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53
그렇기에 모반을 기획하고 뭉쳐 있던 김윤수의 군사들을 사방에 흩어져 있던 부산진(釜山鎭) 근처의 군사들이 막을 수 없었다.
적은 멀리서도 아니고, 바다 건너에서도 아닌, 옆과 뒤에서 찔러왔으니까.
“대감, 서둘러 피하셔야 합니다!”
“맙소사··· 전세가 기울었다 하여 이런 짓을 벌이다니···.”
오직 허후와 그 휘하 장수 몇몇만이 겨우 난리를 뚫고 살아나오고 있을 뿐이니, 이미 동래도호부(東萊都護府)는 잃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동래읍성으로 가서 어떻게든 저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제가 보았을 때 읍성 안에서도 불길이 치솟아 있었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이럴 수가··· 아니된다. 충청도에서의 전투도 이리 난망한데 후방에서 환란이 일어난다면···.”
“저기, 역적 허후다! 잡아라!”
“일단 피해야 합니다! 제발!!”
“···.”
그렇게 허후와 한 무리의 도망자들이 동래를 빠져나가고.
경상도 전역에서는 제 잇속에 따라 지역 유지들과 지방관들의 판단이 엇갈렸다.
“이미 금성대군, 아니 옛 대신들의 세는 끝장이 나지 않았소? 더 이상 여기에 가담하는 것은 자살이오!”
“옳소! 김종서와 이징옥 일파가 북쪽에서 아무리 잘 싸우든, 남쪽이 무너져서야 꼼짝없이 팔 한 쪽이 뭉텅 잘려 나간 형세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 아직 모르오. 충청도를 벗어나 호남, 영남으로 수양의 군세가 넓게 퍼진다면 꽤나 고전할 것이고. 그렇게 발이 묶인 틈에 김종서가 이끄는 익속군이 빠르게 한양으로 치고 내려온다면!”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찌할 수가 없겠습니다.”
“자네, 자네가 미쳤구나! 어찌 내 앞에서 칼을!”
어차피 지방의 군사 지휘관들을 중심으로 무리하게 끌어 모은 세력이었다.
그러니 승리에 대한 희망이 불투명해지자마자, 모래성은 제대로 뭉쳐지지 않은 곳부터 빠르게 허물어져 내릴 수밖에.
경주 쪽으로 겨우 도망쳐 온 허후와 일파들이 항전하는 가운데, 경상도는 점차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한 고을 한 고을마다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칼부림이 일어났고, 그에 따라 대신파가 경상도에서 운신할 수 있는 폭도 끔찍이 좁아졌다.
이에 따라 충청도에서 항전하던 이들은 방어선을 굳히기 위해 급하게 전라도 방면으로 후퇴를 거듭했고.
그런 상황에서 반대급부로, 남부로 뻗어 나가던 중앙군은 손쉬운 승리를 거듭 얻어냈다.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으하하하! 이제 남은 것은 호남과 북방뿐이던가?”
그리고, 이 소식에 가장 크게 미소를 지은 것은 당연하게도 수양대군.
신료들은 오랜만에 조회에 나온 주상 전하의 모습을 보며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꽤나 오랫동안, 근정전은 용상을 비운 채로 회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전하께서는 왼쪽 어깨 주위로 누군가 접근하면 움찔거리며 격노하신다.
무언가 쾅, 하고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신다.
아마 여전히 경복궁 바깥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한사코 거부하실 것이다.
허나 강녕전(康寧殿, 경복궁 내 임금의 침소)에 틀어박혀 제신들 누구도 용안을 뵙지 못하게 하던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듯하였다.
암살 시도 직후만 하더라도 내금위와 별시위에 별안간 숙청의 칼이 몰아치고, 금상께서는 내시와 상궁이 가까이 다가올 때조차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움츠리셨으니 말이다.
그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원산 방향을 보며 괴성을 내셨고. 또 신료들 중 누가 그 오랑캐들의 괴이하고 작은 총포를 휴대했을지 모른다며, 누가 배반하여 옥체에 흉탄을 쏠지 모른다며 아무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의 상처받은 짐승 같던 모양새에 비하자면 지금은 그래도 멀끔한 군왕의 행색이 아닌가?
분명, 최근에 전방에서 들려오는 호소식들이 주상의 마음을 안정시킨 것일지라.
