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26
“그대의 조율 덕에 나는 지금까지 ‘사회주의자 군주’로서 국정을 운영해 올 수 있었소.”
“그렇습니다. 이 모두 국왕 전하와 휘하 조신(朝臣)들의 노고 덕입니다.”
“고맙소. 허나 이번에 렌뇨 선사를 공신으로 책록하면서… 느낀 바가 크오.”
이제 이홍위가 할 말을 트로츠키도 어느 정도 파악한 듯싶었다.
“나는 국제공산주의자면서 국왕일 수 없소.”
렌뇨에게 구태여 공신직을 주었다. 어쩌면 마극종이 일본에서 ‘조선의 간첩’으로 찍힐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홍위는 그를 가까이해야 했다. 원산이 조선을 두고 일본과 친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는 군왕이 되어가고 있소. 보위를 되찾은 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내 나라’를 생각하게 되고 있소. 벌써 철이 들어가는 기분이라오.
그런데 내가 어찌 내 나라를 버리고 국제주의를 꾀할 수 있겠소? 나는 내 제신(諸臣)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내 백성을 잘 살게 만들고 싶소. 여남은 세계의 피착취대중보다도 내 나라가 더 귀하오.
잠시 이어지는 한숨. 트로츠키는 참을성 있게 왕의 말을 귀담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맹자께서 묵적(墨翟, 묵자)의 겸애(兼愛, 모두에게 차별 없는 사랑)를 더러 무부무군(無父無君)이라 하신 바가 떠올랐소. 아비와 주군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 이는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오.
…기실 공산주의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오?
사람은 무릇 남보다 저가 잘되기를 바라며, 저와 친교하는 이가 잘되기를 바라오. 어찌 이 당연한 이치를 부정하고서 사회를 이루고자 꾀할 수 있겠소?”
트로츠키는 한탄하듯 말을 이어가는 이홍위를 바라만 보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전하, 해답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군요.”
* * *
“어째서 욕망을 부정하려 하십니까?”
10년 후의 트로츠키는 단순하게, 그러나 금언을 내뱉듯 조심스레 입을 움직였다.
“허나 민족주의는 부르주아지적 산물이 아니오? 언젠가 해체되어야 할 것이 아니오?”
“민족주의란 그렇지요. 그런데 그를 추동하는 욕망은 부정되어야 합니까? 억제되어야 합니까?”
이홍위라는 인간의 욕망, 조선국의 왕으로서 느끼는 조선민족에 대한 열광.
휘날리는 대신파의 태극기 물결을 보며, 일치단결하여 엣추로 떠나던 그 군대를 사열하며 느끼던 뿌듯함.
“사람은 당연히 욕망합니다. 욕망을 억누르기만 하는 체제가 어떻게 1초라도 지속될 수 있겠습니까?”
트로츠키는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아주 고랫적에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전하.
특히 욕망의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10년 전에 마무리되었다 생각했습니다.”
트로츠키는 이홍위가 들고 있던 공산당 선언을 가져와서 펼친다. 들여다보니,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 부분이다.
“…정말이지, 저는 우스운 인간들이 아닙니까? 생시몽주의자들, 오언주의자들, 푸리에주의자들 같은 멍청이들 말입니다.”
우리만의 작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자. 사람들이 서로 나누고, 서로 아끼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그를 위한 자금은 자애롭고 부유한 독지가들이 가져다줄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선의를 보고 감동받아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주의자가 될 것이다.
“물론 생시몽이, 오언이, 푸리에가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유토피아적 상상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사회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세계대전이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사회주의가 이룩될 수 있으리라 믿는 한심스러운 인간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얼마나 허무맹랑합니까?”
트로츠키는 그들을 마구 조롱하며 비웃음을 흘린다.
“그들은 온 인류가 수도사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말합니다. ‘왜 이렇게 다들 이기적일까? 서로가 양보하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그 논리대로라면 대체 거리의 청소부는 왜 필요하겠습니까? 사람들이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경제학자였습니다. 그것도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의 세례를 받은 경제학자 말입니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보통 자기자신의 욕망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인간은 잘 살기를 원한다. 생판 모르는 남들보다는 자기자신부터가, 자신과 친한 이들부터가 잘 살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욕망이 자본주의를 낳고, 공산주의를 낳습니다.”
