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09
이대로는 대화가 안풀린다.
난 조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예. 알겠습니다.”
“양보해주는 건가?”
“예. 뭐. 그러죠.”
어쩌겠나.
나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조조의 밑이다.
그런만큼 그가 저렇게 주장한다면 나로서는 따를 수 밖에 없다.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네.
확 하야해버릴까보다.
난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나를 향해 순욱은 껄껄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하하하… 아니, 자네와 전하께서 의견 마찰이 생기면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 같군. 왜 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던가.”
“전에?”
“유비의 이야기군.”
“아.”
그러고보니 유비때도 이랬지.
조조는 유비를 이용해서 책략을 내고자 했었다.
그리고 나는 책략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죽이자고 했고.
결국 조조의 뜻대로 일이 풀려나갔다.
“만약 그때 유비를 제거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풀리지 않았겠지.”
황족인 유비를 유폐시킨 후 잘 보관했다가 나중, 황족을 치는데 썼었다.
황족들의 세력을 크게 약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조조가 백성들에게 원한을 사지 않은 이유는 조조가 명분과 도리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가끔씩 생각하는 것이지만 자네는 눈 앞의 일만 항상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당장 눈앞에 벌어진 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데 어찌 큰일을 하겠습니까.”
조조의 말에 내가 인상을 썼다.
그것을 보며 순욱은 킬킬 웃었다.
“전하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자네 뿐이야. 참 마음 편하게 살아서 좋겠군.”
“이게 마음이 편해보이십니까?”
순욱의 말에 짜증섞인 어조로 대답했다.
그는 속 편히 허허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훈훈하게 미소짓고 있던 조조는 술을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아무튼 이번 일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겠네.”
“일단 목숨만 살려두는 겁니다. 목숨만. 그의 관직을 모두 빼앗고, 그리고 그의 모든 권한을 앗아가겠습니다. 또한 조비는 청주, 그리고 연주, 서주 등 각 지역에 2년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하고…”
조조가 원하는 것은 조비를 죽이지 않는거다.
백번 양보해도 거기까지는 봐준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조비가 세력을 꾸릴 수 없게 하려면 이렇게 하는 수 밖에.
내가 거는 조건들을 조조는 차분히 듣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거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겠나?”
“그럼 제 뜻대로 하겠습니다. 당장 정북부로 그를 이관…”
“참나. 까칠하기는. 알았네. 알았어.”
사실 이렇게까지 해도 난 좀 불안했다.
좀 마음 놓을 수 있는 녀석이라야지.
나에게 술잔을 건네며 조조는 차분히 물었다.
“그렇게까지 경계하는 이유가 뭔가? 앙이라면 충분히 비 녀석을 통제할 수 있을텐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쓸 필요는 없잖습니까.”
이제 남은 것은 익주와 오 뿐이다.
그놈들을 쳐내면 내가 원하는 상황에 크게 가까워진다.
그런데 뒤에 위험한 인물을 둘 이유는 없다.
내 말에 조조는 대답 대신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술 좀 더 하지 그러나?”
“할 일이 많습니다.”
“뭔 세상을 그리 빡빡하게 살려고 하나.”
순욱과 조조가 웃으며 말하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만둔다 이거지?
“누군 좋아서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
나야말로 놀고 싶다.
집에가면 어여쁜 마누라들과 토끼같은 새끼들이 기다린다.
그런데 내가 뭐 좋다고 곽영같은 놈이랑 놀아야겠는가.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 아닌가.
절로 뚱한 목소리가 나오자 조조와 순욱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이거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자네가 있으니 우리는 마음 푹 놓고 은퇴할 수 있겠어?”
“그렇지요? 하하. 위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에잉.
저 암적인 존재들.
내가 나가려고 할 때 조조는 나를 불러세웠다.
“이걸 받게.”
“뭡니까?”
“왕부 내원 옥연에 녀석이 있지. 얼굴이나 보고 가게나.”
“…하아.”
그 얼굴 보라는게 누군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난 손에 든 패를 만지작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만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한번 정도는 얼굴을 봐야 했다.
