문 아닙니까!?”
새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말한다.
곽진의 얼굴을 마주하며 난 한숨을 쉬었다.
“거 사람 답답하구만.”
차를 홀짝거렸다.
그런 나를 향해 곽진은 탁자를 크게 내리쳤다.
“승상복야! 지금 제가 장난하는 줄 아십니까!?”
“장난?”
“교사원의 심문이 장난인 줄 아십니까!? 교사원에 들어와서 몸 성히 나간 이가 없거늘!!”
얘가 흥분을 하더니 주제파악을 못하는군.
난 그의 고성을 가만히 듣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뭡니까?”
“어이.”
“…예?”
“자네 미쳤나?”
그제서야 곽진은 움찔했다.
자신이 너무 흥분했음을 알았다.
그가 사과하려고 우물쭈물 거렸지만 난 그 틈을 주지 않았다.
“일어나.”
“아니…”
“일어나라고.”
곽진이 일어나자 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윽!”
정강이를 맞은 곽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응시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내가 죄인인가? 응? 고작해야 교사원의 집행조 소속 주제에… 감히 승상복야에게 그따위 태도라니. 자네 내가 여기서 나가면 무슨 꼴을 당하고 싶어서 그런건가? 응?”
“크윽…”
열받지?
곽진의 눈에 굴욕과 분노가 섞이는 것을 응시했다.
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좀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말하게. 이 사람아. 내 교사원주와 친분이 있어 이리 협조를 하는 것이지. 난 죄인이 아니라는 걸세. 고작 검증도 되지 않은 소문 따위로 날 핍박하려는 건가? 오직 나에게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백성을 위한 안민의 마음 뿐인데. 그런 나에게 이따위 짓거리를 해? 응?”
자존심이 상한 그는 수치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작게 중얼거렸다.
“교사원의 지하감옥까지 왔으면서도…!”
“뭐?”
“큭…”
그렇게 찌그러질거면서.
난 내 자리로 돌아간 후 여유있게 말했다.
“정 뭐하면 증거를 가져오라고 했잖은가.”
교사원에서 관직에 있는 이를 잡아올 때는 대부분 협조를 빌미로 잡아온다.
그리고 나서 고문, 그리고 협박을 통해 정보를 얻어낸다.
하지만 나에게 그걸 쓸 수 없으니 곽진으로서는 환장할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기곡을 내어줬으면 좌풍익이 뚫렸겠지. 좀 말을 할 때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하면 안되겠나? 쯧. 한심하기는. 군략의 기본부터 설명해주지. 아니 내가 이런 것 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하나?”
새빨개진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아 날 쳐다보는 곽진에게 난 그때 당시의 전투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벽에 지도까지 그려가며 설명을 한다.
그것을 잠자코 듣던 곽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실 것입니까!? 제가 그정도 군략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럼 어쩌라고. 증거라도 가져와보게나. 증거라도. 지금 자네가 하는 소리는 그저 소문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크윽… 증거는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부분에 대한 조사가 끝났고…”
“그럼 가져오라고!!”
증거따위 있을리 없지.
진짜 내가 익주와 거래를 했다고 하더라도 밀서니 뭐니 남길 이유가 없었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곽진은 발을 동동 굴렀다.
“교사원의 굴욕입니다…”
“교사원의 굴욕? 집행조의 굴욕이지. 한심하기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포충이 이를 드러내며 비웃었다.
그 비웃음에 곽진은 빠득 이를 갈았다.
“이러니까 교사원이 그냥 고문만 하는 곳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닥쳐. 네놈이 끼지만 않았어도.”
“하. 네가 교사원주라도 되나? 꼬우면 원주께 요청해서 집행조만 방에 들이지 그래?”
시기적절한 포충의 도발.
곽진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이들을 힐끔 보았다.
복지부동한 자세로 서 있던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잠시 쉬었다가 하시지요.”
그가 나가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노는 것도 꽤 피곤하군.
나에게 차를 한잔 더 타 준 포충에게 물었다.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됐나?”
“음… 지하라서 확인하기 어려운데. 잠시 기다려주십시요.”
포충은 서 있는 둘에게 눈짓했다.
그들과 함께 포충이 나가며 바깥에 있던 두명이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채 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내일 쯤 되면 많은 이야기가 퍼지겠지.
교사원주인 하후돈과 내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하후가는 조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가문.
조앙의 안정적인 왕위 등극과 권력의 안정을 위해 날 쳐내려는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후가에서 나를 견제하기 때문에 교사원이 날 잡아갔다.
