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
44화
금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직원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강진이 인턴으로 들어온 지 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섯 시만 되면 바로 정시 퇴근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것이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이 임호진에게 다가간 것이다.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임호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과장님.”
“무슨 할 말이 있나요?”
임호진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선지해장국 있잖습니까.”
“선지해장국?”
“저번에 선지해장국 드셨잖아요.”
“아…… 그런데 왜요?”
의아한 듯 임호진이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때 실망하시는 것 보고, 제가 주말에 선지해장국을 맛있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선지해장국을요?”
“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안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주말에 만들려고 합니다.”
“흠…… 그런데요?”
“앞으로 주말 동안 선지해장국을 만들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저희 가게에 손님들이 많이 오지 않잖아요.”
“그게 참…… 신기하고도 이상한 일이죠.”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을 했다.
“선지해장국이라는 것이 1인분, 2인분만 딱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사골도 끓이고 선지와 천엽과 다른 내장들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아마 만들면 최소한 30인분은 넘어야 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무슨 말인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아! 손님들을 좀 모아 달라는 겁니까?”
“전에 보니 이 근처 회사 직원분들이 선지해장국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과장님과 여러 회사분들의 추억을 위해 노력 한 번 해 보려 합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정직원에 정말 욕심 없는 것 맞아요?”
“네?”
“이강진 씨가 한 말이 아니었으면…… 나한테 선지해장국으로 아부한다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순간 강진 쪽을 보았다. 임호진은 다른 직원들에게는 강진이 정직원이 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평소 하는 일도 잡무 쪽으로 돌리게 했다.
하지만 최동해에게는 굳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은 것이다.
‘정직원이 될 생각이 없어?’
최동해가 강진을 볼 때,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정직원에 관심은 없지만, 앞으로 제 단골이 되실 손님분들에게는 관심이 많습니다.”
“호! 회사 인맥으로 단골을 미리 만들어 놓겠다는 건가?”
“생각보다 입소문이 안 나네요.”
강진이 작게 웃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것 먹으니 나야 나쁠 것이 없지. 좋아요. 선지해장국 좋아하는 친구들한테 전화 한 번씩 해 놓죠.”
임호진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미소를 지었다.
‘하대라…… 기분 좋네.’
임호진은 딱히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방금 말을 하다가 몇 번 말을 놓았다.
물론 다시 올리기는 했지만, 좋은 변화였다. 말 그대로 임호진에게 자신이 편해진 것이다.
“그럼 저는 퇴근하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 아니 내일이겠군요. 어쨌든 내일 봅시다. 그리고 최동해 씨도 이만 퇴근해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직원들을 한 번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아 있겠다고 해도 퇴근하라고 하니 말이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최동해가 강진의 뒤를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이강진 씨!”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던 강진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같이 가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멈춰서는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오자 다시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말없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나온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선지해장국 좋아해요?”
“네? 네.”
“그럼 내일 점심에 우리 가게 와요. 동기 특가로 천 원에 모시겠습니다.”
“천 원요?”
“네.”
“그…… 가격이 애매하네요?”
동기 특가든 뭐든, 기왕 선심 쓸 거면 공짜로 주는 것이 낫지 천 원을 왜 받나 싶은 것이다.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공짜로 드려도 되지만…… 공짜로 뭔가를 받으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후회요?”
“그런 것이 있어요.”
돈이 있는 사람이 물건을 공으로 가져가고 쓰면 JS 금융의 잔고가 줄어든다.
하지만 천 원이라는 가격을 내고 먹으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주인이 정한 가격을 내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걸음을 옮길 때, 최동해가 그를 불렀다.
“이강진 씨.”
최동해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네?”
강진의 시선에 최동해가 잠시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정직원이 될 생각이 없습니까?”
“네.”
바로 답하는 강진의 모습에 최동해가 멍하니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왜 인턴을 한 겁니까?”
“돈 벌려고요.”
“돈?”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인턴으로 무슨 돈을 벌어요?”
“월급 나오잖아요.”
“그게 얼마나 된다고?”
“나한테는 큰돈이어서요.”
“그…… 가게 있으시잖아요. 말 들으니까, 이십억 넘는다고 하던데?”
“그거하고 이거는 다르죠.”
‘그리고 지금은 내 것도 아니고.’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최동해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인턴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 줄 알아요?”
“높겠죠.”
“우리 과에서 여기 지원한 애들이 오십 명이 넘어요. 그리고 그중 저만 통과했어요.”
“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잠시 최동해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요?”
“정직원이 될 생각도 없는데 인턴에 지원한 건 문제 아닙니까?”
“왜요?”
“인턴이 되고자 하는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은 거니까요.”
“일단…… 걸으면서 이야기하죠. 집에는 가야 하니까.”
강진이 집 쪽으로 걷자 최동해가 그 옆에 붙어 걸었다.
“첫째, 제가 하는 인턴십은 우리 과에 배정된 것을 받아왔을 뿐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지 않았습니다.”
“그 과에도 인턴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겠죠.”
