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5
48화
강진의 가게에서 일하라는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다가 슬며시 소주잔을 들었다.
그에 김소희가 잔을 들어 가볍게 대고는 주욱 마셨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자신도 잔을 비운 황민성이 그녀의 잔에 있는 소주를 자신의 잔에 따르고는 새로 소주를 따라주었다.
“제가 강진이 가게에서 일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황민성이 다시 묻자, 김소희가 소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 일을 보라는 것이네.”
“주방 일이라…… 알겠습니다. 내일 하던 일들 정리하고 저녁부터 강진이 가게에서 일하겠습니다.”
이유도 묻지 않고 알겠다 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놀라 그를 보았다.
“형?”
황민성은 강남, 아니 한국에서 정말 유명한 투자 회사 대표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가게에서 일을 하겠다고 너무 순순히 답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강상식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아가씨의 말이라고 해도 어떻게?’
두 사람이 놀라 보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일 정리 좀 하면 네 시쯤에 너희 가게에 갈 거야. 주방 일을 하라고 하시니…… 요리를 좀 배워야 할 것 같네.”
바로 이 자리에서 결정해 버리는 황민성의 모습을 본 강진이 말했다.
“형이 회사에서 자리 비워도 되겠어요?”
“일하라고 뽑아 놓은 것이 직원들이야. 나 없다고 안 돌아가는 상황이면 직원들을 둘 이유가 없어.”
“그건 그렇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았다.
“아가씨가 하라는 것이니 하면 된다. 그러면 돼.”
이유는 필요 없다는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시켰으니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네.”
이야기를 나눌 때 문지나와 김이슬이 안주가 담긴 쟁반을 들고 왔다.
“저희도 같이해요.”
“그러세요.”
강진이 의자 두 개를 가지고 오자, 문지나와 김이슬이 김소희가 앉아 있는 의자 쪽을 보았다.
그곳은 분명 빈 자리인데 젓가락과 잔에 소주가 채워져 있었다.
그에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아침마다 정원에 밥상 차려 놓는 것하고 같은 거야.”
“아…… 귀신들 먹으라고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도 때로는 술을 먹고 싶을 거야.”
황민성의 말에 문지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김이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은 강진의 말대로 이곳에 이사 온 후에 아침마다 정원의 탁자에 밥상을 차려 놓았다.
집에 있는 노부부 귀신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건 두 분이 승천을 하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 외에도 다른 귀신들이 와서 먹을 수 있게 말이다.
물론 김이슬이 귀신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면 좋다고 하니 딱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김이슬은 황민성의 말을 이해했고, 문지나는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다.
그에 강상식이 웃으며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여기 앉아요.”
“네.”
문지나가 강상식의 옆에 앉자 김이슬은 황민성의 옆에 앉았다..
강상식의 옆에 앉은 문지나가 문득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 무슨 약 처리 해요?”
“약 처리?”
김이슬이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문지나가 강진이 따라주는 소주를 받으며 말했다.
“아직은 모기가 있을 때인데 여기는 모기가 없잖아요. 아니, 모기도 없고 다른 날벌레도 없어요.”
문지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 가로등 있는 곳만 해도 벌레들이 많은데 여기는…… 하나도 안 보여요.”
문지나의 말에 김이슬이 거리를 비추고 있는 가로등을 보았다.
가로등 불빛에 날벌레들이 잔뜩 몰려들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는 정원에 있는 조명등을 보았다.
바로 몇 미터 차이가 안 나는데 정원 조명등에는 몰려든 날벌레들이 하나도 없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우리 집에는 날벌레가 없어.”
“약 친 거 아니에요?”
“우리 집 그런 거 안 해.”
“그럼 되게 신기하네요.”
문지나가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문지나를 보던 황민성이 슬며시 김소희를 보았다.
다른 집과 다른 점이라면 황민성의 집에는 김소희가 머문다는 것뿐이었다.
그 시선에 김소희가 소주를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벌레에게 아이들이 물리면 되겠나.”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소주잔을 들었다.
“자 다들 한잔들 하……자.”
하시지요. 라는 말을 하려다가 두 사람을 보고 말을 바꾼 황민성이 김소희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죄송함을 사죄했다.
그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잔을 들었다.
“드세.”
김소희가 잔을 들자 사람들도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히고는 소주를 마시며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강진과 한끼식당 식구들은 마늘을 까고 있었다.
“마늘이 실하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까 놓은 마늘 중 하나를 집었다.
“이거 봐요. 진짜 반질반질하죠. 마치 밤 까 놓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먹으면 안 돼요. 맵습니다.”
“그럼요.”
웃으며 이혜미가 마늘을 까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요즘 깐 마늘 잘 나오던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마늘을 매일 까요?”
“깐 마늘도 잘 나오지만, 이렇게 바로 까서 써야 맛이 좋거든요. 아주 간단한 이유죠.”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 차이 별로 없던데?”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 바로 따서 먹어보셨어요?”
“안 해 봤어요.”
“나무에서 바로 따서 먹는 사과는 진짜 맛있어요. 고추도 바로 따서 먹으면 그리 맵지도 않고 아삭아삭하고요. 아! 파도 땅에서 바로 캐서 먹으면 그것도 맛이 좋아요.”
그리고는 배용수가 마늘을 까며 시계를 보았다. 이제 곧 있으면 네 시였다.
“그런데 민성 형이 주방에서 왜 일을 하는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가 하래.”
“이유는 모르고?”
