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8
41화
식재들을 모두 준비한 강진과 메흐메트는 수레를 끌고 다시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수레가 두 대였다. 같은 재료가 들어 있지만 하나는 메흐메트, 하나는 강진의 것이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자네는 아까 갔던 곳으로 가게. 나는 다른 곳으로 가서 음식을 만들겠네.”
“알겠습니다.”
음식 만드는 방법은 배웠으니 강진 혼자서 해도 충분했다.
“혹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하게나.”
그리고는 메흐메트가 수레를 끌고 떠나자, 배용수가 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가시는 곳까지 제가 밀어 드리겠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메흐메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보다는 자네 친구가 더 도움이 필요할 걸세.”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길이 좋지 않아서 어르신 혼자 끌고 가기는 어렵습니다. 용수야, 네가 도와 드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수레에 손을 올렸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메흐메트가 수레를 끌고 가자, 강진이 배용수에게 말했다.
“찾아올 수 있지?”
“내가 애냐. 한 번 갔던 길도 잊어버리게?”
“한국이면 모르겠지만 여기는 외국이잖아. 한 시간 후에도 안 오면 부를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손을 휙휙 내저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수레를 끌고 가자 강선영이 힐끗 배용수가 가는 곳을 보고는 말했다.
“저도 용수 씨하고 갔다가 올게요.”
“걱정되세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 말대로 여기는 외국이잖아요. 길을 몰라도 둘이면 왔던 길을 찾아올 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타지, 그것도 외국에 배용수를 혼자 두려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세요. 선영 씨가 같이 가면 저야 걱정이 덜하죠.”
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배용수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자, 강진이 수레를 끌고 갔다.
수레를 끌고 가던 강진은 아까 본 중년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어린 소녀 귀신의 손을 잡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남자는 그냥…… 주위 풍경 같았다.
마치 길가의 풀이나 돌처럼 풍경 속에 동화되어 있었다.
아무런 생기도 아무런 의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진 씨가 여기에 오기를 잘했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네?”
“여기 있는 분들 다 저희 부모님과 같아요. 그리고 예림이고, 가은이고, 영수에요.”
이제 승천을 한 세 아이의 이름을 말을 한 이혜미가 주위를 보며 말했다.
“우리처럼, 그리고 아이들처럼 저분들도 강진 씨에게 위안을 받을 거예요.”
“제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꼭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레를 끌다가 입맛을 다셨다.
“하란 음식을 좀 공부해야겠어요. 명색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 주는 한끼식당 사장인데……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명색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 주는 한끼식당의 사장인데 메흐메트가 하라는 음식, 아니 알려 주고 준비한 음식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게 뭐 어렵나요. 여기에 있는 수많은 어머니, 수많은 아이들이 다 강진 씨한테 가르쳐 줄 텐데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주위에 있는 귀신들과 사람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들에게 물어보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정말 많이 죽은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보이는 분들도 상당한데…… 여기 나라 전체가 지진 피해를 입었으니…….”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얼마나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도 구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 말은 아직도 매몰이 된 분들이 있다는 것이니……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었다.
고개를 저은 강진이 수레를 끌고 메흐메트가 음식을 하던 곳에 도착했다.
메흐메트가 수레를 놓던 곳에 세운 강진이 안에 있는 물품들을 꺼냈다.
“끄응!”
강진이 신음을 토하며 커다란 솥을 들자, 이혜미도 그것을 같이 들었다.
“끄응!”
이혜미도 신음을 내뱉자 강진은 이빨을 악물고 비틀비틀 솥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그만큼 솥이 무겁기도 했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식재들도 상당했다.
묵직한 솥을 내려놓은 강진이 식재들을 꺼내서는 곧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 준비라고 해도 딱히 할 것은 많지 않았다.
메흐메트의 가게에서 미리 재료 준비를 마치고 왔기에 그가 알려 준 대로 조리만 하면 될 일이었다.
솥 밑에 이동용 버너를 놓고 강진이 가스를 연결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 번 보고는 버너 중심에다 아드남의 숯을 한 알 올렸다.
“그런데 전에 우리 놀러 갔을 때 JS 숯으로 불놀이했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때 참 재밌었죠. 불길도 엄청 크고요.”
“그럼 이것도 불길이 너무 크게 나오는 거 아니에요?”
이혜미가 숯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까 메흐메트 어르신이 음식 하실 때 봤는데 여기 숯은 불길을 크게 하는 것보다 은은하게 뿜어내는 것 같아요. 아니면 닿은 것을 뜨겁게 하든가.”
말을 하며 강진이 버너에 불을 켰다.
쏴아악!
가스 흘러가는 소리와 함께 버너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버너 가운데에 놓여 있는 숯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불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은은하게 붉게 달아올라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솥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바로 느껴졌다.
커다란 솥이 바로 달아오르는 것에 강진이 급히 물을 부었다.
촤아악! 쏴아악!
물을 부은 강진이 봉지를 꺼냈다. 봉지를 뜯자 안에는 손질해 놓은 소고기가 가득했다.
