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42
‘일전의 결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
“’be apologizing’이라 하지 말고 그냥 ‘apologize’라고 말씀하십시오. 그 동사는··· 그런 방식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베순은 ‘진행형(progressive form)’을 조선어로 무어라 말할지 몰라 그냥 둘러대며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귀국의 언어에 미숙하여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군요.”
“아닙니다. 다른 모든 것이 훌륭했습니다.
어··· 진심 어린 사과 감사합니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정적.
“크흠, 일단 가던 길을 계속 가볼까요? 제철소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예, 베순 대감. 따라가겠습니다.”
분위기가 확실히 아까에 비해 누그러졌고, 블레어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저 사람은 분명 듣기로는 국왕 보좌관이었는데? 그것도, 법무 관련한.’
그런데 정작 하는 이야기나 치적을 들어보면, 외교관에 더 가깝다. 일본어든, 중국어든 다양한 언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직접 일본을 답사하고 조사한 일본통이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농학 관련한 서적을 집필했다든가 언어학 관련하여 조사를 했다든가 하는 것을 들으니 더더욱 왜 저런 직책을 맡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저 사람이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해서? 아니다. 관료를 다루는 행정체계 자체가 기이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뭔가, 조선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런 생각에 블레어는 슬며시, 조선에서 온 신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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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어제 밤새워가며 연습했던 것이 그건가?”
“나는 보한재 자네가 무얼 그리 중얼거리나, 혹시 미쳐서 실성한 것인가, 고민하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구만! 이런 깜찍한 짓이라니.”
“큰 소리로 말하지 말게. 민망하지 않은가?”
“알겠네. 알겠어. 이미 충분히 소리를 죽여 속닥거리고 있으니 저어기 앞에 먼저 가서 안내하는 베순 대감이나, 우리보다 조금 앞에서 따라가는 블레어 대감이나 들리지는 않을 것일세.”
물론 블레어의 귀에는 들렸지만. 블레어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마른기침을 뱉었다.
“아무튼, 보한재. 또 무엇을 그리 뒤적이고 있나?”
“아, 이거 말인가? 지난번에 실수로 깨먹은 은장도일세.”
“아니 부러진 은장도를 뭣 하러 들고 다니나?”
“예끼, 이 사람아. 곧 대장간에 간다고 하지 않는가? 대장간에서 철물을 고치지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아, 그렇군. 헌데 소련은 쇳물 붓고 두들기는 것이 뭐 그리 신기하다고 대장간을 데려가는지 모르겠네. 차라리 극장에 한 번 더 가는 편이 즐거울 터인데.”
“아무튼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겠나? 후, 생각보다 멀구만.”
“민가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하니 당연한 거 아니겠나? 쇳덩이끼리 깡깡 부딪히는 소리를 내내 듣는다면 민초들의 귀가 멀어버릴 것이 아닌가?”
“아, 저기 멀리 보이는구만.”
“어디, 어디?”
“큼, 큼. 여러분, 거의 도착해갑니다!”
그렇게 속도를 내어 다가가자 서서히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더니 곧 숨쉬기에 기분 나쁜 먼지가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시끄러운 고함들이 와글거리고, 금속들이 서로 섞이고 쏟아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천지를 메웠다.
“제가 임시로 산업인민위원을 겸임한지라, 여러분께 이 시설을 소개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소개합니다. 원산 제철소 및 제강소입니다.”
베순이 입을 열자 마침 화려한 배경으로, 웬만큼 기골이 장대한 남성보다 몇 배는 큰 키의 전로(轉爐)로부터 쇳물이 우르르 쏟아져 내려온다.
쇳물이 붉고 노란 빛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장엄하긴 하구려.”
“하하, 그렇지 않습니까? 이곳으로부터 주철과 강철이 생산되어 소련 곳곳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재래식 제철소를 완전히 대체하고도 그 수효를 훨씬 상회하는 생산량을 보이고 있죠. 그 결과 원래 망가졌던 켈틱 1, 2호와 게르마닉 호를 수복하는 데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기구와 생활용품의 재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요원한 기대일 뿐이지만, 만약에 생산량만 충분히 증대된다면 건축자재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습니다.”