“그것 역시 저와는 관련 없습니다. 우리 교수님에게 들어온 인턴십 자리였고, 교수님이 저를 추천했습니다. 내가 교수님한테 뇌물을 줬거나 친분이 깊어 사적으로 제가 들어왔다면 기회를 빼앗았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나는 뇌물도 준 적이 없고, 사적으로 친분도 깊지 않습니다. 그냥 교수님이 맡고 있는 담당 학생들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최동해를 슬쩍 보았다.
“그리고 인턴십 기회를 받아 온 것은 교수님이고, 그것을 나에게 준 것도 교수님이니…… 최동해 씨가 투덜거릴 사람은 내가 아니고 우리 교수님이겠네요. 어떻게, 번호라도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눈을 찡그렸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걸으며 말을 했다.
“내가 싫죠?”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최동해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밥 먹고 갈래요?”
“네?”
“나도 어차피 밥 먹어야 하니까. 들어와서 같이 먹고 가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가게를 가리키며 강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어?”
강진이 들어오는 것에 의자에 앉아 있던 배용수가 반가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
가게 안에는 배용수와 오순영이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지 말고 TV나 보고 있으라고 켜 놓고 간 것이다.
그에 강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보았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잠시 망설이다가 가게로 들어왔다.
가게 안에 들어온 최동해가 살짝 몸을 떨었다.
아무래도 귀신이 있다 보니 그 기운에 떨릴 것이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배용수와 오순영에게 살짝 눈짓을 주었다.
그에 배용수가 오순영 여사와 함께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귀신이 있고 없고 가게 안의 기운이 달라지니 말이다.
둘이 나가자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전에 고기 좋아한다고 했죠?”
“네? 네.”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를 열어서는 제육볶음을 꺼냈다. 강진이 제육볶음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언제 어느 때고 바로 낼 수 있는 메뉴라 냉장고에 늘 제육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게다가 양념에 재워 놓으면 쉽게 상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촤아악! 촤아악!
제육을 볶으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 담아서는 탁자로 가져다 놓았다.
제육볶음까지 가져다 놓은 강진이 탁자에 그것을 올리고는 최동해를 보았다.
“일단 먹죠.”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숟가락을 들어서는 밥과 반찬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곧 최동해는 큼직하게 밥을 먹고, 고기도 한 번에 몇 점씩 집어 입에 넣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도 밥을 먹었다.
얼마 후 밥을 다 먹은 강진이 야관문차를 따라 놓았다.
야관문차를 사이에 두고 강진이 말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참 많이 했어요.”
“나도 아르바이트는 했습니다.”
“몇 주? 아니면 몇 달?”
“충전소에서 두 달 했습니다.”
“나는 19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방학 동안에는 하루에 두 탕씩 하고, 학기 중에는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늘 했죠.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면 세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최동해가 자신을 보고 있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 나한테 관심 없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 어떤 아르바이트를 가도 이런 사람들을 꼭 만나게 돼요. 편의점처럼 혼자 하는 아르바이트에도 이런 사람을 만나게 돼요.”
“혼자 하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까?”
“교대 근무자도 있고 사장님도 있잖아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미움 받는 것이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미움 받는 것에 대해서도 익숙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만큼,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으니까요.”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최동해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실 최동해 씨가 나를 미워하고 싫어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아요. 사실 오래 볼 사이도 아니고 길어야 석 달이잖아요.”
강진의 말이 좀 냉정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최동해 씨한테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아요?”
“모르겠습니다.”
“왜 나를 미워해서 쓸데없는 심력을 사용합니까? 게다가 나는 정직원이 될 생각도 없으니 당신의 경쟁자가 될 것도 아닌데…… 지금 최동해 씨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턴 생활 잘 버텨서 정직원이 될 기회를 얻는 것 아닙니까?”
“그건…….”
최동해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과에서 인턴에 지원한 것이 오십 명이라고 했죠?”
“네.”
“그 오십 명이 잡지 못한 기회를 최동해 씨가 잡았습니다. 그럼 그 기회 잘 잡으세요. 자기 인생에서 잠시 스쳐가는 사람 싫어하는데 쓰지 말고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강진 씨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죠?”
최동해의 물음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아르바이트하는 동기이자…… 앞으로 내 가게 단골 1순위라고 생각합니다.”
“단골?”
“맛없어요?”
강진이 최동해가 먹은 그릇들을 가리키자, 최동해가 고개를 저었다.
“맛있습니다.”
“육천 원이면 먹을 만하겠죠?”
“네.”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정도 식단에 맛이면 칠천 원이나 팔천 원이라도 먹을 만하다.
육천 원이면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게다가 한끼식당은 메뉴에 없는 음식도 손님이 원하면 만들어 주니 만약 최동해가 정직원이 된다면 단골이 될 것 같았다.
“단골…… 될 것 같네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육천 원입니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다가 황당한 얼굴로 변했다.
“이강진 씨가 먹고 가라면서요?”
“원래 식당 주인들은 지나가는 손님한테 먹고 가라고 합니다. 그럼 그 식당 주인들이 손님한테 돈을 안 받을까요?”
“그건…… 휴우!”
작게 고개를 저은 최동해가 육천 원을 꺼내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기분 좋게 받았다.
“돈을 안 받아도 되지만, 다 이게 최동해 씨를 위한 일입니다.”
“그건 또 무슨 일입니까?”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