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 영국의 영웅(1)
한편.
영국에 도착한 검성(劍星)은 런던 시내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미국에서 진행되는 대격변의 영웅 소집.
그것에 참석하고자 드림팀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검성은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한국이라면 검성을 알아보는 이들로 수근거렸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검성은 타국의 영웅이었다.
물론 영국민들이 검성이라는 이름을 모르지는 않았다.
대격변의 영웅들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뻗쳐있었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노인이 검성임을 알아보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아니, 알아도 수근거렸을까.
검성은 살짝 시선을 돌렸다.
북적이는 런던 시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시는 이런 생활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다 김서준 헌터님 덕분이라, 이 말씀!”
“옳소! 김서준 헌터님 아니었으면 우린 다 끝장이었지!”
“우리만 끝장이겠어! 세계가 끝장났지!”
하하하하하하하!
낮술을 하는 이들에게서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머니교 3장 1절. 때 묻은 돈도 돈이요, 똥 묻은 돈도 돈이니. 돈에 귀천을 가리지 말라.”
“김서준 헌터님 가라사대, 두툼한 지갑이 무조건 좋지는 않다. 그러나 텅 빈 지갑은 무조건 나쁘다.”
분수대 앞에 모여있는 별 희한한 무리들.
“우리 애한테 선물하게 김서준 헌터님 초상화 한 장 그려주실 수 있나요.”
“어이구, 물론입죠! 오늘만 벌써 10장 째네요.”
그 옆에 가판대를 피고 그림을 그려주는 이들까지.
어딜가나 김서준이라는 이름이 끊이질 않고 들려왔다.
물론 검성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과거에는 영성(靈星)과 함께 다녔던 터라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김서준이라는 이름마저 못 알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검성이 가는 곳곳마다.
검성의 발걸음이 닿는 곳곳마다.
김서준이라는 이름이 빠지질 않고 들려오고 있었다.
무엇보다 김서준이라는 이름이 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해보였다.
‘그 놈···.’
검성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솔직한 심정으로 반신반의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검성은 그 누구보다 베세르크의 끔찍함을 잘 알았으니까.
“김서준 헌터님을 위하여!”
“위하여!”
그런데 지금 보이는 이 풍경.
“······”
검성은 말없이 런던 시내를 걸었다.
그렇게 다다른 버킹엄 궁전.
“정지. 신원을 밝히십시오.”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근위대로 보이는 이가 검성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한껏 경계하는 기색으로 검성을 바라봤다.
검성은 말없이 근위대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들려온 언어가 역시나 영어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어찌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던 그때.
“혹시··· 한국인이십니까?”
검성의 모습을 살피던 근위대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이 또한 영어였지만, 코리안이라는 단어를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검성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근위대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실례했다는 듯 고개를 숙여보였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는 안 쪽의 누군가에게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무슨···.’
그 모습에 검성은 꽤나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검성은 이곳에 오기 전.
어느 정도 곤욕을 치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대격변의 영웅이라 할지라도 타국의 영웅이었고,
무엇보다 이곳은 여왕이 살고 있는 궁전이기 때문이었다.
과거 검성은 베아트리체, 전대 여왕을 만나본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베아트리체를 만나기 위해 근위대와 칼부림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부딪힘은 있을 거라 예상했건만···.
심지어 특별한 것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단지 검성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확 뒤바뀐 모습이었다.
그리고 왜 그러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검성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말없이 얼마나 기다렸을까.
“왕궁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복장을 보아하니 왕궁에서 근무하는 고용인 같았다.
아무래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이를 불러온 듯 싶었다.
검성은 고용인에게 짤막하게나마 자신을 소개했다.
“거, 검성님이시라고요?!”
그러자 고용인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떠보였다.
타국의 영웅이긴 하나, 대격변의 영웅은 대격변의 영웅.
고용인은 다급한 표정으로 근위대에게 소리쳤다.
“폐하와 로버트 단장님께 알려야합니다. 지금 당장이요.”
로버트?
문득 들려오는 이름에 검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래 전, 검성이 이곳 버킹엄 궁전을 방문했을 당시.
자신의 앞을 막아서던 어린 꼬맹이가 바로 로버트였기 때문이었다.
근위대는 검성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고용인은 다시 검성에게 말했다.
“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
서준은 망설일 것 없이 10개의 영약을 모조리 구매했다.
스파아아아앗.
이윽고 환한 빛무리와 함께 화면 속에서 보였던 10개의 영약들이 눈앞에 생성되었다.
하나만 복용해도 일대 종사 혹은 세계를 주름잡는 헌터로 도약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들이었다.
말 그대로 희대의 보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보물들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10개나 있었다.
“아아···!”
서준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동안 영약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 나날들이었다.
인과 누적이 두려워 부들부들 떨기만 하던 나날들이었다.
그림의 떡.
빛좋은 개살구.
하지만 지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아아···!! 아아아···!!”
서준은 이 황홀한 기분을 한껏 만끽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멘토.
멘토는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관조자가 어디서 뇌전이라도 쏘아보내는 걸까.
부르르르!
어째서인지 서준의 몸이 아까부터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멘토는 끝내 생각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푸하하하하하하! 저 녀석 좀 봐!]반면에 제천대성은 그런 서준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이 끝나고.
서준은 쌓여있는 영약 더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거. 한 번에 다 먹어도 되나요?”
[당연히 안되지.]제천대성의 답에 서준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 한 번에 힘을 다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것도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릇이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의 초시생들은 아직 단전의 그릇이 충분히 크지 않으니까.] [갑자기 그 많은 힘을 들이부어버리면 그릇이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깨져버리거든.]“어···.”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떠오른 의문에 입을 열려던 그때.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고.]제천대성이 곧장 말을 이어왔다.