“건축자재로도 사용한다, 라···.”
“여기, 이곳을 안내해줄 제철소장 뮐러 동지와 제강소장 르페브르 동지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면 이분들께 물어보시면서, 안전을 위해 정해진 경로대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생각한 것보다 거대한 규모의 현장에 잠시 압도되었으나, 곧 신료들도 궁금한 곳에 이리저리 시선을 기웃거리면서 천천히 구경하였다.
뭐 신묘하고 신기할 것이 있나, 싶었는데.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장비들의 크기만 보아도 신기한 기술들이 있기는 한가 보다.
이런 생각들이 블레어의 눈에는 훤히 들여다 보이는 듯하였다.
그러다 신숙주가 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서는 르페브르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까의 부러진 은장도다.
“이것을 어떻게 수리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돌아올 대답은 뻔하다.
“여기선 못 고칩니다. 여긴 제철소 겸 제강소고, 저는 제강소 관리자 아닙니까?”
“그러니, 여기서 강철을 만든다는 것 아니오?”
“맞습니다.”
“그런데 어찌 은장도 하나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이오? 이리 사람이 많으니 한 사람쯤은 수리할 수 있지 않겠소?”
“제철소 직원들도 자기가 맡은 공정만 할 줄 알지, 무슨 헤파이스토스처럼 철물을 자유자재로 다루지는 못합니다.”
“그럴수가··· 있소?”
“하하, 이곳은 전통적인 전근대의 야금업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경영이 되어서 말입니다. 우리는 귀하들과 다르게 근대사회에서 왔으니까요.”
“혹시, 저들은 얼마나 일하오?” 박팽년이 묻자 이번에는 뮐러가 대답한다.
“8시간··· 여러분의 시간 단위로는 4시진 동안 일합니다.”
“어찌 이리 고된 일을 그리 오랫동안 한단 말이오? 가혹하지 않소?”
르페브르는 그 질문에 혼란스러운 듯했다.
8시간 노동은 그가 살던 세계에서 전세계 노동조합의 염원 중 하나였다. 그런데 가혹하다니?
신숙주 또한 무언가 충격에 빠진 듯보인다.
그리고··· 그건 블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반장들의 외침.
“자, 휴식시간입니다! 11번 구역으로 모여서 오늘의 식사를 받아가십시오!”
시설 곳곳에서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나와 한 건물로 들어선다.
신료들도 따라 들어가니, 급식소다.
길게 줄을 늘어선 직원들은 각기 팔에 색색깔의 완장을 찼을 뿐 모두가 똑같은 복장이다.
일직선으로 늘어선 직원들에게 누군가 식판을 쥐여주고, 다시 그들은 차례차례 반찬을 받아간다.
“18번 조! 급식소 입장! 19번 조는 대기!”
신숙주가 고개를 돌아보자 밖에서 대기자들이 오열을 맞추어 서 있다.
어떤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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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츠 동지, 정말 어떻게든 탄약 생산을 시도해 볼 수는 없겠소?”
“힘듭니다. 화약을 일단 어떻게 제조할지, 그 재료는 어디서 수급할지부터가 난관이죠.
그렇다고 그냥 땅바닥에 있는 흙을 긁어다가 19세기식 흑색화약을 만들면 효율도 떨어지고 총도 금방 못 쓰게 될 겁니다.”
“후··· 그렇다면 일단 무기의 재생산은 불가하군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로 동지, 당신의 일이 바빠지겠군요.”
혁명군사평의회 의장을 맡은 조지프 푸츠, 군사인민위원 트로츠키, 외무인민위원 올리버 로. 그에 더하여 각종 분야의 고문들까지.
