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70
371화
강상식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김밥을 꾸준히 먹었다.
그런 강상식의 옆에서 강진도 김밥을 한 점씩 먹으며 멍하니 허공을 보았다.
‘힐링 되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다.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멍하니 앉아 김밥을 하나씩 집어 먹으니 맛도 더욱 좋았다. 씹는 맛이 있다고 할까?
‘오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왜 싫어하지?’
입에서 아삭하게 씹히는 오이의 식감을 느끼며 강진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황 사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자, 강상식이 황민성 쪽을 눈짓했다.
그에 강진이 그쪽을 보니 조순례가 황민성과 김이슬의 어깨를 다독이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을 하신 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몸을 일으켜서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조순례가 김이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해서 자리를 비켜 준 모양이었다.
“휴우!”
한숨을 쉬며 다가오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어떻게…….”
강진이 뒷말을 흐리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했어.”
“아…… 어머니 실망 많이 하셨겠네요.”
강진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강상식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이야기하자.”
아무래도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보니 강상식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소주 한 잔 드실래요?”
“지금 술 먹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은 날 황민성이 소주를 마시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것이다.
입맛을 다시던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을 힐끗거리는 강상식의 모습에 의중을 눈치챈 것이다.
“다음에 하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그를 보던 황민성이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에 강상식도 말없이 허공을 보며 김밥을 먹다가 통을 들어 황민성에게 슬쩍 내밀었다.
그러자 황민성이 김밥을 보다가 그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눈앞에 보이기에 무심결에 집어 든 것이었다.
우걱! 우걱!
김밥을 먹던 황민성이 말했다.
“산에서 내려가면 강진이 가게에서 한잔합시다.”
“저하고요?”
“싫으시면 말고요.”
“아닙니다.”
강상식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황민성이 다시 허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조순례는 김이슬을 다독이고 있었다. 슬프고 힘든 것은 그녀가 더할 텐데 오히려 김이슬을 다독이고 있는 것이다.
잠시 조순례를 보던 황민성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뭔가를 보는 것이 아닌, 그저 허공을 볼 뿐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각자 차에 올라탔다. 강상식은 명함을 하나 꺼내 남궁문에게 내밀었다.
“혹시 에어컨이나 가전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이쪽에 전화하십시오. 보육원 이름 말하면 수리기사가 와서 봐 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남궁문이 웃으며 인사를 하자, 강상식이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강진도 남궁문에게 인사를 하고 푸드 트럭에 타려 할 때, 황민성이 다가왔다.
“어머니 집에 모셔다드리고 갈게.”
“안주는 뭐로 준비해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마른 오징어로 먹자.”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이아름과 장현희를 보았다.
“오늘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저 가는 보육원에도 한 번 와 주세요.”
“네.”
인사를 나눈 황민성이 자신의 차에 타고 출발을 하자 강진도 차에 타고는 출발을 했다.
***
한끼식당에서 강진은 강상식과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약속은 어떻게 하셨어요?”
“취소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다. 장은옥은 기분 좋은 얼굴로 오징어를 씹고 있었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강상식과 술 한 잔 마셔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황민성 덕에 오늘 바로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니 말이다.
그런 장은옥을 볼 때, 문이 열리며 황민성이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와서는 앉았다.
“저희 먼저 시작했어요.”
“잘 했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잔을 들자 강진이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소주를 받은 황민성이 단숨에 그것을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이야기하시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할아버님이 아픕니다. 몇 달 못 버티실 것 같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의외라는 듯 그를 보았다.
“오성 그룹에서 극비로 하는 이야기일 텐데, 저한테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룹 총수의 건강 문제는 그룹의 주가로 이어진다. 큰 회사일수록 주가가 출렁이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총수의 건강은 극비 사항인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강상식은 그걸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황 사장님 정도면 며칠 문제냐 뿐이지,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기 어려운 문제지만 못 알아낼 문제도 아니다.
오성 그룹 총수가 아프다면 그 후계들이 물밑 작업을 할 것이고, 그럼 황민성의 귀에 들려올 테니 말이다.
“할아버님께서 저에게 오성화학과 오성물산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오성화학과 오성물산이라…… 손자에게 주기에는 덩치가 좀 큰데?”
손자라는 말에 강상식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는 다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구박받는 손가락이라 마음이 쓰였나 봅니다.”
‘구박받는 손가락이면 구박받을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계열사를 떼어 줘?’
황민성은 강상식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의 야망을 보았다.
그래서 강상식이 커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사전 조사를 했다.
이미 잘나가는 자들은 자신이 투자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파이가 작다. 자신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잘나가니 말이다.
하지만 그를 지원해서 잘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기에 조사를 해본 것이었다.
