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00
조인은 호기로운 모습으로 약한 중앙을 짓이기며 돌파하였다. 이것은 순우경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였으며, 군의 주도권을 승태에게서 가져오기 위한 조인의 노력이기도 했다.
이렇게 조인이 선봉에 서서 마치 불도저와 같이 빠르게 진형을 뚫고 나가자,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산개하여 모조리 참살하라!”
조인의 뒤에서 편대를 짜고 돌격하는 다른 기병들이 중앙을 기준으로 산개하여 돌파하려는 순간이었다.
“낭아진(狼牙陳)!”
높은 소리의 나팔이 불리며 깃발이 마구 휘날렸고 그를 따라 주변에서 무엇인가를 말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후, 산개한 기병들을 향해 좌우, 군의 후방이라 생각한 병사들이 갑자기 방패와 창진으로 바뀌며 그들을 위협해 왔다.
산개한 기병은 돌파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가운데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원담의 대장기가 휘날리는 중군에서 노병들이 방패병 사이에 서서 기병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피쉬웅’하는 소리와 함께 맨 앞줄의 기병들이 고꾸라졌다. 정예 노병들이 쏜 화살이 기병들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한 것이다.
조인은 커다란 대도를 휘둘러 화살을 막아 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날아온 화살에 조인의 말이 고꾸라졌다.
그리고 또다시 날아오는 화살. 조인은 말의 사체를 방패 삼아 막아 내었으나 주변의 상황을 보니 살아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이윽고 잠시 노병의 공격이 멈추더니, 멀리서 원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이거. 큰 거물을 잡았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빤히 보이는 함정에 누가 들어올지 궁금했는데, 역시 스승님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적군의 문제는 군의 통솔이 하나로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경쟁하게 되어 있다’라···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하하!”
조인은 자신이 승태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하던 말이거늘··· 오히려 내가 바보 같았구나.’
“조 장군, 항복하시지요! 조 장군 정도면 능히 조 사공과 거래를 해 볼 만한 사람 아닙니까? 목숨 아까운 줄 아셔야 합니다.”
원담의 놀림에 조인은 얼굴까지 벌게져 뛰쳐나가려 했지만, 그의 부관이 그를 말렸다.
“장군, 격장지계입니다.”
“······알고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지 않으냐?”
“후방을 뚫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노병의 공격에도 살아남은 기병들이 모조리 죽은 뒤에야 뚫는 것이 성공할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조인은 이를 갈았다.
“내 목을······.”
조인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목과 병사들의 목숨을 바꾸려는 순간, 밖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원담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는 그때였다.
밖에서 두려움에 빠진 보병이 진형을 무너트리며 뛰쳐나왔다.
“백마! 백마의종이다! 백마의종이 돌아왔어!”
조인은 그것을 보자마자 남은 기마 중 비교적 멀쩡한 이의 말을 같이 탄 뒤, 빈틈으로 달려나갔다.
이윽고 조인은 세 명의 기마병이 창진을 외부에서 부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몸에 두꺼운 갑주는 없었으나 각종 무기가 걸려 있었고, 그들은 때에 따라 무기를 바뀌거나 던지며 적진을 짓밟고 있었다.
조인은 그들의 선봉을 보고 한눈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조자룡··· 일신 담과 같은 자(一身是膽)로구나.”
조자룡도 조인이 빠져나온 것을 보자마자 말의 방향을 바꾸어 산개하듯 빠져나갔다. 이에 원담이 급히 진형을 바꾸어 적을 쫓으려 했으나 사방에서 울리는 전고가 들려왔다.
“좌익의 장수가 죽었습니다.”
“우익의 기병이 패퇴!”
원담은 멀어져 가는 두 기마대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옆으로 저수가 다가와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조인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저들도 지금 조인을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격하고 있는 것이니, 병진을 다시 수비 쪽으로 바꾸면 쉽게 적들이 노리지 못할 것입니다.”
