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32
마침내 온갖 색기와를 올린 성저십리와 사대문 안의 광경을 보며 찬탄하게 된다.
이리 사치를 하는데도, 백성들이 그리 배부르게 산다. 말업이 근본인 농업을 채우며, 농업이 채워지자 다시 말업이 융성한다.
생애 내내 읽어 왔던 성인들의 말씀이 한낱 휴짓조각이 되는 것만 같다.
…그러다 이징옥은 마음을 다잡는다. 약속 장소인 기로소 앞으로 향하니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들여다보인다.
“…일녕(一寧, 허후의 호).”
“원봉(圓峰, 이징옥의 호).”
“대감께서는 아직 오지 않으셨나 보오.”
“아니오. 밖에서 서 계시기가 힘들어 근처 다점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계시오. 이쪽으로 오시오.”
그래도 며칠 앞서 도착하였다 하더니, 허후는 나름 능숙하게 근처의 궤도 마차를 잡아다 올라탄다.
이징옥이 어색하게 뒤따르니, 곧 또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는 부드럽게 선로를 따라 움직인다.
“그동안 어찌 지내셨소?”
“그대와 똑같이.”
10년이 넘는 세월을 사이에 두고서 서로 만나 보지 아니하였다. 왕년의 역적들끼리 모이거나 서신을 나누어 공연히 전하의 마음을 불안히 하지 않도록.
그럼에도 그 짧은 몇 마디들로 마치 수백 편의 서신을 나눈 듯 그동안의 삶과 변화에 대하여 서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침묵 속에서 잡생각에 잠기는데, 곧 종이 울리고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오르내린다.
와글와글 어지러운 와중에 허후를 따라 내리니 눈앞에 ‘차(茶)’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는 깃발이 흔들리는 2층 건물이 서 있다.
문을 밀치고 늘어선다. 사람이 몇 없으니 오붓하고, 좋은 냄새가 난다.
“원봉.”
아주 익숙한 목소리.
이징옥은 곧 실내 가장 깊숙한 한 자리에 앉은 노인과 중년인을 발견한다.
오랜 세월, 가만히, 조용히 사는 것이 몸에 배어 이곳에서도 구석자리에 앉을 사람들.
“절재 대감,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오랜만일세.”
김종서 대감.
그리고,
“옛적의 얼굴들을 만나니 참으로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대감.”
금성대군.
…너무도, 오랜만에 모이는 얼굴들이다.
그들이 그리워하던, 지금은 너무도 낯선, 한양 어느 다점의 구석자리에서.
* * *
/ 작가의 말
아마 이홍위의 인간 불신은 남근기 거세 불안의 불완전한 해소에 의한 신경증적 퇴행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 말)
안정의 결과 (2)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프랑스의 어느 군왕은 ‘짐이 곧 국가니라(L’État, c’est moi).’라는 선언을 했다 전해진다.
그만큼 당시 프랑스에서 주상의 위권과 위엄이 드높았다는 표징처럼 언급되는 경구다.
허나, 거꾸로 생각하자면 프랑스에서는 왕이 곧 국가라는 말은 구태여 선언되고 표현되어야만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말 왕이 곧 국가라면 그 사실은 구태여 언급되지조차 않는다.
누가 태양이 동쪽에서 뜬다고 선언을 하며, 누가 바다가 푸르다고 굳이 확인을 받던가?
조선과 같은 곳에서 인군의 신성한 권위는 말로 드러내지 않아도 장마철 습기처럼 사방에 깃들어 있는 바였다.
그런 사회에서 주상께옵서, 나이 서른이 다 되어 가시도록 혼담(婚談)이 오간 적이 없다?
누군가 살살 주청을 올리면 “나라가 어지럽거늘 어찌 일신의 안위를 챙기겠는가?”라며 직접 그 말을 물리신다?
그것이야말로 나라의 근본을 흔들고 나라의 안위를 어지럽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어심(御心)이 드디어 국통(國統)을 이으시는 데 닿으니 나라에는 커다란 지복(至福)입니다.”
“맞습니다. 만일 옥체에 뜻밖의 변고라도 생기셨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제 이립(而立)이 가까워지시는 만큼 지존(至尊)에 걸맞은 배필을 맞으시어 후사를 도모하시어야 합니다.”
