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촤아악! 촤아악!
오순영의 손에서 뿜어지는 폭탄주의 향연에 귀신들이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오순영도 기분 좋게 폭탄주를 말고 마시며 흥을 돋웠다.
“이 총각귀신은 뭘 이렇게 빌빌대?”
“술술 마시니 술술 취하네요.”
최호철이 웃으며 폭탄주를 크게 들이키자 오순영이 웃으며 다시 술을 말아주었다.
촤아악! 촤아악!
오순영의 손에서 하얀 폭탄주 거품이 잔으로 쏟아졌다. 따르는 것이 아니라 쏘아지는 폭탄주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많이 먹어.”
그러고는 오순영이 자신의 잔에도 폭탄주를 쏘아내고는 입에 털어 넣었다.
오순영이 귀신들과 술을 마는 것을 보며 강진도 그것을 흉내 내 보았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맥주병 위에 소주를 세워 꽂으면 술이 너무 많이 샜다.
게다가 소주가 맥주병 안으로 들어가면서 거품도 생기고, 그 거품이 병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래서 지금 탁자 위에는 넘친 술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쉽지 않죠?”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사님 하시는 것을 보는 것과는 다르네요. 여사님은 그냥 편하게 만드시는데.”
“나도 이 기술, 술 몇 짝 쏟고 배운 거예요. 하루아침에 보고 배워 버리면 내가 버린 술이 아깝지.”
웃으며 오순영이 강진이 들고 있는 병을 들고는 폭탄주를 말았다.
몇 방울 흘리는 것 빼고 다시 하나가는 되는 맥주병과 소주병을 보며 강진이 감탄을 했다.
“이 정도면 해장국 명인이 아니라 폭탄주 명인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었다.
“해장국 파는 것만큼 폭탄주도 많이 말았으니까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해장국 장사면 술과 떨어질 수가 없지.’
오순영이 말을 한 대로 해장국은 술을 먹은 놈이 오거나, 술을 먹으러 오는 놈들이 먹으러 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그녀에게 술은 익숙한 것이다.
“그리고 말 편하게 해 주세요. 손주뻘인데 계속 존대를 해 주시니 제가 불편하네요.”
“그럼…… 그럴까?”
싱긋 웃은 오순영이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좋은 가게야.”
“저희 가게 음식이 맛있기는 하죠.”
“음식점이야 당연히 맛이 있어야지. 내가 좋은 가게라고 한 건…… 손님하고 주인이 친해서 좋은 가게라고 한 거야.”
“제가 좀 친하기는 하죠.”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입을 열었다.
“내가…… 식당을 오십 년 정도 했나?”
“엄청 오래 하셨네요.”
“스물다섯 살 때 남편이 죽었어. 애는 줄줄이 있고 친척들도 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손 벌리기도 힘들고…… 그러다가 국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지금 생각해도 고생 참 많이 했어. 수레에 국밥 싣고 가서 여기 가서 팔고, 저기 가서 팔고…… 그러다가 다른 국밥집 아줌마들하고 엄청 싸웠어. 왜 자기 가게 근처에서 장사하냐고.”
“밥그릇 싸움만큼 치열한 것도 없죠.”
“맞아. 싸우다가 수레 엎어지고 국밥 다 쏟고 그거 울면서 담고…….”
말을 하던 오순영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선지해장국을 보았다.
선지해장국은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
“내가 울면서 만든 국밥인데…… 내가 다 먹기 힘드네.”
오순영의 한숨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산 사람은 살고, 죽은 분들은…… 갈 길 가셔야죠.”
“그래야 하는데…… 이놈의 자식! 지 공부시키고 먹여 살린 것이 이 국밥인데, 어떻게 이 국밥을 이따위로 할 수가 있어!”
순간 버럭 고함을 지르며 오순영이 국밥 그릇을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던질 듯한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음식 버리면 죄받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순간 손을 멈췄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숟가락을 들어서는 남은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드시기 싫으면 드시지 않아도 되는데요.”
“버리면 죄받는다면서?”
“그거야 그렇지만…….”
“살았을 때도 먹을 것 안 버렸는데, 죽어서 음식 버리기는 더 싫어.”
그러고는 오순영이 국밥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인상을 잔뜩 쓰며 국밥을 먹는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첫인상하고는 진짜 많이 다르시네.’
첫인상은 푸근한 할머니였는데, 지금은 전혀 달랐다. 게다가 폭탄주도 엄청 잘 말고 마시기도 잘 마시고 말이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오순영이 웃었다.
“내가 너무 걸걸해서 당황했나?”
“조금요.”
“여자 혼자 아이 셋 키우는 것이 어디 쉬운 줄 알아? 게다가 해장국집에는 늘 술 먹고 온 놈, 술 먹으러 오는 놈들로 늘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 곳이야. 그런 놈들 상대로 여자 혼자 장사하는데 거칠어질 수밖에.”
“그러시군요.”
“나이 먹고 기반 잡히고 나서 좀 순해지기는 했지만…… 젊었을 때는 술꾼들도 내 앞에서는 주정을 못 부렸어. 국밥 그릇에 이마 깨진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어.”
말을 하는 오순영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순간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어?’
새하얀 머리카락이 뿌리부터 조금씩 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모양과 옷이 변했다.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조금 많이 촌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어?”
순식간에 눈앞에 있던 할머니는 사라지고 촌스럽지만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우와!”
강진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오순영이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왜 그래?”