“오늘날에 이르러 남방이 거의 평정되었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겠는가?
북방에서 김종서와 이징옥의 흉한 무리가 금성을 꼭두각시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제 저들의 상황 또한 고립무원이오, 곧 서리바람 부는데 삼베옷 한 겹만 걸치고 있는 행색처럼 위태하구나!”
그러니 이렇게 오랜만에 방방 뛸 듯이 기뻐하는 전하께 제신들은 굳이 말을 보태지 않고,
“참으로 옳으신 말씀이옵니다.”
라고 답할 수밖에. 특히 권람과 한명회가 나설세라 빠르게 호응하는 심회와 심결 형제 같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허나 신료들이 구태여 언급만 않았을 뿐 여전히 위험은 남아있다.
바로 50여년 전 명국에서 건문제(建文帝)를 죽이고 영락제(永樂帝)가 즉위한 정난(靖難)의 변만 해도 그랬다.
연왕(燕王) 주체(朱棣)는 고작 한 개의 성만을 차지한 채 버티고 있었으나, 황제군의 빈틈을 파고 들어가 단숨에 수도인 남경까지 진격해 승리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연왕은 명나라의 세번째 황제 영락제가 되었다.
북방의 익속군은 기병 위주의, 그것도 조선군 최고의 정예병이다. 그 수효만 하더라도 1만에 가까우니 조선 땅에서는 누구도 그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김종서와 이징옥은 백전의 노장이니···.
언제 저들이 조선의 심장으로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전하, 이제 준비할 때가 되어 옵니다.”
그러니 영의정 박종우가 나아가 간하자 주상께서도 승리의 단꿈에서 힘겹게 벗어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결정적인 전투를 치를 때가 오고 있다.
궁지에 몰린 금성대군파가 여력을 끌어 모아 진격해오고, 그에 부딪혀 막아내려는 정난 세력의 힘이 집중되는 순간!
분명 그 전투의 승패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으리라.
박종우의 말에 조정대신 모두가 긴장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그러나 금성대군과 대신파만은 이미 알고 있는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었으니.
“절재(節齋, 김종서의 호) 대감, 그들이 압록강변으로 오고 있습니다.”
“제기랄···.”
북방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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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준비하라 (2)
“자, 이번 기회에 다시 동아시아의 정세를 확인해보려 하오.”
그렇게 말하고서 트로츠키는 칠판에 커다란 종이를 펼쳐 놓고 네 귀퉁이를 압정으로 찔러 넣어 고정했다.
지도다.
그것도 신숙주가 일본으로의 확장 계획, 아니 ‘일본 진출 및 동아시아 공산주의 혁명의 교두보 마련에 관한 사업안’을 설명할 때 썼던 그 지도.
여전히 지도에는 일본령 조선, 중국, 일본, 몽골, 소련, 만주국,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으나, 신숙주가 덧칠하여 그린 15세기 중반 아시아의 국경에 거의 가려져 있었다.
“대체로 보아, 동아시아의 정세는 매우 안정되어 있었소. 1452년에 우리가 조선에 상륙했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명나라 중심의 국제체계는 거의 기틀이 잡혀 있었고, 일전에 있던 북방민족의 침략 또한 격퇴되었소.”
그리고 트로츠키의 손가락이 만리장성을 넘어 위쪽으로 옮겨간다.
몽골.
“이번엔 중국의 북방을 보겠소. 현재 중국 북쪽은 몽골제국의 잔당인 동몽골, 그리고 서몽골이라 불리우는 오이라트, 명나라에 귀순하였으나 독립세력으로 남아있는 우량카이 3위로 삼분되어 있었소.
그런데 이를 오이라트의 영웅인 에센이라는 인물이 통합하여 중국을 위협하고 그들의 황제를 사로잡았었지. 황제는 다시 반환했지만··· 여기까지 내용이 맞소?”
“동양학자들이 정리해준 자료를 보면, 맞습니다.”
블레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곤 트로츠키는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본래의 역사에서 에센은 몽골을 규합했으나, 칭기즈칸의 후손이 아닌데도 카간을 참칭하는 무리수를 두어 곧 세력을 잃고 무너졌소. 그 뒤로는? 내분이 나서 수십년 동안 명이든 조선이든 건드릴 틈이 없었소.