나라가 세워진 지가 이제 80년 내외. 최근의 반란이 일어난 지는 겨우 10여 년.
슬슬 나라의 기틀을 잡아 가야 하는데 목이 붙어 있는 종친은 그 머릿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주상께서는 홀몸으로 나이가 들어가시니 이 어찌 신하 된 자들의 고심거리 아니랴?
그 큰 걱정이 해소되었으니 그제야 팔도의 나랏일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다음 화제로 넘어갈 차례가 오더라.
“…그래서, 누가 간택될 것 같다 합니까?”
“들려오는 소식이 아직은 없네. 작금의 조정에 연이 닿은 이가 많지 않으니 뭔가 이야기가 전해 오려면 시일이 걸릴 듯싶으네.”
이징옥이 김종서에게 조심스레 묻자, 역시나 예상하던 그 대답이 돌아온다.
애당초 보위에 즉위하신 성상께옵서 십수 년 동안 초방(椒房)의 자리를 비워 둠도 전례가 많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지금처럼 전주 이씨의 핏줄이 귀한 지금이라면야….
“항간에 떠돌기로는 예판의 여식이 유력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보한재(신숙주의 호)가? 허, 결국엔 그리 바라던 권좌에 오르는군.”
“아직까지는 떠도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성심(聖心)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게다가 작금에는….”
허후가 뒷말을 순간 흐린다. 좋지 않은 이야기라 여겨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금 속삭인다.
“내전(內殿)이 비어 있다시피 하지 않습니까?”
* * *
왕실에 어른이 없다.
종친부의 가장 큰 어르신이던 양녕대군, 아니 양녕군 이제(李禔)는 전란의 와중에 수양과 거나하게 붙어먹었다가 어르신이었던 것이 되어 버렸다.
세묘조(세종의 치세)와 문묘조(문종의 치세)부터 특히 그 죄질이 나빴고, 무거운 지위에도 불구 역적 무리에 가담했다는 괘씸죄가 더해져 여타 가담자에게 주어진 ‘광산형’의 자비도 없었다.
그와 같이 종친 중에서는 ‘종친이면서 감히’라는 이유로 선처와 완형이 어려운 이들이 대다수였기에, 한양을 떠나 있었던 이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죽거나 유배형에 처해졌다.
수양과 안평에 전격적으로 붙어먹은 이들이 많으니 이들은 김종서처럼 사면을 내리는 일 또한 불가능했다.
그뿐인가? 허후가 언급했다시피 궐 안에 대왕대비 마마도, 왕대비 마마도 계시질 않아 내전이 비어 있으니 주상께서 기꺼이 여기지 않으시는 국혼을 밀고 나갈 왕가의 일원은 없다시피 하였다.
수양과 안평의 싸움에 한 번, 수양의 집권기에 또 한 번, 주상의 복벽에 마지막으로 총 세 번을 쓸려 나갔으니 말이다.
이홍위의 친누나인 경혜공주와 그 남편 정종도, 유모인 혜빈 양씨도 수양에게 살해당했다.
그러니 국혼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그 최종적인 상대를 결정하는 이는 결국,
“…그대의 여식은 아니 되오.”
이홍위 본인이었다.
혹시나 싶었던 마음에 찔러보았지만 역시나 하는 결과가 나오니, 신숙주는 실망한 기색을 잠시 드러내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숙인다.
“전하께옵서 바라는 바가 아니라 하시니 신이 무슨 말씀을 더하겠사옵니까?”
마치 옛적 전조(前朝)처럼 신하가 주군에게 자신의 딸을 비로 삼을지 청한다. 물론 고려 적처럼 왕권이 나약한 것이 아니니 이리 사적으로 넌지시 제안을 던져 볼 뿐이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미 정상적인 간택 과정은 기반부터 무너졌다.
왕실의 웃어른들이 모여 임금의 정실을 가려 뽑는 것이 통상적인 간택의 과정이라면, 그 왕실의 웃어른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간택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터다.
즉, 명목상으로나마 세워 놓을 종친이 필요하다.
가장 적합한 후보로는 역시 세종대왕의 적자이자 반역을 일으킨 바 없는 인물. 적당한 중량감을 갖추면서도 권력욕은 없는 인물.
“금성대군은 어찌 되었소?”
