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18)
때를 기다리다
미국에서의 일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라는 시끄럽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이제는 기업들도 북한의 위협처럼 시위도 만성화되어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사업을 이어 갔다.
시위로 몇몇 사업장이 폐쇄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무리 없이 잘 돌아갔다.
직장인들도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출근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부회장님, 중동과 미국의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슬슬 그들이 움직일 때가 되었는데…….”
사람은 오랫동안 흥분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자극이 반복되면 역치가 올라갔다. 즉 큰 충격을 줘도 반응의 강도가 떨어진다.
마치 자동차 ABS 시스템처럼, 달리는 차량을 큰 충격 없이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지쳐 가고 시위를 지긋지긋해하는 이들이 늘었다. 전국의 시위는 소강상태로 가고 있었다.
그들이 일을 벌이기에는 지금이 최적기였다.
“하X회 중요 회원들이 수경사에 배치되었습니다. 조만간에 움직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거사가 다가오자 적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 폭풍 전의 고요와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X회 회원을 늘리고 다른 기수의 선후배들을 포섭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항아리에 물이 차고 갑자기 기울어지며 물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수도 경비 사령부의 경비단들이 갑자기 방송사와 신문사 서울 시내의 주요 거점을 점령한 것이다.
무력으로 방송사와 신문사를 점거한 그들은 일제히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젊은 장교들이 구국의 결단을 내리다.―
―더 이상 나라의 혼란을 좌시할 수 없었다.―
공작 정치에 의한 친위 쿠데타가 구국의 결단으로 둔갑했다. 거기에 나라를 위한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권력 연장의 욕심과 탐욕뿐이었다.
―시위와 혼란을 일으키는 행위는 북괴를 돕는 이적 행동.―
―계엄령 선포.―
북괴와 공산주의는 헌법 파괴를 위한 좋은 명분이 되었다. 반공을 외치면 모든 것이 허락되었다.
―국회 의원과 부패한 정치인 구속.―
―서민을 괴롭히는 깡패들을 구속하다.―
―경제 사범 단속. 주요 그룹에 대한 사정에 들어가다.―
부패와 깡패는 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필요한 때만 그것을 일소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큰 범죄자들은 다 빠져나가고 잔챙이들만 잡아들였다.
‘가장 큰 범죄자들이 자신들이니 잡아넣을 수가 없지.’
개 한 마리를 훔치면 불인(不仁)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나라를 훔치면 이를 의(義)라고 한다. ― 묵자.
내란죄는 가장 큰 범죄였다. 하지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맹점이었다.
―폐교령 시행.―
―비리 공무원 감찰 시작.―
계엄군들은 학생과 공무원들의 반발을 차단했다.
―메이지 유신과 같은 새로운 헌법을 위한 모임 결성.―
―한국대 법학과 대학교수. 유신 헌법의 합법성 주장.―
어용학자를 내세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대통령의 긴급 조치령이 발표되고 공포 정치가 시작되었다.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무자비한 폭력에 모든 사람이 입을 닫았다.
그렇게 유신 헌법이 발표되었다.
[대통령 직선제 폐지와 통일 주체 국민 회의를 통한 간접 선거.국회 의원의 1/3을 대통령 추천으로 통일 주체 국민 회의에서 선출.
대통령에게 헌법 효력까지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 조치권 부여.
국회 해산권, 법관 임명권, 법률 거부권 등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을 늘려 대통령이 3권 위에 군림할 수 있도록 보장.
대통령의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고, 연임 제한을 철폐하여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함.]
“어떻게 역사가 이리 변함이 없이 진행되는지, 참 신기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별거 아니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다 비슷비슷하다고. 사람의 머리에 나온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나…….”
“아. 긴급 조치와 유신 헌법을 말씀하시는군요.”
“뭐. 독재자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아돌프 히틀러가 한 방식을 많은 독재자가 빌렸다. 유신 헌법은 2차 대전 독일의 전권 위임법과 상당히 유사했다.
이번 회차에는 국민 투표도 없이 통일 주체 국민 회의를 통해 헌법을 가결시키고 통과시켰다. 총칼이 겨누어진 상황에서 누구도 거부표를 던질 수가 없었다. 헌정이 그렇게 무너졌다.
“곧 일이 벌어질 거야. 사람들을 준비시켜.”
지금까지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나라를 훔치려는 도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 사람들이 모였다. 유신 헌법의 통과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번에 새로 만든 유신 헌법으로 대통령은 4선뿐만 아니라 종신 대통령도 가능해졌다.
