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0
43화
아주머니가 다가오는 것을 본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
하세요라는 말을 하려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맞는 인사가 아니었다.
“물 드릴까요?”
강진이 말을 돌리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강진이 꺼낸 식재들을 보았다.
“제가…… 음식 만드는 것 좀 도와도 될까요?”
멈칫!
아주머니가 도와주겠다는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괜찮으시겠어요?”
“그동안 강진 씨가 혼자 하던 것 봤어요. 괜찮으면 저라도 돕고 싶어요.”
“그러시면 저야 감사하지요.”
말을 한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아직 맴돌고 있지만 그래도 생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식사는 좀 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저기서 먹었어요.”
“다행이네요. 식사를 며칠 동안 하지 않으셔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이렇게 일어나셔서 다행입니다.”
강진의 답에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재료들을 보았다.
“무슨 음식을 하실 생각이세요?”
“그거야 음식 하시는 분이 아시죠.”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거야 강진 씨가 하시는 거 아닌가요?”
“아니요. 저는 돕겠습니다. 재료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여기 있는 재료로 아주머니가 하고 싶은 음식을 해 보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아이스박스에서 재료들을 마저 꺼내고는 양념들이 담긴 통을 가리켰다.
“고기도 있고, 야채도 있고, 양념도 있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정말 만들고 싶은데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바로 구해 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만들려던 음식이 있을 테고, 재료도 그에 맞게 가져왔을 텐데요.”
“그래서 아주머니가 필요한 것을 말씀해주시면 더 가져오겠습니다. 아주머니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 보세요. 아니면 드시고 싶은 거나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재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재료면 충분할 것 같아요.”
“뭘 만드실 생각이세요?”
“고기 구워서 빵에 끼워 먹는 걸 만들 거예요.”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해 주면 아들이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빵은 안 챙겨왔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옆에 배식하는 곳에 빵이 있을 겁니다. 제가 가지고 올게요.”
“고마워요.”
아주머니의 인사를 받으며 강진이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천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막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 강진은 이제는 안면이 익숙해진 쿠제이를 찾아 다가갔다.
“쿠제이 씨.”
강진의 부름에 서류에 뭔가를 적던 쿠제이가 미소를 지었다.
“오셨어요.”
“에크멕 있나요?”
에크멕은 하란 사람들이 한국의 밥처럼 주식으로 먹는 빵이었다.
프랑스 바게트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짧고 조금 통통하게 생긴 편이었다.
“있지요.”
“오늘 저녁 야식으로 에크멕 고기 샌드위치 같은 걸 하려고 하는데요. 좀 가져갈 수 있을까요.”
강진의 말에 쿠제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천막 한쪽에 있는 상자들을 몇 개 열어 보고는 말했다.
“다섯 상자 정도 있네요.”
“많이 있네요.”
“도로가 많이 정비가 돼서 구호물자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에크멕도 많이 들어옵니다.”
쿠제이의 말에 강진이 상자들을 보았다. 상자는 다른 상표가 박혀 있었다.
한 곳에서 온 것이 아니라 여러 제빵에서 기부한 것 같았다.
“고마운 일이네요.”
“지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고 밖을 보면 답답하지만…… 그래도 이런 구호 물품들을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가 아직은 살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쿠제이가 고개를 급히 저었다.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재난 지역에서 살 만하다는 말은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말이었다.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희망 아니겠습니까. 힘든 일 겪으셨지만 희망 잃지 말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시라고 사람들이 보내는 격려의 편지인 거죠.”
“희망과 편지라…… 그렇군요.”
웃으며 쿠제이가 말했다.
“그럼 에크멕은 이거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다 주셔도 됩니까?”
“음식은 이것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쿠제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스 두 개를 겹쳐서 들었다.
그 모습에 쿠제이도 두 박스를 들었다.
“제가 여러 번 옮기면 되는데요.”
“먼 곳도 아니고 바로 옆 아니겠습니까.”
말을 하며 쿠제이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와 함께 빵이 든 박스를 옮겼다.
박스를 옮긴 쿠제이가 탁자에서 재료를 정리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몸 좀 어떠세요?”
자원봉사팀이 있는 곳 근처에 계시던 분이라 쿠제이도 아주머니를 알고 있었다.
“배려해 주셔서 좋습니다.”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언제든 오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쿠제이가 강진을 보았다.
“에크멕은 내가 가져다줄 테니 음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음식 될 때 말씀드릴 테니 구조대분들하고 경찰분들 와서 식사하시라고 하세요.”
“후! 그 사람들이야 강진 씨가 음식 하는 시간 알고 있으니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들 올 겁니다. 그 사람들 요즘 강진 씨하고 메흐메트 어르신 음식으로 힘을 내고 있지 않겠습니까.”
강진이 여기에서 음식을 한 지 벌써 닷새 정도 지났기에 인근에는 꽤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형제의 나라 한국에서 온 청년이 음식 봉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현지 언론에서 강진에 대한 취재를 하려고 했지만, 강진은 사진이나 영상 촬영 그리고 나이와 같은 것을 비밀로 하고 인터뷰를 했다.
그저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 A씨로 말이다.