원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노병과 방패병을 우익의 기마를 차단하기 위해 움직였고 원담 본인도 직접 적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장수가 죽었다는 곳에는 부관을 ‘임시로 아장으로 삼는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말을 타고 달리는 도중 멀리서 조운의 무시무시한 활약이 보였다.
막아서던 창병을 손쉽게 찢어 버린 조운은 곧바로 창을 휘두르며 다른 병사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뒤에 달려오던 기마병 둘이 곧장 창으로 그들을 갈라 버렸다. 그러자 작은 소진이 무너지며 우르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우왕좌왕이 아니라 빠르게 진을 바꾸는 거였구먼! 제기랄! 작은 진들을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만드는 거야!”
그때,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기병을 바라보며 조운이 도끼를 던졌다. 도끼가 기병의 머리에 꽂히자, 그 병사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이내 말만 놀란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마구잡이로 뛰어다녔다.
“우익을 노리는 장 장군과 합류하여 빠져나가야 한다.”
그때, 한 창병이 조운을 노리고 창을 찔러 왔다. 다행히 조운의 옆에 있던 기병이 이를 튕겨 내고 말발굽으로 그 병사를 짓이겼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양옆에 있던 병사들이 그 기병을 노렸으나 조운과 다른 이가 그들을 죽였다.
“그냥 달리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놈들의 진형은 점점 조여 들어올 것이다. 기마병을 상대한 게 한두 해가 아닌 것 같아.”
조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창을 내던지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겨우겨우 우익에 도달하였을 때, 노병들이 방패병들과 함께 언덕에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장료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당황하여 퇴각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장료였지만, 노병들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운은 그 상황을 보며 결단을 내렸다.
“언덕을 올라 저들의 신경을 우리에게로 몰아야 한다.”
그의 말에 다른 두 기병은 인상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원하는 조운이었다. 지금 말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고 자신들의 체력 또한 이미 극한에 이르렀다.
그가 말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 그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쩌면 조운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야, 나 꼭 살려라.”
친우의 말에 조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죽을 때는 같이 죽어야지.”
그러자 친우는 웃으며 말했다.
“개소리하지 마. 같이 죽을 바에야 한 명만 이라도 사는 게 맞다. 무슨 복수를 하겠다고 미친 짓 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조운과 두 기병은 화살 비를 쏟아내는 노병의 옆구리를 들이쳤다. 피 칠갑을 한 몸과 말은 흙과 엉겨 그냥 어디 지나가는 전령 정도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 탓에 노병들은 그들을 무시했다. 솔직히 조운과 두 기병이 아까의 백마의종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그렇게 허름한 전령으로 보이는 기마 셋이 천천히 다가오자, 방패병 몇 명이 그들을 확인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셋에게 목적을 물으려는 순간, 기마병 하나가 활을 들고 화살로 그들의 머리를 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활 몇 발을 더 쏘며 앞길을 열었다. 방패병이 무너지자마자 조운은 창을 꺼내 들어 힘차게 던졌다. 조운이 던진 창을 피하고자 노병들이 좌우로 피했다. 그러다 보니 일직선으로 길이 열렸고 곧바로 그 길을 따라 진을 돌파하였다.
조운과 그의 친구들은 노병들의 다급한 비명을 시작으로 진을 뭉개면서 지나갔다. 조운은 달려오는 방패병의 갑주 속에다 창을 찔러 넣으며 빠르게 전진했다.
그때, 그의 친구인 장저의 말이 적의 극에 찔려 넘어지며 홀로 진에 떨어지게 되었다. 장저는 웃음을 지으며 검을 뽑고 노병들에게 달려갔고 조운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지막 창을 뽑아 들었다.
“형님, 안 되오! 들어가면 죽어!”
“너는 달려가 노병과 거리를 벌려 공격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가라.”
“형님! 군령장을 쓰지 않았소! 주공께 돌아간다고!”
“돌아간다. 주공을 도와 상산까지 달려가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조운은 빠르게 말을 돌렸다. 그는 날아오는 화살도 묘기와 같이 피하며 달려들었다. 말은 이미 반쯤 미쳐 있었고 방패병 몇과 부딪치자마자 날아가듯 쓰러졌다. 조운은 구르듯 떨어졌지만, 창으로 주변을 쓸며 일어나 외쳤다.
