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25
마등의 막사에 앉아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고 있는 양수를 바라보는 예형이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까지 하는 것이냐? 수춘후가 그리 중하더냐? 일도 허술하고 명성만 높은 자이다. 그런 자를 위하여 가문의 모든 것과 너의 목숨마저 내놓는 것이냐? 차라리 네가 수춘후의 것을 빼앗고 그 자리에 오르거라.”
그 말에 양수는 허탈한 웃음을 짓다가 이내 얼굴을 굳히고 예형의 앞에 섰다.
“아무리 형님이라 하여도 그 말은 참기 어렵소. 나에게 길을 열어 준 은인이자, 나의 길 위에 등불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베라는 것은 내 모든 것을 불태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 엉? 천하의 홍농 양가의 대를 끊을 요량이야?”
양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휘파람을 불더니, 약간 장난기 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대를 끊다니, 말이 너무 심하오, 형님. 그리고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있는데 대가 끊기긴 무슨.”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것이야? 그래, 조조를 죽인 것도 맞지 않느냐. 그럼 그 뒤로 천하를 뒤집어 정권을 잡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순가에 정권을 내주고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
“무엇이 나쁩니까? 순가는 홍농의 양가와 같이 천하에 잘 알려진 명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들도 잘할 것입니다. 양가가 할 수 있으면 말입니다.”
그러자 예형은 양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어찌 그리 모든 것에 장난스럽게 임하는 것이야!”
“그 모든 것은 가벼운 일이니 그렇습니다.”
예형은 어이가 없어 양수를 바라보았다.
“한조를 다시 일으키는 인물이 누구냐의 일이네. 역적 조조를 몰아냈으니 이제 폐하를 받들어 천하를 어지럽히는 제후들을 무릎 꿇린다면 청사에 길이 남을 충신이 되는 것이네. 후대에 주공(주문공)과 같이 선성(先聖)으로 배향될 수 있음이야.”
“그 또한 가볍습니다.”
예형은 양수를 거듭 흔들었다. 그가 보기에 양수는 미친 것이 분명하였다.
예전, 조조와 그를 따르는 이들들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비난하였을 때 모두가 자신을 욕했으나, 그것은 목적이 뚜렷했다. 한조에 대한 충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수는 그런 것을 넘어서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취해 있었다. 예형은 그것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도 없기에 그저 그런 양수를 바라보며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나나 공부의 큰아이(공융)가 못 하는 일을 작은아이(양수)는 분명 할 수 있음인데, 이상한 것에 취하여 청사에 밝은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는구나.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
“그래서 이다음은 뭘 어찌할 작정이냐?”
“글쎄요. 수춘후가 걱정한 마등과 한수는 집금오께서 알아서 잘 구워삶을 것이니 낙양으로 가 볼까요, 아니면 쉬기도 할 겸 고향인 홍농으로 가 볼까요?”
“계속 관의 서쪽에서 지내려 하는 이유가 있는가? 수춘후를 도우려 한다면 다시 허도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엉? 자네, 왜 이렇게 바뀌었어?”
예형은 양수의 여유작작한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나 양수는 전혀 개의치 않고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관중은 문명의 발호지가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무슨 상관이야! 내가 묻는 것은 자네가 이다음에 무엇을 하겠냐는 것이지. 지금도 목숨을 걸고 공을 세웠는데 이를 알리지도 안 하잖은가. 혹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가? 자네, 왜 그러는가. 이 정도 공을 세웠으니 수춘후에게 돌아가는 것도 좋지 않은가.”
“여기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한단 말인가? 장수와 가후가 이곳에 왔으니, 자네가 관중에서 할 일은 없네. 관중의 정치는 종요가, 무력은 가후가 차지할 것이 아닌가. 이제 받아들이게. 자네는 수춘후에게 버려진 것이네. 이제 자네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이 말이야.”
양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형님.”
“그래, 말하게. 이제 바로 설 생각이 드는가?”
“아니요. 형님, 저는 동지를 위하여 자공이 될 것입니다. 재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수춘후의 뒤에 서서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그가 하려는 모든 지식을 퍼트릴 것입니다. 그 대가가 목숨이라 하여도 그 지식에 비하면 이 모든 것이 가볍습니다.”
“자네가 왜? 어째서? 차라리 자네가 그의 지식을 빼앗아 재상에 오르면 될 일이야. 자네가 그보다 못 한 게 있는가, 아니면 그의 학문의 자네보다 뛰어나겠나.”
양수는 자리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학문이라··· 글쎄요. 형님이 알고 있는 학문은 제가 더 많이 알고 이해도 높을 것입니다.”
“거보··· 엉? 내가 알고 있는 학문? 그럼 내가 모르는 학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뭐, 새외의 학문인가?”
예형도 유학자들과 논쟁을 하여 전혀 밀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공융이나 양수를 아이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양수는 그런 예형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예형의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에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내 물었다.
“형님께서는 천하라는 허명의 장막 너머를 들추어 보게 되면 어찌 될 것 같습니까?”
“뭐?”
양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예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말을 좀 가볍게 하지 않으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양수는 고개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농에 가면 좋은 차나 좀 보내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양수는 자리에 나와 볕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품에 고이 들어 있는 두꺼운 책을 두드리며 웃음을 지었다. 책은 승태가 기억하고 있는 지식을 양수를 위해 직접 적어 준 것이었다. 그것도 공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한지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내준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국가와 인종이 있는데, 겨우 땅 하나와 강 하나를 두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겠는가? 그저 내가 할 일은 뜻을 같이하는 동지로서 그의 지식이 더 넓게 퍼지고 증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양수는 자신의 허리춤에 매어진 나침반을 들어 올렸다.