보통은 이런 활동을 자랑하거나 보여 주기 좋아할 텐데, 익명을 요구하고 자신의 사진이나 그런 것을 내지 않기를 원하니 사람들은 강진을 더 좋게 보았다.
하지만 강진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JS를 통한 입국이라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는 밀입국이었다.
그러니 신분을 조회하거나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
어쨌든 같은 시간에 음식을 하러 오기에 사람들은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입맛이 없는 사람들은 몰라도,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분들은 인스턴트로 오는 음식보다는 바로 조리해서 음식을 주는 강진의 음식이 무척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강진이 박스에서 에크멕을 꺼냈다.
“이 빵이면 되겠죠?”
“되죠.”
웃으며 대답한 아주머니가 재료들을 분류하기 시작하자, 배용수가 슬며시 말했다.
“오늘 할아버지가 왔대.”
배용수가 소년을 가리켰다.
“얘가 구해 준 할아버지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척을 했다.
“오셨어?”
강진의 한국말에 아주머니가 시선을 돌리자, 강진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가리켰다.
그 광경을 본 배용수가 감탄한 듯 말했다.
“너 정말 용의주도하구나.”
“귀신하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한국말로 하니 아주머니가 알아듣지는 못한다. 하지만 배용수와 이야기를 하면 계속 혼잣말을 하는 것 같으니 이상하게 보인다.
그래서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척을 하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오셨다고?”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가셨다가 걱정이 돼서 오셨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할아버지는 무너진 건물 앞에서 멍하니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 왔다가 소년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야 소년이 자신을 살리다가 못 빠져나온 것을 알고 아주머니에게 눈물로 미안해하며 당시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주머니는 눈물만 흘리며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난 후 할아버지가 울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는 말에…….
“미안하네. 미안해……. 다 늙은 내가 죽었어야지. 그 어린 녀석이 죽어서 어쩌나. 미안해…… 미안해.”
할아버지의 말에 아주머니가 눈물을 주루룩 흘리며 손으로 눈을 닦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할아버지를 보았다.
“어르신은 몸 괜찮으세요?”
“나…… 나는 괜찮네.”
물론 빠져나올 때 넘어지면서 좀 다치기는 했지만 죽은 소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 다행이에요.”
“다행? 자네 아들이 죽었는데…….”
미안해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아주머니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들이 살아 있다면 혼을 냈을 거예요.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냐고…… 그러다 너 다치거나…….”
잠시 말을 멈춘 아주머니가 허공을 멍하니 보았다.
“하면…… 엄마 어떻게 살라고 그러니…….”
아주머니의 말에 소년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엄마, 미안해……. 내가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 엄마 걱정할 것을 생각 못했어. 엄마, 미안해.”
마치 진짜로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듯 소년이 연신 아주머니에게 미안해하며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미안하네. 내가 정말 미안해.”
할아버지가 다시 사과를 하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리고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눈물이 주루룩 흘렸다.
“…….”
아주머니가 그저 눈물을 흘리자 할아버지도 뭐라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인 채 같이 울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아주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제 아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는 거 알아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남을 돕고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죽었다는 것에…… 우리 아들이 잘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울먹거리며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그래, 잘했다. 라고…… 흑! 애 편하게…… 가게…… 흑! 잘했다고…… 말을 해 주고 싶은데…….”
아주머니가 눈가를 닦았다. 방금 전까지는 정말 그렇게 말을 하고 싶었다.
남을 구한 장한 우리 아들…… 하지만 말을 하다 보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을…… 못 하겠어요. 왜 그런 훌륭하고 좋은 일…… 영웅 같은 일을 왜 내 새끼가 했는지…… 그런 건 더 훌륭하고 더 잘난…… 사람이 해야지.”
아주머니가 눈을 손으로 눌렀다.
“왜 평범하게…… 앞으로 나하고 평범하게 살아야 할 내 자식이…… 그런 일을 했는지…….”
아주머니의 말에 소년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마, 미안해. 평범하게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도망쳤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냥 엄마하고 평범하게…… 평범하게 살아야 했는데. 엄마, 미안해.”
소년은 진심으로 미안했다. 정말 엄마 말대로 그냥 평범하게 밖으로 도망을 쳤다면 엄마를 이렇게 슬프게 하지도, 힘들게 하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 바보같이 왜…… 내가 그렇게 움직였는지 모르겠어. 엄마, 정말 미안해.”
그런 소년의 말을 듣지 못하며 눈물을 흘리던 아주머니가 눈을 손으로 닦았다.
“하아…….”
한숨을 쉰 아주머니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몸을 비틀거렸다. 할아버지가 급히 아주머니를 부축했다.
“괜찮나?”
할아버지의 말에 아주머니가 머리를 손으로 잠시 짚고 있다가 자리에 앉았다.
“저…… 먹을 것 좀 가져다주시겠어요.”
“먹을 거?”
“우리 애가 어르신을 살렸어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이가 제 아이예요. 그런데…… 제가 먹지 않고 이러고 있으면 우리 아들에게 부끄러워요.”
제대로 먹지 못해 현기증이 나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아주머니가 말했다.
“살아야죠. 우리 아들이 못 산 인생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우리 아들 만나면 정말 크게 혼을 낼 거예요.”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