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여자 귀신들은 자신들끼리 무서운 모습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 귀신들 옆에는 한끼식당 단골 귀신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어허! 그렇게 하지 말고, 소리를 낼 때는 그냥 한 단어만 계속 말하라니까. 아파…… 아파…… 으으…… 으으.”
“그렇지. 강 씨가 잘하네.”
“귀신 보는 애들 찾아다니는 것이 내 취미잖아.”
“거 사람이…… 아니 귀신이 참 나쁘다니까.”
“그런 거라도 할 줄 알아야 귀신 생활 낙이 있지.”
웃으며 말을 한 강씨 귀신이 여자 귀신들을 향해 말했다.
“자, 다시 한 번 해 보자고.”
한끼식당 귀신들은 여자 귀신들에게 귀신으로서의 무서운 모습을 연습시키고 가르치고 있었다.
단골 귀신들을 부른 것은 강진이었다. 이왕 나쁜 놈을 무섭게 할 거라면, 사람들을 무섭게 해 본 경험이 있는 귀신들에게 제대로 배워서 혼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실 한끼식당을 접하기 전만 해도 강진은 귀신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 귀신을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전에 최호철이 말을 했던 것처럼, 세상에는 그냥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을 즐기는 귀신들이 있었다.
나쁜 짓이라 많이들 하지는 않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너무 재미가 있다던가?
어쨌거나 그런 귀신들이 여자 귀신들에게 자신들의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었다.
덜렁거리는 목을 비틀거나, 입을 쩌억 벌린 채 피를 질질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그 모습들은 나쁜 놈이 아닌 강진을 질리고 무섭게 만들었다.
나쁜 놈이 기절을 한 상황이라, 지금은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강진 혼자이니 말이다.
여자 귀신들이 무서운 모습을 연습하는 동안 강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지금 가게 안에는 나쁜 놈을 따라온 귀신들도 있고, 강진이 불러온 귀신들도 있다. 즉 편의점에 귀신들이 바글거리다 보니 사람들이 전혀 들어오지를 않았다.
‘사장이 매상 보면 뒤집어지겠는데.’
이 시간대면 퇴근하거나 수업 끝난 손님들로 북적거려야 할 가게에 손님이 뚝 끊겼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놀란 눈으로 시간을 보았다.
“8시!”
나쁜 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도 식당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 강진이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신수조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죄송한데 오늘 혹시 시간 되세요?”
너무 급한 마음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강진이었다. 그리고 강진의 말에 잠시 답이 없던 신수조가 말했다.
[그렇게 하죠.]너무나 순순히 허락을 하는 신수조의 답에 강진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아! 감사합니다.”
[됐어요. 요즘 나도 영업 잘 안 되는데 이렇게라도 돈 벌어야죠.]그걸로 통화를 끝낸 신수조가 전화를 끊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휴! 건물 날릴 뻔했네.”
고개를 저은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무서운 모습을 연습하던 여자 귀신들은 어느새 자세를 잡고는 나쁜 놈을 보고 있었다.
“끄으응!”
나쁜 놈은 신음을 흘리며 목을 잡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자 귀신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던 귀신들이 파이팅을 하라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는 급히 코너 옆으로 몸을 숨겼다.
“으으, 목이야.”
목을 잡고 일어나던 나쁜 놈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어? 어?”
‘어?’라는 소리만 중얼거리는 나쁜 놈의 앞에서는 여자 귀신들이 목을 기괴하게 비튼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 나쁜 놈이 코너에 있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집어던졌다.
휙휙!
“저리 가! 저리 가!”
비명을 지르며 연신 물건들을 던지는 나쁜 놈의 모습에 강진의 눈이 반짝였다.
‘영업 방해! 기물 파손!’
귀신들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나쁜 놈의 모습에 강진이 그대로 가게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이죠?”
“으아아악!”
경찰에 신고하는 사이에도 나쁜 놈은 물건을 귀신들에게 던졌다.
그런 나쁜 놈의 모습에 기술을 전수해 준 귀신들이 웃었다.
“그렇지.”
“거기서 조금만 더 눈에 흰자를…… 잘한다!”
옆에서 훈수를 두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알고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모습은 강진도 조금 무서웠다.
부들부들!
몸을 떨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쁜 놈을 경찰이 잡아당겼다.