나의 노동을 빨아먹는 것들이 나보다 잘사는 꼴이 싫다.
나는 내가 만든 산물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살고 싶다.
나를 깔보는 이들을 없애 버리고 싶다.
어떻게 보면 추악하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감정들과 생각들.
그에 따라서 부르주아지들, 지주들, 프롤레타리아트와 룸펜 프롤레타리아트들은 움직인다. 제각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결하고, 배신하고, 공격하고, 방어한다.
“우리는 사람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욕망이 진보를 이끈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를 꿈꾼다.
그 열렬한 욕망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여러분! 세계혁명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군병을 양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겠습니까!”
“우와아아아아아아!”
“어이쿠, 목청 소리가 크기도 하지. 이제 저기 육조거리 끝의 기로소(耆老所, 원로 문관 예우를 위한 명예 관청)까지 밀려났는데 여기까지 연설소리가 들립니다그려.
한 800미터는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목소리가 저리 생생히 들리니…”
아까 쫓아내었던 무리의 지도자가 멀리서 외친다. 아마 더 큰 확성기와 바람잡이들을 마련한 것 같다.
“허면 저런 이들은 어째야 하겠소? 저들이 조선과 원산의 관계에 방해가 되지 않소?”
“민족주의가 작동하는 건, 그게 실제로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제국이 잘 살아야 그 신민들이 잘 살지 않겠습니까? 프랑스가 잘 돼야 프랑스 민족이 먹고 살지 않겠습니까?”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여 있기에, 민족주의는 그저 허무맹랑한 감성주의가 아니게 된다.
“그 이해관계를 조정하면 될 따름입니다. 조선과 원산의 이해관계를 합치시키고, 조선의 욕망이 원산의 욕망과 발맞추게끔 만들어주면 됩니다.”
물론 굳이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민족이라는 이름에 심취하는 이들은 있으리라. 그러나 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조선인들이 군병을 통한 승리를 바랍니까? 그렇다면 그를 통해 사회주의의 대외확장을 꾀하면 되겠군요.
민족주의적 확장을 바랍니까? 하하, 제국주의 국가도 아닌데 조선의 땅이 한 뼘 넓어진다 하여 조선인들이 얻을 것이 뭐가 있습니까? 허나 사회주의 공동체 안에 들어오는 국가들이 많아진다면 조선의 경제권 또한 커지겠군요. 그 편이 조선인들에게는 더 이익입니다.”
대신파의 민족주의는 결국 충분히 제어될 수 있는 것이다. 저들의 권력과 경제의 기반이 원산과의 공생 속에서 마련되지 않는가?
“정말 그리 일이 잘 되겠소?”
“…자, 그렇다면 한번 잘 보십시오.”
트로츠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간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도 아무 일이 없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다, 우레 같은 함성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깨닫는다.
“트로츠키! 트로츠키! 트로츠키! 트로츠키!”
방금까지 연설이 이어지던 연단, 육조거리와 운종가가 마주하는 곳에서 군중의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조선 인민들의 혁명에 대한 이런 열광적인 반응이 사회주의의 승리를 가져올 것이오!”
“우와아아아아아!!”
“허나, 내 오늘 유쾌한 이야기만 늘어놓을 수는 없을 듯하오. 멀리 경복궁에서 듣기에 안타까운 오해가 있어 몇 가지를 해명하러 나는 이 자리에 나왔소.”
그리 말을 시작하니 곧 소란하던 좌중의 분위기가 차분해지고, 이홍위의 눈에는 희끄무레한 노인의 실루엣이 움직일 때마다 대중의 박수소리가 이어질 뿐이다.
“여러분! 만일 군병을 앞세워 우리가 교토를 침공했더라면 어땠겠소? 우리 손으로 천황과 쇼군을 쳐죽였다면 무슨 비참한 결과가 나왔겠소?
전일본이 일치단결하여 우리 조선과 원산을 적대하지 않았겠소!!”
