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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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는 어머니인데, 세 걸음을 걸었다니.
중국 내 기공치료사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펑이첸 대가가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내심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네가 붙여 준 수행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나 혼자 섰으며 걷는 동안엔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중심을 잡아 주는 수준이었지 부축해 주지는 않았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설명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 치료를 받은 건데 바로 차도를 보이다니! 저는 지금 엄마가 하는 말이 꿈인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최고라는 두 사람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별로 좋아지는 것이 없기에 영영 이렇게 앉은뱅이로 살다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펑 원장의 말을 듣고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어!
“엄마, 만약 엄마가 두 다리로 걸을 수만 있게 된다면 제가 그 의사에게 크게 사례하겠다고 하세요.”
―암! 당연히 크게 사례해야지. 내 병을 고쳐 주면 당연히 크게 사례해야지. 그건 내 체면뿐만 아니라 네 체면도 세우는 일이니 반드시 해야 한다.
“네, 아주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네 고질병인 허리도 여기 와서 고치 거라.
“네? 엄마, 제 허리는 철심을 박아 놨기에 기공치료를 아무리 잘해도 여기서 더 좋아질 수는 없어요. 이건 이미 루이환 원장뿐만 아니라 펑이첸 원장도 했던 말이에요.”
―펑 원장이 우리나라에선 대단해도 날 치료하고 있는 신의 앞에선 어린 병아리에 불과하더라.
“네에? 벼, 병아리요?”
―그래, 병아리. 신의께서 어려운 질문을 하면 쩔쩔매며 식은땀을 흘리고 신의께서 날 치료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해서든 모든 것을 눈에 담으려고 애를 쓰더구나.
“펑 원장은 우리나라 기공치료의 양대 산맥 중 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병아리 취급을 받는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그러니 펑 원장은 포기했어도 신의시라면 철심을 박아 고정해 놓은 네 허리도 고쳐 주실 것이다.
“엄마,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고 해도 철심을 박아 고정해 놓은 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저까지 염려하지 마시고 엄마 치료만 잘 받고 오세요.”
―지금 이 어미의 말을 허튼소리로 듣고 있는 것이냐?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갑자기 서운함이 묻어나자 왕주정은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어머니가 나이 들수록 애처럼 구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럴 때는 설사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어머니의 말대로 하겠다고 대답하는 게 가장 무난했다.
“아니요. 생각해 보니 엄마 말대로 그 신의에게 제 허릴 한번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렇지. 아암, 신의신데 어떤 병인들 못 고치겠냐? 내가 치료받는 동안 너도 시간 내서 여기로 와서 치료받고 가거라.
“엄마, 요즘 인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아니, 알았어요. 아무리 바빠도 가서 치료받아야죠.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 볼게요.”
―그래, 그럼 내가 신의님께 네가 치료받으러 올 거라고 미리 말해 놓으마.
“네.”
왕주정은 허리 치료를 받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고 있는 의사를 만나 크게 보답을 해야겠단 생각은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마도 공산당 간부들이 자신을 비웃을 것이다.
* * *
띠리리릭…….
핸드폰이 울리고 발신자를 확인한 이민호는 발신자에 여동생 미희의 이름이 뜨자 고개를 갸웃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미희야.”
―오라버니, 진지는 드셨사옵니까?
“뭐? 갑자기 왜 사극 톤으로 아부를 떠냐? 징그러우니까 좋게 말할 때 원래 말투로 전화한 용건이나 말해라.”
―쳇! 오빠, 조금 전에 수진이 언니랑 통화했는데…… 오빠 건물주 됐다면서?
“건물주? 아! 응, 장인어른이 아파트 상가건물 세 동을 내게 주시기로 했어.”
―후아아아! 역시 재벌은 선물 주는 스케일이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구나. 저번에 할아버지가 주셨다는 명품 시계는 정말 소소한 수준이었어.
“그 시계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 값이라 소소한 수준은 아니야.”