다만 아직 지원을 할 정도의 싹이 보이지 않아서 보고만 있었을 뿐……. 하지만 지금 그 싹이 조금 보이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오성화학에 있으니 익숙한 회사를 맡는 것이 더 좋지 않나 하셨습니다.”
“그럼 오성물산은 강상식 씨가 요구한 겁니까?”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선택지를 주신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 회장님은 선택지 주는 것을 좋아하시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디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강상식의 물음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파이는 오성물산이 더 큰데…… 체할까 걱정되시는군요?”
“네.”
“그리고 오성화학은 파이가 작기는 해도 그동안 쌓은 기반도 있고 직속도 있으니 아쉽기도 하실 테고.”
황민성이 상황 파악을 끝내고 하는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권한이 적기는 해도 그에겐 이사라는 직함이 있었다. 거기에 야망까지 있으니 자신만의 라인을 만들어 놓은 그였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오성화학을 선택하십시오.”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성물산은 강명식 사장이 오래 가지고 있던 회사입니다. 다 강명식 사장 라인이죠. 강상식 씨가 오성물산을 받아도 라인을 모두 갈아 치울 수 없으니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강 이사님도 체할까 봐 저어하는 것일 테고.”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오성화학의 최두인 사장은 강 회장님의 최측근입니다. 최두인 사장이면 강 회장님이 사장 자리 놓으라고 해도 웃으며 물러나겠죠.”
“회장님께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최두인 사장님에게 주신다고 했습니다.”
“대가가 아니라도 최두인 사장님은 강 회장님이 물러나 하면 물러날 분입니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최두인 사장은 원래부터 은퇴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다만 강 회장이 강상식을 보호해 주라고 사장 자리를 그에게 강제로 맡겨 놓은 것이다.
“그걸 아시면서도 오성물산이 아쉬운 모양이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오성물산이 오성화학에 비해 두 배 정도 크니 아쉬운 것이다. 잠시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소주잔을 들자 강진이 소주를 따랐다.
소주를 마신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체하면 고생합니다.”
“그래서 황 사장님께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강상식의 물음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일본에서 규제하는 물품 아십니까?”
“이번에 수출 규제하는 것 말입니까?”
“고순도 불화수소 관심 있습니까?”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데…… 저희가 다루던 것이 아니라서.”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화학이 불화수소를 다루지 않는 것은 그도 안다.
애초에 한국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다루는 곳이 있으면 황민성이 지금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 특허를 가진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강상식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동안은 특허가 있어도 판로가 없어서 만들지 못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다르죠.”
“그럼 왜 안 만들고?”
“판로가 없으니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 판로가 널렸으니 만들려고 생각 중입니다.”
“혹시 황민성 씨가 투자를 하는 겁니까?”
“투자 계획서를 받기는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왜입니까?”
“공장 설비 만들고 준비하는 기간이면 이미 국내에서 상용화가 될 겁니다. 불화수소가 필요한 그룹들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외국에서도 국내에 필요한 불화수소를 팔려고 접촉 중이니까요.”
“그 말씀은?”
“오성화학의 공장 설비면 재료 준비하고 한 달이면 양산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화학 공장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다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불화수소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그에 맞는 설비를 들여야 합니다.”
“쉽다면 다른 회사들이 이미 달려들었겠죠.”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다른 기업들보다 불화수소를 빠르게 만들어서 국산화에 성공하면 오성화학은 불화수소를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위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살짝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이미 준비를 하는 것이라 금방 따라잡힐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돈도 좋지만, 그보다 더 값어치 있는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일본이 한국 엿 먹이려고 한 불화수소 규제를 첫 번째로 이겨낸 기업…… 국민들에게 한국의 자존심을 살린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존심?”
“돈으로 따지면 수천억, 아니 몇 조의 가치를 가질 겁니다.”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손가락으로 소주를 찍어 탁자에 뭔가를 그렸다.
‘이미지…… 일본을 이겨낸?’
강상식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탁자에서 손가락을 떼어냈다.
황민성이 그린 것은 태극기였다.
“한국인들의 피를 끓게 하는 것에 이만한 것이 없죠. 특히 상대가 일본이라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태극기를 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해 보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장은옥은 해맑게 웃었다.
“특허권 가진 사장님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몸을 일으켰다.
“혹시 필요한 설비에 대한 자료 먼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없다는 듯 말하는 강상식을 보며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자로 넣어 드리죠.”
강상식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리다가 다시 황민성을 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도와준 적 없습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저는 강 이사님하고 사업을 했을 뿐입니다.”
“사업?”
“강 이사님…… 아니, 강 사장님도 사업을 하세요. 로비는 사업을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