그렇게들 모여서 대체 어떻게 소련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마라톤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일단 며칠 간의 고민 끝의 결론은, ‘병장기, 특히 탄약은 한정되어 있다. 기술은 어떻게 따라잡더라도 재료가 없어서 더 만들 수 없다.’ 정도였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일단··· 17번 안, ‘무기의 자체 수급’은 삭제하겠소.”
칠판에 그려진 표 한 줄에 트로츠키가 빨간 줄을 하나 긋는다. 빨간 줄이 그렇게 17개.
그러자 모두가 역시 자신이 들고 있던 유인물에 붉은 줄을 긋는다. 모두에게 똑같은, 격자모양의 표, 대책들의 표가 있다. 그 대책마다 붙은 번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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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주는 소련에서 오랜 기간 봐온 장면이 있다.
곧게 뻗은 통로, 그 양옆으로 나뭇잎처럼 나란히 달려 있는 방들.
그리고 번호.
RMS 켈틱.
그 복도, 똑같이 생긴 선실들, 언제든 구분할 수 있도록 번호들이 매겨져 통제되는.
원산의 거리.
자연의 곡선을 거부하는 듯 지면 위로 강렬하게 뻗어 나가는 직선, 똑같이 생긴 집들, 번호가 매겨져 집 하나하나의 위치가 식별되는.
중앙의료원.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침상, 똑같이 생긴 침상과 천막, 똑 같은 옷을 입은 환자들, 똑 같은 옷과 기구로 일하는 의원들, 그리고 침구마다 새겨진 번호.
마치 한 칸의 방도, 한 채의 집도, 한 명의 환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그 강박적인 구조.
이곳 제철소에서도, 하다못해 밥을 나눠줄 때조차도 그러하다. 대기 줄 하나, 사람 하나, 밥 숟갈 하나하나마다 붙은 번호들.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고, 그에 맞춰 사람들이 체계를 잡아 제 역할들을 해 나간다.
의류공장에서는 ‘콘베이어 벨트’라는 것이 움직이면 그에 맞춰 노동자들이 제각기 천을 자르고 바늘을 움직였다. 한 사람이 하나의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격자 무늬, 직선, 분류, 체계.
신숙주의 머릿속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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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것은 18번 안, 외교적 해법입니다.”
“하지만 현재 동아시아에서 교류해볼 만한 대상은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봐야 일본이나 북방 유목민족 외에는 끌어들일 카드가 없고, 그들을 끌어들여 봤자 얼마나 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결국에는 명, 조선, 소련. 이렇게 삼국만을 고려하는 것이 답인가?”
“지금으로서는 그렇죠.”
“멀리 봐서··· 우리가 조선을 장악한다고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명 왕조가 조선을 집어삼킨 소련을 어떻게 바라볼지가 의문입니다.”
“일단 우리에게는 조선국왕이 있으니 대외적으로는 이를 단순히 반(反) 쿠데타 움직임으로 꾸밀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답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을 어떻게 꺾을지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트로츠키가 격려하듯 회의 참석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결국 저들과 우리, 우리와 저들 사이에는 무엇으로도 건널 수 없을 거대한 차이가 있소.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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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근대인’이고, 저들은 ‘근대’에서 왔다.
저들의 말에 따르면 그랬다. 신숙주가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언제든 어깨를 토닥이며 ‘당신은 전근대 사회의 사람이니까요’라며 격려했다. 그것이 무언가 결정적인 차이인 것처럼.
신숙주는 단순히 시대와 장소의 차이일 뿐이라 생각했다. 그저 저들이 먼 이방에서, 그것도 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먼 미래에서 왔을 뿐이고, 결국 사람살이는 다 똑같다고.
틀렸다.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저들은 마치 무언가를 향해 질주하는 듯하다.
만일, 병자들을 단기간에 최대한 많이 치료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숙주라면 의원을 많이 데려다 놓고 일을 시키는데 급급하리라.
저들은 다르다.
저들은 환자를 분류하는 이,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보살피는 이, 용태를 살피는 이, 약을 조제하는 이와, 칼로 환자의 살을 째는 이를 모두 분리한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제복을 입고 표준화된 병실에서 표준화된 기구로 작업한다.