―그래도 상가건물 세 동에 비할 바는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그게 내가 사위 될 사람이라고 그냥 주신 것은 아니야. 내가 그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대가로 받은 거야.”
―응? 일? 무슨 일을 했는데?
“아부다비 왕자가 내게 수술을 받았는데, 장인어른의 회사가 아부다비 왕가와 연관 있는 회사에서 발주하는 가스전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다릴 놔 줬지.”
―고작 그 정도의 일을 했는데 상가건물을 세 동이나 줬다고?
“고작이라니, 조 단위의 엄청나게 큰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 준 거야.”
―오빠가 한 거라곤 중간에서 말 몇 마디 한 것밖에 없잖아?
“응? 그,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 말 몇 마디가 그만큼 중요한 거야.”
―말 몇 마디 하고 상가건물 세 동을 받았으면 엄청나게 받은 거지.
이민호는 여동생에게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려다 그러면 통화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수긍해 줬다.
“뭐, 그렇다 치고 갑자기 전화해서 그런 걸 따지는 이유가 뭐냐?”
―헤헤, 오빠…… 아니, 오라버니. 소녀가 오라버니의 상가건물 1층에 작은 커피숍을 하나 차리고 싶사옵니다.
“커피숍? 갑자기 웬 커피숍?”
―웬 커피숍이라니요? 오라버니, 소녀 예전부터 커피숍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요. 그리고 친구들도 제가 내린 커피가 시중에서 파는 커피보다 맛있다고 했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었냐?”
―직장 생활하면서 틈을 내 땄지요.
“직장은? 그럼 직장은 어쩌려고?”
―당연히 때려치워야죠.
“저번에 직장 생활 할 만하다고 하지 않았냐?”
―직장 생활이 할 만하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겠습니까? 그냥 돈 벌려니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거지요.
“커피숍 차린다고 직장 생활보다 나을 거란 보장도 없는데.”
―친구들이 제 커피가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다니까요.
“네, 친구니 그렇게 말을 하지. 전혀 너와 연관성 없는 사람이 마셔 보고 맛있다고 해야 진짜 맛있는 거야.”
―제가 내린 커피가 진짜 맛있다며 다들 커피숍을 하면 대박 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오라버니로서 동생 좀 밀어주십시오.
“흐음! 그래, 알았다. 그래도 동생이니 세는 공짜로 줄게. 그런데 인테리어 같은 거 하려면 돈이 들 텐데, 그런 돈은 있어?”
―저번에 오라버니께서 하사하신 돈과 제가 모은 돈을 모두 합쳐 일억이천만 원이 있사옵니다.
“야, 내가 일억 줬잖아? 그럼 몇 년 동안 직장 생활 해서 고작 이천만 원 모은 거야?”
―고작이라니요. 이천만 원은 소녀, 피 땀 눈물의 결정체이옵니다.
“에휴, 알았다. 알았으니 그놈의 사극 톤으로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것 좀 그만해라. 그럼 그 돈으로 인테리어 하고 혹시 돈이 부족하면 말해.”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아니, 오빠. 오빠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무슨 또 생명의 은인씩이나 운운하냐?”
―내 꿈을 이루게 해 줬으니 생명의 은인이지.
이민호는 여동생의 호들갑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부모님이 자신을 의사 만들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던 만큼 여동생은 혜택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다.
* * *
“허허허, 이런 기막힌 우연히 있나. 스미스 교수가 오금희를 익힌 것도 놀라운데 그걸 이민호 선생에게 배웠다니.”
펑이첸 대가는 자신이 중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오금희의 고수임을 알리며 두 사람에게 제대로 된 오금희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나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많은 이들이 줄을 서지만 내가 가르침을 내리는 이들은 1년에 10명을 넘지 않지. 그만큼 귀한 가르침을 내리는 것이니 영광으로 알고 두 눈에 새겨 두게.”
잠시 후 펑이첸 대가가 오금희의 형을 시연하기 시작하자 스미스 교수의 눈은 동그래졌고, 이민호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기운의 성격이 변형된 것으로 보아 내가 창안했던 본연의 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디 얼마나 변형됐는지 한번 볼까.’
