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황제가 결정하자 일의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이에 반대하는 인물들은 명분을 잃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고, 공융은 그저 황제의 자리를 바라보고 몸을 숙일 뿐이었다.
승태의 입김이 닿은 이들은 승리의 웃음을 지니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고 나서 승태를 왕위에 올리는 조서를 만드는 일을 절차에 따라 이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황도에서 승태에게 왕작이 내려진다는 소리가 들리자, 서조라 불리는 낙양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비를 왕에 올리는 일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이 황제를 조여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순욱은 황제가 보낸 전령들을 바라보며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눈을 감았다.
“폐하께서 나를 지금 찾는다? 근황군을 가까이 하시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나를 부른 것은 유비에게 가황월을 내리는 일이었는데, 어찌하여 이리 나를 찾는지 모르겠군.”
“폐하께서 직접 부르심에도 이유가 있어야 가실 요량이십니까?”
“부르심의 이유를 알아야 대비를 하지 않겠는가?”
“수춘후가 왕작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정이 어찌 해야 할지 묻고자 하신다는 것만 아옵니다.”
순욱은 고개를 내저었다.
“무엇을 나와 논한다는 것인가? 수춘후가 왕작에 오를 거란 것은 예상된 수순. 그대들도 알고 있는 바가 아니었는가? 그는 황제를 깃발로 만들어 버린 인물이네.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말이야. 그런 인물이 왕위에 서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는가? 이 상황에서 내가 등청한다 한들 대체 폐하께 어떠한 조언을 드릴 수 있겠는가.”
강유는 이마를 문지르며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네는 백제(곽회)의 추천으로 이곳에 올라왔으니 잘 알겠군.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을 뽑으려 하다가는 더욱 많은 실이 꼬이는 법이네. 이럴 때는 선을 끊어 버리는 편이 더욱 나은 법이고 말이야.”
순욱의 말은 유비와 승태가 싸우며 그 끈이 끊어질 것이라는 뜻이었다. 확신이 가득 담긴 순욱의 말에 강유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수춘후와의 전투는 그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도 저렇게 확신하고 있으니,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확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결과를 말하는 것이네. 유 사군이 이긴다면 수춘후는 무너져 내릴 것이고, 유 사군이 패한다면 낙양을 잃고 장안으로 움직일 것이니 폐하께서는 수춘후가 아니라 유 사군을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야. 둘 다 잘못된다면 그때서야 숨을 쉴 수 있겠지.”
“그것을 바라시는 것입니까?”
“나는 한조가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네. 순가는 한조에 의한 법도로 천하가 유지되도록 만들 뿐이지.”
“그 방도를 폐하께 일러 안심을 드릴 수는 없겠습니까?”
“내가 말한다고 한들 안정이 되겠는가? 그것은 강철과 같은 가슴이 필요한 법이야. 하나 폐하께서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그로 인하여 더는 권좌에 앉을 힘을 유지하지 못하시네.”
강유는 눈을 크게 뜨고는 순욱을 바라보았다.
“어찌 그런 말을 한단 말입니까?”
“어찌 그리 말한다? 폐하께서 겪은 일을 알지 못하는가?”
강유는 순간 입을 닫았다.
“지금 멀쩡히 저리 버티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네. 폐하께 전하게. 나는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얻어 낼 수 없으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데려오신다면. 상의 자리를 내어놓겠네.”
강유는 방도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숨을 크게 내쉬고 이내 예를 표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번 폐하를 알현하시어 권위를 높여 주소서. 작금 폐하의 조당은 유 사군의 조당과 달리 한적하여 폐하의 적적함이 너무 크시옵니다.”
“믿었던 인물은 찾아오지 않으신가 보군.”
강유는 고개를 숙였다.
“전대 패공과 작금의 사군이 다른 점은 그저 위치였을 뿐이라는 것을 황상께서는 믿고 싶지 않으셨겠지. 알았네. 찾아뵐 것이니 폐하께 고하시게. 내 의복을 정제하고 나서겠네.”
강유는 예를 표하고 물러났고, 순욱은 그곳을 나간 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왕에 오른 다음 천하를 노린다면야 기회가 있겠지만…….”
잠시 탄식을 하던 순욱은 조용히 바깥을 바라보았다.
“권력자가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함은 당연한 것인데 어찌 하지 않겠는가? 적을 남겨 둘 이유도 없으니, 무릇 조가의 피가 흐른다면…….”
순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다시금 만지고는 움직일 채비를 하였다.
* * *
승태는 임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것을 수춘에서 받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왕의 자리에 오르는 일이 의외로 잘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 승태는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폐하의 입으로 이를 허하였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서서는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였다.
“그렇사옵니다. 공의 자리든 왕의 자리든 상관없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하였습니다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허한 것은 맞으니 반대하는 이들도 명분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들도 그저 심심하게 불만 정도만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이를 논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해야겠군요.”
“량주의 출신 인물들과 자어 선생(화흠)께서 크게 힘을 쓰신 듯하옵니다.”
