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7
40화
자신의 배를 쓰다듬던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살고…… 싶은 거겠죠.”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생명은 다 살고 싶죠.”
강진은 문득 고개를 돌려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떠돌이 개인지, 아니면 주인이 있다가 이번에 헤어졌는지 모를 개 한 마리가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을 보고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런 개의 모습에 강진이 빵을 집어서 약간 뜯었다. 그리고는 개를 향해 흔들자, 개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원래라면 개에게 사람이 먹는 것을 주면 안 되겠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그런 것을 따지다가 배고파 죽는다.
그런 개에게 강진이 빵을 슬며시 내밀었다.
개가 빵을 조심히 앞니로 잡아당기자 강진은 손을 놓았다.
개가 빵을 가져가 허겁지겁 먹자 강진이 조금씩 더 뜯어 주었다.
빵을 맛있게 먹는 강아지를 보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다가 근처에 떨어져 있는 그릇을 하나 집어 왔다.
옷으로 그릇의 먼지를 닦아낸 아주머니가 물을 부어서는 강아지 앞에 놓았다.
“물 마시면서 먹으렴.”
아주머니의 말에 강아지가 작게 멍! 짖고는 물그릇에 입을 가져다 댔다.
물을 먹고 싶었는지 강아지는 찹찹 소리를 내며 물을 흡입했다.
그리고 다시 빵을 먹는 강아지를 보며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너도…… 살고 싶은가 보구나.”
강아지를 보던 아주머니가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간 움찔했던 강아지가 순순히 머리를 내어주었다.
그런 강아지를 보던 아주머니가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을 입에 머금었다.
물을 마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여사님도 식사를 좀 하시죠.”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잠시 있다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제 몸이 제 마음을 이해해 주나 봅니다.”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몸이 아주머니의 마음을 이해해 배고프다고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물이라도 좀 드세요.”
“고마워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또 올게요.”
“그래요. 그리고…… 고마워요. 내 이야기 들어줘서.”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와 직원들이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왔다.
“이대로 가도 괜찮아요?”
이혜미가 아주머니와 소년을 연신 돌아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에게는 지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계속 옆에 있으면 부담이 되실 거예요.”
“그건 그렇겠네요.”
“그리고…….”
강진이 한숨을 쉬며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는 아주머니처럼 멍하니 폐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살펴야 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직원들이 따라서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살펴야 할 분은 아주머니 한 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강진과 직원들이 고개를 젓고는 걸음을 옮겼다.
덜컥!
메흐메트의 가게 문을 열고 강진과 식구들이 들어섰다. 텅 비어 있는 가게 안의 모습에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자, 밖에서 메흐메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왔으면 밖으로 나오게.”
메흐메트의 목소리에 강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금 전 황폐했던 도시와는 달리 메흐메트의 가게가 있는 곳은 무척 평온했다.
파란 물감으로 색을 낸 듯한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흘러가고, 잔디는 푸르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생기가 물씬 느껴지는 초록을 덮고 있었다.
거기에 한쪽에는 들꽃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고…… 말 그대로 풍경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치를 배경으로 메흐메트는 커다란 탁자에 재료를 올려놓고 그 옆 우물에서 맑은 물을 퍼 올리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악!
우물에서 바로 길어 올린 물을 항아리에 부으며 메흐메트가 강진에게 말했다.
“어떻게, 식사를 좀 하시던가?”
아주머니에 대해 묻는 메흐메트에게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지. 자식을 잃은 사람이 쉽게 밥이 들어가겠나.”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오늘 음식을 보다가 느낀 건데…… 사람들 속이 안 좋을 텐데 국물이 좀 자극적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속이 안 좋은 사람에게 베이란의 국물은 너무 자극적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국으로 치면 따뜻하고 속이 편한 흰죽이나 미음이 더 맞을 듯했다.
“자극적인 것이 맛은 있지.”
그리고는 메흐메트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지진이 벌어지고 여러 날이 지난 것도 아니라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도 괜찮네.”