“옳소! 불가피한 희생이 많아질 뿐이오!”
“하, 하지만 그렇더라도 감수 가능할 피해가 아니오?”
“우리는 어차피 기관총도 있으니… 그 정도쯤이야….”
트로츠키가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음에도 애매한 반응. 이홍위가 그럼 그렇지, 하고 넘기려 하는데 다시 멀리서 외침이 들린다.
“그러나 생각해 보시오! 당장 우리 마극종 소속의 상인들이 집단 린치를 당하며, 탄압 속에서 일본과의 무역이 끊긴다면… 후추는 어디서 구하겠소?”
“…흠?”
후추라.
이홍위는 그 갑작스레 튀어나온 낱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누각의 난간 가까이로 다가가 트로츠키의 이어지는 말을 주워섬기러 간다.
“후추뿐만이 아니오! 향목은? 은제 장식품은? 그리고 상아와 감초와 설탕은 어디서 구할 수 있겠소? 유구국의 설탕이 오늘날 조선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가거늘!”
“허, 허나… 더 큰 대의와 도덕을 위해서라면 그쯤이야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니겠소? 혁명의 확대 만세!”
“…..”
원래 연설하던 연사가 반박을 해보지만 눈에 띄게 식어버린 반응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하하, 동지의 말에 나도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오. 대의도 좋고, 영광도 좋소.
그러나 나는 조선 인민들에게 그런 불필요한 불편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구려. 조선의 옛 섭정으로서 그리 생각하오.”
“트, 트로츠키 동지가 옳소! 우리가 뭣 때문에 일본인들의 피를 흘리며 영광을 구한다는 말이오?”
“트로츠키 동지의 말이 다시 들으니 사리에 맞는 듯하오!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함을 가벼이 여길 수는 없는 법이오!”
설탕의 달콤함, 향목의 향긋함, 상아의 매끈함과, 은수저의 반짝임.
이런 것들을 떠올리던 군중은 슬며시 마음이 흔들린다. 점차 대오가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분명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트로츠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려 생각하였건만, 사족으로 몇 마디만 더 덧붙이겠소.
그대들이 바라는 대로 행하시오! 그대들의 마음을 속이지 마시오!”
이홍위에게 하는 말이다.
10년 전에도 해주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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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왕 전하.
저는 부르주아지 출신이지만 집을 떠나 마음 가는 대로 행하였고, 마침내 혁명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전하께서 조선인의 왕이 아니라 만주인의 왕을 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요.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역사는 제 갈 길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투명한 욕망을 살피십시오. 그것을 뜯어보고 분석하십시오. 그 추악함과 고결함을 두루 응시하십시오.
그리고 행하십시오.
하하, 간단한 해답이 있다고 해놓고 뭔가 복잡미묘한 말씀을 드리고 말았습니다.
저 또한 부족한 사람이니 이렇게밖에는 말씀드리지 못하겠군요.
그러나 전하,”
10년 전에도, 지금도 트로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진보를 믿으십시오. 그 어떤 방해에도 피어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을 믿으십시오.”
그렇게, 역사는 흘러갈 테니.
대륙의 중심에 서서
트로츠키가 가본 동아시아 세계의 최북단은 의주와 그 근방이다.
북청의 만주족 자치구도 한창 에드워즈가 깽판 칠 때 들러 보기는 했다만, 두 곳이 위도가 비슷하기도 하거니와 의주는 앞에 압록강도 흐르니 말그대로 국경의 북쪽 끝이라는 티가 확 나지 않는가?
그렇기에 트로츠키에게 세계의 북쪽 끝은 언제나 에센을 마주했던 바로 그 의주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트로츠키는 압록강을 넘었다.
동녕총관부에서 이런저런 접대를 받은 뒤 트로츠키와 그 일행은 카라코룸으로 향했다. 그 말고도 수많은 상인들이 말과 마차를 이끌고 함께하였기에 행렬은 그 규모가 상당했다.
그렇게 수 개월을 거친 지루한 행군 끝에 도착한 카라코룸은 과연 이국적인 도시였다.