승태의 입장에서 가후가 써 준 서신이 꽤 힘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마 가후가 죽는다면 수춘에서 기반이 전무한 그들이 매달릴 곳은 승태밖에 없었다.
그러하니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주인에게 큰 이익을 가져오게 하여 눈에 뜨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즉,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화흠이 그 무리에 끼어 있다는 것은 조금 묘한 것이었다.
“조비에게서는 어떠한 준동을 파악하였습니까?”
“하북의 군세는 대다수가 서북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직 원담과의 결판이 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서가 죽간을 내밀자 내관이 나아가 이를 들고 승태에게 전하였다. 그곳에는 조비의 군들이 움직이는 경로가 보였고, 그곳에는 대다수가 유목민들을 막기 위해 설치한 주둔지에 병사들이 늘어 가는 형상이었다.
원담의 군세가 일으킨 피해 또한 작은 종이에 적혀 있었는데, 그 크기가 꽤 놀라울 정도였다.
승태는 원담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죽었어야 할 인물이 이렇게 살아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정말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원담이 아니었어도 서북의 이족들이 서로 뭉치기는 하겠지만, 지금과 같이 빠르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북의 이족들이 호응을 하면 큰 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찌 생각합니까?”
“아직 조비가 움직이지 않는데 저들을 자극하는 일은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옵니다. 혹여 이 일이 문제가 되면 조비가 움직일 것입니다.”
더러운 성격의 조비가 그럴 것이라는 것은 뻔히 알 만한 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족들을 도와 조비와 그들 간의 다툼이 꾸준히 이어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하를 통하여 지원은 가능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아마 무기를 원하기는 할 것이니, 교역이 통하면 능히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승태는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음을 던졌다.
“곡물도 한번 팔아 보지요.”
“요하에서 판매하는 것은 돈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요하의 주변 물산이 중원과 비견될 만하다고 자신하는 것에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이송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승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곡물의 가격경쟁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막과 같은 곳에 팔기 위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요하는 물산이 꽤 잘나오는 땅이었다. 옛 조선이 이곳을 수도로 삼은 이유도 여기 있었다.
“맞는 말이지요. 하나 국내에 남는 물산을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창고에 쌓아 두면 썩을 뿐이니 말입니다. 거기다가 요동의 세력들은 초원의 세력에게 곡물을 잘 팔지도 않고, 가격도 비싸니 경쟁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서가 잠시 멈추어 승태를 보았다. 사치를 부릴 사람은 아니니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곡물과 철로 무엇을 하려는지 곰곰이 생각하였다.
승태는 살짝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서를 보았다.
“철과 곡물, 소금은 우리가 전매를 하며 움직이고 있소이다. 가격 또한 우리 손으로 움직이지. 그런데 그것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나라를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서서는 잠시 몸이 굳어졌다.
“종속될 것입니다. 이는 아국이 좌지우지하니, 저들도 아국의 가격에 맞추게 되겠지요.”
“좋습니다. 아국은 수익을 위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니, 이는 공께서 이를 집중하여 판매해 주시지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서서가 나가고 그 뒤로 곧바로 최염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최염의 모습은 과거의 꼿꼿한 모습은 아니었다. 승태는 차라리 이러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너무 꼿꼿하면 어디 높은 자리에 두기 어렵지 않겠는가?
“노 장관의 일을 지금 책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하옵니다. 나이가 들어 쉬이 움직이기도 어려운 지금에 이런 일이 있으니, 물러나지도 못하고 장관이 일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신하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고마운 일은 고마운 것입니다. 임치에서 결정된 사안은 들으셨습니까?”
“청주에 친우들이 많다 보니 빨리 듣기는 하였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이 될 것입니다. 아직 사례와 형주에서 저들과 전쟁을 하는 중인데, 좋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한조가 길었으니 당연히 그러하겠지요. 짧은 진나라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제께서도 진조의 황제들을 왕으로 남겨 두지 않았습니까?”
“그러합니다.”
“내 황실을 엎은 것도 아니고 그저 왕작을 받은 것인데, 진정 뭇 제후들이 나를 노리겠소이까? 도리어 내가 아닌 서한의 인물들이 한조를 들어 엎으려 할 것인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최염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순욱은 모르겠으나 유비는 분명 문제 있는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주군께서 왕작에 오른다면 그보다 높이 오르기 위해 일을 저지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 후를 위해서 달리 사례의 사람들을 좀 설득해 주시지요.”
“설득이 아니 된다면 어찌해야겠습니까?”
최염의 물음은 승태의 선택을 종용하는 것이었다. 조조가 왕위에 올라 수많은 사람의 피 위에서 그 곳을 지켜 내었다면, 승태는 그것을 어떻게 지켜 낼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
“설득이 아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법이지요. 나와 길이 다르니 폐하를 모셔야겠지요. 천하 만민을 모두 나의 울타리 안에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염은 그 선언을 듣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적아만 남겠습니다.”
“나의 울타리 안에 적은 남지 않을 것입니다. 비판은 가능하지만, 나를 향하여 칼을 뽑으려는 인물은 모두 울타리 밖으로 밀어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