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30
결국 그 지도부가 봉건 영주들이다 보니 이해관계의 한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오오오옷! 대단해!”
“역시 이아구 동지! 우리가 못 하던 생각을 태연하게 해내다니! 동경하게 됩니다!”
“하하, 그렇게까지 추켜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허술한 꼬꼬마 공산주의자들은 이아구가 그 ‘봉건 영주’보다도 후진적인 어느 부족 족장의 아들이었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하고 오직 감탄만을 이어 간다.
그리고 이아구는 역시 이렇게 청년들이 고조된 틈을 놓치지 않는다.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시 조선반도 내에서 만주 민족의 민족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 ‘농활(농민동맹원연대활동)’ 신청서가 있으니 희망자는 작성하시면 됩니다. 이곳에서의 수익은 만주에 있는 동포들을 돕고 만주국 신정부 건설에 도움이 되….”
“제, 제가 하겠습니다!”
“저 또한 만주 민족의 자주적인 경제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좋다. 이렇게 형님께서 걱정하시던 협동조합 농장 하나가 망할 일이 사라졌다.
뒤늦게 가서 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부실한 농기구와 꾀죄죄한 숙소에 불평을 터뜨릴지 모르지만, 이고납합과 이아구가 가서 강연 몇 번 열어 주면 이들도 충분히 만족하리라.
“만주 민족의 단결을 위하여! 곧 건설이 예정된 만주 민족 국가의 건설을 위하여! 우라!!!”
“우라! 이고납합 동지의 영도 아래 모두 일치단결하라!!!”
…역시 오늘도 어딘가 이상하지만, 만주족의 민족적 사회주의는 그럭저럭 굴러간다.
* * *
“만주에서의 혁명 사업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네.”
“아… 어… 뭐, 그런 셈이지.”
“그대의 앞잡이도 제대로 일 처리를 할 때가 있나 보군. 루스에서도 곧잘 하는 듯하더니만.”
만맹과 에드워즈에 대한 스피리도노바의 언급에 트로츠키는 흠칫 몸을 떤다.
저들의 살벌한 이미지를 감추려 얼마나 노력했던가?
일단 하켄크로이츠 대신에 찰 만(滿) 자 박아 넣은 것 같은 만맹의 로고도 수정하게 하고, 그 빌어먹을 인사법도 어느 정도 고쳐 놓으려고… 시도는 했다. 실패한 것 같지만.
아무튼 간에 좋은 게 좋은 거고, 저들 덕분에 만주족들이 대거 친소련적 성향을 띄게 되었다.
게다가 새로이 동녕 총관부를 대체할 만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건설에도 저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아무튼 만주국의 건국 현황은….”
“’만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료바, 정식 명칭은 너무 길어서 경제적이지 못하네.”
“제발, 이름이 너무 좆 같… 우리 세계의 쓰라린 역사를 생각나게 하지 않는가?”
게다가 왠지 파시스트 괴뢰국 하나 새로 세우는 것 같은 찜찜함은 덤이다.
그 말을 들은 스피리도노바는 턱을 쓰다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다면 ‘만공’의 건국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나?”
“총관부의 점진적인 철수가 이뤄질 예정이네. 만주인들에 대한 통제 정책이나 추방 정책도 끝이고. 지금 만맹의 만주 지부들이 속속 건설되면서 지역의 자체적 통치를 시도하고 있네.
뭐, 일종의 과도 정부가 건설되고 있다 봐야 하겠지.”
“좋네. 아주 좋아.”
스피리도노바는 흡족하게 웃는다.
“조선 인민들의 반응이 기대되는군. 다들 혁명의 확산을 그토록 부르짖지 않았던가?”
스피리도노바의 말처럼 혁명의 확산을 부르짖던 조선인들은….
* * *
“대조선국 천세! 혁명 우라! 옛말에 하루에 백 리씩 넓혔다는 것이 이와 같지 않겠는가!”
“우와아아아아!”
“우리 조정의 강철 같은 결단으로 몽골 카간 폐하에게서 옛 고려(高麗, 고구려)의 고토를 돌려받았도다!”
“우라! 우라!”
뭔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주로 대신파였다.
“만주족의 위대한 사회주의자들이 만주의 동족들을 해방시키고 있다고 하오!”
“혁명 지도자 이고납합과 이아구는 드높은 추장의 지위에서 내려와 온 인민과 함께 영광과 부귀를 나누려 하고 있으니 마치 동방의 그라쿠스 형제와 같지 아니한가!”