난 거칠게 왕부의 내원으로 향했다.
왕부에서 관리하는 감옥인 옥연 앞에 도착한 나는 호표기들에게 패를 보였다.
“전하의 허가를 받았다.”
패를 본 이들이 잠자코 길을 내어준다.
난 안쪽으로 들어갔고 안을 보며 감탄했다.
“이게 감옥이냐 휴양소냐.”
왕족들을 가둬두는 감옥이다.
일반 감옥과는 시설부터 달랐다.
하지만 창문이나 문이 철창으로 되어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가장 안쪽의 방에 들어가니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는 이가 보였다.
“잘 지내냐?”
“오셨습니까.”
조비는 생각보다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를 마주하던 나는 절로 맥이 빠졌다.
“감옥 안이 아주 편한가보다?”
“뭐. 지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말 하나하나가 사람 속터지게 만드는군.
난 그를 노려보다가 이를 드러내었다.
“자. 이제 속이 좀 낫냐? 응? 결국 네놈의 결말은 이것이다.”
“어느정도는 예상했던 일인지라.”
“뭐?”
조비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는 증오나 분노 따위는 없었다.
“형님.”
“날 형님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냐?”
“생각이야 늘 하고 있었습니다. 자수 형님이 제 형님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빙긋 웃었고 난 이를 갈았다.
“이제 저는 어찌 되는 것입니까?”
“뭐라고 생각하냐?”
“잘해야 유배겠지요. 최악으로 가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애초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허술한 책략을 써버렸으니 목숨이나마 건진 것으로 만족해야지요.”
“넌 도대체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 결과를 예상했으면 그걸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움직인거냐! 왜!”
“이게 저의 삶이고, 저의 방식입니다.”
“하…”
저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위에 올라가려는 놈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조비를 노려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됐어.”
“하하하…”
“이제 너를 끌어들일 생각따위는 없으니까. 난 이정도 했으면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조비를 끌어들이고, 그의 마음을 바꾸려는 생각따위는 하지 않을거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내 적임을 천명했다.
그런 놈을 뭐하러 끌어들이냐?
재능있는 이들은 많고 신뢰할 수 있는 이들도 많다.
난 조비를 보며 말했다.
“이제 네 결말은 천하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유배지에서 유배 생활만 하는 것 뿐이다. 전에 말했지? 물고기에게 물 밖에서 살게 하는 짓이라고?”
“그렇지요.”
“그 삶을 살게 될거다.”
“흐음… 그럼 물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군요.”
아니 저놈이?
유배를 가도 세력을 꾸미고 다시 도전을 하겠다는거지?
고맙다.
망설이던 마음에 쐐기를 박는구나.
조비는 작게 신음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철창을 사이에 둔 채 조비는 나에게 물었다.
“형님.”
“뭐.”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짖어보렴.”
“왜 제가 실패한 것일까요?”
“너도 알텐데.”
그의 눈을 마주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그게 순리다.”
“소의를 따르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조비는 작게 웃은 후 뒤로 물러났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그래. 뭐… 유배지에서 네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궁금하지만 한번 잘 살아봐라.”
난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조비와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나가려고 할 때 조비는 강하게 외쳤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저 새끼가…”
발걸음을 멈췄다.
고민을 하다가 다시 나가려고 할 때 조비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형님! 형님께서 저를 잊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냐.
영원토록 마음 속에서 기억해주마.
너는 내 등 뒤에서 영원히 살아갈거다.
난 이를 갈며 걸어나갔다.
왕부에서 나와 관청의 바깥에 도착했을 때 한 사내가 나에게 다가왔다.
작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그는 나에게 작은 서찰을 넘겼다.
“뭐냐.”
“경조윤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음…”
사마의가 제대로 된 파발이 아닌 이런 식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나름 비밀스러운 일 때문이라는 것이겠지?
종이를 펼쳐보았다.
안에 적혀 있는 글을 읽고 난 후 난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끝났나… 정북부로 돌아간다.”