“그건 말씀 안 해 주셨어.”
내심 짐작되는 일은 있지만 강진은 그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흠…… 아가씨가 왜 그러셨대?”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그럼 주방 일을…… 설거지부터 시키면 되나?”
배용수가 자신을 보며 묻는 것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초 단축 운암정 주방 요리사 시스템으로 하자.”
“초 단축 운암정 주방 요리사 시스템? 그게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운암정 요리사들 주방에 들어오면 하는 일들 연차 별로 있을 것 아니야?”
강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배용수가 말했다.
“그걸 단축해서 시키라는 말이야?”
“아가씨께서 여기 주방 일을 해 보라고 했지만, 형이 얼마나 여기에서 일을 하겠어.”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최대한 속성으로 주방 일을 알려 드리자.”
“속성이라…….”
배용수가 심각하게 생각을 하는 것에 이혜미가 웃었다.
“여기가 진짜 운암정도 아니잖아요. 적당히 순서대로 진행하면 되지 않겠어요.”
“순서대로라…….”
잠시 생각을 하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서 정했어?”
“운암정 요리사 수련 순서대로 하면 너무 세분화되니까. 몇 개로 줄여서 해야지.”
“그럼 네가 잘 알려드려.”
이야기를 나눌 때 문이 덜컥거렸다.
딸랑! 딸랑!
풍경 소리가 울리는 것에 강진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들 하십니까.”
황민성이 웃으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자, 직원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일 정리는 잘하셨어요?”
“일단 급한 건 마무리했고…… 여기서 일하다가 일 전화가 오면 그건 좀 받아야 할 것 같아. 그건…….”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가 양해를 좀 해 줘.”
“제가요?”
“아가씨께서 주방 일을 배우라 하셨으니 너에게 배워야 할 테고…… 우리 용수는 운암정에서 수련한 요리사이니 주방에서 전화 받고 하는 거 싫어할 것 같은데?”
“그건…… 그렇죠.”
숙수 급 정도 되면 주방에서 급한 전화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련 요리사가 주방에서 전화를 꺼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 그럼 나 뭐부터 할까?”
황민성이 손바닥을 비비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그 명품 정장 입고 주방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형 입을 만한 옷 드릴게요.”
강진이 이층으로 올라가자 황민성이 그 뒤를 따라 올라갔다.
이층에서 강진은 가벼운 운동복을 주었다.
“내일부터는 내 옷을 가져와야겠다.”
“옷이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런 게 아니라 내 옷이 마음이 편하지.”
황민성이 옷을 갈아입자 강진이 그와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황민성이 웃으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우두둑! 우두둑!
어깨도 풀고 가볍게 하체 스트레칭까지 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저희 싸우러 가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알지. 그래도 마음을 잡는 거지. 그래서 뭐부터 해?”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앞을 가리켰다.
“그럼 마늘 까기부터.”
“마늘? 나 주방 일 하려고 온 건데?”
“식재 다듬는 것도 주방 일이지요. 그리고 칼 다루는 연습도 되고.”
웃으며 배용수가 주방에서 작은 칼을 가지고 왔다.
“여기요.”
배용수가 작은 칼을 건네주자, 황민성이 그것을 잡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직 까 놓지 않은 마늘을 한 통 잡았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
이혜미가 마늘을 잡고 까는 것을 보여주고는 칼로 껍질을 벗겨냈다.
황민성이 그것을 보다가 조심히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모습에 이혜미가 웃었다.
“마늘 처음 까 보세요?”
“처음 해봅니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몇 번 해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배움은 또 빠르다.”
말을 하며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런데 형 주방에서 뭐 하는 거냐?”
“아가씨께서 주방 일을 하라고 하셨으니…… 주방 일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음식도 하는 건가?”
“손님들 드실 음식을 형이 하면 안 됩니다.”
“그건 그렇겠지.”
돈을 내고 먹는 손님의 음식을 요리를 모르는 황민성이 한 것으로 내면 안 될 일이었다.
물론 이미 준비된 재료를 넣기만 하고 볶거나 끓이기만 하는 것은 요리 실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물 조절이나 불 조절로 맛이 조금은 차이가 날 수 있었다.
그러니 손님에게 갈 음식은 배용수가 직접 볼 것이다.
“주방일 그럼 뭐부터 하는 거야?”
황민성이 궁금한 듯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설거지부터 하시죠.”
“설거지?”
“주방 일의 시작은 설거지죠.”
“그럼 영업 끝나고 하는 건가?”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와 식당 식구들이 웃었다.
“응? 왜?”
“이따 영업 시작하게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배용수의 말의 의미를 황민성은 저녁 영업시간에 잘 알게 되었다.
촤르륵!
뜨거운 물에 담겨 있는 그릇을 열심히 닦던 황민성은 강진이 새로운 설거짓거리를 물에 담그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손님이 계속 오니까요.”
말을 하며 강진이 설거지통을 보았다. 설거지통에는 그릇들이 가득 있었다.
한숨을 쉬며 다시 그릇들을 문지르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그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꾸욱 꾸욱 누르며 마사지를 해 주었다.
“허리 아프시죠?”
“그러게……. 설거지가 이렇게 허리가 아픈지 몰랐네.”
“불편한 각도로 허리를 계속 숙이고 있어야 해서 그래요.”
웃으며 강진이 허리를 손가락으로 지압을 해 주고는 말했다.
“그럼 형님, 수고하세요.”
“끄응!”
대답을 신음으로 답하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주방을 나왔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