“상산! 조자룡이 여기 있다!”
장저는 조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달라붙은 노병 하나의 목을 베며 말했다.
“미친놈, 오지 말라니까.”
장저는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여 검을 휘두르며 다가갔다. 조운도 창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 허리춤의 무기나 적병의 무기들을 빼앗아 마구잡이로 던지며 적들을 물러나게 했다.
“들어와! 들어와, 겁쟁이 자식들아! 원가의 병사들은 이렇게 인재들이 없느냐?”
방패병들은 자신이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자,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만들었다. 조운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더욱 달려들었으나 반대쪽에서 저격하듯 노를 조준하여 쏘기 시작했다. 그 탓에 대응하는 데 바쁘게 되었다.
“제기랄······.”
묘기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화살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윽고 화살 몇 개가 조운의 등에 꽂혔다.
조운은 창을 들고 그들을 겨누었다. 그가 겨눈 창이 계속 바닥으로 내려가는 그때, 반대편에서 노병 하나를 방패 삼은 장저가 또 다른 방패병 하나를 처리하고 주변에 칼을 겨누며 섰다.
조운의 반대편에 서 있던 장저가 말했다.
“미친놈아, 오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몰라. 그냥 할머니 곁으로 보내긴 그래서 왔다.”
“진짜 간이 밖으로 나왔나? 후우, 후우······.”
그들이 지친 것을 확인한 병사들이 조운과 장저에게 다가가자, 장저가 외쳤다.
“한 발만 더 다가와 봐! 딱 한 놈! 딱 한 놈은 먼저 간 네놈 친구들하고 같이 보내 줄게!”
살기가 번들한 협박에도 방패병들은 진을 형성한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장저는 이를 갈며 칼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조운이 외쳤다.
“바짝 숙여!”
장저는 조운의 말에 바로 몸을 숙였다. 그러자 그들의 위로 철기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철기 몇이 손을 아래로 뻗자, 조운과 장저는 망설임 없이 그들의 손을 잡았다.
팔이 빠질 것 같은 압박이 느껴졌지만, 그들은 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말의 뒤에 올라탔다.
장료가 뒤를 살짝 바라보며 물었다.
“조 장군 하고 그 장 뭐는 탔는가!”
조운을 태운 철기가 손을 들어 올리자, 장료는 피식 웃으며 외쳤다.
“산개해! 가서 노병들을 모조리 작살을 내 버려!”
휘리리리!
북방의 특유의 말 모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자, 말들이 흥분하여 푸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은 산개하며 노병의 진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남은 방패병들이 노병들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모였으나 장료는 집요하게 노병만을 노렸다. 그렇게 그는 남은 방패병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그때, 원담의 본대에서 후퇴의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원담의 본대인 중군이 기마 노병들과 함께 노병 부대들을 대적하기 위해 달려 나왔다.
장료는 그 상황을 보고 주먹을 쥐고 위로 올리며 말했다.
“퇴각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본대가 여기 왔다는 것을 보면, 서황은 꽤 당했겠군.”
***
삐이이익!
피리에서 나올 법한 높은 소리가 들려오자, 기병들이 말고삐를 잡고 뒤로 돌아갔다. 그것을 본 원담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 노병들, 국의의 밑에서 백마의종도 잡던 노병들인데···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저수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지휘봉을 들어서 그런지, 쉽게 되는 일이 없습니다. 솔직히 조인도 잡고, 장료 또한 못해도 중태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담은 멀리 가는 기병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인외의 무인들이 저기에 있었을 뿐입니다. 과거의 문추와 안량과 같은, 진형을 분쇄하고 모사의 계책을 무용으로 만드는 용장들이 저기에 있었을 뿐입니다. 스승님 말대로 조조의 내부를 흔들어 절대 하북을 넘보게 만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힘을 찾을 때까지요.”
“전 별가라면 방도를 알 것입니다. 제가 전 별가를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공자.”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