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63
이홍위는 금방 그가 속으로 꾸리고 있을 협잡과 흉계들이 떠올라 웃음이 삐져나올 뻔한다. 윤순비는 의외로 자기 친척에 대해 잘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하기사, 아무리 인간이 그래도 가족들에게까지 이상한 짓을 하겠는가?
“그렇군. 걱정이 많으시겠소.”
“그렇사옵니다. 헌데 이제 정당 제도의 도입에 따라 향민계의 기능 조정이 필요할….”
“수고했소. 이제 가시오.”
“…하오나 전하?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은….”
“아니오. 나는 면접이 모두 끝났으니 만족하였소. 돌아가서 쉬어도 좋소.
현재 시각 3시 47분, 세 번째 피면접자 심층 면접 종료.
이것까지만 따라 적고 이제 속기사는 나가도 좋다.”
신숙주는 황당한 표정으로 주상을 올려다보다 지금의 시간을 확인한다.
정말로 새벽 3시 47분.
이 시간까지 사람을 깨워 놓고 설마 연구 하나 때문에 부른 건 아닐 텐데. 아무리 공부에 미친 주상이라 할지라도 뭔가 긴요한 할 얘기가 있으니 계파별 수장을 불러 한마디씩 나눈 게 아니겠는가?
물론 연구 하나 때문에 부른 게 맞다. 각 계파 일이야 알아서들 처리하겠지.
그러나 누구도 찍소리 하나 내지 못하니 이 또한 군왕의 위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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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사회주의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6)
선비를 드높이는 군자국의 군주로서 이홍위는 학문을 즐기며, 연구에 힘써 온 지 오래다.
허나 좋은 학자가 곧 좋은 위정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무엇이든 공과 사가 있고, 정도란 게 있는 법.
오랫동안 경복궁과 켈틱 1호에 갇혀 공부로 소일하던 이홍위는 예전부터 스스로와의 약속을 세워 왔으니.
‘직무 시간에는 다른 공부든, 연구든 절대 행하지 않는다.’
국가와 인민을 위하여 봉사할 때는 오로지 그에 따라 행하고, 그 여남은 시간에 자신의 자유로운 취미와 일상을 누리겠다.
그러한 마음속의 원칙이 있었기에 이홍위는 조선의 명군이자 성인이자 대학자로서 존숭받을 수 있던 것이다.
그러니 해가 지고 나서 관리들 퇴청한 이후에야 이런 ‘개인적이고’, ‘사소한’ 연구를 대신들에게 부탁할 수 있던 것 아니겠는가?
아, 대신들은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나?
인군이 부르는 데 그 정도 양해야 못 해 주겠는가?
내가 왕이고, 저들은 신하인데?
이렇게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으니 여남은 일은 신하들이 신경 쓸 바가 아니겠는가?
이홍위는 그리 생각했다.
‘고생들 많이 하라.’
이홍위는 윤순비와 면접 내용을 가지고 잠시 입씨름을 벌이다 평화로이 침소에 들었다.
당연히, 아닌 밤중에 불려 나온 신하들은 그리할 수 없었다.
* * *
“이게 뭐지?”
“…나도 모르겠네.”
“그래서 전하께 더 들은 말씀은 없는가?”
“없네. 줄줄이 지금까지의 사정을 읊었더니 ‘잘 들었네.’라고 하시더군. 그리고 국정을 논하려 하니 강제로 내보내셨네.”
박팽년이 급히 비몽사몽이던 동료들을 불러 모으니 이미 시간은 5경 3점, 원산식으로는 오전 4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 기이한 소식에 모두의 눈이 뜨이고 잠이 깬다.
“이는 우리를 평가하신 게 아닌가? 우리가… 앞으로 필요한지 필요 없는지를?”
하위지가 잠시 골몰하더니 얼굴이 새파래져 말한다. 궁리하던 것이 뭔가 무서운 결론에 치달은 듯하다.
“설마 아무 이유 없이 한밤중에 이리 품계 높은 신하들을 불러 모으지는 않으셨을 것이야! 분명 곧 조선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 들이닥치지 않겠나?”
“그래, 맞네. 전하께서 좀 영특한 분이신가? 분명 뭔가 심오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걸세.”
물론 그 영특함과 지성은 당장 근대 정당 제도 어쩌고 연구에 전부 투여되고 있을 터이지만, 하위지와 이개는 그 사실을 당연히 알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매죽헌이는?”
그리고 박팽년의 경우에는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급히 연통을 보냈을 터인데, 왜 성삼문은 이 자리에 보이질 않는가?