조선은 계속 명나라와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로웠고, 일본은 뭐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서로 치고 박고 싸우지만 역시 변방이오. 곧 전국시대가 열리겠지만 아직은 막부가 유지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1450년대는 평화기라 할 수 있겠소.
그런데 이 평화에, 우리가 끼어들었소. 여기 망명자분들은 제외하고.
우리 이방인들이, 공산주의자들이, 근대인들이 말이오.”
그렇게 조선군 상당수가 섬멸되었고, 그로 인한 격변이 결국에는 내전으로 이어졌다.
이명민이나 성삼문 같이, 조선에서 온 신료 몇몇이 순간 몸을 떨었다.
그 충격적인 사건들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되새기는 듯했다.
“우리는 여태껏 우리가 가져온 여파에 대해서··· 너무 조선국 내에 한정하여 생각해 왔던 것 같소. 반성하오.”
트로츠키는 잠시 할 말을 찾는 듯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다, 한숨을 푹 쉰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는데···.”
“당연하지는 않소. 우리도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예측조차 하지 못했잖소?”
“···위로 감사합니다, 조선국왕 전하.
아무튼 우리는 시급히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오.
이 사태가 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대신들은 이 재난을 마주하여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뭐, 이런 것들 말이오.
자, 대강 상황 정리는 끝났군.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봅시다.
몽골의 조선 침공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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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불자, 장단을 맞추듯 바람이 한번 다시 일고 한족 유랑민들이 추위에 벌벌 떨었다. 아니, 그들이 추위에 떠는 것인지 두려움에 떠는 것인지는 그들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들의 앞을 지나가는 에센의 행렬 때문이었다.
에센은 잠시 심드렁한 눈빛으로 그들의 비굴한 얼굴을 내려다보다 관심을 끊고 고개를 뒤쪽으로 돌린다. 활짝 열린 연산관의 관문이 보인다.
10만이었다. 이번 원정을 위해 10만을 그러모았다. 타이순 칸의 군사를 물리치고, 허수아비 칸을 세우고 다시 죽인 뒤 염원하던 카간의 자리에 올랐다. 아버지 토곤의 대에도 이루지 못했던 영광이었다.
그 뒤로는 세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쏟아야만 했다.
말도 안 되는 양보와 바보스럽다 싶을 비굴함으로 초원의 뭇 족장들에게 카간 지위에 대한 묵인을 얻어냈다. 이것이 정녕 만인지상의 자리가 맞기는 한 건가, 싶었던 그 모든 과정을 거쳐 결국 여기까지 왔다.
요동에.
모든 것이 이번 정벌을 위한 것이었고, 또 이번 정벌을 통한 것이었다.
만일 몽골의 귀족들에게 나눠주겠다 공언할 사치품과 지위가 없었더라면, 그는 몰락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하나로 모이는 목표의식이 없었더라면, 역시 그의 권력 또한 모래처럼 흩어졌으리라.
그렇게 모두의 기대와 열망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들에게 약속한 부귀가 기다리는 곳으로.
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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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이 기어코 심양을 쳤습니다. 그리고서 요양 방면으로는 소수 토벌대만 두고서 연산관 아래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대감,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아시지 않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시어야 합니다!”
“나도 아네.”
만일 명국을 노렸다면 요동으로 이리 깊숙이 향할 이유가 없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서쪽의 산해관으로 향해 북경을 쳤으리라.
그리고 저들은 몽골인이다. 차라리 오르고스 초원을 거쳐 장성을 우회할 수도 있을 터인데.
지금 에센이 향하는 길.
심양으로부터 연산관을 거쳐 남쪽으로 꺾어 내려오는 길.
그곳에는 명이 통제하는 통원보가 있고, 진동보가 있다. 그렇게 지나가다 보면
압록강이다.
누구라도 몽골인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뻔히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에센의 동진(東進)은 경계해야 할 먼 북방의 동태 정도가 아니다.
지금 저들은 조선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러 오고 있다.
뒤쪽으로는 에센을 마주하게 될 터인데, 앞쪽에는 허후와 황보인의 군세를 크게 깨뜨리고 북방으로 눈을 돌리는 수양대군이 있다. 진퇴양난이란 분명 이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리라.
결국 결론은 정해져 있다.
“모두··· 한 사람의 병졸도, 한 필의 말도 남김없이 끌어 모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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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끝내 보르지긴의 이름이 없어 카간에 오르지 못하셨다.