대부분은 기묘하게 뒤틀려가는 만주족의 사회주의를 알지 못하니, 그저 ‘좋은 뜻으로 일하는 애들이 좋은 일 하고 있구나!’ 수준의 인식이 팽배했다.
조선인들, 아시아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국가에 살고 있을 이들은 만주와 일본에서 착착 건설되어 가는 혁명적 소비에트와 코뮌들을 바라볼 뿐이다.
기실 당장 이뤄져 가는 것은 많지 않음에도 불구, 조선인들이 보기에는 이미 엣추를 ‘장악’하였으니 일본 진출에는 교두보가 세워졌으며 만주는 이미 소련 땅이나 다름없다.
조선과 함께하는 사회주의 형제국들이 이렇게 늘어 가고 있다.
일본 혁명의 지도자는 주상께 공신직을 받은 렌뇨이며, 만주 혁명의 쌍두마차 이아구와 이고납합 역시 조선 만주현의 현감이다.
물론 이들의 세계관에는 다소 ‘비과학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 또한 원산과 조선의 훌륭히 발달된 공론으로서 계몽될 수 있을 것이다.
분열 속에서 혁명이 피어나는 일본, 전위조직 ‘만맹’의 지도 아래 건국되어 가는 만주, 저 멀리 유럽을 바라보는 몽골, 남북조로 나뉘어 쟁투하는 명나라.
그리고 사회주의의 심장, 조선.
‘조선은 사회주의의 조국이다.’
이 사실이 조선인들의 자부심을 채워 가고 있었다.
‘사회주의의 번영이 곧 조선의 번영이며 그 역 또한 성립하리라.’
이 또한 당장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어느 계파를 지지하든, 어느 조직에 속해 있든 조선인들의 의견이 한 갈래로 모여 간다.
‘우리는 더 멀리, 더 넓게 보아야 한다.’
이제 자족적이고 평화로운 농본 국가는 없었다.
대신 세계를 향하여 발진하며,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거대한 엔진이 있을 뿐이었다.
그 엔진의 이름은 조선이었다.
* * *
/ 작가의 말
50화 이후 비축분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겨 급히 수정 중입니다. 오늘은 한 편만 올리지만, 최대한 빨리 수정을 끝내고 연참을 이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행착오
사실 원산에 머무르는 의용군 출신들에게 아시아에 식민지를 펼친다거나, 플랜테이션 농장을 차려 자원을 착취한다거나 하는 사업은 딱히 매력이 없었다.
이미 대부분의 사치재는 몽골이나 일본과의 무역으로 충당되고 있다.
뭣보다도 ‘식민지’라니? 듣기만 해도 온몸이 으슬으슬해지고 기분이 떨떠름해지는 어감의 단어다.
단지 전쟁 분위기의 과열이라는 일시적인 ‘사고’가 있었을 뿐이다. 원산에는 해외 확장을 위해 열심히 로비하는 대자본가 집단도 없고, 해외의 자원 산지를 획득하려는 다국적 기업도 없다.
고로 경제적 팽창을 위해 식민지를 활용할 이유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이명민과 마이어의 얼렁뚱땅 해양 진출 대작전은 빛을 발했다.
“무인도나 개척해서 유럽으로 직통 항로를 뚫어 버립시다!”
이 화려한 불꽃놀이는, 트로츠키가 돌아왔을 때 ‘아무튼 취역한 선박들 쓰고는 있으니까 별문제 없잖아?’라고 면피하기 위한 용도였다.
어느 인민 위원과 판서 대감의 모가지를 위하여 갑작스레 태평양을 향하여 뻗어 나간 선박들은 남양(南洋)의 무인도에 저탄소와 항만을 건설할 자재와 인력을 가득 싣고 있었다.
그렇게 바다의 한 귀퉁이에 건설되던 항구들과 저탄소들은 갑작스레 그 덩치를 키워 가기 시작한다.
* * *
본래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입지 선정이었다.
이는 이미 두 사람의 물량 밀어내기 이전부터 진행이 완료되었던 작업이다.
“두 번째 중간 기착지 부지로는 이곳, 차고스 제도(Chagos Archipelago)의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섬이 좋겠습니다.
적당한 지형과 입지 조건에, 환초(環礁)라서 주민이 살지 않는 무인도라니 정착하기도 좋을 듯합니다.”