“아, 그거라면 아까 쪽지가 왔네. 아마 어디로 갔는지 대강 짐작이 될 걸세.”
하위지와 이개가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다 박팽년에게 작은 쪽지 한 장을 건넨다.
―“살려 줘.”
박팽년이 흠칫 놀라 종이를 뒤집으니 기본으로 인쇄된 기관의 명칭이 적혀 있다.
―“조선 왕립 정치경제학 학술원”
박팽년의 목 뒤 털이 한 번 더 솟아오르고 겁에 질려 떨리는 눈을 나머지 두 사람에게 가져간다.
그런 그에게 이개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전하께서 연구 보조로 끌고 가셨네.”
“눈물이 나는군.”
“아마 하루나 이틀 뒤에 이빨이라도 뽑힌 듯 기운 없는 모습으로 비척비척 걸어 나오겠지.”
아직 ‘대학원생’이라는 단어는 조선에 정착하지 않았으나(대학원이 없으니까), 그들의 머릿속으로 그려진 성삼문의 고난은 그 이미지와 적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렇다면 그저 연구… 때문일 수도 있지 않겠나? 나와 다른 이들을 부르신 것도?”
“아니면 저렇게 성삼문이라는 사람부터 먼저 치워진 것일 수도 있고.”
“설마. 우리를 숙청하신다면 다른 당파들은?”
“다른 당파들도 하나씩 평가를 내리고 남길 사람만 남기겠다는 생각을 굳히신 걸 수도?
이 3파 구도도 전하께서 아직 권위가 없어 선택한 임시방편이라 생각하셨다면… 새로 정당을 도입하시며 이제 새 술에는 새 부대가 필요하다 여기셨다면….”
점차 섬뜩한 추론이 패닉에 빠진 하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모두가 “에이, 그럴 리가.”라고 말하면서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당장이라도 의금부가 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만 같이.
“저, 저기….”
“미안하네. 자네의 존재를 잊고 있었군.”
어찌나 떨렸는가 하면, 그들이 후견 삼아 데리고 있던 민중건의 존재조차도 잊을 정도였다.
민중건은 민신의 손자식으로서, 옛 김종서 일파를 사면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대신파가 보수파와 함께 화합함을 보여 주는 상징 같은 아이였다.
이 아이를 대신파의 차세대 중진 중 하나로 삼을 요량으로, 또 앞으로의 정치 인생에서 나아갈 길도 보여 줄 생각으로 이리 불렀건만. 정작 보인 것은 주상의 움직임에 벌벌 떠는 모습이라니.
민중건은 출사한 지 얼마 안 된 청년다운 과감함으로 슬슬 입을 열었다.
“하오나 만일 상께서 마음을 굳히셨다면 이미 지금쯤 저희는 의금부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전하를 가로막을 장애물이 무어가 있다고 저희를 굳이 봐주시겠습니까?”
이제 조정의 중신, 조금만 더 있으면 노신(老臣)이라도 해도 좋을 이들은 잠시 자기들이 초출 앞에서 보인 추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건… 자네 말이 맞으이. 우리가 노파심에 실수했구먼그래. 미안하네.”
물론 민중건의 입장에서도 그저 멀리서 성인이네, 현군(賢君)이네 소리만 듣던 주상께서 이런 기상천외한 분이신지 몰랐으니 거기에 놀라 아무 생각도 못 하는 상태였지만.
물론 그를 두고 “주상께서 친구도 없이 구중궁궐에서 성질 더러운 트로츠키 동지와 공부로 소일하시다 보니 저리되셨다네.”라고 곧이곧대로 이야기해 줄 수 없는 대신들로서는 민중건의 충격을 풀어 줄 수도 없었고.
어찌 되었건 민중건의 지적 덕에 반쯤 졸음에 취해 있던 대신들도 정신을 차리고 이런저런 가설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해진 것이 단 하나.
“주상께서는 지금 이 사태를 과학자처럼 관찰하려 하시네.”
박팽년의 말이 끝나자 마치 유리로 된 우리 속 모르모트가 된 것 같은 기분에 괜히 다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흰 가운을 걸친 주상이 저 멀리 어딘가에서 그들을 굽어살피고 있을 것만 같은 이 기분.
“그리고, 관찰자에게는 요구되는 것들이 있지.”
“관찰 대상에서 손을 뗀다든가.”
“맞네.”
이개의 말에 박팽년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다.
전하께서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든 신경 쓰지 않으신다.
