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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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뜻밖의 기회
호슨 공작의 보석의 방이 열렸다.
그 소식은 빠르게 카르디아 전체에 퍼졌다. 보석술사들은 물론 귀족들, 평민들 할 것 없이 신문이 새로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세기 최고의 보물 상자가 열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에 열 개 정도 안에서 발견된 새로운 보석들의 이름이 알려졌다. 매일 신문에는 그 보석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비싼 보석인지 자세하게 실렸고 이제 신문의 1면 귀퉁이에는 ‘하운 공작 재산 추정 금액’이라는 칸이 생겼다. 당연히 그 옆에 적힌 숫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매일매일 치솟는 중이었다.
리엘라는 그 숫자의 0을 세다가 지쳤다는 듯 옆으로 밀었다. 드디어 어제 0이 하나 더 붙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럴 법했지.’
보석의 방 안에서 쏟아진 보석은 전부 334개였다. 아마 사람들에게는 대략 300여 종이라는 뭉뚱그려진 숫자로 발표될 것이었다.
“얘부터가 문제네….”
리엘라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균열의 아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방 안에서 소란을 피웠던 세 보석을 전부 다 수거한 다음 하운과 루시안은 방 안에 있던 보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이 아게이트였다.
갑자기 옵시디언이 불러낸 어둠 때문에 안에 종이에 적힌 글을 다 읽지 못했다. 수습이 되고 나서 리엘라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찾았다. ‘이 아게이트는…’에서 더 읽지 못했기에 뒷내용이 궁금해서 읽어 보았더니.
“‘이 아게이트는 진짜다….’라는데요?”
리엘라가 마저 읽자 루시안은 신은 찾았고 하운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은 리엘라와 아게이트를 번갈아 보더니 동시에 말했었다.
“비밀로 해야겠군.”
“비밀로 해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이건 대륙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무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기는 큰 피해를 입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것. 땅이 갈라지고 내려앉는데 버티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아게이트의 존재가 알려지면 손에 넣으려는 사람은 물론 각 나라들 또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완전히 힘을 잃고 잠든 것 같은데….”
하운은 그렇게 말하며 리엘라를 슬쩍 보았다. 그의 눈빛은 실수로라도 이 아게이트에 절대 빛나는 꽃을 주지 말라는 강한 뜻이 담겨 있었다.
“대단한 보석들이 나오길 기대하긴 했지만… 이건 좀 감당하기 힘든 보석이군요. 저도 입을 다물겠습니다. 알려지면 원탁회의도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루시안도 아게이트의 존재를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안에서 나온 보석들 중 아게이트만큼은 아니더라도 밖에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보석은 또 있었다. 하운과 루시안이 보석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정리하고 있을 때 리엘라는 다른 보석을 찾았다. 한참을 뒤진 끝에 찾던 것을 발견했다. 큰 상자에 가득 들어 있는 크리스털들이었다.
‘약속했으니까.’
언젠가 카밀라가 죗값을 다 치르고 나오면 이 크리스털들을 주기로 했다. 리엘라는 재무대신에게 사람을 보내 그의 아내의 초상화를 받아 왔다.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그려져 있는 초상화를 보고 그녀의 얼굴을 익힌 다음 네아의 도움을 받아 크리스털의 영상을 확인했다.
대부분 전쟁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것도 있었다. 다행히 카밀라의 어머니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녀가 담긴 크리스털은 따로 보관했다.
‘네아는 괜찮으려나?’
크리스털의 영상을 계속 보여 준 탓일까. 네아는 어쩐지 평소와 달리 말이 없었다.
‘그래도 영상은 관심 있게 보던데.’
카밀라의 어머니는 네이판타와 싸울 때 함께했던 사람이기에 그녀의 영상에는 자주 네이판타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행히 가까이에서 기록된 영상은 아니었기에 무서웠지만 참고 볼 수 있었는데 네아는 영상의 네이판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평소의 네아와 달라 보여서 리엘라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리엘라는 아게이트를 정리하고 회의실로 갔다. 평소라면 변호사들과 아직도 다 보지 못한 문서들이 쌓여 있겠지만 오늘은 꽃이 쌓여 있었다.
보석의 방이 열린 후 리엘라는 가게에 갈 수 없었다. 이제는 통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꽃 행사 개최국의 검사는 더 오지 않겠다고 했기에 리엘라는 과감하게 휴업을 결정했다. 그렇다고 꽃 축제까지 마냥 놀 수는 없었다.
“연습해야지…. 작품도 구상해야 하고.”
꽃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가 시작할 때만 해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축제였는데 큰일 몇 개를 치르고 나니 성큼 다가와 있었다.
테이블 위에 쌓인 꽃은 전부 저택의 정원과 온실에서 관리자들이 잘라다 준 것이었다. 판매용으로 길러지는 꽃들과 달라서 길이도 형태도 제각각인 것들이 많았지만 이런 꽃들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네아가 가게에서 가져온 도구들을 들고 리엘라는 열심히 꽃들을 다듬었다. 종이 냄새만 가득하던 회의실 안에 꽃향기와 풀 냄새가 가득 찼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여기 있었군요.”
“루시안 님.”
루시안은 리엘라의 곁으로 다가와 들고 온 가방에서 두터운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부탁했던 일들은 전부 잘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꽤 힘드셨을 텐데.”