오금희는 호랑이, 곰, 사슴, 원숭이, 새, 다섯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것이다.
펑이첸이 호랑이의 움직임을 본떠 두 손을 땅에 대고 가볍게 뛰어올라 양손을 호랑이의 앞발처럼 휘두르고 몸을 구른 후 학이 한 다리로 서듯 섰다가 부리로 먹이를 쪼듯 손을 내뻗는 것을 보고, 이민호는 더 이상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이민호에게 오금희를 배웠던 스미스 교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펑이첸 대가가 펼치는 오금희와 이민호를 번갈아 바라봤다.
자신이 오금희를 시연하면 두 사람이 당연히 경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거라 생각했던 펑이첸 대가는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의 반응을 보고는 시연하던 것을 멈추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어찌하여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인가?”
이민호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스미스 교수가 입을 열었다.
“대가님께서 시연한 오금희가 제가 배운 오금희와 너무 다른데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내가 시연한 오금희는 대중에게 널리 전파하기 위해 쉽게 개량한 것이 아닌 비전의 기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정수이기 때문일세.”
“아! 그래서 그렇게나 다른 거군요.”
“스미스 교수가 이민호 선생에게 배웠다는 오금희를 한번 시연해 보게. 그러면 내가 얼마나 나와 다른지 가르침을 내리겠네.”
“그, 그래요. 알겠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이민호의 눈치를 보더니 별말이 없자 호흡을 고른 후 오금희를 시연하기 시작했다.
호랑이처럼 양손과 발로 걷지만 뛰어올라 할퀴는 동작은 없었고 곰이 두 발로 선 듯 기지개를 켰지만, 상대를 압도할만한 기세를 발하지도 않았다.
“쯧쯧, 그만하게 너무 엉망이라 도저히 못 봐주겠군.”
“네? 엉망이라고요?”
스미스 교수가 시연하던 것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을 짓자 펑이첸 대가는 스승인 이민호를 바라봤다.
“이민호 선생, 도대체 누구에게 오금희를 배웠기에 스미스 교수에게 저리 엉성하게 가르친 건가? 이건 뭐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쉽게 개량한 것보다 더 못하지 않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민호가 되묻자 펑이첸은 ‘흥’ 소리가 날 만큼 코웃음을 쳤다.
“백수의 왕이라는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걷기만 하고 곰은 만세를 부르고, 남들에게 오금희라 말하기 창피할 지경이었네.”
이민호는 잠시 고심을 했다.
펑이첸의 태도를 보니 화타가 처음 오금희를 만들었을 때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원리를 담았는지 백날 이야기해 봐야 귓등으로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펑이첸 대가님은 제 손을 잡아 봤으니 제 기운이 얼마나 순수하고 진한지 아셨을 겁니다.”
“그, 그랬지.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건가?”
“스미스 교수님의 손도 한번 잡아 보십시오. 비록 수련 기간이 2년도 되지 않아 축적된 기운의 양은 많지 않겠지만 그 순도는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민호의 말을 들은 펑이첸은 스미스 교수의 손을 잡고 정신을 집중해 기운을 가늠했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이 선생의 기운과 거의 흡사하군.”
“그럼 묻겠습니다. 저와 스미스 교수님이 치료에 사용하는 기운과 펑이첸 대가님이 치료에 사용하는 기운 중 어느 쪽 기운이 환자에게 더 이롭겠습니까?”
“그, 그야 당연히 이 선생이나 스미스 교수의 기운이 환자에게 더 이롭겠지.”
“그러면 누가 익힌 오금희가 화타가 만든 오금희의 원형에 더 가까운 걸까요?”
“지, 지금 이 선생의 오금희가 내 오금희보다 원래 오금희의 원형에 더 가깝다는 건가?”
“네.”
“허, 참. 어처구니가 없군.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지금 오금희의 대가라 인정받는 내게 오금희의 원형을 논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