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53
위대한 제국이 멸망하리라 (2)
호루크다슨은 자신의 군재를 쓸 만하다 여기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의 판단은 적확했다.
아버지 에센은 제국을 세운 뒤 모든 전투에서 연승을 거둔 위대한 명장이었고, 그 휘하의 장군들 역시 숙련된 이들이었다. 당연히 호루크다슨 또한 그들을 따라 세계 곳곳을 정복하며 경험을 쌓기는 하였다.
그러나 정작 호루크다슨 자신이 독립적으로 군공을 세웠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만일 그의 군재가 그렇게 뛰어났더라면 굳이 이번 전쟁을 통해 위신을 세울 것 없이 지금까지의 공로를 넉넉히 인정받아 황위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어찌 되었건 그런 자신의 한계를 잘 아는 만큼 호루크다슨은 스스로를 과신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아락투무르와 카탄투무르가 이끄는 본대는 우르겐치를 복속시킨 뒤 부하라를 칠 것이오. 그 뒤 남하하는 도중의 적대 세력들을 정리하면서 추후 헤라트까지 점령할 준비를 하시오.”
“알겠습니다, 폐하.”
“마르코르기스, 그대는 사마르칸트와 그 일대를 장악한 뒤 히사르까지 서진하라. 이후 카불까지 남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복속을 요청한 영주들과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폐하.”
“이반 바실레비치?”
“예, 폐하.”
“그대의 군세는 본대와 함께 우르겐치까지 향한 뒤 그대로 남하하여 호라산까지 진군한다. 이후 저들의 본거지인 헤라트를 칠 때까지 준비하라.”
“하명하신 바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장수들에게 호루크다슨이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모두 사전에 조율된 바다.
대외적으로는 최고 지휘관으로서 대계를 짜내고 그를 장수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취하는 모습이지만, 사실 호루크다슨은 이미 합의한 바를 그대로 읊고 있을 뿐이었다.
아락투무르의 본대와 이반 바실레비치의 군세가 티무르의 서부를 휩쓸며 술탄이 머무르는 헤라트를 치고, 동시에 마르코르기스가 제국 동부의 주요 도시들을 함락시킨 뒤 일대를 정리한다.
그러면 호루크다슨은?
“짐의 군세는 본대를 조금 앞서가며 현지 민심을 다독이는 동시에 복속을 요청한 군주들을 구원할 것이네. 또한 이반 바실레비치, 그대가 놓친 적군들을 소탕할 것이며 점령지를 안정화하겠다.”
이반 바실레비치가 전방을 빠르게 휩쓸고, 아락투무르가 후방에 남겨진 굵직한 도시들을 함락시키는 그 사이에서, 카간은 복속이 예정된 영주들을 규합시킨다.
즉, 선봉대와 본대 사이의 안전지대에서 안전한 뒤치다꺼리만 담당하겠다는 소리다.
전투는 최대한 회피하게 될 것이다. 현지 반란군의 진압이나 도시의 형식적인 공성과 점령 과정이 아니라면 피를 볼 일이 없다.
카간의 군세는 사실상 카간 호위와 현지 안정화 정도만 해 주면 된다. 이반이 일부러 놓쳐 보낸 적의 잔당을 무찌르거나, 이후 아락투무르가 반쯤 해치우고 남겨 둔 소도시들을 점령하면서 형식적인 전공들을 챙기리라.
이 전쟁에서 활약하겠다, 화려한 승리를 거두겠다 하는 헛된 욕심 따위 호루크다슨은 진작 버렸다.
그런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 우선 티무르를 정복하고, 어느 훗날 백양 왕조를 무너뜨릴 뿐.
백양 왕조와는 아직도 팽팽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당장 오스만이 저들의 등 뒤를 찔러 온다니 그들의 공격은 걱정할 것이 없다. 오스만과는 아직 전쟁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티무르 제국의 원활한 정복과 장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선까지는 관계를 유지해야 하리라.
대강의 전략이 짜여지자 망설임 없이 진군이 결행되었다.
몽골군은 마치 건초를 베어 내는 강철 낫처럼 순식간에 저항 세력들을 일소했다.
단 두 달이 지나자 동맹 도시들은 모조리 복속되었다.
다시 세 달이 지나자 숱한 술탄들의 목이 베어졌고, 유서 깊은 도시들이 불탔다.
현재 티무르의 자손들 중 가장 강성한 술탄 후세인 바이카라의 거점 호라산 역시 대부분 장악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호라산의 중심지, 헤라트의 장악.