조앙을 뒷받침하는 진가는 몰락하고, 아마 하후가는 조비를 지원할 것이다.
그러니 조비에게도 줄을 대보자.
뭐 이런 소문이 들거나 움직임을 보이겠지.
이것을 이용해서 곽영이 움직이게 해봐야하나.
생각을 이어나갈 때 자리에 있던 요원이 움직였다.
“죽어라.”
“뭐?”
어느새 들려 있는 단검.
뭐지?
이놈. 곽영의 사람이었나?
생각치 못한 움직임에 놀라며 난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의자를 들어 그에게 던졌다.
“이까짓…”
콰지직!
던져진 의자를 쳐낸다.
의자가 벽에 부딪히며 만들어진 시끄러운 소리에 그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미 소리는 나버렸다.
이정도 소란을 들었다면 누구든 올 것이다.
“이제 시간 없네?”
“네깟 놈. 십초면 충분하다.”
나를 향해 싸늘히 말한 그가 다시 달려들었다.
찻잔이나 벼루, 그 외에 잡히는 것을 던지며 막아내었지만 그는 그것을 쳐내며 내게 가까워질 뿐 이었다.
“젠장.”
암살자까지 준비했다니.
난 이를 갈며 내 목을 찌르려던 그의 팔을 양 손으로 잡았다.
그 순간 뒤에 서 있던 요원이 움직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날카로운 비수.
설마 암살자가 둘인가?
“죽여.”
다가오는 이에게 날 죽이려는 이가 말한다.
나는 당황했다.
아무리 나라도 교사원의 요원 둘은 상대하기 힘든데.
어떻게 버텨야 하나.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비단옷 안에는 서주의 사슬갑옷이 있었다.
하지만 목이나 다른 곳을 노린다면 오래 버티지는 못할거다.
포충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늦어?
“죽여!!”
내 앞에 있는 이와 힘싸움을 시작한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위기는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우리 바로 옆에 온 후 단검을 휘둘렀다.
“컥!!”
찔린 것은 내가 아니다.
날 공격하려던 놈.
그의 옆구리 깊숙히 단검이 박혔다.
자연스레 힘이 빠졌고 난 바로 움직였다.
“끄억…! 네, 네놈… 누구냐…!”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구리에 찔린 그가 고통을 토해내며 비틀거리는 사이다리를 들어 그의 낭심을 걷어찼다.
“컥!”
천천히 허물어지는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
고통에 단검마저 떨어트리자 그것을 발로 차 옆으로 보낸 후 날 도운 이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고맙군. 덕분에 살았다.”
그는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포충이 들어온다.
“이게 무슨…”
“이놈이 날 습격하더군.”
“허…”
포충은 눈쌀을 찌푸리며 그의 가면을 벗겼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얼굴이다.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포충은 천천히 말했다.
“유심입니다.”
“유심?”
“예. 얼마 전에 교사원 실행조에 들어 온 자입니다.”
짧게 말한 그는 신음하는 그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교사원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하다니.”
“흐음…”
나에게 자백을 받아낼 수 없으니 이 방법을 쓴건가?
포충은 주변을 둘러본 후 조심스레 말했다.
“이 자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대충 예상은 가지만…”
“예상?”
“음.”
잠시 후 곽진이 달려들어왔다.
그는 내가 멀쩡한 것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의 의미는 뭐지?”
“아니… 혹여 다치시기나 했을까봐서. 안도의 한숨입니다.”
개소리를 하는군.
곽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계속하기는 힘들 것 같군요. 음… 그 자는 아직 살아 있습니까?”
옆구리를 찔리고 낭심이 차이기는 했지만 살아는 있다.
그것을 본 곽진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감히 교사원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저 놈을 포박하라. 그리고 옆방으로…”
“잠깐.”
“예?”
“날 죽이려 한 놈이다. 그런만큼 내가 심문하는게 옳지 않을까?”
“그게 무슨. 만약 이놈이 익주놈이라면…”
이놈을 곽진에게 넘길 수야 없다.
곽영 쪽 사람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냥 넘기나.
“국가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승상복야를 시행하려 한 자다. 그런 자를 교사원에 맡길 수는 없지. 교사원은 감찰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어디로 보내시려는 것입니까?”
“정북부로 보내게.”
정북부에는 내 사람들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고문해서 이놈의 정체를 밝힐 수 있었다.
딱히 밝히지 못해도 상관없고.