그 꿈을 이 자신이 이루었으나, 결국 그 잘났다는 황금씨족이 아니기에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안한 제위.
그러나 정통성의 부족을 업적으로 메우고, 위엄의 부족을 위력으로 대신한다.
명나라의 황제를 붙잡았고, 북경의 문앞까지 당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실패했으니까. 얻어낸 것은 없이 피만을 흘린 원정이 되었으니까. 황제는 결국 풀어주어야 했고, 당초 전쟁의 목적이었던 교역조건의 개선도 이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중원을 차지할 수 없다면 다른 것을 얻으면 된다.
완전히 정복해내든, 압도적인 물자를 얻어내고 조선을 신속시키기만 하면 어떻게든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
두 해 전, 조선의 병력이 북방에서 궤멸되었다는 소식만을 듣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돌아갈 길이 없다.
이곳에서 칭기즈 칸의 후예가 아닌, 보르지긴 씨족이 아닌 초로스 씨족에서 나온 첫 카간으로 거듭나거나, 멍청한 패배자로 역사에 남으리라.
옛 몽골제국의 영광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그와 같이 몸부림치던 다른 이들처럼 그 빛나는 영광의 그림자에 묻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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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종서가 의중에 두고 있는 뜻은 빠르게 이징옥에게 전달되었다.
불안한 북방을 경계하던 병사들, 또 언제 중앙의 편에 서서 준동을 일으킬지 모를 후방의 여진족을 감시하던 자들. 그리고 지방 곳곳의 소요를 제압하고 안정을 도모하는 데 쓰이던 이들까지.
가지고 있는 병력이란 병력은 모두 모아야 한다.
김종서의 말에 이징옥의 손에서 핏줄이 도드라진다.
“나는 늙었으니, 자네가··· 직접 이끌게.”
“예, 대감.”
김종서는 무엇을 이끌지 굳이 첨언하지 않았다. 이징옥 또한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들을 둘러싼 모든 사세가 그들에게 오직 한 가지 길만을 강요하고 있었다.
“전장을 어디로 삼을지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아마 적도들도 우리의 훼방으로 많이 어려울 터이니 우리의 수에 어울려 줄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렇게 말하고서 김종서는 갑자기 기침을 한다. 무게감 있게 던지던 언사 사이사이에 기침이 섞이자 이징옥은 그제야 그의 나이를, 그리고 자신의 나이를 생각한다. 이 연로한 이들. 세상에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은 사람들.
“도하 준비는 최대한 현지에서 해내야 할 것일세. 얼어붙은 강들이 이미 모두 풀렸으니 손쉽게 도강하는 요행을 바랄 수는 없게 되었네.
그러나 오직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치명적인 일격을, 그런 일격을 제대로 치고야 만다면··· 그리하여 한양에만 당도한다면!”
어차피 수양대군이 도망갈 구석은 없다. 삼남의 전황이 마무리되어간다 한들 여전히 전장임은 변하지 않는다. 강화도로 처소를 옮길 수는 있겠으나 그 순간 정통성도 없이 오직 위압으로 이뤄낸 수양의 거짓 옥좌는 무너지리라.
조선의 가장 정예한 기병은 결국, 북방에 몰려 있다. 한번의 일격으로 중앙군을 대파(大破)하고 보급은 현지에서 급히 해결하며 포위를 생각하지 않고 내달린다면···.
한양에 닿을 수도 있다.
완연한 도박 수. 그렇기에 던지고 싶지 않아 최후의 최후까지 미뤄두었던 수.
허나, 이제는
“60여년의 종사(宗社)가 우리 손에 달려있네.”
조선이 달려 있다.
단기간에 한양을 얻고 다시 에센의 남침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끝장이다.
이 일전에 반드시 수양이 응해야만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만들 방법을 알고 있었다.
김종서는 슬쩍 책상 아래 서랍에서 봉투 한 장을 조심스레 꺼내 든다.
“이미 이 안에 든 내용을 퍼뜨렸으니, 수양은 올 수밖에 없네. 그 불 같은 성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 내용을 곱씹으려는 듯, 아니면 믿기지가 않아 다시 확인하려는 듯, 김종서는 다시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 든 것은 당연히 서신.
첫 줄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민신일세. 몇 달만에 겨우 부치네.
그리고 두번째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