소고기를 솥에 부은 강진이 뚜껑을 덮었다.
“이렇게 한 시간 끓이면 되는 거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끓이고, 빻은 밀을 넣고 이십 분 끓이고 버터를 넣으면 됩니다.”
“느끼할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솥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만 보면 그렇지만, 대신 샐러드하고 같이 먹잖아요.”
“하긴, 저희도 삼겹살에 쌈하고 같이 먹으면 느끼하지 않기는 하죠.”
“그런 것과 같은 거죠.”
말을 하며 강진은 음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도 가져온 재료들을 꺼내 놓고 솥에 넣을 준비를 하는 것 정도지만 말이다.
그렇게 재료들을 준비할 때, 이혜미가 강진을 툭 쳤다.
“강진 씨.”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한쪽을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제의 아주머니가 강진을 보고 있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아주머니도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아주머니를 보던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이거 불 좀 봐주실래요?”
“넘칠 것 같으면 소리칠게요.”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상자 하나를 열었다. 상자에는 디저트인 바클라바가 들어 있었다.
종이에 바클라바 세 조각을 올린 강진이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주머니의 손에 종이를 올렸다.
아주머니는 가만히 손에 올려진 종이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아주머니의 말에 소년도 뒤이어 고개를 숙였다.
“엄마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바클라바를 향해 눈짓했다.
강진의 시선을 눈치챈 소년이 슬며시 바클라바를 집었다.
“감사합니다.”
소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음식을 하던 곳으로 강진이 가려 하자, 아주머니가 슬며시 말을 걸었다.
“자원봉사 오셨다는 어르신은요?”
“음식이 필요하신 분이 많아서 저는 여기로 오고, 어르신은 다른 곳으로 가셨습니다.”
“그럼 음식을 그…….”
“강진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가 하는 건가요?”
“어르신께서 필라우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필라우라는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고생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입을 다물고는 몸을 돌렸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시겠지.’
마음 같아서는 제가 음식을 잘 못 하니 좀 도와주시겠어요? 하고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움직여서 삶을 이어갈 의지를 지니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돌아오자, 불을 살피던 이혜미가 저만치 서 있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드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시죠. 그래서 손에 쥐여 드리기만 했어요. 드시고 싶으면 드시게요.”
“잘하셨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솥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물이 팔팔 끓고 그 사이로 어느새 하얗게 변한 고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강진은 국자로 위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걸러냈다.
갈색 거품들을 걸러 낸 강진이 끓어오르는 물을 보다가 가만히 주위를 보았다.
강진의 눈에는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재난을 겪었지만 앞으로 살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복구를 하는 사람들.
가족을 잃고 슬퍼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음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강진은 한국 한끼식당에서 저승식당을 영업하고 있었다.
“주문하신 계란말이입니다.”
“고맙습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잘생긴 학생을 보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주방과 가까운 탁자로 다가가 앉았다.
그 자리에는 황민성과 강상식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후루룩! 후루룩!”
강상식이 좋아하는 육개장 국수를 황민성이 먹다가 강진이 앉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받자 황민성이 말했다.
“하란은 어때?”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작게 저으며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많이 안 좋죠.”
“뉴스 보니 난리더라고요.”
강상식이 입을 닦으며 말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말이다. 사망자가 무슨 만 명이네 뭐네 하는데…… 이거 뭐라고 말도 못 하겠어.”
어디 열 명만 죽어도 참사라는 말을 쓰는데 지금 하란의 지진은 단위가 백, 천을 넘어서 만이었다.
정말 상상을 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아직 실종자도 있잖아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빨리 구조를 해야죠.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지 않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으며 소주잔을 잡자, 강상식이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리고는 강진에게 소주를 따르려다가 잔이 그대로인 것을 보았다.
“안 마셔?”
“영업 끝나면 하란으로 다시 가야 해요.”
“지금?”
이 늦은 시간에 가냐는 듯 강상식이 의문을 표하자 강진이 말했다.
“여기 문 닫고 정리하고 가면 거기가 오후 8시쯤 되거든요. 구조 작업 하시는 분들 야식 만들어야 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하면 너 잠은 어떻게 자냐?”
“지금 저희 가게 낮 장사는 안 해서 잘 시간은 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말했다.
“피곤하지 않겠어?”
“거기 가면 저보다 피곤하고 힘든 분들이 많아요.”
“그건 그렇겠지. 근데…… 위험하지 않겠어? 뉴스 보니 여진이 아직도 있다고 하던데.”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좀 흔들리기는 하는데…… 저보다는 아직도 구조를 바라는 실종자들이 더 위험하죠.”
자신은 괜찮다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도 몸은 조심해라.”
황민성의 걱정 어린 말에 배용수가 잡채를 놓으며 말했다.
“형, 제가 잘 챙기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네가 강진이 잘 챙겨라. 위험할 것 같으면 다른 데로 끌고라도 가고.”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세요.”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