“이봐요! 여기서 이러시면…….”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나쁜 놈이 경찰을 밀치고는 소리쳤다.
“귀…… 귀신이다!”
나쁜 놈의 외침에 뒤로 밀려난 경찰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기물 파손과 영업 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경찰이 수갑을 꺼내자 나쁜 놈이 여자 귀신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너희는 내가 죽였는데…… 내가 죽였는데.”
“죽여요?”
“내가 분명히 저 여자 죽였는데. 내가…….”
“여자를 죽여요?”
“내가…… 저년 2년 전에 분명 죽였는데.”
정신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나쁜 놈을 본 경찰들이 서로를 보았다.
“정신이 나간 것 같은데?”
“일단 잡아.”
그러고는 경찰봉을 꺼내들었다.
철컥! 철컥!
강하게 아래로 휘두르자 경찰봉이 길게 늘어났다.
“잡아!”
외침과 함께 경찰 두 명이 그대로 나쁜 놈을 양쪽으로 접근해서는 그대로 몸으로 눌렀다.
“으악! 놔! 놔!”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대는 나쁜 놈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경찰이 그를 끌고 나갔다.
그리고 경찰차에 놈을 태우자, 좁은 경찰차 안으로 여자 귀신들이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의 비명 소리가 더욱 커졌다.
“귀신이 있어! 으아악! 으악!”
연신 비명을 지르며 차 문을 두드리는 나쁜 놈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경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 사람, 아까부터 지나가는 여자들 사진을 찍던데요.”
“여자 사진요?”
“여기 저 사람이 떨어뜨린 핸드폰요.”
강진이 핸드폰을 주자 경찰이 핸드폰을 받아 보았다. 하지만 잠겨 있어서 경찰이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여자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요?”
“네. 그리고 듣기로는 저 사람이 하루에 두 번씩 며칠 동안 계속 여기서 여자들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이라……”
“네.”
강진의 말에 경찰이 뒷좌석에 탄 나쁜 놈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알겠습니다. 그리고 참고인 조사를 해야 하니, 연락 오면 경찰서에 한 번 와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경찰이 차에 타는 것과 함께 강진이 뒷좌석을 보았다. 뒷좌석에 앉은 나쁜 놈은 몸을 바짝 움츠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떻게 탔는지 모를 여자 귀신 여섯이 그를 보며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흐흐!”
“으으으.”
놈이 무서워할 만한 소리를 내며 말이다.
부릉!
경찰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며 최호철이 강진을 향해 말했다.
“난 저거 따라가 볼게.”
“저거 해결될 때까지는 안 오실 거죠?”
“지켜봐야지.”
말과 함께 최호철이 경찰차를 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최호철의 뒤를, 여자 귀신들에게 무서운 기술을 가르친 귀신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신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도 좀 따라가 보지.”
“나도?”
“가서 어떻게 돌아가나 좀 보고 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고는 귀신들이 달려간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한쪽 코너는 난리였다.
나쁜 놈이 난동을 부린 것도 있고, 경찰이 그를 제압하면서 코너가 무너진 것도 있고 말이다.
“일단은 사장님한테 말은 해야겠네.”
가게에 사고가 생겼으니 일단 사장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아무리 하루 한 타임만 하기로 한 알바라고 해도 말이다.
그에 강진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며칠 조용하다 했더니…… 그놈 술 먹었디?]“아닙니다.”
[미친놈이 술도 안 먹고…… 그래서 많이 부서졌어?]“좀 부서지기는 했는데 제가 고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가?]“네.”
[알았어. 그럼 상품 망가진 것들…….]“체크해서 경찰한테 말했습니다.”
[그래?]“그리고 1.5배 했습니다.”
1.5배란 부서진 상품의 가격보다 1.5배로 청구를 했다는 말이었다.
[잘했네.]“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로 연락이 갈 겁니다. 그때 그 시간 영업시간 동안 손해 본 것도 이야기하시면 그 나쁜 놈한테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잘 아네?]“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이런 일 한두 번 겪어 본 것이 아니죠.”
[일단…… 12시쯤에 내가 갈 테니까. 그때까지 부탁해.]“알겠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망가진 가게를 보다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강진은 한끼식당으로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다.
원래는 1시에 일이 끝나는 거였는데, 사장이 오늘 사건 있었다고 좀 일찍 마무리를 해 주었다.