제천대성은 여의봉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봉끝을 잡고는 물구나무를 서며 말했다.
[너는 단전(丹田)의 한계가 없잖아? 그리고 듣하자니 너. 용의 심장도 먹었다며?]“아, 네.”
한 마디로 서준은 한 번에 먹어도 별 상관 없다는 뜻이었다.
왠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동.
서준은 물구나무 선 채로 코를 후비적, 파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강사님! 바나나 드실래요?”
[바나나?]제천대성이 눈을 반짝였다.
서준은 대답 대신 키비시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키비시스를 거꾸로 들어 안에 있는 바나나를 몽땅 털어내었다.
후두두두두둑.
그러자 순식간에 바나나가 산더미처럼 수북히 쌓였다.
그렇게 모든 바나나를 털어낸 뒤, 서준이 말했다.
“꼭지 부분을 기점으로 절반 부분만 독이 타져있습니다. 잘 골라 드시면 될 거예요.”
[이렇게나 많이 준비해뒀었냐···.]“혹시 몰라서··· 하하하.”
서준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다 드세요! 감사의 표시입니다! 앞으로 강의도 찍어주셔야 하는데 이 정도야 뭐!”
다름 아닌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과 신창합일(身槍合一)의 강의였다.
물론 서준이 개고생해가며 맞짱 내기로 따낸 결과물이긴 했다.
그래도 관조자에게 제대로 뜯었겠다.
이처럼 좋은 날에 다같이 즐기면 좋지 않은가!
[히힛!]제천대성은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여의봉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수북히 쌓인 바나나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윽고 독이 없는 부분을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우물우물.
[맛있어!!!!]제천대성의 표정이 세상 행복해보였다.
그 표정을 보고있자니 서준 또한 괜시리 미소가 새어나왔다.
‘저렇게 바나나를 좋아하면, 다음엔 맞짱이 아니라 바나나로 설득을 해볼까?’
그러다 떠오른 생각.
한 번···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넌 아까 먹었잖아.] [싫어. 내가 다 먹을거야.]제천대성은 여의봉으로 바나나로 달려드는 멘토를 저지했다.
그럼에도 멘토는 안간힘을 쓰며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초월자의 방해를 뛰어넘을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결국은 멘토가 토라져버렸다.
하여간, 제천대성의 기질은 어딜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제천대성은 키득키득, 거리는 웃음과 함께 바나나를 하나 더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독이 없는 절반을 툭, 잘라 자신의 입으로 던져넣었다.
그런데.
툭.
바나나는 제천대성의 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준과 멘토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제천대성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바나나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아!”
들려오는 멘토의 말에 서준은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서준은 곧장 스마트폰을 들어 잔고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계좌 잔고가 0원으로 찍혀있었다.
“저번에 화타 강사님 때도 그러더니···.”
거 참, 타이밍 하고는.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거나 제천대성을 다시 불러내려면 1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관조자에게 80조가 아닌 영약 10개로 환불받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리아한테서 뜯어낼 돈은 죄다 뜯어낸 상황.
가뜩이나 80조를 무리해서 땡겨준 탓에 아리아도 힘겨운 상태였다.
무엇보다 팀원들의 몫까지 생각하면 이 이상의 금액을 받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한 마디로 제천대성을 불러낼 돈이 서준의 수중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바나나 주자고 1조를 지불하기엔 좀···.’
어디선가 제천대성의 한(恨)이 서린 절규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상황을 파악한 멘토가 바나나 더미로 돌진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한입 베어물었다.
크게 뜨여지는 멘토의 두 눈.
멘토는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리며 바나나를 탐식했다.
어째··· 평소의 멘토와는 조금 달라보였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준은 영약 더미에서 영약 하나를 집어들었다.
생명의 근원이라 전해지는 액체, 에이트르(Eitr).
멘토의 설명에 따르면 요르문간드의 독샘으로 만들어져 만독불침 강의에 도움이 되는 영약이었다.
“이 영약들을 먹으면 마력뿐만 아니라, 제 강의 진행률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죠?”
네! 아마 어마어마하게 도움이 될거에요! 라고 말한 것 같았다.
서준은 에이트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입에 털어넣었다.
꿀꺽, 하는 소리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에이트르가 넘어갔다.
그러자 형용할 수 없는 청량감이 전신으로 휘몰아쳤다.
이제 곧 있으면 영약의 기운이 올라올 터였다.
하지만 서준은 기다리지 않았다.
“맛있어!!!”
기다릴 수가 없었다!
혀끝으로 시작해 목구멍까지 감도는 감칠맛과 청량감!
이루 말할 수 없는 궁극의 맛!
이게 어딜 봐서 요르문간드의 독샘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서준은 정신이 아찔하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었다.
참을 수가 없다.
서준은 떨리는 시선으로 남은 9개의 영약을 바라봤다.
어차피 한 번에 먹어도 상관 없다고 했겠다.
덥썩.
서준은 손을 뻗어 다른 영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꿀꺽.
“아···!!!”
이어 또 다른 영약을 덥썩, 집어들고는 꿀꺽.
덥썩, 꿀꺽!
영약들을 미친듯이 입에 털어넣었다!
그런 서준에게 질세라 멘토 또한 바나나를 미친듯이 탐식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거에 경쟁심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걱우걱!
우물우물!
그렇게 10개의 영약과 수많은 바나나들이 서준과 멘토의 입 속으로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궁···!!!!
설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이 서준의 전신으로 쏟아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