여러 날 먹지 못한 사람에게 자극적인 음식은 문제가 되지만, 하루 정도 못 먹은 사람에게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심적인 영향으로 속이 거북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입맛 없는 사람에게 맛없는 건강식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맛있는 자극적인 음식을 주고 싶네.”
“체할 수도 있습니다.”
“뭐라도 먹으니 체하기라도 하는 거겠지.”
아무것도 못 먹는 것보다는 체하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이겠다는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문화 차이인가?’
한국은 좋은 음식이 약이라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환자를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보다 몸에 좋은 음식을 한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몸에 좋은 음식은 간이 약해서 입에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메흐메트는 조금 탈이 생기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먹이려는 것이다.
강진이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자, 메흐메트가 웃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네.”
“네?”
“나름 건강식으로 생각해서 만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내가 나중에 정말 맛있는 베이란을 만들어 주지. 그건 오늘 먹은 것과는 맛이 정말 달라. 더 강하고 자극적이고 속이 화하지.”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저승식당 사장들은 사람을 생각하는 요리사들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입에만 맞는 음식을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메흐메트가 물을 길어 항아리에 물을 부었다.
촤아악!
맑은 햇살을 받으며 부어지는 물은 무척 깨끗하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물이 무척 깨끗합니다.”
“그러게. 저 물 색깔 좀 봐.”
“햇빛을 받으니 물방울이 보석 같아요.”
강진과 식구들이 감탄을 하며 물을 보았다.
“산속이라 그런지 물이 아주 깨끗한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메흐메트가 웃으며 물통을 우물로 던지며 말했다.
“지하에 JS 물 정화 시스템을 장착해 놔서 그래.”
멈칫!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JS 물 정화 시스템요?”
“돈 좀 들였지.”
기분 좋게 웃으며 메흐메트가 우물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서는 안 보이지만 밑에 최첨단 JS 물 정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지. 그래서 물이 아주 깨끗해.”
“아…… 원래 물은 아닌가 보군요.”
“옛날에는 물이 깨끗했는데…….”
메흐메트가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 농장도 들어오고 공장도 몇 개 생기다 보니 물이 영향을 받았어.”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장이요? 안 보이는데요?”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지. 게다가 지하수는 수맥처럼 흐르니 한쪽이 영향을 받으면 여기도 망가지는 거야.”
메흐메트가 우물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흘러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봐.”
그리고는 메흐메트가 다시 물을 길으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이 물은 사람들에게 영향이 없습니까?”
“영향?”
“JS 음식을 먹으면 사람들이 귀신을 보게 되잖아요.”
강진의 물음에 메흐메트가 식칼을 가리켰다.
“이건 한국 JS에서 구한 식칼이네.”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식칼을 보았다. 식칼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한국보다 좀 더 길고 얇으며 살짝 위로 휘어진 형태였다.
“이걸 한국에서요?”
“식칼은 한국 JS의 검수림 표가 최고거든. 식물이라 녹이 슬지도 않고 햇빛과 피만 잘 챙겨 주면 평생 쓸 수 있지.”
메흐메트가 식칼을 이리저리 들어 보이다가 말했다.
“게다가 식물이라 내가 원하는 형태로 모양도 잡을 수 있지.”
메흐메트의 말에 배용수가 놀라 물었다.
“제가 원하는 형태로 모양을 잡을 수도 있습니까?”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를 정해서 보내면 보내 주는데, 몰랐나?”
“저희도 검수림 식칼을 쓰기는 하지만, 저희는 그냥 사서 썼거든요.”
“그랬어?”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 일본인가에서 네모난 수박을 파는데, 그거 봤나?”
“인터넷으로 본 적이…….”
강진이 이내 무슨 말인지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틀을 제작해서 그 안에 검수림 잎을 넣나 보군요.”
그렇게 하면 틀에 맞게 검수림 잎이 자랄 테니 말이다.