얼굴만 변한 것이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도 조금 변했다. 할머니 모습일 때는 조금 푸근하고 편한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좀 걸걸했다.
“모습이…… 변하셨어요.”
“모습이?”
의아해하는 오순영을 보며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그녀를 찍었다.
찰칵!
“여기요.”
강진이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자 오순영이 놀란 눈으로 사진을 보았다.
“나네?”
“여사님이세요?”
“나 젊었을 때네. 어머! 죽으니까 젊어지네.”
오순영이 놀란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다가 손을 보았다.
“어머! 피부 팽팽한 것 봐.”
오순영이 놀람과 흐뭇함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보는 것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강진의 눈에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의미가 가득했다. 하지만 다른 귀신들도 놀란 눈으로 오순영을 보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귀신이 갑자기 저렇게 젊어져도 되는 거야?”
귀신들 역시 오순영이 갑자기 젊어진 것에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귀신들도 모르는 현상인가 보네.’
다들 모르는 현상임을 안 강진이 오순영을 보았다.
오순영은 일어나서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으신가 보네요.”
“좋지.”
웃으며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보던 오순영이 강진을 보았다.
“부탁을 하나 해도 될까?”
“말씀하세요.”
“내 가게…….”
잠시 말을 멈췄던 오순영이 강진의 눈을 보았다.
“망하게 해 줘.”
갑작스러운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네?”
“내 가게 망하게 해 줘. 부탁이야.”
“그…….”
잠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오순영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여사님 가게를 망하게 해 달라고요?”
“응.”
“여사님이 평생을 힘들게 일해서 일군 가게시잖아요.”
“그래서 망했으면 해.”
“왜요?”
“내가 만든 가게는…….”
오순영이 강진을 보다가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어느새 귀신들은 놀란 눈을 접고 술을 마시고 웃거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가게였어. 음식을 먹으며 웃고 마시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지금도 사람들 와서 먹고 마시고 웃던데요.”
“술 마신 놈들은 늘 웃어. 아니면 울던지.”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네요.”
“지금 가게는 내 가게가 아니야.”
“그래도 아들분이 하시잖아요.”
“가게가 망해도 먹고 살 정도로 재산은 남겼어. 내가 원하는 건 내 새끼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게 해 준 고마운 해장국, 그리고 그 해장국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들한테 욕을 먹지 않는 거야.”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욕을 먹지 않게 망하게 하겠다라…….”
“욕먹을 바에는 없어지는 것이 나아.”
“그럼 어떻게 망하게 해요?”
강진의 물음에 오순영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점 망하게 하는 것이 뭐 어렵나?”
“어렵죠. 거기 엄청 크던데.”
“음식점이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손님이 많이 오고 만족하는 가게가 좋은 가게지. 그리고 지금 내 가게는 손님이 만족하는 가게가 아니니…… 좋은 가게는 아니지.”
오순영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망하게 해요?”
“쉬워.”
오순영이 가게를 둘러보더니 강진을 보았다.
“정말 맛있는 밥집과 그냥 맛있는 밥집이 있으면 자네는 어디로 가겠나?”
“그야 정말 맛있는 밥집이죠.”
강진의 답에 오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는 해장국을 만들면 내 가게는 망할 거야.”
“저보고 해장국을 만들라고요?”
“내가 옆에서 가르쳐 줄게. 그리고…….”
오순영이 강진의 눈을 바라보았다.
“제발 내 가게를 망하게 해 줘.”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자기 가게 망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귀신한테 받을 줄은 생각을 못 했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오순영을 보았다.
“괜찮겠어요?”
“뭐가?”
“그래도…… 여사님 아들이 하는 가게잖아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스르륵! 스르륵!
오순영의 복장과 모습이 다시 변했다. 다시 방금 전까지 이십 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로 보였다면 지금은 처음 가게에 들어올 때의 모습이었다.
‘깜짝이야.’
다시 봐도 놀라운 모습이라 강진이 속으로 놀랄 때, 오순영이 한숨을 쉬었다.
“엄마 정 못 받고 자란 애라……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키웠어.”
“그때는 먹고살기 힘든 때셨잖아요.”
“그랬지. 그래서 먹고살려고 바둥거리느라…… 막내한테는 신경을 못 썼어.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오냐오냐 키웠고. 그게 후회돼. 사랑하는 만큼 더 강하고 정직하게 키웠어야 했는데.”
한숨을 쉬는 오순영은 자신의 모습이 변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오순영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턴을 하고 있어서…… 아! 인턴은…….”
“회사원들 상대로 밥집을 하는데 인턴이 뭔지 모를까?”
“어쨌든 제가 인턴이라 주말에만 해장국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골 끓이는데 열 시간씩 걸리는데, 평일에는 할 엄두가 나지를 않네요.”
“주말에만 하면 되지.”
“주말에만 해서 가게 망하게 할 수 있을까요?”
주말에 거기 손님들을 빨아 온다고 해도 평일에는 손님들이 그곳으로 몰릴 것이다.
“걱정하지 마. 선지해장국 좋아하는 사람치고 내가 만든 해장국 먹고 다른 집에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한 번 오면 두 번 오고, 두 번 오면 다른 집 걸 못 먹게 되지.”
자신감 넘치는 오순영의 말에 잠시 그녀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드님 가게 망할 때까지 잘 가르쳐 주십시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었다.
“꼭 망하게 하자고.”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자식 가게 망하기를 비는 귀신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