물론 그건 본대가 적당히 합류하고 나서야 따 먹을 과실이고.
카간의 군세는 티무르 제국의 대도시이자 성지 마슈하드의 북서쪽에 있는 쿠찬을 약탈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남쪽에서는 여전히 이반의 선발대가 곳곳에 박힌 도시와 마을들을 약탈 중이었고, 북쪽의 본대는 차근차근히 보급로를 확보해 가면서 티무르 제국의 희망을 꺾어 나간다.
그래도 혹시 백양 왕조에서 공격해 올지 몰라 자원자들을 서쪽으로 보내 주기적인 순찰을 돌리고 있지만 별 수상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여전히 항복을 거부하나?”
“예, 결사 항전까지도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반 바실레비치의 선발대와 치른 전투에서 장정 절반이 죽었다 들었네. 저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뭔가 기댈 만한 희망이라도 있는 건가? 근방에 강력한 동맹은 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오나 사절을 오가게 하였을 때 알아낸 바로는 그저….”
부관은 뭔가 불경한 낱말을 입에 담으려는 듯 망설이며 입을 우물거리다 결국 말한다.
“‘배교자’, ‘이단자’와 함께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쯧.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카간은 혀를 찼다.
배교자란 아마 태상황이 되신 아버지께서 표면적으로나마 간직하시던 이슬람 신앙을 버린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리라.
이단자란 아버지의 대에 일체의 신앙을 궁성 내에서 드러내기를 금하고 이맘과 랍비, 신부와 승려를 대거 죽인 것 때문에 그러는 것일 테고.
명재경각의 상황이 코앞까지 닥쳤음에도 현실을 부정하니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무용한 피해가 강요될 공성전을 겪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지. 다른 도시들은 투항 의사가 있을 테니.”
이렇듯 선발대와 본대가 쌓아 놓은 순조로운 승리 위에, 호루크다슨은 무난한 전공을 쌓아 가며 얹혀 가고 있다. 그는 전쟁 영웅이 되고자 하는 허영으로 별 의미 없는 인력 손실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폐하, 서쪽으로 보낸 정찰대가 아직 신호를 보내오지 않았는데….”
“괜찮다. 평소에도 이틀에서 사흘은 더 걸려서 돌아오지 않더냐? 워낙에 물이 귀하고 인구가 희박한 땅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도시는 포기하고 동진한다. 마슈하드가 항복해 올지 모르니 사절을 보내 보고 접근하지는 말라.”
이내 도시를 둘러싼 채 북을 울리고 시끄럽게 소리 치던 기마대가 포위를 푼다.
쿠찬의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사기를 떨구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자기들이 항복하지 않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나중에 올 본대에 잘근잘근 씹혀 죽을 뿐이다.
호루크다슨이 이동 명령을 내리자 보병과 마병들이 빈사 상태의 쿠찬에서 점차 멀어져 간다.
지치고 추레한 기색으로 서 있던 쿠찬의 경비병들은 파랗게 질려 있던 얼굴이 겨우 풀어진다. 얼마 안 있어 지옥이 도래하는지도 모르고.
각궁과 도끼, 신월도(新月刀)를 든 천 몇백의 몽골군은 만일을 대비하여 취하던 전투태세를 해제한 뒤 카간의 곁으로 조금씩 모여들었다. 그러면서 쿠찬에서 얼마나 멀어지고 나서야 진을 쳐야 할지, 본대와의 연락은 어떻게 진행하면 될지 등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논의했다.
―부우우우.
기묘한 나팔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멀리서, 아득하게, 그러나 선하게 들려오는 소리.
“…뭔가?”
카간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우우우우우우.
다시 들려온 소리는 그 음원이 멀리에 있음을 알려 주었다.
가까이서 나는 아군의 소리가 아님을.
몽골의 병사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이는 건 흙먼지밖에 없었다. 저 멀리서 이 냉대의 건조한 반(半)초원 반(半)황무지의 지평선을 흐리며 일어나는 지상의 구름이다.
하지만 몽골인들은 발밑에서 느껴지는 이 진동과, 눈앞의 뿌연 먼지구름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내포한 의미까지도 말이다.
“습격이다!!!”
누군가가 외쳤고, 순식간에 긴장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미 전의를 상실해 있던 쿠찬의 병사들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어리둥절하며 소리가 나는 방향을 멀뚱히 바라만 보았을 뿐. 소리의 정체는 저들과도 상관이 없는 듯했다.
