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9
42화
배용수가 만들어 온 잡채를 후루룩 먹으며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하란에 의료진을 보냈다면서?”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잡채를 자신의 그릇에 덜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서 돌 하나 옮기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는 사람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저희 병원에서 의료진들 보냈습니다.”
“의료진이 많이 필요할 텐데 잘했네.”
강상식은 오성화학이 모기업으로 있는 병원의 의료진들을 하란에 보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형한테 할 말이 있었습니다.”
“할 말?”
“형 일하는 직원 중에 거친 일 하던 분들 좀 있죠?”
거친 일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거친 일이면? 뭐 주먹 쪽?”
“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예전의 너라면 내가 걱정을 했겠지만 지금 네가 누굴 때리려고 주먹 쓰던 직원들 묻는 건 아닐 테고…… 그런 쪽은 왜 묻는 거냐?”
예전 조직을 하던 때 알던 부하들 중 손을 씻고 싶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황민성이 따로 건전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황민성의 소개라고 해도 조직 일을 하던 사람을 직원으로 쓰려는 회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황민성은 회사를 하나 사서 거기에 그런 직원들을 고용했다.
그리고 황민성의 학교에서 졸업한 문제아들도 그곳에 취직을 시키고 있었다.
“나쁜 일 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 일이면 형한테 말을 안 합니다.”
“그럼?”
황민성의 물음에 강상식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하란 치안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에요.”
“치안? 하란 치안 좋지 않나?”
“대체로 그런데 지금은 뭐…… 난리통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문이 부서져 버린 상점도 있고 백화점도 있고…… 사람들이 거기 많이 터는 모양이에요.”
“견물생심이라더니…….”
평소라면 그런 짓을 안 할 사람들도 문이 열려 있고 창문이 깨져 있는 상점을 본다면 들어가서 물건을 하나둘씩 가지고 나오고 싶을 것이다.
“알아보니 구호 물품을 약탈하는 사람들도 생긴 모양이던데요.”
“구호 물품을?”
“무슨 그런……?”
황민성과 강진이 놀라자, 강상식이 말했다.
“저희 의료진 텐트에도 도둑이 들었던 모양이에요.”
“자기 나라 사람들 도우러 온 의료진 텐트를 털어?”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 텐트를 털었다는 말에 사람들이 놀랐다.
“그래서 경비를 좀 붙일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먹 쓰는 직원들을 붙일 생각이야?”
“네.”
“그런 일이면 너희 회사 경비원들을 붙이면 되잖아?”
“이미 같이 있죠.”
“경비가 있는데도 더 필요할 정도야?”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저희 경비원들처럼 점잖게 생긴 사람들보다는 형님 쪽 사람들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사람 말하는 거냐?”
“일단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있으면 도둑들도 좀 겁을 먹지 않을까 합니다.”
“약탈하려는 사람들도 자신보다 더 약탈 잘하게 생긴 사람들을 보면 물러날 거라는 말이군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하!”
도둑을 막겠다고 도둑질을 더 잘하게 생긴 사람을 세운다는 말이 웃긴 것이다.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기는 하지. 욕심 때문에 도둑질하려는 사람들이 우리 애들을 보면 뭐…… 순한 양이지.”
인상 험한 사람들로 골라서 뽑으면 그 얼굴만 봐도 바로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인재들이 회사에 많았다.
“도둑을 잡는 것보다는 도둑질을 할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황민성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런 일이라면 지원자 뽑아 보지.”
“여권 있는 분으로 해 주세요.”
“알았어.”
황민성이 강상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좋은 일 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작게 머리를 긁었다. 쑥스러운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생색을 내겠는데…… 이상하게 형이나 동생들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으면 어색하네요.”
“좋은 일 하셨는데 생색내셔야죠. 내가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만, 요즘은 동네방네 소문 다 내셔도 됩니다. 특히 좋은 일은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 말이 맞아요. 좋은 일 하셨어요.”
“그런데 삼 일 후요? 도둑맞는 거면 바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아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삼 일 후에 이차로 의료진하고 구호 물품 보낼 예정인데, 그때 같이 출발할 거야.”
강상식이 미소를 짓다가 강진을 보았다.
“넌 뭐 필요한 것 없어?”
“하란에도 저승식당이 있어서 식재료는 도움받으니 필요한 것은 없어요.”
저승식당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거기에 귀신도 많겠구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뉴스에서는 만 단위로 표시하는 숫자…… 하지만 그 숫자는 그저 만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만 명의 인생이 있고, 그 가족들과 지인들까지…… 그 숫자는 단순하게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답을 하는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네 마음이 많이 힘들겠구나.”
“도와 드리지 못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해요.”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사람이나 귀신이나 시간이 필요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밖에는 없어요.”
“그렇겠지. 지금은 돕겠다고 손을 내미는 것보다는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더 위안이 되실 거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 날 때마다 옆에 잠시라도 앉아 있습니다.”
황민성이 강진의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마시고는 거기에 물을 따라 놓았다.
“그곳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하니 몸조심해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곳에 좋은 분들 많아요. 게다가 친한 경찰도 한 분 생겼어요.”