언제나 세력 간 균형을 유지하시던 전하의 개입이 없는 가운데 정당제로 일어날 파란, 그를 통하여 조선의 정세 역시 완전히 새로이 구축될 터이다.
지금껏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리고, 움직이지 않았던 것들이 들썩이며 정국이 흔들릴지 모른다.
전하께서는 그들을 구태여 힘을 들여 살리지 않으실 터.
오직 살아남아 새로운 정치 제도에 걸맞은 이들만 거두시리라.
“그렇다면 역시 정당 조직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하네. 인민당에 빼앗길 성싶은 이들은 다시 설득하여 빼내 와야 하고,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는 김에 노선 정리를….”
“허나 노선 정리를 하겠다면 보수파와 온건 개혁파가 섞여 있는 우리네 당파가 쪼그라들지는 않겠는가? 그보다야 조직 체계의 정비가 급선무일세. 어차피 민련은 향민계와 다르게 민간 조직이니 정당 조직으로의 재편이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네. 그를 이용하여….”
“하지만 ‘인민당’이 향민청이라는 관서를 계속 끼고 있다면 이 또한 저들에게는 권위를 불어 넣어 주지 않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네.”
“헌데….”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침 튀기며 서로의 의논을 나누던 세 사람은 일제히 민중건을 향하여 돌아선다. 갑작스레 모인 시선에 위축된 민중건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 소생이 벽촌에 오래 파묻힌지라 경화(京華)의 심오한 논의에 대해서는 빠르게 따라잡지를 못하고 있사오니….”
“아, 미안하네. 궁금한 게 무언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바가 부끄럽기도 하고, 또 제 질문이 너무도 기초적인 수준의 것일까 봐 부끄러워하던 민중건은 결국 입을 연다.
“다른 것보다도, 정당이라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그리들 집착하십니까?”
* * *
“…라는 질문이 여러분의 가슴속에서도 자라날 것이오! 왜? 대체 왜 떼 지어 몰려다니고 소리쳐야 하는지! 팔 아프게 팻말이나 들고 몇 시간 동안 고생을 하며 당원의 숫자를 늘려야 하는지!”
연단에서 말하는 사람은 역시 조선 제일의 달변가 중 한 사람인 신숙주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몰려든 생도들의 지식수준을 가늠한다.
선동도 한두 번이어야지, 지난 20년 동안 수백 번의 강연과 연설회를 다닌 신숙주로서는 청중의 눈빛만 보고도 그 열의와 생각의 깊이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흠, 이번에는 형편없는구먼. 머저리들만 모이게 되었어.
신숙주는 잠시 머릿속으로 고민하다가 전달하려던 정보의 밀도와 수준을 크게 낮춘다. 다소간의 왜곡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게 최선이리라.
전하께서 기행을 저지르신 바로 다음 날이다. 그는 다급히 최근 문하로 모여든 청년들을 모아 강연을 열었다. 이명민은 아마 옆 마루에서 근대 산업의 위대함을 소리 높여 설명하고 있으리라.
“그대들이야 제대로 된 정당의 필요성을 결코 느끼지 못했을 것이오. 사실 당연하오!
왜냐하면 첫째로, 아조가 군주국이며 그것도 아주 현철한 군주께서 통치하고 계시기 때문이오.
그 때문에 그대들에게는 말하고픈 불만이나 토로하고픈 불합리가 임계치 이상으로 쉽게 높아지지 않소. 그대들은 의원과 대표를 데려다 금상(今上)께 항의하러 나아갈 필요가 없소.
이 또한 인군의 혜은이니 어찌 탄복하지 않으리오?”
“아아, 역시 전하께옵서는….”
“조선 제일의 과학자가 바로 전하이시라 하지 않던가? 그 덕에 이리 성세를 누리니 백성들에게는 이 얼마나 지복(至福)이란 말인가?”
물론 저들이 품고 있는 환상과 달리 그 ‘과학’ 연구하겠다고 사람을 오밤 중에 깨워다 취조하는 약간 또라이 기질이 있는 금상 전하이시지만.
지금 그에 대한 감상을 조금이라도 내뱉었다가는 강상죄로 끌려가리라 생각했기에 신숙주는 역시나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소련 같은 경쟁적인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오. 다양한 정견을 가진 단체들이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득표율을 따라 움직이며 다른 정당들을 이기기 위해 애쓸 이유가 없지 않소?
자,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던지겠소.”
