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2
233화
한복을 하나씩 꺼내 위아래를 맞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많네요.”
“좀 쌓이면 그때 파니까.”
“한복은 얼마예요?”
“한복은 좀 비싸.”
“그래요?”
“민속 마을이나 한옥 마을 같은 관광지에 중고로 들어가니 원하는 곳이 꽤 있어. 그리고 한복은 일반 집에서 잘 안 버리잖아.”
문항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은 잘 버리는데 한복은 잘 버리지 않아서 공급이 적었다.
“그럼 얼마인데요?”
“이만 원은 받아야지.”
“이만 원요?”
“그런데 너 왜 여자 한복을 봐?”
“아는 분이 한복을 입으신다고 해서요.”
“색깔 밝은 거 고르는 것 보니까 젊은 여자 입으려는 것 같은데…… 그냥 여기 말고 매장에서 새로 사지 그래.”
“그건 비싸잖아요.”
“선물해 주려는 것 같은데…… 좀 그렇지 않냐?”
문항복은 강진에게 이만 원짜리 옷을 팔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만 원도 비싼 것은 아니지만, 여기 옷들에 비하면 많이 비싼 가격이었다.
정말 상태 좋고 메이커가 아닌 이상은 그냥 포대에 담아서 뭉텅이로 팔려 나가는 것이 여기 옷이니 말이다.
어쨌든 옷들을 살펴 본 강진이 문항복을 보았다.
“일요일에 옷 좀 사러 와도 되죠?”
“왜, 오늘은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그건 아니고 제가 아는 불우이웃 분들이 있어서요. 그분들 취향 좀 물어보고 사러 오려고요.”
자기가 고르는 것보다는 여자 귀신들이 직접 보고 고르게 하고 싶었다.
남자인 자신보다는 여자 귀신들이 고르는 것이 취향에 더 맞을 테니 말이다.
“봉사 활동 해?”
“일종의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죠.”
“좋은 일 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인 문항복이 말했다.
“와서 포대 하나 가져가.”
“포대요?”
“봉사 활동이라며. 이런 옷이라도 필요하다는 분 계시면 나도 좋은 일 하고 싶네.”
“오, 형님!”
“근데 한복은 좀 받아야 돼. 한복은 세탁하는 비용이 있으니까.”
“그거야 당연히 해 드려야죠.”
강진이 감동받았다는 듯 보는 것에 문항복이 눈을 찡그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럼 일요일에 가지러 올 거야?”
“일요일 점심 무렵에 오겠습니다.”
“그렇게 해.”
문항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있는 옷 다발에서 옷을 몇 개 꺼내 던졌다.
휙!
강진이 옷을 받자 문항복이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차비는 건져야지.”
문항복의 말에 강진이 옷을 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까지 돈으로 계산하지 말자.’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강진이다. 무언가를 공짜로 받는 것이 진짜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문항복은 열심히 사는 동생 같은 강진에게 마음으로 주는 것이다.
형이 던져준 옷 모두를 합쳐도 만 원에서 이만 원 정도의 가격이다.
하지만 문항복의 마음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받기로 한 것이다.
기분 좋은 얼굴로 문항복이 던진 옷을 펼쳐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의 메이커 옷이었다. 옷을 돌돌 말아 동그랗게 만든 강진이 한쪽에 있는 검은색 비닐에 넣었다.
그리고 공장을 나온 강진이 문항복을 보았다.
“형, 일요일에 출근하세요?”
“너 온다니까 형이 나와 봐야지.”
“그럼 형수님하고 제환이도 데리고 오세요.”
“왜?”
“오랜만에 형수님께 인사드리고 제환이도 보게요.”
“오려고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말은 해 볼게.”
“데리고 오세요. 제가 맛있는 것 드릴게요.”
“음식도 해?”
“요즘 음식 장사해요.”
“이야! 아득바득 돈 모으더니 포차라도 하나 하는 거야?”
“뭐 그런 셈이죠. 아! 토요일에 전화 드릴게요. 일요일에 출근하시는 분들 인원 수 알려주세요.”
“일요일에는 당직하는 분 한 명하고 나, 이렇게 해서 둘. 아, 마누라하고 아들 오면 넷이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형수님한테 드시고 싶은 것 물어보셔서 문자로 넣어 주세요.”
“나 먹고 싶은 것은 안 물어보냐?”
“형이야 김밥이잖아요.”
김밥이라는 말에 문항복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항복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김밥이었다.
“김밥 맛있게 싸 와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기자, 그 뒷모습을 보던 문항복이 작게 웃었다.
‘차도 사고 출세했네.’
삼 년 전에 아르바이트하면서 먹고 자고 하던 강진이 이제는 차도 끌고 다니는 것이 보기 좋았다.
강진을 보던 문항복이 작게 손을 들었다. 그에 강진도 창밖으로 손을 흔들고는 공장을 벗어났다.
***
강진은 토요일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에는 캣맘 모임이 있어서 나름 성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악!
잡채를 볶은 강진이 그릇에 담고는 옆을 보았다. 옆에서 배용수는 전을 만들고 있었다.
“그거면 되겠지?”
“다른 손님들 들어오면 부족하겠지만 캣맘 분들만 오는 거면 이걸로 충분하지.”
그리고는 배용수가 만들어 놓은 요리를 보았다. 잡채, 소고기찜, 단호박찜, 부침개와 콩나물국이 있었다.
“대충 정식 느낌 난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음식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운암정 정식하고 어때?”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그렇게 떨어져?”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보다가 전을 그릇에 놓으며 말했다.
“음식은 안 떨어지지.”
“그래?”
“그럼. 내가 만들고…….”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네가 만드니까.”