“맞네. 그래서 주문을 하면 잎이 자랄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주문하면 몇 달 안에 택배로 오네.”
말을 한 메흐메트가 식칼을 보며 말했다.
“이 식칼로 재료를 다듬는다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귀신을 보던가?”
강진은 메흐메트가 식칼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자신이 질문한 우물물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JS 물건은 가성비가 좋지. 자네도 JS홈쇼핑 구독 신청해서 보면 좋은 물건들 살 수 있을 거네.”
“JS에 홈쇼핑도 있습니까?”
“이승에 있는데 저승에 없을 이유가 있나.”
메흐메트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나도 검수림 어린잎으로 주문해 줘.”
“운암정에 쓰던 걸로 만들게?”
“응.”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돌아가면 그려 놔. 두치 씨한테 물어볼게.”
“오케이!”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메흐메트가 다시 물을 긷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메흐메트가 줄을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우물에 던져진 물통을 줄로 흔들어 물을 받고는 들어 올렸다.
“끄응!”
꽤 묵직한 무게에 강진이 작게 신음을 흘리자 배용수가 웃었다.
“물 한 바가지 길면서 그리 힘들어해서 어쩌냐.”
“생각보다 무겁다.”
“무겁기는.”
배용수의 말에 메흐메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가 한번 해 보게. 줄이 JS 거라 자네도 들 수 있으니.”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잘 됐다는 듯 줄을 우물 벽에 걸쳤다.
“컴 온.”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고는 줄을 잡았다. 배용수가 줄을 잡자 강진이 손을 떼어냈다.
“해 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줄을 천천히 우물 벽에서 떼어냈다가 눈을 찡그렸다.
움찔!
배용수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본 강진이 웃었다.
“어때? 너무 가볍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정……도야……. 끄응!”
작은 신음을 흘리며 배용수가 줄을 잡아당기자 물통이 끌려 올라왔다.
“오! 잘하는데?”
강진이 웃으며 말하자 배용수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내가 예전에 쌀도 두 포대씩 들고 날랐다는 거 아니냐. 요리사라고 손만 섬세해서는 안 돼. 강철같은 근육이 있어야 재료 손질도 할 수 있거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힘 좋다. 우리 용수 힘 좋구나?”
“당연하지. 내가 힘이 얼마나 좋은데.”
배용수가 으쓱한 표정으로 줄을 잡아당겼다.
부들부들!
하지만 자신만만한 표정과는 달리 배용수의 팔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고 있었다.
“이야 우리 용수 정말 멋지네!”
‘그래도 무겁기는 할 거다.’
속으로 웃으며 강진은 배용수가 물통을 길어 올리는 것을 구경했다.
힘 좋다고 추켜세워줘서 그런지 배용수는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물을 길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연신 미소를 지은 강진이 탁자에 놓인 식재를 보며 메흐메트에게 물었다.
“음식은 뭘 하실 생각이세요?”
“점심부터는 사람들이 한창 힘을 쓸 시간이니 고기를 먹여야 할 듯하군.”
“고기라…… 그럼 어떻게 거기서 구우실 건가요? 아니면 쪄서?”
강진의 물음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저었다.
“찌고 볶는다가 맞겠지.”
“찌고 볶는다라…….”
한식에도 고기를 쪄서 볶는 요리가 있다. 하지만 하란의 음식은 모르니 뭘 하려는 건지 몰랐다.
강진의 시선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라우라고 소고기 볶음밥이라고 보면 되네. 칼로리가 많은 음식이라 많이 먹으면 살찌기 좋지만 일하기에도 좋지. 그리고 만들기도 간단하고.”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야채를 씻으며 물었다.
“볶음밥에 야채가 다양하게 들어가네요.”
“이건 볶음밥하고 같이 먹을 샐러드야. 볶음밥에는 야채 안 들어가네.”
“그렇군요. 그럼 샐러드는 한 입 정도로 썰면 될까요?”
강진의 물음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싱싱한 야채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기 시작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