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87
188화
장태수가 무슨 상황인가 살필 때, 강 사장이 강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강진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지금 상황이 모두 저놈의 손에서 벌어진 것 같았다.
그런 강 사장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어떻게 할 겁니까? 그리고…… 찾아올 분들은 앞으로도 더 있어요.”
강진의 말에 강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온 사람들만 해도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 여기서 더 온다고?
하지만 강진이 온다고 말한 분들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강진이 부른 귀신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 사장이 착각을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강진은 받아낼 것을 받아내고 최종훈은 자존심을 돌려받으면 된다.
강진의 시선에 강 사장이 최종훈을 보았다.
“백만 원 준다. 그걸로 끝내자.”
강 사장의 말에 최종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백만 원. 큰돈이다. 하지만…….
“사과 받고 싶어요.”
“이…….”
최종훈을 노려보던 강 사장이 작게 숨을 토했다.
‘일단은 보내자.’
그에 강 사장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강 사장의 말에 최종훈이 작게 숨을 토해냈다.
“하아!”
그 숨에 여러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낀 강진이 힐끗 그를 보았다.
‘너무 성의 없는데…….’
미안하다. 단 네 글자지만 그 안에는 여러 마음을 담을 수 있다.
강 사장의 말에는 귀찮음만 있을 뿐 미안하다는 마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훈의 한숨에는 여러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개운함과 후련함…… 그리고 끝났다는 시원함이었다.
‘여기서 종훈이를 더 두는 건 복수가 아니라, 종훈이에게 스트레스겠어.’
마음 같아서는 최종훈을 더 옆에 두면서, 그에게 주인이 위생에 걸리고 노동부에 불법으로 고소되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최종훈에게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물어는 봐야 했다.
“더 있을래? 볼 것 조금 더 남았는데?”
“아니요. 이 정도면…… 저는 됐어요.”
“그래. 그럼 나머지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하자.”
그러고는 강진이 오자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종훈이는 이 자리가 불편한 것 같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방금 이 사장이 말을 한 대로 나머지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따귀 때린 걸로 괜히 경찰서에 갈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왜요? 그것도 처벌을 받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관공서에 불려 가는 거 상당히 귀찮은 일입니다. 그리고 종훈이 내일부터 일 다녀야 하거든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강 사장을 보았다.
“종교 믿으세요?”
“이만 가지.”
강 사장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 웃는 얼굴이 강 사장은 재수 없을 뿐이었다.
그런 강 사장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지옥은 믿으세요.”
“뭐?”
“지옥을 믿어야 지옥에 안 빠지게 살 것 아닙니까? 도둑질이라는 것이 꼭 남의 돈이나 물건을 훔쳐야만 도둑질이 아니에요. 남의 노동력을 훔치는 것도-”
강진이 강 사장을 보았다.
“-도둑질이에요. 그리고 도둑질하면 지옥 가요.”
“이…….”
자신을 노려보는 강 사장을 보며 싱긋 웃은 강진이 최종훈과 최종수를 보았다.
“너희는 잠시 나가 있어.”
“형은요?”
“나는 저기 들어가신 분한테 할 말이 있어.”
강진이 주방을 가리키자 최종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생을 데리고 가게를 나갔다.
둘이 나가자 강진이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너 어디 가!”
“사장님은 저하고 이야기 좀 하시지요. 그리고 직원들을 좀 모아주시겠습니까?”
“네?”
안중용의 말에 강 사장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자, 안중용이 말했다.
“몇 가지 확인만 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강 사장이 안중용에게 잡혀 있는 사이, 주방에 도착한 강진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용수를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배용수가 빠르게 말했다.
“쥐는 확인했고, 냉동고에 생산지 안 적혀 있는 고기 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문변수를 향해 말했다.
“냉동고 확인해 보셨어요?”
강진의 말에 양념 통을 확인하던 문변수가 그를 보았다.
“이거 하고 할 겁니다.”
“제가 음식점을 해서 아는데…… 요즘 고기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문변수가 냉동고를 열었다. 그리고는 고기를 들척이는 그의 손에서 몇 개의 고기 덩어리들이 나왔다.
“원산지 표기가 없군요.”
문변수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배용수가 다른 불법 사항들을 말을 하자 강진이 그대로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말에 따라 문변수가 위반 행위들을 적기 시작했다.
***
배용수가 알아낸 것들을 문변수에게 모두 제보를 한 강진은 오자명 일행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런 강진의 뒤를 따라 나오며 배용수가 물었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해?”
자신을 뒤따라 나온 배용수가 묻는 것에 강진이 슬쩍 애들 뒤로 빠지며 말했다.
“내가 남아 봤자 저 사장 열 받게 하는 것 말고 뭐 할 것이 있겠어? 그리고 알려 줄 것은 다 알려줬잖아.”
“그건 그래도…….”
배용수는 남아서 주인이 더 당하는 것을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만 당해도 영업 정지 몇 달은 당할 거야. 그리고 벌금도 나올 테고…….”
스윽!
강진이 가게 앞을 보았다. 주차장에는 최호철과 귀신들이 모여 있었다.
“장사 다시 시작해도 쫄딱 망할 테고…….”
“그건 그렇지.”