마치 이곳에 강철 만들 줄 아는 이들만 모여선, 은장도 수리할 이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각자가 한 가지 일만을 수련하고 그것에 정통하게 만든다.
왜 의사가 판서가 될 수 있는가? 그가 사람을 고치고 다루는 데 가장 많이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숙주는 왜 동부승지가 되었나? 어차피 형조뿐 아니라 어느 관서에서든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문반들이 아닌 아전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체 왜?
신숙주가 과거를 통과했기에, 그가 지배자로서 인정받았기에.
그렇기에 어느 관서를 가든 똑같다. 형조판서든, 도승지든, 경연관이든, 심지어 영의정이 되든.
저들은 모든 것을 더 많이, 더 빨리,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강박증적으로 일한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하다.
아니, 사람이 아닌 듯하다.
신숙주는 항상 생각했다. 저들은 어째서 저렇게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는가? 어떻게 저리 빠르게 산간마을에서 도시를 건설하며 거대한 논과 밭을 일구어 냈는가?
오와 열을 이루며 배치된 객실들, 집들, 병상들, 노동자들.
그 이유를 찾았다.
경연 동안 트로츠키가 떠들던 것들, 자본주의니 봉건제니, 하부구조니 상부구조니 하는 것들이 갑작스럽게 머릿속으로 벼락처럼 내리치기 시작한다.
그저 경전 외듯 외우기만 했던 개념들이 갑자기 각자 자리를 잡아 신숙주의 귀에다 대고 요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한다.
-저들은 ‘자본주의 사회’란 곳에서 왔다. 완전히 다른 ‘생산양식’을 경험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생산력을 극대화한다. 더 높은 효율성을 위해서 미친듯이 달려나간다.
-근대 자본주의적 사회가 근대 자본주의적 인간을 낳는다. 그것이 바로 저들 소련인들이다. 이전의 모든 전통과 관습을 자본주의가 부숴버리고···.
-모든 전통적인 것, 관습적인 것, 목가적인 것, 아름답든 추하든 이롭든 해롭든 낡은 것. 그것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다. 역사의 흐름은 그 내용은 신경 쓰지 않고 낡은 것이라면 모조리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너는, 이미 역사의 흐름 위에 올라앉아 있다.
-그렇다면 너는, 낡은 것인가?
“이보게, 보한재! 자네 왜 그리 넋을 놓고 있나!”
“아, 아니. 곧 따라가겠네!”
못 따라간다.
다른 이들처럼 칼 같이 잡힌 줄서기에 익숙지 못해 느슨하게 퍼져 있는 친우들.
저들은 지금 조선으로 돌아가면 이 문물들을 배워서 써먹으리라, 소련의 기술을 따라잡으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이유는···.’
그 순간, 유학자 신숙주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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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의 확장주의적 행보 (1)
신료들의 관광이 얼추 마무리되고, 다시 오랜만에 모든 인민위원들과 조선에서 온 신료들이 모였다. 조선국왕 이홍위도 쫄래쫄래 신료들을 따라와 급조된 어린이용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턱을 괴었다.
한 명만 빼고.
“아니 보한재 이놈은 대체 어디서 뭘 하기에 지금까지 오지를 않고 있는가? 취금헌, 아까까지 보한재가 자네랑 산책하지 않았나?”
“모르겠네. 산책하다가 갈라진지도 꽤 돼서. 어딘가 급하게 가던데··· 어디서 소피라도 보나?”
하위지의 물음에 박팽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한다. 어느새 색목인들의 제스처가 망명 온 신료들의 몸에도 붙어간다.
“흠, 크흠, 그럼 결원 1명으로 기록하고. 지금부터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소련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회의을 개최하겠소.
혹시 준비해 놓은 의견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신청해주길 바라오.”
트로츠키가 슥 좌중을 둘러본다. 3초, 2초, 1초···.
손을 든 사람이 없다.
“음, 그럼 준비된 의견은 없더라도,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생각난 의견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