“예.”
이제 사마의가 복귀하는 것만 기다리면 된다는 건가.
그럼 그동안 뒷처리만 하면 되겠군.
곽영이 잡혀가고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허도에는 난리가 났다.
사예교위인 곽영 뿐만 아니라 대전의 중진에 있는 이들이 서량의 한수와 결탁하였다는 이야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사예주에서 백성들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먹은 관리들의 이야기까지.
중심에 있는 것이 조조의 사돈인 사예교위라는 것이 알려지자 모두의 충격은 대단했다.
“거 참.”
“사람이 욕심이 그리 크더니만…”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던 사람이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그런 일을.”
“소문에는 그들을 팔아 번 돈으로 서량의 반란을 지원했다면서? 서량에서 관중을 얻으면 그때 합류하여 허도를 공격하려고 했다던데…”
“익주와도 선이 있다고 하더군. 무섭네. 무서워. 이거 참 누굴 믿겠나. 저래가지고.”
관리들이 수근대는 것을 들으며 대전에 들어갔다.
나를 본 이들은 황급히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승상복야!”
“오셨습니까!”
“이거 참. 아침부터 조회라니. 다들 피곤하시겠습니다. 요새 허도도 흉흉한데.”
“아이고.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나와야지요.”
“오늘은 죄인을 잡는 날 아닙니까! 응당 해야 할 일을 해야지요.”
나에게 알랑방귀를 뀌는 관리들을 지나 난 내 자리로 들어갔다.
내가 오자 양 사형은 피식 웃었다.
“좋겠네? 권력의 중추에 들어선 기분이 어떠냐?”
“딱히 좋지도 않습니다. 일만 더 늘어난 기분인지라.”
“그래도 해야지.”
“예에.”
양 사형과 몇가지 일을 상의하는 사이 다른 이들도 왔다.
무관이든, 아니면 문관이든.
그들은 모두 들어오자마자 내가 있는 쪽에 와 인사를 건네주었다.
“승상부주, 승상복야.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은 잘 쉬셨습니까?”
“쉬기는 무슨… 일이 많았습니다.”
“어이구. 위국의 중진이신 승상부주와 승상복야께서 이렇게 고생을 많이 하시니. 제게 좋은 약이 있으니 보내드리겠습니다.”
“서역에서 온 보물이 있는데 그 보물은 지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회복된다고 합니다. 제가 양가와 진가에 사람을 보내 놓으려 하니…”
곽영 일파, 즉 조앙을 반대하는 세력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리고 권력은 모두 이쪽으로 모였다.
후계자인 조앙이 자리를 단단히 하게 되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곽영이라는 역적이 잡혔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심문과 함께 처벌을 한다는 것.
이것은 내가 말만 한다면 어느 곳에 있는 이들이라 한들 엮어서 같이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내게 환심을 사려는 이들 사이에서 양 사형은 무덤덤히 말했다.
“이제 곧 조회가 시작될거요. 자리로들 가시오.”
“예예.”
“알겠습니다. 그럼… 두분. 내일이나 해서 식사나 한번 같이 하시지요. 제가 좋은 곳에 한번 모시겠습니다.”
그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한숨 돌리려 할 때 문쪽이 소란스러워졌다.
궁금해진 나와 양 사형이 고개를 돌렸을 때 한무리의 관리들이 들어왔다.
“산양군수님. 하~ 역시 오늘도 풍채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어쩜 이리 결백하신데다가 청렴하기까지… 그야말로 관리의 귀감입니다. 귀감! 산양군수님! 존경합니다!”
원래라면 사예교위인 곽영이 선두에서 걸어야겠지만 그는 다른 특등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는 다른 주목급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다들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뒤에서 걷고 있었다.
그럴만도 하지.
이번 일로 아버지의 위치가 크게 격상되었으니까.
차기 연주목이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권력의 중심이 된 내 아버지인 만큼 당연히 몰릴 수 밖에.
아버지는 그들이 마냥 귀찮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하.
좀 참으셔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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