허나, 이쪽도 3천의 군세다. 물론 상당수가 도시의 복속을 대비한 보조 인력들이라 전투 인력은 2천이 간당간당하지만, 소규모의 습격에 당할 바는 아니다. 어차피 이반 바실레비치가 적당히 정리해 놓은 안전지대이니 딱 안전한 나들이에 적합할 병력이다.
분명, 얼마 전까지 들어온 정찰대는 서쪽 변경이 여전히 안전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니 눈앞의 풍경은 당연하게도 진실일 리 없다.
당혹한 카간은 흙구름이 몰려오는 서쪽을 주시하다가, 마침내 그 흐린 시야 속에서 흔들리는 인영들을 발견했다.
그것들은 아주 많았다.
카간은 방금까지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낙관주의를 버렸다.
2천은 많지 않은 숫자였다.
2만도 넘어 보이는 적 기병에 비하면.
“저기, 카간의 깃발이 있다!”
“몽골의 황제다!!!”
저 멀리에 오스만 파디샤의 깃발이 보인다.
쇄도해 오는 적들의 대오 사이에서 칼을 빼 들고 내달리는 메흐메트 2세의 모습이 보인다.
* * *
“첩보는 확실하군. 그 오랫동안 몽골 내부로 눈과 귀를 뻗쳐 놓은 보람이 있네.”
저들의 포용성은 곧 침투에 대한 취약성이었으니. 몽골 제국 곳곳에 이미 파디샤의 거미줄이 세심하게 뻗쳐 나가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저기에 카간이 있지 않은가? 그럼 다른 답이 있을 수 없지.”
메흐메트 2세는 공들여 쫓은 사냥감을 보듯 탐욕스러운 눈으로 카간의 보잘것없는 군세를 살핀다.
“모두 죽인다.”
수백의 칼이 뽑힌다.
수천의 화살이 날아간다.
수만의 다리가 땅을 박찬다.
* * *
“화, 활을 준비하라!”
“궁병들은 어서 장전해!!!”
말의 심장을 터뜨릴 듯, 오스만의 전사들은 색색의 깃발로 이 초원에 초록과 연갈색 이외에 다른 빛깔을 채워 넣으며 달려들어 온다.
전속력으로 쫓아오는 적의 대오에 기겁한 몽골군은 역시나 빠르게 후퇴를 감행한다. 호루크다슨의 백마 역시 엄선된 종의 명마다운 속력을 내며 말발굽을 박찼다.
쿠찬으로부터 후퇴하며 잠시 하마했던 기병들은 기껏 급히 달려 말에 올랐으나, 개중 망설임이 심하고 몸이 굼뜨던 이들에게는 이미 적들의 칼날이 그 심장 바로 앞까지 닿은 이후였다.
핏물이 튀었다.
“쓸어버려라!”
“죄다 죽여 버려!”
오스만어와 몽골어로 된 악다구니가 페르시아의 황무지에서 서로 엉키기 시작한다.
뒤편에서 흐르는 비명과 신음성이 멀어지는 것을 느낀 채 카간과 수행원들은 달렸다. 그렇게 정신없는 질주의 와중 누군가 소리쳐 카간을 불러온다.
“폐하!”
“왜 그러는가!”
“여, 여기…!”
카간은 뭔가 질겁한 듯한 병사의 목소리에 말의 속력을 잠시 늦추고 외침이 들려온 쪽을 돌아본다. 말 위의 요동 속에서 카간은 점차 자신에게 뭔갈 보고하려던 병사에게 시야의 초점을 맞춰 간다.
의외로, 그 병사는 얼굴에 멋쩍은 웃음을 띠고 있다.
한 손으로 석궁을 겨눈 채로.
―피슉.
선분 하나가 암살자와 카간의 사이를 연결하러 날아왔다.
호루크다슨은 유목 제국의 황제다운 운동 신경으로 말의 향로를 비틀어 겨우 화살의 궤적에서 벗어난다.
―히이이잉! 퀴릭! 쿠르르득!
문제는 자신의 몸을 피하느라 말의 몸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고삐를 느슨히 쥐고 있던 그는 곧 말의 왼쪽 앞다리 허벅지에 튀어나온 화살을 확인하고,
점차 공중을 향해 기울어지는 말의 무게 중심을 깨달으며,
단 3초 정도 되는 시간 안에,
고삐를 꽉 쥐고 몸을 던진다.
말의 몸이 무너져 내리듯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카간의 몸 역시 초원을 뒹군다. 드문드문 깔린 잔디가 마치 톱니처럼 뜨겁게 쓸려 오고 말의 고통과 흥분이 고삐 끝을 통하여 전해 온다.
