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4
235화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김소희가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그러다 한쪽에 있는 한복을 본 그녀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어렸다.
“오셨어요.”
강진의 목소리에 다시 얼굴이 굳어진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불렀는가.”
왜 불렀는지 이유를 알 터인데도 굳이 말을 하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한복을 가리켰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드나 안 드나 겉에 두르는 것일 뿐이네. 외형은 외형일 뿐이지, 중요한 것은 속이라네.”
스윽!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한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김소희의 뒷모습은 ‘나 오늘 기분 좋다’는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발걸음도 무척 가볍고 말이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다른 처녀귀신들도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처녀귀신들이 모습을 보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옷 골라 보세요.”
강진의 말에 이혜선과 처녀귀신들이 옷 쪽으로 서둘러 다가가다가 김소희를 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언니 오셨어요?”
이혜선이 대표로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이자 다른 처녀귀신들도 뒤를 이어 고개를 숙였다.
처녀귀신들의 인사를 받은 김소희가 한복을 살피며 말했다.
“자네들도 옷을 고르러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혜선의 말에 김소희가 한복을 보다가 이예림을 보았다.
“자네는 이것이 어울릴 것 같군.”
“네?”
김소희의 말에 이예림이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슬며시 그녀가 가리키는 옷을 보았다.
치마는 핑크색이고 저고리는 하얀 바탕에 푸른빛이 살짝 섞인 듯한 한복이었다.
“아…….”
이예림이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하자 김소희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마음에 안 드는가?”
김소희의 물음에 이예림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듭니다.”
이예림의 답이 마음에 드는 듯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색감도 곱고 천도 좋군. 자네가 입으면 좋을 것 같구나.”
그리고…….
스윽!
김소희의 시선이 멈춘 곳에 있는 최가은의 얼굴에 ‘흠칫’하는 표정이 어렸다.
이예림에게 골라 준 옷을 본 후이니 더욱 놀랐다.
“자네는…… 이것이 어울리겠군.”
이번에는 김소희가 살짝 광택이 도는 남색 한복을 가리키자, 최가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혜선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도 옷을 고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게.”
이러다가는 자신들에게도 한복을 골라 줄 것 같으니 자리를 피하려는 것이다.
도망을 치듯이 한쪽에 있는 행거로 가는 이혜선 일행의 모습에 이예림과 최가은은 살짝 울상이 되었다.
한창 꾸미고 다녀도 모자랄 나이인데, 한복을 입고 다닐 생각을 하니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쩍 김소희의 뒤로 가서는 둘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따가 다시 골라.’
강진의 입모양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을 보지 못한 김소희는 최가은에게 골라준 옷을 한번 보곤 웃었다.
“잘 어울릴 것이야.”
“아…… 네.”
둘의 모습에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이 두 벌, 잘 챙겨 놓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갈 것이니 문방사우를 준비해 놓게.”
“문방사우요?”
“설마 문방사우가 뭔지 모르는 것인가?”
“아뇨. 알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옷을 보다가 한쪽에 있는 하얀 한복을 골랐다.
한복이라고 하지만 흔히 말하는 소복처럼 보이는 옷이었다.
“나는 이것으로 하겠네.”
“이건 색이 너무 없지 않겠습니까?”
“단아하지 않은가.”
마음에 드는 듯 하얀 한복을 쳐다보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다른 것도 좀 보시지요.”
“아니네. 난 이걸로 하겠네.”
“알겠습니다.”
강진이 한복 세 벌을 조심스럽게 둘둘 말았다.
그런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터가 나쁘지 않군.”
“그렇습니까.”
말을 하며 강진이 슬쩍 최가은과 이예림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에 두 여자가 급히 이혜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스륵! 스륵!
김소희가 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여기 주인의 심성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로군.”
“맞습니다. 그런데 터만 보시고도 그런 것을 아십니까?”