“오! 칭찬해 주는 거야?”
“네 실력으로 만드는 거면 칭찬할 이유가 없는데, 여사님 연습장 보고 만들었으면 음식이야 말을 할 것이 없지.”
“그래도 나 꽤 늘지 않았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확실히 요즘 매일 음식을 해서 그런지 실력이 빠르게 늘기는 했다.”
강진은 요리 연습장을 통해 음식을 만들지만, 직접 요리를 하는 만큼 요리 기술이 몸에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칼질을 해도 조금 잘하는 편이었다.
“내가 또 잘 배우거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손가락을 살짝 벌렸다가 말했다.
“원래 이 정도였는데…… 이 정도쯤 늘었다.”
배용수가 손가락을 조금 더 벌리는 것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너는?”
“나는 이 정도지.”
배용수가 양손을 크게 벌렸다가 강진을 보았다.
“너도 팔 좀 벌려.”
자기가 벌린 것으로는 자기 실력을 다 표현 못 한다는 듯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너 많이 잘 났다.”
“내가 운암정에서 숙수님을 제외하고 에이스였다. 그 말이 무슨 의미냐면…….”
“한국 최고의 요리사들이 모인 운암정에서 에이스면 한국 최고의 요리사라는 말이지. 수십 번 들었다.”
“내 자부심이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운암정 급 되는 것 아냐? 운암정 에이스가 만들었고, 여사님 음식도 최고로 맛있잖아.”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도 음식 해서 알겠지만, 회 먹을 때 뭐가 있으면 더 맛있냐?”
“소주?”
“회와 소주가 어울리기는 하지. 그리고 비 오는 날 먹는 것도 운치가 있고.”
말을 하던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숙수님이 직접 하는 음식이 아닌 이상 운암정과 여기 음식은 비슷해. 다만 음식을 접대하는 서비스와 분위기는 운암정과 비교할 수 없지.”
“운암정 음식은 운암정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거네?”
“맞아.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눈과 코, 그리고 귀를 통해서도 먹고 즐길 수 있으니까.”
“눈과 코는 알겠는데 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눈 감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런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프라이팬이 놓인 가스레인지의 불을 켰다.
달칵!
화아악!
프라이팬이 달궈지는 소리를 들으며 배용수가 팬에 기름을 두르더니, 전에 계란을 묻히고는 그대로 팬에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팬에서 계란이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배용수가 프라이팬을 강진의 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들고 왔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에 익어가는 전 소리를 듣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프라이팬을 다시 가스레인지 위에 놓으며 말했다.
“음식은 오감을 통해 느끼는 거야. 그리고 운암정은 그 오감을 충족시켜 주는 음식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그래서…….”
배용수가 식당을 보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지.”
운암정에 대한 자부심이 담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운암정을 따라갈 이유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여기는 한끼식당이고 운암정은 운암정이니까. 그냥 다른 식당인 거야.”
웃으며 말을 한 배용수가 전을 그릇에 담았다.
그럴 때, 띠링 소리와 함께 이강혜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강진이 손을 닦고 홀로 나왔다. 강진의 인사에 이강혜가 웃으며 자신과 함께 들어오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강진 사장님이세요.”
이강혜의 말에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여자 둘과 남자 둘이 강진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캣맘 모임 사람들이 인사를 하자 강진이 마주 인사를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길고양이와 함께 강아지들도 돌봐주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들을 따라 들어오는 강아지 귀신 둘이 있었다.
멍!
멍멍!
신이 나서 크게 짖는 강아지 귀신 둘을 보며 강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귀신 동물을 보니 흰둥이가 생각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통통하니 이쁘게 생겼네.’
처음 봤을 때 흰둥이는 삐쩍 마르고 털도 헝클어진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두 녀석은 털도 풍성하고 목에는 목줄도 차고 애견용 옷도 입고 있었다.
강아지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같이 온 사람들을 보았다.
‘얘들이 수호령이 돼서 따라다닐 정도면 정말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인가 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에는 동물을 버리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길 잃은 아이들을 챙겨주는 좋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가게 운영하는 이강진입니다. 오늘 오신다고 해서 음식 준비를 좀 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음식 맛있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주방에서 음식들을 가지고 내오기 시작했다.
“음식을 많이 하셨네요.”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니 좋은 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식탁에 여러 음식들을 놓고는 국과 밥도 가지고 왔다.
“기름진 음식이 많아서 국은 칼칼한 콩나물국으로 준비했습니다.”
“맛있겠네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서로 자기소개 좀 할까요? 강진 씨는 우리를 잘 모르니까요.”
“저는 박소미예요.”
“이은미요.”
“최종민입니다.”
“소기진입니다.”
네 사람이 간단하게 자기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는 삼십 대 남자 소기진이 강진에게 말했다.
“저는 도곡동에서 작은 동물 병원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픈 애들 보면 데리고 오세요. 제가 보호하고 있다가 좋은 분들에게 분양 연결도 하고 있습니다.”
“아! 좋은 일 하시네요.”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는 거죠.”
싱긋 웃은 소기진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아픈 애들 보면 찾아뵙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소기진을 보며 이강혜가 말했다.
“자, 그럼 식사들 하시죠. 음식 식겠어요.”
이강혜의 말에 사람들이 강진에게 음식 잘 먹겠다고 말을 하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손님들과 식사를 하던 강진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왜, 뭐 필요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손님이 더 있더라고.”
그리고는 강진이 냉장고를 열고는 밑에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JS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들을 꺼냈다.
옆에서 사람 먹는 것을 구경하는 강아지 귀신들에게도 흰둥이 때처럼 뭐라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