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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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오팔 뽑기?”
“올해도 왔군요. 이 시즌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보이는 가판대의 명물 중 하나랍니다. 옆에 다른 가판대들도 봐 보세요.”
누얀의 말대로 시선을 돌리니 다른 가판대에도 어느새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쌓여 있는 돌무더기 뒤로는 덕지덕지 붙은 종이들이 보였다. 리엘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종이에 뭐라 적혀 있는지 읽어 보았다.
작년 테티아의 왕궁 보석술사가 상급 오팔을 뽑았습니다!
붉은 파이어 비율이 높은 광석들! 지금 도전하세요!
아이디얼 컷에 납품되는 원석과 동일한 원석
작년 최상급 오팔 2개, 상급 오팔 12개를 배출한 곳!
종이에 적힌 것들을 읽던 리엘라는 익숙함을 느꼈다. 예전에도 저런 비슷한 말이 많이 붙어 있는 곳을 본 적이 있었다.
“리나가 복권 명당이라며 데려갔던 집들이 저랬는데….”
한때 수도에 복권 열풍이 불었을 때, 유행에 민감한 리나답게 수도 안에 있는 온갖 복권 판매처를 돌아다녔다. 물론 리엘라는 친구라는 이유로 함께 끌려다녀야 했었다. 그때 보았던 복권 판매처들이 입구에 저런 말을 잔뜩 붙여 놨었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던 리엘라는 이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누얀에게 되물었다.
“오팔이라는 거, 귀한 거 아니었어요?”
며칠 전, 세공소에서 보석술사들이 제일 좋아하는 보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직원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역시 오팔이겠죠!”
그러면서 직원은 세공이 끝난 오팔을 가져와 보여 주었다. 보자마자 리엘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보석을 이리저리 돌려볼 때마다 그 안에서 다양한 색으로 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직원은 그것을 파이어라고 부른다면서 붉은색 파이어가 많을수록 값어치가 높다고 했다. 또 파이어의 배경이 되는 색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검은색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을 블랙 오팔이라 부르고, 무척이나 비싸다는 것도 함께 알려 주었다.
‘창세 신화의 순간을 그대로 담은 보석이라고 했어.’
어둠밖에 없었던 세상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빛이 떨어져 흩뿌려지던 그 순간이 그대로 남은 보석이기에 모든 색깔을 다 품고 있는 유일한 보석이라고.
많은 색을 품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대부분의 보석이 한 가지 힘만을 가진 데 비하여 오팔은 여러 가지 힘을 가진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 힘 또한 강력하다고 했다. 게다가 희귀한 탓에 보석술사들은 오팔을 보석의 왕으로 부르며 가장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길가에서 뽑기로 팔린다니? 게다가 5길드면 푼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보석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정말로 저 돌멩이들 안에서 오팔이 나온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보석상에 갈 이유가 없었다.
리엘라가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오팔 뽑기를 바라보고 있자 누얀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설명했다.
“귀하죠. 보석의 왕인걸요. 하지만 저기서 뽑기로 나오는 오팔은 제일 하급의 오팔이랍니다. 아니, 하급이라도 나오기만 하면 운이 무척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죠. 대부분 파이어가 없는 잡석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에요. 드물게 파이어가 조금 붙어 있는 오팔이 나온다고 해도 어차피 힘도 없고 크기도 작은 데다가 계속해서 관리해 주지 않으면 깨져 버리기도 쉽고… 광부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겉으로 봐서 좋은 오팔이다 싶으면 다 보석상에 넘기지 이렇게 길에서 팔지 않지요.”
“그럼 좋은 오팔이 나왔다는 저 광고들은 거짓말이에요?”
“아니요. 가끔 겉으로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질이 좋은 오팔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긴 있어요. 그래서 자신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하며 뽑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아가씨도 한번 사 보시겠어요?”
누얀의 제안에 리엘라는 다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원석 한 개의 가격은 5길드, 그것을 반으로 갈라 주는 값은 3길드. 반으로 자른 원석에 광을 내주는 값은 2길드. 사실상 10길드인 뽑기다. 조금 전에 셋이서 카페에 앉아 먹고 마신 디저트와 차의 값이 3길드인데, 확률이 낮은 뽑기에 10길드를 쓰는 건 역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 전 사양할게요.”
오팔이 갖고 싶다면 차라리 그 돈에 조금 더 보태서 좋은 것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때 다른 상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자, 원석 안에서 나온 색이 당신의 미래를 알려 줍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 사업이 어떻게 될지 걱정되는 사람, 이 사람이 정말로 내 사람인가, 연인과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 특히 연애운이 궁금하신 분은 이쪽 10길드짜리 원석으로 미래를 알아보는 건 어떠십니까? 반으로 나눈 것을 상대와 나눠 가지면….”