여기서 조금 더 노린다면 북한처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었다. 왕이 되어 대대로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하하하. 임자들, 모두가 수고했어.”
“폐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새로 경호실장이 된 차현철에 의한 건배 제의가 이루어졌다.
“하하. 이 사람, 폐하라니. 농이 심하군.”
대통령은 경호실장을 꾸중하면서도 폐하라는 말이 싫지 않은 듯했다.
“이런 좋은 날, 여자가 빠져서야 하겠습니까? 제가 목소리가 좋고 이쁜 것들로 골라 놓았습니다.”
“깨끗한 애들이겠지.”
경호실장의 말을 받아 중앙정보부장이 한마디를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몸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자네가 꼼꼼히 보았다니, 기분이 그렇군.”
“아, 죄, 죄송합니다. 그냥 살짝 보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보았다는 말이군.”
“아닙니다.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어허. 보지 못했다니, 자기의 소임도 제대로 못 해서야……. 이거 안 되겠구먼.”
서슬 퍼런 대통령의 말에 중정부장이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죄, 죄송합니다.”
“경욱이, 농이네. 농이야.”
폐하로 불린 그는 자신 앞에서 벌벌 떠는 중정의 부장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조선 시대의 왕도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김종칠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래. 많이 좋아해라. 오늘이 네 녀석의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속마음과 다르게 총리는 잔을 들어 건배하였다.
“저도 각하의 만수무강을 위해 건배를 들고 싶습니다. 이 자리를 위해 해외에서 괜찮은 술을 구했는데 그것으로 한잔들 하시죠.”
“괜찮은 술이라니?”
“딜모어 62 하이랜드 싱글 몰트로, 전 세계에 12병밖에 없는 술입니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술이 아니겠습니까?”
꿀꺽―
대통령은 위스키와 자동차라고 하면 환장했다. 그래서 세계의 웬만한 위스키는 다 섭렵했다. 그가 아직 마셔 보지 못한 것이 글랜피딕 1937 레어 컬렉션과 그것이었다.
“그래. 종칠이, 어서 가져와 보게. 좋은 자리에 좋은 술이 빠져서는 안 되지.”
주지육림(酒池肉林)에 술이 빠지면 아쉬운 법이다. 김종칠이 전석두에게 눈치를 주었다.
“전 차장, 그것을 가져오게.”
“알겠습니다.”
잠시 안가의 파티장을 빠져나간 그는 술 대신에 다른 것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부하들과 손에 든 기관단총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의 표정이 시퍼레졌다.
“자네, 지금 무슨 짓인가! 폐하 앞에서!”
“안 그래도 네가 마음에 안 들었어.”
탕― 탕― 탕―
전석두의 부하들은 차현철을 비롯한 경호실과 중정의 경호 요원을 사살했다. 김경욱도 그에 대항하여 권총을 뽑아 들었으나 자신을 겨누고 있는 소총보다는 빠르지 않았다.
탕― 탕― 탕―
이번 사격으로 인해 대통령과 총리를 제외한 참석자들이 다 죽임을 당했다.
그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꽃다운 여린 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석두는 이 자리의 누구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완전 범죄를 꿈꾸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이대로 물러서면 용서해 주지.”
“이거 이거, 겁먹었네.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지. 이제 오래 해 먹었으니 그만 가이소.”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는가!”
“그건 이 X끼에게 물어보소.”
“종칠이! 네놈이!”
김종칠은 대통령은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이제 다 짖은 것 같으니, 이만 처리하게.”
탕―
전석두는 권총을 뽑아 들어 대통령을 사살했다.
“수고했어, 전 차장. 아니, 이제 부장인가? 그런데 말이 심하군. 이 X끼라니?”
“하. 그럼, 개X끼라고 불러 줄까?”
김종칠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하지만…… 전석두가 이 정도로 과감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전석두를 죽여!”
김종칠의 명령에 전석두의 부하들이 총의 방향을 돌렸다.
따, 따, 따, 따―
하지만 그들보다 전석두의 기관단총이 더 빨랐다.
“이, 이게 뭐 하는 건가.”
“내가 기관단총을 왜 들고 왔게? 다 너와 같은 개X끼들 때문이야.”
“살, 살려 주게. 내가 잘못했네.”
“저 인간과 사이좋게 좋은 곳으로 가라고!”