―뀌히이이이익!!!
흥분한 말이 넘어진 몸을 급히 일으키며 질주하려 하자 그제야 호루크다슨은 고삐를 놓았다. 말을 정신을 놓고 몸을 뒤흔들며 저 초원을 내달려 그를 떠났다. 고삐를 쥐고 넘어진 덕에 상체를 다치지는 않았지만 다리를 접지른 듯하였다.
“폐하!”
그 광경에 경악한 다른 부관들이 암살자의 목을 치려 달려오자 암살자는 제동을 건 뒤 다른 병사들 사이에 섞여 도주를 시도한다.
금군(禁軍, 황제 또는 왕의 근위대) 몇몇이 그를 쫓기 위해 대오를 빠져나가고 다른 몇몇은 일반 병졸들과 함께 낙마한 카간을 보살피기 위하여 다가온다.
“주님의 이름으로! 빌어먹을 불신자는 죽어라!”
…라고 생각했다.
개중 하나가 외날도를 뽑아 들고 달려오기 전까지는.
초승달 모양으로 태양광을 튕겨 내는 날카로운 금속이, 카간의 목덜미를 덮쳐 온다.
* * *
“기습은 성공입니다, 폐하!”
“카간의 목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성공이 아니다! 더 달려라! 자객들이 성공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메흐메트는 그를 따라온 튀르크인 재상 한 명에게 그리 일갈하고선 말고삐의 힘을 뺀다. 구속이 풀린 파디샤의 말이 말발굽으로 불꽃이라도 튀길 듯 맹렬히 공간을 찢고 달린다.
몽골인들, 특히 선대 카간인 에센은 몇 가지를 간과했다.
다양한 신앙에 있어 중립성을 지킨다, 모든 신앙을 동등히 대우한다는 말은 듣기에 좋다.
소수 종파들에게 그러한 기조는 자신들의 신앙과 안전에 대한 보장이라 여겨졌을지 모른다.
허나 한편으로 본래 카간을 신앙의 동지라 여겨 친근히 여겼을 무슬림들에게는 배반이고 배교다.
그리고 그러한 배교자 황제를 떠나 유일하게 의탁할 상대, 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군주는 누구이겠는가?
메흐메트 2세가 몽골군 내부에 틈새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서쪽을 경계할 정찰대로 자원한 이들은, 반대로 오스만의 군세와 접촉하여 자신들의 위치와 동태를 알린다.
또한 삼엄한 경계가 풀어지길 기다리던 이들은 기회를 노려 암살을 감행한다.
오직 카간 한 사람, 모든 권위의 중심이자 근원.
그를 잡으면 이른바 예케 몽골 울루스란 신기루에 불과하리니.
“적들의 진행 속도가 느려집니다!”
“상황은 어떤가!”
“카간이 낙마한 듯싶습니다!”
“두 개 분대로 나누어 추격한다! 언덕을 우회하여 앞쪽의 길을 틀어막으라!”
지금 이곳에서 모든 것을 끝내 버리겠다.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
위대한 제국이 멸망하리라 (3)
카간은 숨을 골랐다.
팔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낙마하는 암살자.
그리고 잘 벼려진 칼을 쥔 채 잘려 나간 암살자의 오른손목.
비명을 지르던 암살자는 곧 다가온 금군들의 철퇴에 머리가 깨졌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제 등 뒤에 올라타십시오!”
호루크다슨은 멍해질 시간조차 사치라는 걸 알았기에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금군 무사의 말에 올라탄다.
두 사람을 태운 말은 조금 느리지만, 그래도 여분의 마필을 구하지 못하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급히 달려 나가던 기병대가 카간의 속도에 맞추어 나란히 정렬한다.
“대오를 정비하라!”
이제 3천의 군사 가운데 남은 인원은 고작 해야 천여 명. 적들은 여전히 압도적인 수효로 그들의 뒤에서 지진을 일으키며 맹추격해 오고 있다. 역시, 모두 기병이다.
그러나 몽골군은 세계에서 가장 숙련된 전쟁 기계들이다.
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빠르게 후퇴하여 그 특유의 궁기병 전술로 자신들을 추격해 오는 오스만군에 나름의 견제를 해낸다. 혼란한 와중에 흩어졌던 분대들 역시 하나둘씩 카간의 곁에 합류한다.
허나 그런 분투에도, 카간은 눈대중으로 어림잡아서도 착실하게 좁혀 오는 피아(彼我) 간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리를 살피니, 혼자서 말을 타고 달리려면 꽤나 각오를 해야 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