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진료를 해 주겠다는 귀신을 보며 강진이 힐끗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가게 앞에 모여 있는 귀신은 다섯이었다.
“그런데 왜 가게 앞에 모여 있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웃었다. 그리고 그 웃는 얼굴을 본 강진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었다.
눈과 코,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리는 얼굴로 웃으니 더 괴기스럽고 무서운 것이다.
“딱히 갈 곳도 없고, 여기 앞에서 사람 구경이나 하다가 가게 문 열릴 때까지 기다렸지.”
“그럼 하루 종일 여기 있었다고?”
“응.”
“그럼 들어오지 그랬어.”
“아직 가게 문 안 열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다가 문을 열고는 들어갔다.
“들어들 오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럼 어제나 그제도 가게 안에 있었어?”
“네가 못 보고 못 들어서 그렇지, 가게 문 열려 있으면 와서 앉아 있다가 가고는 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이층 집에도 들어오고 그랬어?”
강진의 목소리에는 살짝 불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남자가 혼자 살 때는 남이 보면 싫은 그런 것이 있으니 말이다.
“귀신이라고 아무 데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가게는 손님을 받는 곳이라 우리 귀신도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집은 주인 허락 없이는 귀신도 들어갈 수 없어.”
‘다행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식사라도 하실래요?”
“아니야.”
배용수가 명의 귀신을 보았다.
“이 사장 몸 안 좋다면서요. 진료해 주세요.”
“그렇게 하지.”
그러고는 명의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여기 앉아 보십시오.”
귀신의 말에 강진이 의자에 앉자, 명의 귀신이 그의 무릎을 살폈다.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갔습니다. 무거운 것을 많이 드셨나 봅니다.”
“조금 그랬습니다.”
무거운 것이야 노가다 할 때 계속 지고 내리니 말이다.
“젊다고 몸 함부로 부리면 나이 들어서 고생합니다.”
말을 하며 명의 귀신이 발목과 무릎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화아악! 화아악!
명의 귀신의 손가락이 쓰다듬을 때마다 발목과 무릎이 시원해졌다.
“좋네요.”
“제가 의사 면허, 한의사 면허까지 두 개를 취득한 명의입니다. 아마 몇 년만 더 살았어도 노벨 의학상도 받았을 겁니다.”
당당하게 말을 하며 강진의 발목과 무릎을 손으로 누르던 명의 귀신이 말했다.
“이 사장은 야관문이 몸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야관문에 감초를 섞어서 차처럼 우려 드시면 속을 다스리기 좋을 겁니다.”
“야관문이면 정력에 좋은 것 아닙니까?”
“정력에 좋다고 많이들 알고 남자들이 찾지만, 그밖에도 좋은 점이 많습니다. 양기를 돋워 주고 신장, 혈관, 전립선에 좋습니다. 거기에 성인병 예방, 염증 치료에 좋습니다. 이 사장에게 위염이 있으니 그에도 좋습니다.”
그 외에도 기침, 천식에도 좋고 거담에도 좋다는 등, 야관문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명의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말씀하시는 것 들으면 야관문이 만병통치약 같네요.”
강진의 물음에 명의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만병통치라 할 만한 약재들이 참 많습니다.”
“만병통치약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잘 죽네요.”
강진이 귀신들을 보며 하는 말에 명의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몸에 좋은 것도 많지만, 몸에 나쁜 것도 많지요. 담배 한 대가 감초 한 근의 약성을 이겨내니 아무리 좋은 것을 많이 먹은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고는 명의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말 나온 김에 약령시장에 가서 약초를 좀 사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요?”
“몸에 좋은 것은 빨리 먹을수록 좋지요.”
“저희 가게에 식재료 대 주는 분에게 말을 하면 가져다주실 것 같은데…….”
“신수 사장이 식재료를 볼 줄 알지 어디 약재까지 볼 줄 알겠습니까? 그리고 가면 참 재밌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명의 귀신의 눈빛을 보니 자신이 약초 시장에 가고 싶은 눈치였다.