술술 흘러나오는 상인의 설명에 리엘라는 귀가 솔깃해졌다. 연애운? 그런 것도 원석으로 점을 친단 말이야?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로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상인 앞으로 몰려들어 서로 진지하게 원석을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리엘라는 리나가 주었던 리스트를 슬쩍 꺼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아래쪽에 제 사업운을 점칠 양으로 원석을 사 오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운세를 점칠 수 있다는 원석을 파는 가판을 바라보니 1개는 10길드지만 두 개를 사면 15길드에 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좋았어.’
리나 것을 하나 사면서 5길드에 제 것 하나 정도는 기념품 삼아 사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살 생각은 없었다.
‘기왕이면 같이 와서 사고 싶어.’
하운이 조금 한가해지면 같이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
“리엘라, 어디 아파?”
자신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보는 하운의 모습에 리엘라는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웃었다.
‘아니, 어떻게 3일 내내 조금도 시간이 나지 않는 거냐고….’
하운이 한가해지면 같이 나와서 사겠다는 제 계획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이었는지 리엘라는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3일 내내 하운은 회의실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운뿐만이 아니라 같이 온 보석술사들과 대사관에 있던 보석술사들 역시 퀭한 얼굴로 비틀비틀 걸어 자신들의 방으로 가 쓰러져 잤기에 뭐라 불평도 할 수 없었다.
리엘라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거울 앞에 섰다. 오랜만에 카르디아의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소르디아는 카르디아보다 더운 곳이었기에 이곳에 온 이후로 계속 소르디아의 옷만 입고 있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카르디아의 옷을 입었더니 덥기도 더운데 답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오늘 경매에 자신 역시 카르디아의 대표로 참석하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자신의 나라 옷을 입는 게 관례라고 하니 따라야 했다. 리엘라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니 하운이 곧바로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
따라 하라는 듯한 몸짓에 리엘라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하운이 리엘라의 손바닥 위에 작은 보석이 박힌 팔찌 하나를 올렸다.
“어?”
신기하게도 그것을 받자마자 더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산 아래에 서 있는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쌌다.
“이게 뭔가요?”
“우리들이야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그대는 카르디아 옷을 입고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아서 만들었어. 시원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진 보석을 팔찌에 세팅해 놨으니, 차고 있으면 더위는 느끼지 못할 거야.”
“정말요? 감사합니다.”
리엘라는 팔찌를 들었다. 고리를 거는 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몇 번 손이 미끄러지자 하운이 도와주려는 듯 더 가까이 다가왔다. 리엘라는 자연스럽게 제 팔목을 내밀었고 하운 역시 당연하다는 듯, 그녀에게 팔찌를 채워 주었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던 누얀이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네아에게 말했다.
“저 팔찌에 있는 보석이 카르디아 대사관이 소유하고 있는 보석 중 가장 비싼 것이라는 거… 아가씨는 모르시겠죠?”
그러자 네아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그러시겠지요.”
저게 어떤 것인지 알면 리엘라는 에르첼라의 목걸이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이것마저 들고 갈 순 없다며 펄쩍 뛰었을 것이다. 사실 저 보석은 조금 시원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소르디아 전체에 혹한을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보석이었다.
아무리 중립국인 소르디아라 하더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 카르디아는 이곳의 대사관에 만약을 대비한 무기를 두었다. 그것이 저 팔찌였다. 그런데 저것을 땀을 식히는 용도로 조절한 다음 걸어 주다니.
‘…미친놈아.’
네아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저놈이 팔찌를 걸어 주는 척하면서 손을 잡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리엘라에게 필요한 것이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 줄 수밖에.
***
아이디얼 컷은 플라워 컷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기에 굳이 마차를 탈 필요조차 없었다. 네아와 누얀은 출입증을 받지 못했기에 네아는 그저 하운 옆을 쪼르르 따라 걸었다. 다행히 하운은 그동안 눈치라는 것을 길렀기에 그냥 걸어가지 않고 아이디얼 컷의 곳곳을 리엘라에게 설명해 주었다.
“크게 다섯 번에 걸친 증축을 했다고 해. 그래서 자세히 보면 새로 증축된 곳마다 조금씩 건축 양식이 달라. 아, 이쪽이 경매장으로 가는 길이야. 벌써부터 사람들이 가득하군.”
하운의 말대로 경매장 가는 쪽이라고 표시된 길에는 편하게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다행히 각자 자신의 나라의 옷을 입고 있었기에 어느 나라의 사람들인지 구분하기 편했다.
하운과 리엘라를 비롯한 카르디아의 대표가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떠들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역시 대단해….’
조용해진 회랑을 보며 리엘라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하운이 등장하자마자 이렇게 조용해지다니.
그 순간 경매장 입구 한구석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소리쳤다.
“리엘라 테니어다!”
“리엘라 테니어 씨! 제발, 부디 5분만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안녕하세요, 리엘라 씨. 저희는 소르디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유서 깊은 보석상…밀지 마!”
“리엘라 씨! 호슨 공작님의 보석 중에 두 번째 방에서 나온 염화의 루비를 파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하운이 아니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