거기에 사장이 차비를 하라고 2만 원을 주었다. 하루 일당이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쁜 놈 잡으려고 한 것이니…….
어쨌든 차비로 택시를 타고 한끼식당이 있는 곳에 내린 강진이 가게를 보았다.
가게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가게를 보던 강진이 몸을 내려다보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아직 한 시가 되지 않았으니 신수조가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첫 만남이니 옷을 정리하는 것이다. 옷을 정리하던 강진의 눈에 옆 가게인 핸드폰 매장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여자가 보였다.
‘예쁘네.’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는 무척 예뻤다. 머리카락도 옷처럼 살짝 붉은 염색을 하고 있어서 섹시한 느낌도 있고 말이다.
‘클럽 가나?’
근처에 클럽도 많으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복장이 이런 길거리에서 입고 다닐 옷도 아니고 말이다.
여자를 보던 강진이 식당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잠시 멈칫했다.
가게 안에는 이혜선과 처녀귀신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빠!”
이혜선의 부름에 강진이 그녀를 향해 손을 들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신수조는 어디 있지?’
신수조로 보이는 여자가 없는 것에 강진이 이혜선에게 다가갔다.
“신수조 씨 어디 있어?”
“언니 지금 전화 통화 중이라 밖에 있는데, 못 봤어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가게 밖을 보았다.
‘그럼…….’
방금 전 가게 앞에서 통화를 하던 여자를 떠올린 강진이 이혜선에게 말했다.
“붉은 옷?”
“맞아요. 이따가 클럽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하던데.”
‘역시…… 클럽 가려고 그랬구나.’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이혜선을 보았다.
“그런데 너희도 클럽 가?”
“그럼요. 클럽 가서 음악 들으면서 춤추면 얼마나 좋은데요.”
웃으며 이혜선이 강진을 보았다.
“아! 오빠도 같이 갈래요?”
“나?”
강진이 자신을 가리키자 강한나가 살며시 이혜선을 건드렸다.
“언니.”
“왜?”
“오빠는…… 좀…….”
강한나의 말에 이혜선이 무슨 말인가 싶은 듯 고개를 돌려 강진을 보다가 아!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같이 가요.”
그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왜?”
“그냥 다음에 가요.”
“괜히 기분 나쁜데.”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지금 시간이면 남자는 입장이 어려워서 그래요.”
“왜?”
“그런 것이 있어요. 오빠는 클럽도 안 가 봤어?”
“안 가 봤는데.”
“그럼 가지 마요. 재미없어요.”
이혜선이 소주를 따라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뭔가…… 패배한 느낌인데?”
“가도 재미없어요.”
말 그대로 가도 재미가 없을 것이었다.
일단 장소가 강남의 클럽이다.
잘 나가는 동네의 클럽만 해도 입구 컷이 상당한데 강남이다 보니 그 컷은 더 높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대면 일명 ‘물 관리’에도 들어갔을 테고, 그럼 남자는 테이블을 잡을 정도의 모델급이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강진은 그 두 개에 모두 해당이 되지 않았다.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소주를 입에 넣을 때, 풍경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붉은 옷의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소주잔을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신수조 씨?”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네요. 신수조예요.”
손을 내민 신수조의 모습에 강진이 살며시 손을 잡았다.
“갑자기 일을 부탁드려서 죄송합니다.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강하게 손을 한 번 잡고는 말했다.
“그럼 강진 씨 왔으니 저는 이만 가도 될까요?”
“가시게요?”
“그럼 가야죠.”
신수조가 힐끗 시간을 보고는 카운터에서 작은 손가방을 챙겼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저, 상담을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그를 보다가 이혜선의 옆에 앉았다.
“뭔데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에는 신수조와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서 꺼낸 말이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강진은 진지해졌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신수조가 턱을 쓰다듬었고, 처녀귀신들은 눈을 찡그리며 화를 냈다.
“그런 개새! 어디에 있어요!”
“그래요! 우리가 가서 눈을 후벼서 눈알을 뽑아 버리겠어요.”
처녀귀신들의 화에 강진이 그녀들을 보다가 흠칫 놀랐다. 어느새 1시가 지났는지 처녀귀신들은 귀신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거기에 화까지 내고 있으니 강진은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강진에게 이혜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