“집과 주인은 연결이 되지. 터가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주인의 심성이 좋지 않으면 터의 기운도 탁해지지.”
“그렇습니까?”
“착한 사장의 밑에서 일하는 이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
“그렇죠.”
“하지만 독한 사장의 밑에 있는 이들은 마음이 불편하지. 그런 마음에 터도 영향을 받는 것이네.”
“아! 그렇군요.”
스윽! 스윽!
말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김소희의 뒤를 따르던 강진이 말했다.
“옷은 여기에 있는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옷에서 물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사장이 자네에게 무료로 준 듯하더군.”
“그런 것도 느껴지십니까?”
“그런 셈이지.”
“옷이 필요하신 분에게 드릴 것이라고 하니 좋은 일 한다고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사람이군.”
멈추지 않고 옷이 쌓여 있는 곳으로 계속 걸어가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그 뒤를 따랐다.
옷 더미 앞에 멈춰 서서 옷을 보던 김소희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에 강진이 김소희를 따라 몸을 돌렸다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문제환이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환이 다가오는 것에 김소희도 그에게 다가갔다. 문제환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김소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엇을 하시려는 거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문제환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그리고는 살며시 손을 떼어냈다. 그러자 문제환의 흐릿했던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어?”
문제환이 주위를 보다가 강진을 발견하고는 웃었다.
“형이 만들어 온 음식, 너무 맛있어요.”
“뭐가 가장 맛있었어?”
“잡채요.”
“형이 다음에 또 해 다 줄게.”
말을 하며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그 시선에 김소희는 말이 없이 아이를 볼 뿐이었다.
“오줌 마려. 형, 빨리 들어오세요.”
문제환이 서둘러 공장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김소희를 보았다.
“방금 그건?”
“옷을 받아 입으니 그에 보답을 해 준 것이네.”
“보답요?”
그냥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하고 덕담 한마디 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하긴, 덕담도 좋은 것이기는 하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아이가 달려간 곳을 보았다.
“건강하게 자라도록 가호를 내려 준 것이다.”
“가호요? 그럼 건강하게 자라는 건가요?”
“처녀귀신이자 무신이기도 한 나의 가호를 받았으니 불효, 불충, 불의하지 않는 한은 풍사 정도는 깃들지 않을 것이다.”
“풍사요?”
“차갑고 탁한 바람이 몸에 깃들면 몸에 해를 입히고 감기를 걸리게 하네.”
“그럼 감기에 안 걸리는 거군요.”
“작게 보면 그렇겠지.”
그리고는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이 집 주인에게 받은 옷에 대한 보답은 한 것이겠지.”
“그럼요. 충분히 좋은 보답입니다.”
그러다가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 가슴에 달린 노리개를 보았다.
“그런데 저도 아가씨께 노리개 선물해 드렸는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첫날 자네가 내 이마를 때렸던가?”
김소희가 슬며시 옆에 떠 있는 검에 손을 대며 하는 말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제가 마음으로 드린 것인데 무슨 보답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아가씨께서 곱고 예쁘게 차고 계신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합니다.”
“마음이라…… 그 마음 감사히 받겠네.”
그리고는 김소희가 한복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르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머리 좋아지는 그런 가호는 없으십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살짝 눈을 찡그렸다.
“나는…… 무신일세.”
살짝 걸음을 재촉하는 듯한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
***
밤 11시가 될 무렵, 강진은 식탁에 문방사우를 가져다 놓고 있었다.
이 문방사우는 중고기는 해도 좀 좋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김소희가 쓸 듯한데,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몇 천 원짜리는 좀 그래서 풍물시장 가서 낡았지만 좋아 보이는 걸로 사 온 것이다.
물론 풍물시장 아르바이트 할 때 알고 지낸 사장님을 통해서 좀 싸게 말이다.
문방사우를 준비해 놓고 강진은 옷가지들도 식탁에 올려놓았다.