주상의 물음에 곁에 있던 내관 김 아무개가 고개를 숙인다.
“하교하신 바와 같이 도성으로 불러들였다 하옵니다. 내일이면 입조할 터이옵니다.”
“…그렇군.”
감회가 새롭다. 물론 가끔 그의 거처에 소고기와 생선을 내리거나, 하인을 딸려 보내는 등의 소소한 배려를 해 주기는 하였으나 직접 대면하는 것은 정란(靖難)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릴 적 부왕 문종대왕께서 세종대왕과 함께 온천행이라도 나가시면, 이홍위는 그의 집에서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었다.
삼촌들 중에서는 가장 친근히 여겨지던 이였다. 금성대군은 이홍위를 아꼈고 이홍위 또한 그를 따랐다.
그래서 금성대군이 거병하였다 들었을 때 그리 울었었다. 기실, 그의 이름을 빌린 김종서와 옛 대신들이 봉기한 것이었지만.
“벌써 그 모든 게 옛적의 일이 되었소….”
신숙주는 이홍위의 말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읽어 내고는 굳이 대답을 꺼내지 않는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주상의 다음 하교를 기다릴 뿐. 역시 잔뼈 굵은 대신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홍위는 어딘가 멀리 내다보던 시선을 다시 신숙주에게 돌린다.
“…말 그대로, 전부 옛적의 일일 뿐이지.”
다시 이홍위의 표정은 차분하고 단단한 군왕의 근엄함을 갖춘다. 그의 목소리에 방금까지 깃들어 있던 아련한 기운이 가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정략적인 계산이다.
저들의 상경을 허락할 만큼 이제 이 체제는 공고하고 안전해졌다는 선포.
아무리 그래도 한때 칭왕(稱王)하였던 이에게 이런 관대한 처분을 내릴 만큼 권력 구도가 안정되었다는 자신감 표출.
드디어 이홍위의 왕권은 굳건해졌으며 세 파벌의 균형 역시 매끄럽게 정착하였다.
대부분의 정치적 움직임은 이 구도를 깨뜨리지 않는 한에서 체제 내로 스며들어 간다.
이제 더 이상의 정치적 견제와 제한은 필요 없으리라.
“금성대군에게 내일 입궐이 끝나면….”
* * *
“…후원으로 들라 명하셨다 들었습니다.”
금성대군이 서 있는 곳은 얼마 전에 새로 지어 올린 향원정(香遠亭).
그 꼭대기인 4층까지 올라가니 이홍위는 난간에 기대어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지난 전란에서 어느 곳은 상하고, 어느 곳은 허물어졌다.
인근에 일었던 불길이 궁궐에 옮겨붙었다고도 하고, 궁지에 몰린 안평대군 일파의 어느 병사가 홧길에 불을 놓았다고도 한다.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다.
처음에는 검소한 시멘트 기와를 올리고, 다음에는 중국의 번방이라 하여 청색 기와를 씌우고, 마지막으로 대신파의 주청에 자주성을 강조하여 적색과 황색을 섞은 지붕을 올렸다.
알록달록하게 굽이치는 궁의 윤곽 속에서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숙부님.”
“예, 전하.”
“한양은 어떻습니까?”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좋게 바뀐 것이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떠꺼머리로 살면서 제 정열을 바쳐 만든 나라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홍위의 눈에 한양의 전경이 비치고 있었다.
다소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이지만, 활기찬.
“숙부님을 부른 이유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전하의 배필을 찾는 데 지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간택이란 내정자를 두고서 짜고 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고치고 싶은 바는 있습니다. 숙부님께서 도와주시면 될 일입니다.”
“말씀드렸듯, 무엇이 되었든 힘닿는 데까지 전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이홍위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조선이 바뀌었고 한양이 바뀌었으며 심지어 이 경복궁도 심히 변모하였거늘 어찌 종실의 법도가 시류에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전제 군주의 결혼에 권위를 실어 줄 필요는 없다.
“저는 간택의 효용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 * *
“…하여, 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각 조신이 처녀를 추천하고 각지에서 원하는 자에 한하여 처녀단자(處女單子)를 올리면, 우리는 간단히 서면 심사만 하라 하셨네.”
”처녀단자를 자원자에게서만 받는 데다, 만나 보지도 않고 심사한다니 그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강 뽑아만 올리면 전하께서 직접 서면상으로나마 담화하시어 그 인품을 가리겠다 하셨네.