‘이러한 물건과 사상으로 천하에 충만해질 때, 사람들이 바뀌는 것을 내가 그의 옆에서 바라볼 것이다.’
***
걸음을 나선 양수는 마등과 그의 장수들을 데리고 바로 가후를 찾아갔다. 가후의 옆에는 염행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것을 본 마초는 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 염행아. 이제는 제 아비 같은 주군을 바꾸어 거기에 서 있느냐! 역시 승냥이 같은 놈이로다!”
마등이 다급히 입을 막으려 했으나, 마초는 그저 웃음을 지으며 염행을 가리켰다. 염행은 자신이 당하고 있을 때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던 마초를 떠올리며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다가 호거아가 장수를 모시고 들어오자 입을 닫았다.
호거아가 곁을 지나가자 마초는 흠칫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장수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의 자리로 가 섰다.
가후는 장수가 도착하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군요.”
가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등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집금오가 괴리후를 뵙습니다.”
마초는 조정에서 보낸 가후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자 허리를 꼿꼿이 펴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전장군(前蔣軍)이자 괴리후인 마등이니 집금오가 먼저 고개를 숙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등은 가후의 행동에 바로 몸을 숙이며 예를 표했다.
“가 공께서는 삼공(三公)으로 제수되었으며 제후에 봉해질 수 있음에도 그것을 거부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가 공의 예를 받겠습니까. 오히려 공께서 모자란 마 모를 이끌어 주소서.”
마등이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겸양을 보이자, 그의 뒤에 서 있는 이들 모두가 공손히 예를 표하였다. 물론 마초는 매우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
이는 강짜를 부리면 가후를 이겨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직위가 애매한 상태에서 스스로 머리를 숙이고 가후의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의미였다.
가후는 그런 마등의 마음을 알았기에 그저 가만히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 주며 웃음을 지었다.
“양 종사가 꽤 말을 잘한 듯합니다. 이렇게 괴리후께서 고개를 숙일 만한 인재는 아닌데 말입니다.”
가후의 겸손한 말에 양수는 예를 표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괴리후는 과거 복파장군의 뜻을 이루려 하는 것이니, 집금오께서는 부디 이를 이해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한가? 이곳에 오니 딱히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는군. 차라리 빨리 관중으로 돌아올 것인데 그랬어. 괴리후께서는 일어나시지요. 제 옆에 자리를 마련할 터이니, 같이 앉아 고간을 어찌 물리칠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후가 손을 내밀어 마등을 자리에 앉히고는 다시 제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편히 자리합시다. 아, 그래. 양 종사는 어찌할 것인가? 종 태수도 이제 수도로 돌아갈 것 같은데 말이야. 자네 정도의 공이면 허도로 돌아가 꽤 괜찮은 직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조정에서 정해 주지 않겠습니까?”
“조정이라··· 태상께 말 한마디면 바뀔 일 아니겠는가. 작금의 태상께서는 순가와 폐하 모두와 친밀하시니, 그것이 뭐 어렵겠는가.”
“하지만 저는 잠시 홍농에 가거나 패공께서 과거 바라시던 낙양의 재건을 돕는 데 임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러지 말고 전장에서 이번과 같이 공을 세우는 것이 어떠한가? 자네의 입담이면 충분히 공을 세울 터인데.”
“제가 겁이 많아 적진에서의 유세는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마음이 떨려 죽을 뻔하였습니다.”
순간, 마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양수를 바라보았다.
대놓고 한수를 무시하지를 않나, 자신이 검을 뽑아도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당당히 말대꾸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거기다가 대뜸 한수를 죽이겠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양수였다. 그런데 겁이 많다니. 가후는 마등의 표정을 살짝 살피고 나서 다시 양수를 보았다.
“그러한가? 자네가 내 옆에서 일하면 하동의 고간을 몰아내고 관중에서 다시 진대(秦代)의 영광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진나라라고 하여도 결국에는 몰락한 나라 아니겠습니까. 소출을 늘리는 것이야 전쟁만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가후의 표정이 오묘해지자 양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고향을 다시 부흥시키려 하신다면, 소인의 가문에서 최대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양수는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말뜻은 경고나 다름이 없었다. 이에 장수가 양수를 향하여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가후는 손을 들어 그를 말리고 답을 해 주었다.
“고마운 이야기로군. 홍농의 양가면 관중에 가까운데, 괜찮겠는가?”
“집금오께서 고간을 막아 낼 것인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그래, 그렇겠군. 알았네.”
가후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양수는 예를 표하며 막사에서 물러났다.
옆으로 예형이 따라붙자 양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런 자를 정말 승태가 추천했단 말입니까?”
“자네는 무엇이 그리 화가 나 있는가? 집금오의 조언으로 쉬이 유비를 물리쳤다며 조정에서는 높게 여기도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 자를 사공이나 승태가 추천한 것이 꺼림칙해서 그렇습니다.”
“능구렁이 같다는 말인가?”
“조조보다 더합니다.”
“허어, 그럼 위험한 것이 아닌가? 자네가 남아 해야 할 일이 있을 듯한데, 혹······.”
양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예형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공을 세우려면 군과 가까이해야 하는데, 그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
한편, 막사 안의 마등은 오묘한 표정으로 가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막사 밖으로 나간 양수의 행도에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꽤 무서웠다.
“어찌하여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만일 반역을 생각했다면 그런 말을 꺼내면 아니 되는 일이고, 조정에 충성을 바칠 것이었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혹여 총명함을 잃었을까 싶어 묻자, 가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렇게 해야 고간을 칠 때 도움이 될 사람입니다.”
“예?”
가후는 마등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술이나 드시지요.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가후가 염행과 함께 사라지자, 마등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술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