신숙주가 칠판을 탕, 하고 두드리자 뒷자리에서 턱을 괴고 졸고 있던 생도들의 머리도 휙하고 치솟는다. 그 광경에 약간 새디스틱한 쾌감을 느끼던 신숙주는 맨 뒷줄의 학생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자네가 생각하기로는 작금의 조선에 정당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어, 아, 에, 예?”
“어디까지 듣고 졸았나?”
“그… ‘정당이 왜 필요한가’라는 문징이 나왔을 때부터….”
“그러면 그냥 일단 대답해 보게. 조선은 경쟁적인 민주 정치가 이뤄지지도 않고, 지금은 명군께서 나라를 다스리시니 성세(聖世)가 이어지고 있네.
헌데 어찌하여 정당을 필요로 할 것인가? 필요하기는 한가?”
생도는 입에 흐른 침자국을 닦다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멀리 앉아 있기에 제대로 보이질 않았는데, 이제 보니 십 대 후반으로 꽤나 원숙한 청년 같다.
“볼셰비키 또한 경쟁적인 선거 제도가 없었음에도 소련에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 아니었습니까? 그 이유와 상통하지 않겠습니까?
민의를 받아들이고 그를 조정에 전달하며, 그를 넘어서 인민을 교화하고 계몽하며 조직할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릇 정당이라면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가 있는바, 그 추구하는 바를 사회 보편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역동이 있으려면 지금처럼 암암리에 모인 붕당과 같이 존재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지요.”
“허….”
머저리들만 모였다는 생각을 급히 수정하는 신숙주였다.
익숙한 얼굴이다. 분명 김종직이 제 애제자라며 데리고 다니던 그런 인물 중 하나였는데?
저 젊은이의 이름이 아마….
“그래, 잘 말해 주었네. 김굉필 동지.”
대강 결론이 이끌어지고, 생도들에게 마음 단단히 먹고 앞으로의 조직화를 대비하라 당부를 끝마친 뒤 신숙주는 급히 대문을 나선다.
정당의 생리, 정당의 기능, 정당의 역동….
김굉필의 대답을 떠올리며 신숙주는 고심한다.
이제 조선은 근대 국가를 수립했으니, 그와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분리된 근대적 시민 사회 역시 성립된다. 자본주의적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국가와 분리된 영역을 영위하기 시작하는 인민들 때문이다.
정당이 그렇게 분리된 시민 사회와 국가를 연결한다. 시민 사회에서 분출되는 여러 욕구를 정치에 반영한다.
정당이 인민을 이끈다. 정당이 국가의 정치에서 인민을 대변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정치에서 친소파가 대변하는 이들은 얼마나 되는가?
도시 노동자? 사회주의자 젊은이들? 그들이 인구의 1할이나 넘길까?
기실, 친소파의 영향력이 지금껏 유지된 이유를 찾자면, 조정 내의 균형, 그를 지탱하는 주상의 안배, 원산이라는 상징적인 뒷배, 무엇보다도 신숙주 자신의 뛰어난 지성과 카리스마가 있을 것이다.
헌데 주상께 어제 향민청에 관하여 주청을 올렸더니 무시하신 연유는 무엇인가? 정말 면접만 진행하고 그리 보내신 뜻은 무엇인가?
이 이상 파벌 간 다툼에 개입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오로지 신숙주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이라면….
신숙주는 어느새 고민 끝에 자신이 도착한 장소가 어딘지 확인한다.
―‘한양 동부 전신소’’
신숙주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품속에서 쪽지를 꺼내어 자신을 알아보는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원산의, 마이어 동지에게 전해 주게.”
이명민과 오래 협업한 이로서 트로츠키 동지에게도 이야기를 잘 전달해 주리라.
이제 원산이 침묵을 깨고 친소파에 대한 지원을 조금씩 가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 믿었는데.
―’송구. 지원 불가.’
그 답변에 신숙주가 느낀 당혹감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당장 원산이 처한 상황을 보면 마이어의 단답 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망할 반동 사회혁명당 새끼들! 우리는 이 회의 결과를 보이콧한다!”
―“저 새끼들 반쯤 죽여 놔!”
―“배신자 새끼들이다! 제3지대 개새끼들은 부숴 버려!”
핫하, 개판이다.
막간극―잔지바르
“기사를 보면 원산에서 우리더러 비방하는 이들은 많이 사라졌다 하오.”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쌓아 올린 성과입니까? 마자파힛의 역적을 치고, 농민들을 살리고, 또 해적들을 소탕했더니 등 뒤에서 수군대기나 했으니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