남녀 간에 정을 통함에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마음이 없으면 그 집안은 불화하니, 이 어찌 바른 뜻이 아니겠는가?”
금성대군의 설명을 듣는 한남군(漢南君) 이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명이라니 별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다시 자원서를 뒤적였다. 뭐, 일은 줄어드는 셈이니 말이다.
어차피 그들 모두 종친과 구 금성대군 일파의 복권을 위해 의례적인 차원에서만 참여할 뿐이었다.
결정권은 절대적으로 주상 전하께서 쥐고 계시니 그저 따를 수밖에.
“여기 예판의 장녀 또한 신청서가 있사온데….”
“치우게. 주상 전하께서 혹시 판서들 댁에서 자원자가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쳐 내라 하셨네.”
신숙주가 은근히 욕심을 버리지 못한 듯하나,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렇게 한 파벌의 수장 되는 이를 외척으로 들였다가 조정에 무슨 파란이 불 줄 알겠는가?
물론 정란 제1의 공신이자 일본 공산화의 영웅으로서 무수한 업적을 세웠으니 만일 주상이 공신들의 권력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 또한 괜찮은 선택지이리라.
그러나 주상 전하께옵서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으시다.
그 강대한 권위로서 간택 절차를 뼈대만 남기고 거의 폐해 버리셨으니 금성이 여기서 이리 서류를 뒤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약간은 반복 작업에 지친 지루함으로, 약간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다 보니,
“어… 이 규수 괜찮군.”
적임자가 하나 발굴되어 나온다.
* * *
―“묻겠노니 나라에서 인군의 역할이란 무엇이며 그 배필의 역할은 또 무엇인가?”
이홍위로서는 별생각 없이 적어 보낸 서신이었다.
간택의 절차를 최대한 형해화하는 것이 작금의 목적이다.
어차피 이 제도는 태종대왕께서 왕조의 위엄을 보이려던 것일진대, 이홍위는 왕조의 위엄을 내세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결국 본인이 직접 쓸지 아닐지도 모를 서간으로 면접을 대신하였고, 간택의 절차를 크게 간소화하여 여타 사전 작업은 그저 종친 몇몇의 서류 심사로 대체하였다.
이 질문 또한 적당히 고루하고 전형적인 질문, 적당한 답이 쓰여 오면 ‘아, 참으로 군왕의 배필로 알맞도다!’라고 외치며 혼인의 구실로 삼을 만한 질문을 골라 답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무난한 답들이 왔다. 나라는 하나의 집이고… 왕의 비는 곧 나라의 어머니니 백성을 자애로서 보살피고….
어디 경전에서 따온 몇 마디를 수십 가지 표현으로 바꾸어 가며 표현한 수백 줄을 읽어 내려 가다 보니 지루함에 찬 이홍위는 하품까지 한다.
그렇기에 아래의 답변이 그리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었으리라.
―“군왕의 존재 의의는 사회에 따라 상이하나, 대체로 사회 구성체의 이데올로기적 통합에 기여합니다.”
…허?
둘째 줄은 어떠한가 보았더니, 이렇다.
―“군왕은 국가의 아버지로서, 왕비는 국가의 어머니로서, 백성은 그 자식으로서 상징적인 가정을 이루어 현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보다 안정적인 통치의 확립에 기여합니다.”
그 뒤로 글은 길게 이어진다. 논리는 조야하고 거칠다. 기초적인 내용을 대단한 선언처럼 써 놓기도 하며, 개념의 오용이 두드러지는 부분들도 많다.
…허나 이홍위가 유일하게 밑줄까지 치며 읽은 서신이었다.
흥미롭다. 흥미로워.
어떤 기이한 처녀가 이런 글을 감히 인군에게, 그것도 부군 될지 모를 이에게 써 보낸다는 말인가?
왠지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는 것을 느끼며 이홍위는 서신이 들었던 봉투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다.
‘윤순비(尹順非).’
…말 그대로 순순(順順)하지는 아니(非)한 이다.
분명 금성대군이 넌지시 이야기해 준 이름 중 하나다. 그 어미가 신숙주의 사촌 누이이니 신숙주와는 5촌이다. 나름 난중에서 줄을 잘 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