19세기를 거쳐 유럽인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와 각종 지리학적, 인류학적 지식들을 취합하여 통상의 절차들을 크게 생략할 수 있었다.
부지 선정의 다음 단계로는 설계… 가 있겠으나 이 역시 곳곳에 자기들 깃발을 꽂아 놨던 부끄러운 제국주의자 선조들의 유산을 살짝 베껴 오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었다.
그들이 이미 찾아 놓은 항만 건설의 최적지에, 최적의 방식이 있는데 다른 선택지를 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로 진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았다.
즉, 저탄소 건설이라는 결론은 한참 전부터 나 있었고, 관련한 측량도 완료되었으며, 실제로 건설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럽을 향해 가는 중간 기착지이자 혁명의 확장에 대한 조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단초였다.
건설을 위한 경제적 근거가 없었을 뿐 일은 천천히 진행되던 것이다.
이명민과 마이어는 단지 그 과정을 ‘살짝’ 가속했을 뿐.
기초 정도만 쌓아 가며 설렁설렁 진행되던 건설 작업에 미칠 듯한 채찍질을 가했을 뿐이었다.
“우와아아아! 혁명 전파 우라!”
“새로운 시대가 온다! 유럽을 향하여!”
거기에 조선에서의 여론 역시 불을 질렀다.
여론도 어찌저찌 잘 조성된 상태에서 두 토목건축 전문가가 오체투지의 정신으로 과감히 일을 처리하니,
“…아니, 분명 시멘트가 필요한 것이 맞기는 했는데? 이 멀리까지 화물선 열세 척 분량을 가져왔다는 말입니까?”
“계산해 보니 그만큼 필요하다 하지 않았소?”
“하지만 그걸 단시일 내에 다 소모할 만큼 작업 속도가 빠르지도….”
“작업 속도를 빠르게 할 인력은 데려왔소. 생각보다 이국적인 섬을 구경하고 싶다는 호승심 강한 자원자들이 많았소.”
“그러면 그들의 식량과 숙소는 대체 어떡합니까!”
“그 식량도 가져왔소. 숙소는 가져온 시멘트로 지으시오.”
그 결과는 건설 현장을 향한 미칠 듯한 자원 투하였다.
폭탄처럼 내리꽂히는 인력과 물자에 순간 마비되었던 현장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기초적인 하역 시설과 몇몇 거주용 천막들이 전부이던 곳에 곧 대규모 창고 및 사택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호소식들.
“…완공되었습니다!”
“좋소! 역시 인력을 수천 명씩 때려 박으니 시원시원하니 아주 좋구먼!”
“이제 아프리카까지 갑시다! 희망봉이 머지않았습니다!”
항속 거리만 생각한다면, 적게는 두세 곳, 많게는 대여섯 곳의 저탄소와 항만만 있다면 충분히 유럽으로 갈 수 있다.
아니, 사실 당장의 효율을 위해서라면 범선이라는 선택지도 괜찮았다. 그렇다면 유럽 세계와의 조우는 더더욱 앞당겨지게 된다.
그 말인즉, 유럽이 코앞이다!
“보일러실에서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뭔 소립니까? 자원자 두 명만 구하면 된다고 했잖습니까? 그 두 명이 없다는 건 아닐….”
“맞습니다! 그 자원자 두 사람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있는 인원들도 다 빠진답니다!”
“…응?”
라는 낙관적 전망이 무너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외연 기관이 굴러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보일러실에서 석탄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게 기초다. 물이 증기가 되어 팽창해야 피스톤을 밀어내고 동력을 발생시킨다.
즉, 누군가는 보일러실에서 일해야 한다. 삽으로 석탄을 보일러 안에 퍼 넣어야 한다.
당연히 고온으로 물을 달구고 끓여야 하는 만큼 보일러실 근방은 매우 뜨겁고 위험하다.
매캐한 연기 때문에 호흡기가 아파 오고, 땀은 눈썹에 촉촉히 배어든다. 고된 노동 때문에 몸 버리는 경우도 십상이다.
…헌데 지금 조선에 일자리가 없나? 먹을 게 없던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고된 일을 떠맡아야 하는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라면 누가 굳이 보일러실에서 굳이 일하려고 하겠는가?
그것도 원산에서 경주까지 가는 짧은 루트도 아니고,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 이역만리까지 떠나야 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보일러실에서 일할 노동력이 없어서 인도양행 배들이 전부 멈춘다는 말이오? 봉급은 늘려 봤소?”
