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18
성이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난 후 난 피식 웃었다.
그러고보니 성이가 노는 것을 줄이고 공부와 훈련에 집중하던 것이 아홉살 때쯤이라던데.
그 전에도 기본적인 것들은 했지만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들었다.
지가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할 필요가 없어서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노는 것을 끊길래 신기해했었다.
그게 모가와 모현의 만남 때문인건가?
난 성이를 지그시 응시했고 성이는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의 만남 덕분에… 저도 제 입장을 알게 되었고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여자는 남편을 바꾼다.
어떻게보면 모가와 모현이 성이를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
그것도 꽤나 좋은 방향으로.
재미있는 첫 만남이다.
난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모가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인가.”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조부님의 가르침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라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필부도 그것을 알고 실천하는데… 진가의 장남인 제가 게으르면 안된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런가… 그리고 그 딸인 모현은? 네가 보는 그녀는 어떤 사람이냐?”
“어…”
성이는 부끄러웠는지 볼을 긁적거렸다.
“그 생활력이라면 어디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다 싶어서. 그리고 여러가지 면에서 봤을때 아주 매력적입니다. 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저는 허도에 자주 머무르지 못했잖아요? 하지만 갈때마다 웃으며 저를 반겨주고…”
“뭐? 하하하! 네가 굶을 일이 어디 있겠냐.”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모르는 것이죠. 그, 아무튼 그렇게 만나면서도 친해지고, 그, 상사상애하는 마음이 커져… 장래를 약속했습니다.”
“너 혼자 생각한 것이냐? 아니면 둘이 같이 생각한 것이냐.”
혹여나 성이가 김칫국을 크게 한사발 마신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조사에 따르면 모현의 나이는 성이보다 네살이 더 많은 열 다섯.
그정도면 슬슬 정혼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혹시 모가가 다른 가문과 정혼을 약속했고, 그녀가 성이를 그저 동생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런 거면 문제가 된다.
내가 웃으며 묻자 성이는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 약속은 했습니다. 그리고… 저기. 이, 입맞춤도 했고.”
“허. 어린 녀석이 별 것을 다했구나.”
성이가 열살쯤 됐을 때부터 좌풍익에서 생활을 했다.
그렇다면 그때쯤에 벌써 입맞춤을 했다는 건데?
난 성이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여주었다.
“윽…”
“이 녀석아. 함부로 그런 것 하는 거 아니다. 시집도 가지 않은 여자와는 손도 잡지 않는 것이 예의이거늘.”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뭐. 이미 한 것을 어쩌겠냐. 하지만 함부로 그리 나서다가 나중에 크게 다칠 때가 있어요. 이 애비도…”
“아버지도 그러셨습니까? 제가 알기론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지 여자를 만나신 적 없다고 들었는데.”
아차.
죽을 때까지 비밀로 안고 가야 할 내 첫경험의 이야기를 할 뻔 했군.
“…그런 모습을 많이 봤어. 방 숙부 알지? 그 놈이 젊었을 때 대단했단다.”
“하하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난 성이의 머리를 애정을 담아 쓰다듬어주었다.
“뭐… 간단하게 입맞춤 정도 한 것이라면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군. 그래도 주의하거라. 남자는 늘 진중하게 움직여야 하는 법이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씩 웃으며 성이가 말했을 때 문이 열렸다.
장삼이다.
그는 죽간 몇개를 들어 옆에 놓았다.
“에~ 흑귀대가 조사해 온 거요.”
“모가와 모현에 대해서?”
“딱히 큰 문제는 없수. 모가의 집안은 꽤 오랫동안 수레를 만들던 집안이던 것 같군. 아내는 오래전에 죽었고.”
“뭐 때문에?”
“병이 나서 죽었다던데? 자세한 것은 거기 있으니까 보슈.”
그가 나가자 난 죽간을 펼쳐 읽었다.
성이는 내 앞에서 긴장감이 섞인 얼굴로 날 보았다.