“그럼…… 가죠.”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몸을 위해 먹을 약초인데 그 정도 수고쯤이야.
게다가 야관문이 아닌가. 남자라면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은 약초 중 하나일 것이다.
강진이 빗자루를 내려놓고 지갑을 챙겨 나오자 명의 귀신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밖에 나가서 할 거 없으면, 그냥 가게 안에서 쉬고 있어.”
“그래도 될까?”
“그러고 있어. 밖에 나가면 뭐 있겠어?”
그러고는 강진이 문을 나섰다. 문밖에는 명의 귀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시죠.”
명의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따라 걸으며 물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나는 동서양의 의술을 모두 익힌 21세기 최고의 명의 허연욱이라 합니다.”
허연욱의 소개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귀신도 허풍이 심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허연욱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는 약령시장이 열리는 제기동으로 향했다.
허연욱과 함께 제기동 약령시장에 도착한 강진은 귀신도 이렇게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허연욱은 기분 좋은 얼굴로 약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좋은 약재들이 있으면 강진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다.
약재를 구경하고 싶은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허연욱이 한 약재상 앞에 멈췄다.
그리고 진열대에 늘어져 있는 약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령 좋네.”
하얀색의 약재를 보며 허연욱이 말을 했다.
“이건 주로 심경을 다스릴 때 쓰는데 부인병증에 효험이 있습니다. 이것도 좀 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야관문 사러 오신 것 아닙니까?”
“야관문에 이것도 좀 넣어서 달여 드시면 좋을 듯합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주인을 보았다.
“이거 어떻게 해요?”
강진의 물음에 초로의 노인이 약초를 손질하다가 힐끗 보고는 말했다.
“한 근에 이만 원.”
“비싸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주인이 눈을 찡그렸다.
“이만한 약재에 이만 원이면 싼 거지. 더 싼 것 구하려면 중국산이나 먹던가.”
주인의 말에 허연욱이 말했다.
“이 정도 상품에 이 가격이면 싼 겁니다.”
허연욱까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에 강진이 주인을 보며 웃었다.
“물건이 좋으니 가격이 무슨 문제겠어요.”
강진의 말이 기분 좋은 듯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물건은 좋은 가격에 사야지. 너무 싸게 사려고 하면 안 돼. 좋은 물건 싸게 사려고만 하면 나 같은 놈들이 나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
“맞는 말씀이네요.”
주인이 봉지에 담겨 있는 복령을 주려 하자 허연욱이 말했다.
“여기 있는 것 담아 가겠다고 하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여기 있는 것 제가 담아도 될까요?”
“그거나 이거나 비슷한데…… 그렇게 해.”
주인이 봉지를 주자 허연욱이 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여기.”
허연욱이 가리키는 복령들을 쥐어 담아 내밀자 주인이 그것을 보다가 웃었다.
“젊은 친구가 약재 볼 줄 아네. 딱 상태 좋은 것들만 담네.”
“그런가요?”
“한의대생?”
“아뇨. 이건 제가 먹으려고요.”
“한의대생도 아닌데 약재를 잘 아네.”
주인이 복령의 무게를 달고는 복령을 조금 더 집어서는 봉지에 넣어줬다.
“이만 원.”
주인의 말에 강진이 이만 원을 꺼내 주었다.
“야관문하고 감초도 여기서 사죠. 만 원어치만 사면 될 겁니다.”
허연욱이 풀을 잘라 말려 놓은 듯한 것을 가리키자 강진이 말했다.
“야관문하고 감초도 만 원씩 주세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봉지를 주었다.
“담아.”
주인의 말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이것도 골라야 하냐는 의미였다.
“이 정도면 상품이니 그냥 담아도 됩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야관문을 봉지에 담아 내밀자, 주인이 무게를 달고는 몇 줌 더 집어 봉지에 담아 주었다.