곽진은 난감해하며 포충을 보았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도의적으로 보았을 때…”
“아무리 집행조와 실행조의 사이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여기서 방해하지 않겠지? 잘 생각하고 답하게.”
곽진의 간절함이 담긴 어조에 포충은 무덤덤히 대꾸했다.
“정북부로 보내는 것이 옳지.”
“이런 미친! 너는 교사원 소속이냐! 아니면 정북부 소속이냐!”
“교사원의 실행조장에게 그따위 말을. 죽고 싶나? 나의 주인은 오로지 교사원의 원주 뿐. 위왕이라 하더라도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이… 개자식이…”
“그만! 너희들끼리 치고박고 싸울 여유가 있나!? 포충. 이놈을 끌고 잠깐 나가지. 바깥에 요화와 흑귀대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예.”
“조사를 받던 이가 나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건 죄가 입증된 죄인의 이야기 아닌가. 나는 그저 협조를 위해 왔을 뿐이야. 내가 더 이상 싫다고 한다면 자네는 무슨 명분으로 날 잡을 생각인가?”
곽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를 향해 한차례 콧방귀를 뀐 나는 그를 지나치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내 금방 돌아올테니 기다리고 있게나.”
포충과 나온 후 난 바깥에서 나에게 살짝 목례한 이에게 다가갔다.
그를 향해 난 웃었다.
“도와줘서 고마웠네.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내 칭찬에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허리를 숙일 뿐 이었다.
교사원 요원답게 과묵하기 그지없군.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쳐 준 후 난 포충에게 말했다.
“저 친구에게 포상금을 내리도록. 그리고 원한다면 승상부에 속하게 해주고.”
“알겠습니다.”
바깥으로 나오니 기다리던 요화는 웃으며 반겼다.
“끝나셨습니까!?”
“아니. 아직.”
“그런데 왜…?”
“이놈 정체 좀 밝혀봐.”
포충이 건네 준 이를 받은 요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사원 요원 복장을 한 이가 이렇게 끌려 나오니 이해를 하지 못한 듯 보인다.
“날 죽이려 한 자다.”
“…알겠습니다. 장필, 아류. 데려가도록.”
“알겠수다.”
열명의 흑귀대원들이 그를 챙긴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자 요화는 포충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승상복야를 잘 부탁드리겠소.”
약속대로 날 건드리지 않은 것을 보고 그에게 신뢰감을 보인다.
포충은 가볍게 마주 목례하고 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짧게 걸으며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교사원을 나가는 모든 이를 잡아두었습니다. 그런만큼 곽영에게 연락이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잘했군.”
“원하신다면 교사원의 요원들을 좀 움직이는 것이…”
“아냐.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아무튼 나는 오늘 하루는 여기 잡혀 있어줘야 하지. 저들이 움직일 시간도 필요하고.”
“내일 등청하시지는 않으시는 겁니까?”
“음. 뭐 이래저래 할 일도 많고.”
난 가 사형과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내 대답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따로 도울 일은 없습니까?”
“굳이 자네가 더 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교사원에 손님이 좀 더 늘어날거야. 자리나 좀 마련해두게. 아주 좋은 곳으로.”
“알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심문관인데… 심문의 경우는 집행조의 영역인지라. 실행조에서는 함부로 움직이기 힘듭니다. 곽진이 있는 이상 집행조에서는…”
“아. 그건 걱정말고.”
그에 대한 대처도 생각은 해놨으니까.
나야 밤새는 것에 익숙하니 괜찮다만 곽진은 꽤나 피곤해보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밤새 오히려 나에게 시달렸으니까.
그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자 난 웃으며 말했다.
“거 친구. 피곤한가보군.”
“으…”
“가서 좀 자게.”
“하, 하지만… 이제 시간이.”
“원 참. 알았네. 알았어. 내 하루 정도는 더 여기 머물러주지. 정말 귀찮구만~”
내가 느긋하게 말하자 그는 그제서야 안심하는 듯 보였다.
요원들과 함께 그가 나간다.
근처에서 쪽잠이라도 잔 후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난 포충에게 작은 종이를 넘겼다.
“이것을 요화에게 주도록.”
“알겠습니다.”
포충이 밖으로 나가자 그의 부하인 요원 하나가 들어왔다.
난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편히 기댔다.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있으려고 할 때 들어 온 요원이 가면을 벗었다.
“시작할 때가 됐군.”
“아.”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나도 웃었다.
“그럼 저도 준비를 하지요. 사형.”
“그래… 이제 반격의 기회다.”
가 사형과 나는 서로를 보며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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