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9
370화
스륵! 스륵!
조순례에게 부채질을 하며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정주현에게 장은옥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장은옥의 인사에 정주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자신을 아는 듯 다소 친근한 어투로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었다.
“응? 나를 아십니까?”
정주현이 존대를 하는 것에 장은옥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 놓으세요.”
“저보다…… 오래되신 것 같은데.”
정주현의 말에 장은옥이 머리를 긁었다. 귀신들의 서열은 언제 죽었는지에 따라 정해지니, 이승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려도 일찍 죽었으면 존대를 하고 위로 대하는 것이다.
물론 한끼식당 귀신들은 강진의 영향이 있어서 그냥 생긴 대로 존대를 해 주었다.
배용수가 최호철에게 존대를 하고, 두 귀신이 허연욱에게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정주현에게는 장은옥이 귀신계 선배인 것이다.
“말 놓으셔요.”
“그럼…… 그럴까요?”
장은옥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주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를 아나?”
아직 어색한지 존대와 하대를 섞어 쓰는 정주현을 보며 장은옥이 말했다.
“강대호 회장님 댁에서 일을 하다 몇 번 뵈었습니다.”
“아! 오성 강 회장?”
“네.”
“강 회장 집에서 술 먹을 때 나를 본 모양이군.”
“네.”
장은옥의 말에 정주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를 보았다.
“젊은 나이에 죽었네그려.”
이제는 말투가 완전히 하대로 바뀌었다. 생전에 자신이 알던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하니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네.”
“그런데 수호령인 것 같은데 누구?”
누구에게 붙어 있냐는 정주현의 물음에 장은옥이 강상식을 가리켰다.
“도련님요.”
“도련님?”
정주현이 강상식 쪽을 볼 때, 장은옥이 말했다.
“강문철 사장님 막내아들입니다.”
“집에서 일하던 사람인데 강 사장 막내아들의 수호령이 됐어?”
“네.”
“막내아들을 참 좋아했나 보구먼.”
정주현이 웃으며 장은옥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 사장의 막내면…… 응?”
말을 하던 정주현이 강상식을 보았다.
“어?”
뭔가 생각이 나는 듯 멈칫한 정주현이 장은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장은옥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
그러고는 정주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아는 것 같은 정주현의 모습에 장은옥이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정주현을 보았다.
‘정 회장님은 강상식의 출생의 비밀을 아는 모양이네. 아니면 재벌가에서는 흔한 일인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강진이 다소 험악해진 얼굴로 정주현을 보았다.
정주현이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같은 재벌가 사람이니 이 상황에 대한 화딱지가 나는 것이다.
그 시선에 정주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앞에 놓인 김밥을 보았다.
“나도 김밥 좀 주게나.”
정주현의 말에 강진이 김밥을 잘라 그의 앞에 놓았다.
“고맙네.”
정주현 먹으라고 놓은 것을, 황민성이 자기 주는 줄 알고 손으로 김밥을 집어 먹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김이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슬 씨도 드세요. 맛있네요.”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김밥을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네요.”
그런 둘의 옆에서 정주현도 김밥을 하나씩 집어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옆을 보았다.
황민성이 타고 온 차 근처에는 장 여사님과 조순례를 살펴주는 직원들이 더 있었다.
“여러분들도 김밥 좀 드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와서 드세요.”
황민성의 말에 사람들이 오자 강진이 김밥들을 더 썰어 앞에 놓아주었다.
김밥을 싸 들고 보육원 아이들과 사람들은 인근 산에 오르고 있었다.
산을 오른다고 해도 아주 높이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애들이 어리니 너무 높게 오르면 힘든 것이다.
그래서 산 초입에 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소풍 온 분위기가 충분히 났다.
봄이라 사방에 파릇파릇한 새순들이 자라나고, 야생화도 많이 보였다. 특히 봄을 알리는 개나리도 제법 많이 피어 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며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어깨에 담요를 두른 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는 조순례의 옆에서 강진이 그녀의 손목을 슬며시 잡았다.
“좋으시죠?”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허연욱을 보았다.
허연욱은 강진의 손에 자신의 손을 댄 채 조순례의 맥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곧 손을 떼고는 말했다.
“옥난이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치매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니…… 회복을 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치매는 치료가 안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현대 의학으로 치매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지금 나오는 치매 약은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일 뿐 치료가 안 되는 것이다.
“뇌에 탁기가 줄었습니다. 뇌에 탁기가 쌓여 치매가 생긴다는 한방의 이론을 생각하면…… 조금이지만 병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를 보았다. 조순례는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옆에서 옥난을 들고 조순례에게 작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옥난을 애지중지 품에 안은 채 조심스레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옥난의 기운이 조순례에게 잘 가도록 말이다.
그에 강진이 황민성에게 작게 속삭였다.
“허연욱 선생님이 진맥을 했는데 치매가 낫고 있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정말?”