“힘든 건 없었습니다. 많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원탁회의가 얻은 것에 비하면 수고랄 것도 없지요.”
리엘라는 루시안이 준 서류를 보았다. 이것은 전부 보석 기부에 대한 서류였다.
보석 감정이 끝난 다음 변호사들은 리엘라에게 이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때 리엘라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필요한 분들께 대여해 드리고 싶어요.”
공작이 남긴 재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던 것 중에 하나는 공작이 자신의 보석들을 많은 곳에 대여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운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팔 생각은 없는 거냐 묻더니 없다고 대답하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심했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호슨 공작이 예전에 했던 대로 대여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탁회의는 물론이고 카르디아에 있는 여러 단체가 공작의 보석을 빌렸다. 그 보석들은 공작이 세상을 떠나기 전, 전부 회수되어서 보석의 방 안으로 들어간 탓에 그동안 빌려 썼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래서 보석의 방이 열렸다는 소식에 그들은 리엘라에게 긴 편지를 썼다.
리엘라는 그 편지들을 전부 다 읽었다. 그다음 서류를 보고 공작이 예전에 빌려줬던 사람들인지를 확인한 다음 보석이 담겨 있는 액자 위에 그것들이 갈 곳을 적어 붙였다. 그런 후 변호사들과 루시안을 불러 부탁했다. 이 보석들을 다시 그 사람들에게 보내 주라고.
“공짜는 아니에요.”
힘든 사람들을 돕는 단체 외에는 호슨 공작이 원래 받던 만큼의 대여료를 받기로 했다. 그 돈은 다시 많은 곳에 쓰이리라. 금액 책정과 서류 문제는 변호사들이 처리했고 그 보석을 무사히 전달하고 넘기는 일은 루시안이 맡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원탁회의가.
리엘라는 루시안이 내밀었던 서류를 적당히 훑어본 다음 테이블 한쪽에 정리했다.
“그런데 대공님이 안 보이는군요. 설마 아직도 보석의 방에 계십니까.”
“그렇죠, 뭐.”
리엘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보석의 방이 열렸다. 그 말은 두 번째 보석의 방의 문을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보석의 방 안쪽에서 두 번째 방의 문을 본 네 사람은 할 말을 잃었었다.
“벽이 전부….”
“…문이군.”
넓은 벽 전체가 문이었다. 창세 신화의 내용이 조각된 거대한 나무 문. 하운은 리엘라와 루시안, 네아에게 물러서 있으라 한 다음 말리기도 전에 문을 밀었다. 첫 번째 문을 열 때가 생각났던 탓에 리엘라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 하운이 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밀면 열리던 첫 번째 문과 달리 두 번째 문은 마치 돌로 만든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하운이 보석까지 꺼냈건만 두 번째 문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오늘까지도 계속 똑같은 상태였다.
“왕실에서도 보석을 가져와서 시도하시는 모양인데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신기하군요. 호슨 공작님이 저기에 또 뭘 해 놓으신 걸까요.”
다행인 것은 첫 번째 방과 달리 두 번째 방의 안쪽에는 멋대로 돌아다니며 힘을 쓰고 있는 보석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리엘라가 ‘이대로 놔두면 안 되나요?’라고 했더니 하운은 이를 악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열고 말겠다 말하고 그날부터 두 번째 문 앞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리엘라가 하루 종일 그곳에 가 있는 하운을 생각하고 있을 때 루시안은 테이블 위에 가득한 꽃들을 보았다.
“출품할 작품을 연습 중입니까?”
“네. 아직 뭘 할지 정확히 정하지 못했지만 그사이에 감을 잃으면 안 되니까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
“뭘 만들어도 리엘라 양의 실력이면 수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평가해 주시니 고맙네요.”
리엘라는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꽃들이 달라졌기에 평소 만드는 형식과 다른 꽃바구니가 어느새 완성이 되어 있었다.
“루시안 님은 이제 집으로 가시나요?”
“아닙니다. 다시 원탁회의로 가 봐야 합니다.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어서 좀 더 일을 봐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럼… 괜찮으시다면 이거 가져가실래요?”
리엘라는 머뭇거리다 제가 완성한 꽃바구니를 내밀었다.
“요즘 너무 많이 만들어서 저택 안에 더 두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제 방도, 네아의 방도 이미 가득해요.”
“주신다면 감사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원탁회의 건물 안은 좀 삭막하니까요.”
“잘됐네요! 그럼 이것도! 이것도! 다 가져가셔도 돼요!”
한참 후, 루시안은 꽃바구니가 가득한 마차를 타고 공작저를 떠났다. 그는 원탁회의에 도착하자 근처에 있던 직원들에게 바구니를 잘 보이는 곳에 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을 집어 제 집무실로 가져갔다.
“의장님, 오셨습니까.”
“응. 다녀왔어. 무슨 일 없었지?”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만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
“모리스 경께서 와 계십니다.”
“아버지가?”
그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있던 모리스 경이 그를 보고 일어섰다.
“무슨 일이세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온 것 아니다. 그냥 지나가다 보이기에 잠시 들렀을 뿐이야. 더 늦으면 그냥 돌아갈까 했는데 때마침 돌아왔….”
말하던 모리스 경의 눈이 커졌다. 그는 재빠르게 루시안에게 다가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바구니를 낚아채듯 가져가더니 물었다.
“이거 어디서 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