그리고 감초까지 사고 돈을 내밀자 주인이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누구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야?”
“네?”
주인이 강진의 옆을 보는 시늉을 하자, 강진이 옆을 보았다. 그 옆에는 허연욱이 있었다.
‘아! 귀신과 하는 이야기를 들었구나.’
주인에게는 허연욱의 모습도 안 보이고 목소리도 안 들리지만, 강진 자신이 하는 말과 허연욱을 보는 시선은 주인도 보고 듣는다.
그러니 주인 입장에서는 강진이 미친놈처럼 혼자 옆을 보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냥 혼잣말 한 겁니다. 장사 잘하세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잠깐만.”
그러고는 주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물통을 들고 나왔다.
“한 잔 마셔.”
주인이 컵에 물을 따라주었는데 물 색깔이 짙은 붉은색이었다.
“이건?”
“오미자차. 더울 때는 차가운 오미자차만 한 것이 없지. 마셔.”
주인의 말에 강진이 물 컵을 받아 마셨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차가운 오미자차를 마신 강진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맛있네요.”
“오미자도 좋아. 특히 요즘같이 덥고 짜증 날 때는…….”
“심신 안정에도 좋고 화를 다스려 주지요.”
주인의 말의 뒤를 이어 허연욱이 말을 해 주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마셨습니다.”
“다음에 또 와.”
“네.”
고개를 숙인 강진이 발을 돌렸다.
“주인아저씨 성격이 좋네요.”
“사람이 무식한 것이 조금 흠이기는 해도 화통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아시는 분이세요?”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사람인가?”
허연욱이 뒤를 돌아보다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들이야 기억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좋은 느낌입니다.”
허연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걸음을 옮기다가 움찔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발을 질질 끌고 가는 희뿌연 귀신이 보인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귀신 하나가 걸어가고 있었다.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는 귀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긴장이 되었다.
“귀신들은…… 어디든 있네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늘 병원에서만 죽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여기는 귀신들이 많지는 않네요.”
말을 하며 허연욱이 걸음을 멈췄다.
“숙지황 좋네.”
가던 허연욱이 멈추고는 약재를 보았다.
“이건 숙지황이라고…….”
허연욱이 약재에 대해 설명을 하려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제 슬슬…….”
“으아악! 아악!”
그때 갑자기 들린 비명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응?”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시장 사람들이 한곳을 보는 것이 보였다.
그들 역시 비명 소리가 갑자기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뭐야?”
“누가 다쳤나?”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강진 역시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을 보았다.
“누가 도와주세요!”
도움을 청하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빼들고 보았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건 사람들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고개를 들어 보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사람들 틈에서 한 아줌마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우리 애! 애 좀 살려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연신 고함을 지르는 아줌마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신이다.’
아줌마의 모습은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뿌옇게 보이는 것이 귀신이었다.
귀신이 도와달라고 사방에 대고 소리를 질렀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에 강진이 귀신을 볼 때,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던 귀신의 시선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파앗!
아줌마 귀신이 그를 정통으로 바라보았다.
흠칫!
귀신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친 강진이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날 때, 어느새 아줌마 귀신은 그의 코앞에 있었다.
“내…… 내가 보이죠?”
“네? 네.”
“우리 애 좀! 애 좀 살려줘요!”
그러고는 아줌마 귀신이 강진의 손을 잡았다.
덥석!
강하게 자신을 움켜쥐는 귀신의 손에 강진이 놀라 그녀를 보았다.
‘나를 잡았네?’
그리고 귀신의 손에 잡힌 강진이 앞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거의 붕 떠서 갈 정도였다.
“어어어어!”
그에 강진은 놀라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밀치며 앞으로 간 그의 눈에 한 중년 남자가 쓰러져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 애 좀 살려줘요!”
아줌마 귀신의 다급한 외침에 강진이 중년 남자를 보았다.
‘이 사람이 애?’
애라고 부르기에는 남자의 나이가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