황민성의 평생소원은 치매 정복이었다. 치매라는 것을 없애 버리기 위해 그가 들인 연구비가 천억 가까이 되니 말이다.
물론 그 천억을 그냥 태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치매 연구를 통해 생긴 연구 결과들로 약도 만들었고, 특허도 내었다.
그리고 그 특허권으로 제약 회사와 연결을 해 돈도 벌었다. 그래서 천억을 연구비로 태우면서도 새로 태울 돈을 만들어 온 게 바로 황민성이었다.
그는 의사처럼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더라도 치매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의 지식 상 치매는 불치였다. 그런데 낫는다니 놀란 것이다.
“낫고 있다고?”
황민성이 놀라 작게 속삭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토하며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개나리 꽃가지를 뜯어 가지고 놀다가 뛰어왔다.
“할머니!”
아이 하나가 개나리를 조순례에게 내밀었다.
“꽃이 이뻐요.”
여자아이가 내미는 개나리를 본 조순례가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그래. 꽃이 무척 이쁘구나.”
“헤헤헤!”
여자아이가 웃으며 다시 친구들 곁으로 뛰어가는 것에 조순례가 웃으며 개나리 가지를 들고는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이처럼 개나리를 흔들며 웃은 조순례를 보던 황민성이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 아이들 이쁘시죠.”
“이쁘구나.”
“저기, 어머니.”
황민성의 부름에 조순례가 그를 보았다.
“입양 이야기니?”
“네.”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강진에게 살짝 눈짓을 했다. 도와달라는 의미였다.
그 시선에 강진이 조순례에게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는 입양 싫어하세요?”
“너도 이야기 들은 모양이구나.”
“네.”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민성이와 이슬이의 애기가 보고 싶구나.”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게 안 되니 문제였다. 황민성은 애를 가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조순례가 황민성을 보았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렴. 너와 이슬이 젊으니 애 생기지 않겠니.”
그러고는 조순례가 황민성의 손을 잡았다.
“너희 둘 이렇게 젊은데 입양을 했다가 아이가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니?”
“그…….”
황민성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제 아이를 가질 수가 없대요.’
이런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어서였다.
“그러니 좀 더 기다려 보자.”
조순례의 걱정은 이것이었다. 황민성의 자식을 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조순례는 훗날 두 사람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을 때 입양한 아이가 소외되거나 상처받을 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황민성과 김이슬의 나이가 애를 갖지 못할 나이도 아니고 말이다.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김이슬을 보았다.
잠시 김이슬을 보던 황민성이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리 좀 비켜 줄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민성에게서 멀어진 강진이 한쪽에서 바위에 앉아 김밥을 먹고 있는 강상식에게 다가갔다.
“나오니 어때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그가 보는 곳은 산 인근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멍하니 있기 좋은 곳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의 옆에 앉아서는 김밥을 하나 집어 먹었다.
“그런데 가신다면서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원래는 가려고 했었다.
실제 약속도 있고…….
슬며시 강상식이 황민성 쪽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아직도 민성 형한테 관심 있으세요?”
“…….”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재차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관심 없습니다.”
“그럼요?”
“조언을 좀 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조언?”
강상식이 황민성을 보다가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김밥을 잘 드시네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김밥 통을 보다가 그를 보았다.
“혹시 김밥 몇 줄까지 드십니까?”
“김밥요?”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보통 두 줄 먹지 않겠어요?”
한 줄은 부족하고, 두 줄은 먹어야 배가 부르지 않나 싶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예전에 소풍날에 은옥 누나가 김밥을 싸 줬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옆에 있는 장은옥을 보았다.
“도련님이 좋아하셔서…….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때 형하고 누나들은 김밥은 안 가져갔어요.”
“왜요?”
“요리사들이 와서 밥을 해 주거든요.”
“학교에서 요리사를 불러요?”
“학부모들이 요리사를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김밥을 싸 가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상식이 김밥을 보다가 말했다.
“그때 누나가 김밥을 싸서 저 갈 때 몰래 주시고는 했어요. 근데…….”
강상식이 웃었다.
“김밥을 한 열 줄은 싸 주시더라고요.”
“열 줄이나요?”
“친구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큰 통에 싸 주더군요.”
“아…….”
“근데…… 저 혼자 다 먹었어요.”
“열 줄을?”
“친구들이 없었어요.”
‘성격이 싸가지가 없으니…….’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남겨 가면 누나가 걱정할 것 같아서 혼자 계속 먹었어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김밥은 먹어도 배가 안 부르지 않습니까?”
“배가 안 불러요?”
‘이게 무슨 소리야.’라는 얼굴로 강진이 쳐다볼 때 강상식이 강진의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밥은 있으면 계속 들어가지 않습니까? 배 안 고픈데 손이 가는 것처럼요.”
“그건…… 그러네요.”
강진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김밥을 보다가 입에 넣었다.
“저는 이상하게 김밥은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부르더군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김밥을 더 집어 먹었다.
‘그냥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