“흐으음…”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딱히 걸릴 만한 일은 없구나.”
흑귀대가 조사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실하고, 또 주변의 사람들에게 공손하면서도 조화를 이룰 줄 알고.
다만 조금 사람이 유한 것이 문제라는 평가가 적혀 있다.
죽간을 접고 모현에 대한 것을 보았다.
“이 아이도 문제는 없구나. 지금까지는 말이지.”
성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난 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네 신분을 밝혔느냐?”
“아니요. 그저 좀 사는 집의 자식이라는 정도는 알렸습니다만…”
“그럼 되었다. 함께 가서 만나보자꾸나.”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진가의 가주로서 갈 생각도, 승상복야라는 이름으로 갈 생각도 없다.”
내 말에 성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냐 싶지?
난 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서로간의 마음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그 부모가 생각하는 것이지. 만약 모가가 싫다고 하면 어쩔 생각이냐?”
“그럴리가.”
“너를 마음에 들어한다 하여 진가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분은 제쳐두더라도 가문의 위세가 강하고, 그 위세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거절할 수도 있어. 특히나 그렇게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가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지.”
성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흙빛이 되었다.
녀석아.
아무리 가문에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힘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생각하지 않은 듯 성이가 당혹스러워하자 난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한번 만나보겠다는 것이다.”
성이를 방으로 돌려 보내고 마당에 나와서 바람을 쐬고 있을 때 호위병을 자처하던 흑귀대 중 하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왜?”
“손님이 왔수.”
“응? 손님? 야. 뭐 쓸데없는 손님이면 가라고 그래라. 나도 오늘은 좀 쉬자.”
요새 진가에 와서 자리를 요청하거나, 아니면 선물이라고 주던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인재이니 관직을 말하는 놈들이 많다.
아주 지겨워 죽겠다.
내가 떨떠름해하며 손사레를 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사람은 아니고. 이걸 쓸데없는 손님이라고 해야하나…”
“왕필. 쓸데없는 손님은 아니에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희아가 걸어왔다.
누구길래 희아가 데리고 오지?
함께 들어 온 이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어. 왔는가?”
“예. 아버님.”
누가 아버님이냐.
희아의 뒤에 뻘쭘히 서 있는 것은 다름아닌 순선이었다.
그는 양 손에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게 뭔가?”
“아버지께서 가져다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 그럼 볼일 다 봤으면 가라.”
“어…”
“여보…”
힐끔 힐끔 안채를 보는 순선의 모습에 인상을 쓰며 퉁명스레 말했다.
희아는 쓰게 웃으며 내 옆에 앉은 후 손을 잡았다.
“가문을 찾아 온 손님께 그렇게 대하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죠?”
어휴.
예법을 잘 알고 있는 희아가 말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더 무게가 무겁다.
난 한숨을 내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쯧. 온 김에 차나 한잔 할까?”
“예에…”
차보다는 우리 휘를 불러주는 것이 낫겠다 싶었지만.
네 녀석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휘를 쉽게 넘겨 줄 것 같으냐!
그는 머쓱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희아와 함께 방에 들어왔다.
우리를 따라 온 순선은 자리에 앉은 후 받은 차를 한모금 마셨다.
“후아… 어머님께서 끓여주신 차라 더 맛있는 것 같네요.”
“후훗, 순 공자. 아부를 해도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아뇨. 아뇨. 진심입니다. 그리고 어머님. 말씀 편히 해주십시요. 자식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어머… 하지만 저는 휘의 친모가 아니라서…”
희아가 씁쓸히 웃으며 말하자 순선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낳아 준 부모와 길러 준 부모가 어찌하여 그 무게가 다르겠습니까. 비록 천륜이 아닐지라 하더라도 인륜 또한 그 무게가 대단한 법입니다. 희 어머님께서 진 낭자의 친모가 아니시라 하더라도… 진 낭자께선 어머님을 어머니 처럼 모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머…? 그런가요?”