귀신들이 먼저 입어본 뒤에, 새벽에 태울 생각이었다.
모든 준비가 되자 강진이 음식들도 한쪽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11시 되면 딱 하고 들어올 것이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띠링! 풍경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강진은 김소희와 처녀귀신들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셨어요?”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방사우를 보았다.
“흠…… 착한 아이들이군.”
“마음에 드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손을 들어 벼루에 물을 살짝 붓고는 먹을 갈았다.
스륵! 스륵!
부드럽게 갈리는 먹을 보며 김소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 아이들을 사용하신 분께서 길을 아주 잘 들여놓으셨군. 벼루와 먹에서 기품이 느껴지고 알아서 길을 따라가는 것을 보니 이것을 사용한 분의 품성이 느껴지는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별것을 다 느끼시네.’
그런 생각을 할 때 먹을 다 간 김소희가 붓을 들었다. 그리고는 잠시 화선지를 보다가 붓을 움직였다.
스스슥! 스슥!
김소희의 손에서 붓이 움직이며 난초가 그려졌다. 그리고 난초 옆에 한문으로 된 시가 써지기 시작했다.
‘한문 잘 쓰시네.’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쓴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쓴 시와 난초를 보며 미소를 짓던 김소희가 이예림을 보았다.
“네 한복을 가져오거라.”
“제 한복요?”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예림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가 골라 준 한복을 들고 다가왔다.
한복을 받아 식탁에 펼친 김소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붓을 움직였다.
스윽! 스윽!
김소희의 붓을 따라 치마에 그림이 그려졌다. 김소희가 그린 것은 국화였다.
국화를 그린 김소희가 치마를 들어서는 이예림을 가까이 오게 해서는 입혀주었다.
“국화는 늦은 가을에 첫 추위를 이겨내며 피니 강인하고 또한 아름답다.”
그리고는 김소희가 치마끈을 매듭지어주고는 저고리도 마저 입혀주었다.
안에 교복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품이 넓은 한복이라 잘 맞았다.
“어여쁘구나.”
김소희의 말에 이예림이 치마를 보았다.
“너무 이뻐요.”
촌스럽게 보이던 한복이 김소희가 그린 그림으로 고풍스러운 옷으로 변해 있었다.
이예림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웃었다.
“마음에 드느냐?”
“네.”
이예림의 답에 김소희가 살짝 웃으며 붓을 집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작게 웃었다.
‘아가씨도 웃으시니 학생 같으시네.’
그런 생각을 할 때 최가은이 슬며시 김소희의 옆에 다가갔다.
“저는 무엇을 그려주실 생각이신가요?”
최가은이 보기에도 한복의 색감과 김소희의 그림이 무척 어울려서 예뻤다.
그래서 자신도 기대가 되는 것이다.
“내 너와 어울리는 것이 난 같아 난을 그리려 하였는데 혹시 좋아하는 것이 있느냐?”
“아가씨께서 그려주시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최가은의 말에 김소희가 살짝 웃으며 먹에 붓을 적시곤 치마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난초는 화려하지는 않으나 그 향이 멀리 퍼져 나가니 고귀함과 절개를 상징한다.”
스슥슥!
난을 그린 김소희가 최가은에게도 한복을 입혀 주었다.
그리고는 한발 물러난 김소희가 최가은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곱구나.”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최가은을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한복을 식탁에 펼쳤다.
“아가씨께서는 무엇을 그리실 것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붓을 잡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는 내가 그리는 대나무를 무척 좋아하셨지.”
스윽! 스윽!
하얀 한복에 대나무 세 그루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린 대나무를 보던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나가 있게.”
“네?”
“옷을 갈아입을 것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최가은이 말했다.
“들어오시래요.”
최가은의 말에 강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강진은 대나무가 그려진 한복으로 갈아입은 김소희를 볼 수 있었다.
“아…….”
옷을 갈아입은 김소희의 모습은…… ‘단아함’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