저 정도 귀신들이 버티고 있으면 황민성처럼 별종이 아닌 이상 식사는커녕 가게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지나갈 것이다.
그냥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고나 할까?
“차라리 영업 정지 안 당하고 바로 영업 시작했으면 좋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음식점 영업 정지 당하면 타격 크잖아.”
“크지. 하지만 손님 받을 준비 된 식당에 손님 없는 게 더 타격이 크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음식 장사를 하려면 일단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님이 없으면 그게 다 낭비가 되니까. 재료 손실부터 인건비까지…….”
“그렇지. 문 닫은 가게보다 장사 안 되는 가게가 손실이 더 크지.”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은 최호철과 귀신들에게 다가갔다.
“많이들 오셨네요.”
“열심히 사는 애 괴롭히는 놈이 있다는데 당연히 왔지.”
배용수에게 상황을 들었는지 최호철이 흉흉한 눈으로 가게를 보았다.
“여기 사장이야?”
“네.”
“오케이! 자, 들어갑시다!”
최호철의 말에 귀신들이 그 뒤를 따라가려 하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지금 안에 난리니까, 안에서 공무원들 나가면 그 후에 자리 잡으세요.”
“지금 들어가지 않고?”
“지금 들어가면 사장 족치는 공무원들이 더 불편해서 일 못 하잖아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아쉽다는 듯 가게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언제 들어가?”
“조금 있다가 안에서 사람들 나오는 거 보고 상황 봐서 들어가세요.”
“알았어.”
최호철과 대화를 하던 강진은 주차장 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최종훈 형제를 보고는 말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끄덕!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를 보자, 강진이 최종훈에게 다가갔다.
“안 갔어?”
“형 가게에 수레 놓고 왔잖아요.”
“아!”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레는 내일 가져가. 형이 오늘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내일요?”
“대신 오늘은 어머니한테 나 인사 좀 시켜줘.”
“저희 어머니요?”
“앞으로 친하게 지낼 사이인데 어머니한테 인사는 드려야지.”
“그게…… 집이 엉망인데.”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형 얼마 전까지 고시원에서 먹고 자고 다 했어. 가자.”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잠시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볼 때, 최종수가 말했다.
“형, 가자.”
최종수는 기분이 무척 좋은 듯했다. 형이 큰돈을 받는 것을 옆에서 봤으니 말이다.
그에 최종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최종훈 형제를 보며 강진은 아저씨 귀신과 작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모님 뭐 좋아하세요?”
“아내요?”
“가는 길에 뭐 좀 해 드리게요.”
“음…… 계란말이를 좋아합니다.”
“계란말이요?”
“가끔 제가 김 올려서 계란말이 해 주면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다른 건요?”
“다른 건 다 잘 먹습니다.”
“좋아하는 것 더 있지 않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꽁치 넣고 한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꽁치김치찌개……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최종훈을 불렀다.
“가는 길에 슈퍼 있어?”
“있어요.”
“그럼 슈퍼 먼저 가자.”
“네.”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최종훈이 슈퍼로 길을 안내했다. 길을 가던 강진이 문득 뭔가를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잠깐만.”
그러고는 강진은 자신이 본 약국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들어오는 것에 약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일회용 침 있나요?”
“있습니다. 사혈기는 안 필요하세요?”
“사혈기? 아…… 그거 말고 한의원에서 놓는 침요.”
“한의사세요?”
“한의사만 살 수 있나요?”
“그건 아니지만…… 어디다 쓰시게요?”
약사가 의아한 듯 묻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요즘 수지침을 배우고 있어서요.”
“아…….”
강진의 말에 약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습니다. 만 칠천 원입니다.”
약사가 침이 담긴 상자를 놓자 강진이 계산을 하고는 그것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아줌마 놔 주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연욱 씨가 명의잖아.”
“그건 그렇지.”
침을 사고 약국을 나온 강진이 자신을 기다리는 최종훈과 함께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슈퍼에 들어간 강진이 계란과 꽁치 통조림과 김을 사서 나가려 하자 아저씨 귀신이 말했다.
“저기…….”
“네?”
“마요네즈 좀…….”
“마요네즈요?”
“계란말이 할 때 마요네즈 넣고 풀어서 하거든요.”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계란말이에 마요네즈?’
생각해 본 적 없는 레시피였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턱을 쓰다듬었다.
“마요네즈 넣으면…… 버터 넣은 것과 비슷할 것 같은데?”
“그래?”
“버터나 마요네즈나 맛이 조금 다르지만 기름이잖아. 아!”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배용수가 말했다.
“제빵 할 때 버터 없으면 마요네즈 넣고 하기도 해.”
“그래?”
“응.”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마요네즈를 하나 골라 들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자 최종훈이 말했다.
“이건 제가 계산할게요.”
“네가?”
“네.”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라.”
계속 주기만 해도, 계속 받기만 해도 인간관계 형성엔 도움이 안 된다.
단순하지만 받으면 주고, 주면 받아야 좋은 인간관계라 할 수 있었다.
최종훈이 계산을 하고 종량제 봉투를 받아 물건들을 담자 강진이 가게를 나왔다.
“집 어디야?”
“저기요.”
골목 한쪽을 가리키자 강진이 최종훈과 함께 걸으며 작게 속삭였다.
“허연욱, 허연욱, 허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