트로츠키가 어릴 적 엽서 그림에서 보던 동방의 신비로운 사원들과 유목민들의 천막이 뒤섞인 풍경.
“원산의 지도자를 환영하오. 이번이 우리 두 사람이 진행하는 두 번째 회담이로군. 그대와 의논할 바가 많소.”
“고맙소, 초대받아 온 손님으로서 예케 몽골 울루스의 지배자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바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헀다.
기묘할 정도로 성대하게 꾸며진 알현실과, 문바깥에서 들려오는 군중의 웅성이는 소리.
이상하게 긴장한 모습의 하인들과 시종들.
“원산국왕… 전하라고 해야 하오?”
“그저 소련 의장 동지라고만 부르면 되오. 카간 폐하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오.”
“그렇다면 소련 의장 트로츠키 동지, 전하…아니 동지에게 줄 선물이 있소.”
…뭔가?
…왜 갑자기 뒤에서 알현실의 문이 열리는가?
트로츠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돌아보자 수십… 아니 족히 수백 명의 백인들이 뭔가 초췌해진 얼굴로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뭔가, 약간 상실감과 체념이 감도는 얼굴로 하나 같이 잘 차려 입은 슬라브인 남녀들.
그 타타르풍 복장을 보아하니 누가 봐도 타타르의 멍에 아래 살아가던 루스인 귀족들이다.
그리고 그중 한 남성이 지팡이에 의존하여 천천히 무리의 사이를 가르고 나오며, 어느 앳된 티 나는 청년이 그를 부축하고 있다.
두 사람이 당혹한 트로츠키의 앞까지 당도하니, 소란하던 알현실 내의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루스인 귀족들에, 몽골인이 대부분에 아랍인과 한인(漢人)까지 끼어 있는 다종다양한 인종구성의 몽골 관료들, 카간까지 모두가 트로츠키를 바라보며 숨을 죽인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당췌…
“조선국 섭정 전하이자, 원산국 의장 전하께 인사드립니다. 모스크바의 대공 이반 바실리예비치 류리크입니다.”
…위대공 이반 3세?
“저는 모스크바의 전 대공인 바실리 바실리예비치 류리크입니다, 조선국 섭정 전하이자 원산국 의장 전하를 뵙습니다.”
바실리 2세?
“저는 트베리 대공 미하일 보리소비치입니다, 원산국 의장 전하께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저는 플레스코프의 대공…”
“저는 카신 공국의…”
마치 순서를 정해놓은 듯 하나둘씩 자신의 관등성명들을 줄줄이 읊어대는 귀족들.
트로츠키로서는 그들의 저의를 파악할 수가 없다. 아니, 갑자기 무슨 신하가 주군에게 보고하듯 자신에게…
신하가… 주군에게…?
설마.
“여기 모인 이들은 강력하며 자비로우신 전(全)몽골의 카간 폐하께서 불러모으셨습니다. 아마 이것이 카간 폐하께옵서 주군의 자격으로는 마지막으로 명령하시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강 대공에서 공작급 인사들까지의 인사치레와 소개가 끝나자 이반 3세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급히 스피리도노바를 바라보니 그 역시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설마가 맞았다.
“주군의 자격으로는 마지막이라니… 그 무슨….”
“이곳에 모인 루스의 모든 대공과 공작과 휘하 영주들은 전하께 새로이 충성을 맹세하려 합니다. 카간 폐하 또한 이를 윤허하셨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나.
그리고 카간 페하의 윤허는 무슨, 뒤쪽에 선 귀족들 표정을 보면 누가 봐도 카간 폐하의 강권일 게 뻔하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 인민위원평의회 의장이자… 전(全)루스의 차르?
모스크바의 주교에게 제관을 받아들고 자신의 머리 위에 씌우는 트로츠키? 성가대가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왕홀과 보주를 손에 들고 제위에 오르는…
공산주의자?
“아, 아니 되오!”
당연히 미친 소리다.
트로츠키가 차가운 목소리로 단칼에 선언하자, 순식간에 알현실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식는다.
이반 3세 또한 그저 의례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물음에 거부 의사가 돌아오자 어쩔 줄 몰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