“경찰?”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란에 있었던 일들을 들으며 황민성과 강상식이 작게 탄식을 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어디에서는 그저 술자리 이야깃거리일 수도 있지만, 그 둘에게는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 둘에게도 어머니가 있으니…… 자식 잃은 어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자식의 일이 남 같지 않았다.
술을 마시던 황민성이 술잔을 내려놓았다.
“어머니가 기다리시겠다. 그만 일어나자.”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멈칫했다. 황민성은 집에 가면 몸이 아프고 기력이 쇠약하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지만, 자신은…… 없는 것이다.
그런 강상식의 모습에 황민성이 어깨를 두들겼다.
“지나 씨가 기다리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야겠네요.”
강상식이 일어나자 강진이 주방에서 락앤락 통을 들고 왔다.
“형수님이 좋아하시는 닭발하고 계란찜이에요.”
“고마워.”
강상식이 통을 두 손으로 잡자 황민성이 말했다.
“봉지 없어?”
“문 건너서 몇 발자국 가면 저희 집이잖아요. 플라스틱 줄여야죠.”
강상식이 웃으며 통을 들어 보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럼 수고하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
“알겠어요. 그럼 두 분 조심히 가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강상식이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황민성이 택시를 타고 출발하고 강상식은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
저승식당 영업을 끝낸 강진과 직원들은 메흐메트의 가게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진은 한끼식당 식구들이 다 들어오자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
화아악!
그러자 황폐한 재난 지역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고개를 스윽 내밀어 주위를 본 강진이 서둘러 밖으로 나와서는 문으로 손을 내밀었다.
“줘.”
그에 배용수가 자신과 직원들이 들고 온 아이스박스를 건넸다.
아이스박스를 받아 옆에 쌓자 직원들도 서둘러 나왔다. 그에 강진이 문을 닫고는 한쪽에 있는 수레로 다가갔다.
수레에는 귀신 세 명이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이 오자 웃으며 말했다.
“늦었소.”
“장사 마치고 가게 정리하고 서두른다 했는데 좀 늦었네요. 어르신은요?”
“이미 출발했지.”
그리고는 귀신 한 명이 말했다.
“그럼 우리 가도 되지?”
“수고하셨습니다.”
“우리야 잡담이나 하다가 가는 거지. 그럼 수고해.”
수레에 타고 있던 귀신들이 내려서 어딘가로 떠나자, 배용수가 수레에 묶여 있는 비닐을 잡았다.
이 비닐은 JS 것이라서 귀신이 잡을 수 있었다. 수레를 끌 때 도움받으려고 강진과 메흐메트가 묶어 놓은 것이었다.
“그나저나 여기 사람들 몸도 마음도 힘든데 치안까지 문제라 큰일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의 말대로 치안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강상식의 말대로 구호 트럭이나 물건을 강탈하는 경우는 아직 이 근처에서는 없었다.
다만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들이 많았다.
강진과 메흐메트가 사용하는 수레도 사람들이 가지고 가서 이렇게 귀신들을 세워 놓았다. 귀신이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이 근처에 있는 귀신들은 모두 JS 직원들이 뿌린 향으로 귀기가 지워져서, 여기 귀신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귀신들을 불러서 세워 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수레를 가져가는 이유는 무너진 건물에서 멀쩡한, 물론 완전히 멀쩡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외형이 멀쩡한 집기들을 실어 가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강진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런 재난 현장에서 서로 도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자신의 사욕을 챙기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옥 가겠지.”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자기가 하는 짓이 지옥으로 가는 차비 모은다는 것도 모르고…….”
“나쁜 짓 하면 벌 받는다는 건 어린아이들도 아는 일인데 말이에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웃었다.
“그거 보면 어른이 애들보다 못하네.”
“맞아요. 우리 어른들이 애들한테 고운 말 써야 한다,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 하면서도 사실은 어른들이 그런 짓을 더 많이 하잖아요.”
이혜미가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죄를 더 안 짓기를 바라야죠.”
말을 마친 강진이 수레를 잡고는 끌었다. 그에 귀신들이 달라붙어 수레를 밀었다.
수레를 끌고 걸음을 옮기던 강진은 자신이 늘 가던 곳으로 움직였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천막에는 밝은 빛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담요와 물 그리고 간단한 음식들을 주고 있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는 것도 씻는 것도 불편한 이곳으로 달려온 이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니 강진과 식구들은 기분이 좋아졌다.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아.”
“맞아요.”
“이게 당연한 거지.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들보다 더 많으면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가겠냐.”
식구들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보다가 자신이 사용하는 탁자에 아이스박스를 올려놓았다.
달칵!
아이스박스를 연 강진은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배용수가 그런 강진을 툭 하고 쳤다.
그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소년 귀신과 있던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주머니 움직이신다.”
그동안 잠은 대체 어디에서 주무시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머니는 늘 그 자리에 계셨다.
강진이 올 때도 그 자리였고 갈 때도 그 자리였다. 그런데 지금 아주머니가 일어나 다가오고 있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