“예. 네 어머님들 모두를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역시 친어머님처럼 생각을 하는게…”
“후후… 고마워요.”
희아와 순선이 서로를 보며 부드럽게 웃는다.
난 꿔다 논 보릿자루 같군.
나는 둘을 보며 떨떠름히 말했다.
“…뭐야? 둘이 언제 그리 친해졌어?”
“어머? 친하다뇨? 후후. 여보. 질투하는 건가요?”
희아는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앉았다.
그녀의 상냥한 모습에 감탄하며 순선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아버님 정도 되니 어머님들 같이 아름답고, 또 현명한 분들과 결혼할 수 있는 것 같군요.”
방향을 바꿨나보군.
나에게 아부를 하는 순선을 향해 난 쓰게 웃었다.
“그래. 뭐 나 정도 되니 그렇다고… 쓸데없는 소리는 관두자. 무슨 일인가?”
“아버지의 심부름을 왔…”
“그럼 볼일 다 봤지? 가라.”
“여보!”
이제 희아도 꽤나 진가의 여인처럼 되었다.
그녀가 살짝 내 손등을 꼬집자 난 입맛을 다셨다.
내 편은 없군.
“후후후. 그래. 잠깐 기다려줄래? 휘를 불러다줄게.”
“아, 아닙니다. 진 낭자도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완이와 영이 언니랑 함께 옷을 만들고 있단다. 그래도 이렇게 와주었는데 잠깐이라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니?”
좋아하면서 튕기지 마라.
휘를 데리고 나온다는 말에 순선은 어찌할바를 몰라하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옷이요…”
“응. 우리 휘가 얼마나 옷을 잘 만들고 수를 잘 놓는데.”
관평이나 하후상, 내가 가지고 있는 손수건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
보고 실망해라!
내가 속으로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 순선은 부드럽게 웃었다.
기대하고 있나보군.
이 시대 여성의 덕목 중 하나가 옷을 만들고 수를 잘 놓는 것이다.
영이나 완이, 희가 만든 옷은 허도에서도 꽤나 유명할 정도였다.
내가 입고 있는 관복들이나 예복 같은 것, 그리고 조앙이 결혼할 때 입던 옷들.
조가와 하후가에 가끔씩 보내지는 옷과 수건 같은 것에서 최고급 품목에 내 부인들의 손이 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런만큼 순선도 꽤 기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왜. 너도 받고 싶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나도 그렇고 평이도 그렇고 다들 받았는데 너만 못 받았나보군.”
“하하…”
뿌듯하다.
이 녀석을 이긴 것 같아 기뻐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아버님.”
“왜?”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좀 여쭙고 싶어서 그런데… 거기에는 무슨 일로 가신 겁니까? 보아하니 거기장군께서도 계셨던 것 같은데.”
“음? 아아. 별 일 아니야.”
“혹시 모가를 확인하러 오신 겁니까?”
이 녀석이 어떻게 알았지?
내가 지그시 바라보자 순선은 당황했다.
“그게. 저의 아버지께서도 모가에 대해서 좀 알아보라고 말씀하셔서. 혹시 모가가 조비와 관련되어 있는 겁니까?”
“아. 그런 건 아니야.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자네는 신경쓰지 말게.”
“제가 알아 본 결과 모가는 조비와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이래저래 살펴보았지만… 그리고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긴 합니다.”
“뭔데?”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것을 파악했다는 건가?
내가 바라보자 그는 떨떠름해하다가 답했다.
“모가가 납품한 수레의 품질이 아주 좋다는 겁니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청과 장군부에 들어간 수레들인데. 그 수레들의 품질이 좋아서 다른 수레들보다 좀 더 오래 쓴다고 하더군요.”
“…잠깐만. 그럼 내구성이 좋다는 건가?”
“예. 그 정도의 수레에 내구성을 가진다면 모가가 가진 특별한 기술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이겁니다.”
순선은 품에서 두루마리를 보였다.
그가 그것을 펼치자 난 그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이건… 이동형 투석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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