탕―
김종칠이 전석두의 권총에 맞고 쓰러졌다. 김종칠을 처리한 전석두는 죽은 부하의 소총을 들고 아직 살아서 바닥에 꿈틀거리는 이들을 확인 사살했다.
“이 정도면 그림이 괜찮으려나?”
“흐음…… 괜찮은 것 같긴 하네.”
어느새 하X회 동기가 그 자리에 와 있었다. 만일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수도 경비단의 장수동이었다.
“뭐, 부족한 부분은 검사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하하. 그래. 그 인간들이 총 앞에 맞설 만한 놈은 아니지.”
그들은 총리와 대통령이 다투다가 서로 죽이는 사고가 난 것으로 말을 맞추었다. 지금은 싸우는 총소리를 듣고 수도 경비단이 출동한 것이다.
현장이 말을 맞춘 사실과 조금 맞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죽기 싫으면 알아서 길 것이다.
검사란 그런 존재였다. 법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그들은 더 강한 권력, 총 앞에서는 머리를 숙였다.
수도 경비단을 이끌고 수도 경비 사령부로 향했다. 남은 김종칠의 수족을 잘라야 했다.
* * *
“부회장님, 시내에 수도 경비단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시작되었군. 사람들의 피해는?”
“일반 시민들은 총격전을 피해서 다 집으로 숨었습니다. 다소 인명 피해가 있지만……. 피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한밤중에 서울 시내에 총격전이 벌어지자 다들 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계엄 상황이라 늦은 저녁 시간에 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덕분에 민간인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미래 그룹의 주요 시설에는 저희 경호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시민들이 보호를 요청하면 받아들여. 그러기 위해 넉넉히 요원들을 배치한 거니까.”
만일을 대비해서 요소요소 인원을 배치했다.
“전황은 어떤가?”
“수도 경비 사령관 쪽의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먼저 허를 찔렸으니.”
서로 총을 겨누었을 때는 먼저 쏘는 쪽이 유리했다. 수도 경비 사령관도 대비하고 있었으나 선수를 빼앗긴 영향으로 밀리고 있었다.
* * *
탕― 탕― 탕― 탕―
서울 수도 경비 사령부 근처는 총격 소리로 가득했다. 하X회 소속의 군인들이 군수 사령부 내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망할! 놈들의 숫자가 저리 많다니……. 내가 방심했어.”
수도 경비 사령관은 김종칠로부터 하X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관리했다. 하지만…….
하X회는 군 조직 내에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독버섯처럼 차라 있었다.
막상 실체를 드러내자 그 세력이 광범위했다. 8기를 주축으로 하는 그들과 달리, 11기는 상하의 기수까지 다 포섭했다. 수도 경비 사령부 내에도 그쪽 인사가 생각보다 많았다.
“33사단 쪽은 아직인가! 지원을 요청한 지가 언젠데!”
“그쪽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기랄, 33사단까지 당하다니.”
“저희보다는 낫지만…… 그쪽도 하X회 소속 장교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지원은 어렵다고 봐야겠군…….”
“사령관님, 이제 그만 항복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망할, 여기서 이렇게 옷을 벗어야 하는가……. 거의 다 되었는데.”
다다음의 권력은 이미 물 건너갔다. 이렇게 밀려서 물러나면 지금의 자리도 보존할 수 없었다.
육군 내에 하X회가 아닌 고위 장교들은 대부분 옷을 벗어야 했다. 그 자리는 하X회 소속 장교들과 그들에 동조한 장교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의 보상으로 많은 새로운 영관급들과 별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 어쩔 수 없지. 항복을 준비하게.”
“잘 생각하셨습니다.”
수도 경비 사령관은 하X회 세력에게 항복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하지만 수도 경비 사령관과 그 일행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저런 정신 상태로 무슨 권력을 차지하려고 했는지…….”
“그러게. 8기들은 너무 물렀어. 요직에 있으면서 꿀을 빨다 보니, 감이 떨어졌나 봐.”
육사 8기들은 몰랐다. 전석두와 그 일행들이 인간 백정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그 무지함에 대해 죽음으로 대가를 치렀다.
* * *
“결국 수도 경비 사령부가 하X회 손에 떨어졌군.”
“다만 보안사 쪽의 저항이 강해서 전석두 측이 서울 시내를 장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시간은 충분하겠어. 미국 대사관에서의 연락은?”
“예정대로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 기다리면 되겠군.”
이전 회차와 달라진 것도 있었고, 전석두의 과감한 행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준비를 모두 마쳤다. 가장 효과적으로 판을 엎을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