“이미 일반 선원의 두 배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마이어 동지, 두세 배는 너무 적소. 네 배쯤 합시다.”
“어떻게 지금 당장 임금을 네 배로 올린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다른 선원들 임금도 덩달아 뛰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네 배.”
“이명민 동지? 지금 거의 2.5배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선원들 전반의 임금 수준을 이렇게 띄워 버리면 안 그래도 우리가 지금 예산 흥청망청 쓴다고 눈총을 받는데….”
“네 배.”
“믿을 수가 없구만… 알겠습니다. 네 배로 진행하죠.”
그러나 마이어의 걱정은 곧 기우였음이 드러난다.
“자네 들었나? 원양선 보일러실에서 석탄 떼는 일이 월봉이 무려….”
“뭐, 보일러실? 자네 미쳤군. 난 다시는 그 불지옥으로는 안 가려네. 지난번에 한번 바다 구경이라도 할까 싶어 동무들과 지원했다가 무슨 꼴을 봤는지….”
“으하하하! 바다 구경은 무슨! 한 번 삽 뜨고, 한 번 퍼다 넣고 하느라 삽하고 석탄하고 불가마밖에 보지 못하였네!”
그렇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니,
“절대 가지 말게.”
이미 지난 항해들에서 일하고 돌아온 경험자들 사이에 그리 여론이 형성되니 별수 있겠는가?
네 배로 뛴 임금에도 보일러실에 들어오는 새 구직자는 없었다. 당연히 아무도 받지 않는 임금과 제 임금 수준을 비교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선원들도 없었고.
물론 마이어는 자신의 걱정이 틀렸다 하여 기뻐하지 않았다. 이명민 역시 당연히 그러하였다.
“증기선을 듬성듬성 보내고는 있으나, 현지 화물량을 충당하기 어려우니 당장은 범선으로 쳐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를 언제까지나 가져갈 수는 없지 않소이까? 증기선 건조한답시고 지어 놓은 정밀 공업 시설을 그냥 놀릴 수도 없잖소!
게다가 해적선들이 범선만 기가 막히게 찾아서 공격해 오니 교전을 피하려면 무조건 증기선이오.”
한양과 엣추 정도면 몰라도 보일러실 안에서 인도양까지는 도저히 못 가겠다 이야기하니, 하루 4교대 근무였던 것을 5교대, 6교대로 돌려 노동 시간을 줄여 보기도 했다.
물론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인력을 더 소모해야 하는 대안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리 없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미봉책들이 막히거나 기각되어 가고, 결국 두 사람의 피눈물처럼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자네들이 이 ‘대단한 업적’들을 이뤄 내셨다 이 말이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하하하, 그럼 닥치고들 있으시오. 어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소? 하하하하하!”
“….”
즉, 트로츠키와 스피리도노바가 한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에는 다시 사업이 원위치로 돌아갔다는 말이지. 그나마 인도양과 태평양 방면에 거점지들을 건설해 놨다는 게 다행이라 할 수 있겠소?”
“일을 망쳐 놓고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뭣하지만, 뒷수습이 빨라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필 인도 쪽을 오가던 아랍 상인들과 마주쳤더니 그 뒤로 우리들 배를 쫓아오면서 포를 쏴 대니….”
“그건 이상하군. 우리를 공격할 이유가 없잖소? 아마 유럽인 선원들은 얌전히 선내에 숨겨 뒀을 것이고….”
“…숨겨야 했던 겁니까?”
“젠장.”
포르투갈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선두주자, 바스쿠 다 가마.
1498년, 그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했을 때, 캘리컷(Calicut, 코지코드(Kozhikode)의 영국 식민지 시절 명칭) 등지에 진출해 있던 아랍 상인들은 게거품을 물고 그를 내쫓으려 발악했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유럽인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인도양에 진출했다? 기존 세력들이 꽉 쥐고 있던 유럽―오리엔트―인도를 잇는 육상 교역로의 독점권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아직까지는 별 무력 분쟁이 없었으나, 우리가 유럽으로 진출한다면 그들의 몰락은 기정사실이니 어쩔 수 없네. 자네들의 대단한 무심함이 일을 키웠군…. 유감일세.”
스피리도노바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자 두 사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가고, 트로츠키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간다.
“동지들.”
트로츠키가 말한다.
“동지들이 그렇게 ‘그 탄광’의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몰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